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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주민자치법 입법연구 포럼 ①조선의 주민자치- “전통과 현재의 자치조직 단순 비교는 무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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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주민자치법 입법연구 포럼 ①조선의 주민자치- “전통과 현재의 자치조직 단순 비교는 무리가 있다”
  • 정정화 강원대학교 공공행정학과 교수
  • 승인 2016.07.04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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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ㅣ조선시대 향촌자치와 마을자율 문화에 대한 의견
정정화 강원대학교 공공행정학과 교수.
정정화 강원대학교 공공행정학과 교수.

주민자치 전통에 대한 재조명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역사를 행정학계에서는 지방자치단체장을 주민들이 직접 선출한 1995년을 원년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이 같은 입장은 ‘단체자치’라는 시각에서 중앙정부가 자치단체장을 임명하던 방식에서 주민들이 직접 선출한 것을 제도적인 측면에서 지방자치의 출발로 본 것이다.

정부나 행정학계에서 2015년에 ‘민선자치 20주년’ 기념행사를 갖고, 그간의 성과를 조명한 것도 이 같은 인식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학계에서도 그동안 제도적인 측면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관계, 역할분담 및 기능조정, 지방의회의 위상강화, 자치단체기관 구성의 다양화 등에 대한 연구에 치중해온 것이 사실이다. 정치권과 중앙정부 입장에서는 효율성과 지방에 대한 통제지향적 차원에서 지방선거에서 공천문제, 행정구역의 통폐합, 재원배분 등이 핵심적인 과제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지방자치의 의미가 제도적인 측면보다는 운영적 측면에서 주민참여와 주민자치의 활성화로 전환되는 추세다. 행정자치부도 그동안의 제도자치 중심에서 주민자치의 중요성을인식하면서 주민자치회, 주민자치센터, 주민복지센터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를 하고 있다.

이 같은 차원에서 보면, 조선시대 향촌자치의 역사를 통해 우리나라 주민자치의 전통을 재조명하고, 그 의미를 되새기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작업으로 평가된다. 더구나 혹자들이 우리나라 지방자치가 착근하지 못하는 이유로 짧은 지방자치의 역사 또는 주민자치 의식의 저조를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조선시대의 주민자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은 이론적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실천적 차원에서도 의미있는 가치로 판단된다.

조선시대 향촌자치의 현대적 의미
조선시대의 향촌자치가 ‘제도의 완벽성’보다는 제도를 운영하는 ‘인간의 도덕성’과 ‘공동체 생활문화의 전승과 공생’에 더 비중을 뒀고, 각종의 자율·자치적인 구조를 마련해 민의를 수렴하고, 여론의 견제와 비판을 수용하고자 애썼던 측면은 최근 정부와 학계에서 주민자치를 근린자치, 생활자치 등과 같은 마을공동체 형성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어 유용한 접근방법이라고 사료된다.

조선시대 향촌자치의 전통은 오늘날 완전히 사라진 구습이 아니라, 자치현장에서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 비공식적 제도이자 관행이라는 측면에서 현대적 의미를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2005년부터 수년간 심각한 사회적 갈등으로 치달았던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갈등은 해군이나 제주도가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 형식적·합법적 절차에만 치중한 나머지 강정마을 주민들의 자율적 전통을 등한시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당시 강정마을 주민들은 해군기지 유치결정에 대한 마을총회의 결정이 향약에 규정된 회의소집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 등으로 자율적인 주민투표를 실시해 압도적으로 유치반대를 결정했으나, 정부와 해군에서 건설을 강행 함으로써 빚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같은 자치 전통을 어떻게 현대적 의미의 주민자치에 계승하고 발전시킬 것인지는 시대적 요청이자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조선시대에도 지방행정이 국가가 주도하고, 수령이 대행하는 ‘관치행정’과 사족세력에 의해 이뤄지는 ‘자치구조’가 시기별로 상호유착과 길항관계에서 변모해왔듯이 현대에서도 단체자치와 주민자치의 관계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요체는 조선시대의 경험을 토대로 여론과 공론을 통한 참여정치를 활성화하는 것이라고 본다. 오늘날 지방자치가 제도개선과 단체자치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향후의 지방자치는 주민의사를 최대한 반영하고, 자율적인 주민참여를 견인할 수 있는 자치구조를 재설계하는 것이 핵심적인 과제라고 보기 때문이다.

다만, 전통 자치조직과 현재의 자치조직은 다소의 괴리가 있으며, 이를 단선적 차원에서 비교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 예컨대, 유향소와 경재소, 향약·향규·향회, 동약·동계, 촌계와 두레 등이 현대 자치조직과의 연관성 및 발전적 계승은 심층적인 분석을 통한 접근이 필요하며, 이는 향후 연구과제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판단된다.

참가자들이 박수를 치며 경청하고 있다.
참가자들이 박수를 치며 경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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