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5-03 13:43 (금)
[기획특집] 시민사회와 주민자치-주민대표성 확보와 정부의 로드맵이 관건
상태바
[기획특집] 시민사회와 주민자치-주민대표성 확보와 정부의 로드맵이 관건
  • 김광남 도시및지역계획학 박사, 한국생활자치연구원 이사
  • 승인 2016.07.07 14: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민사회와 주민자치회의 상관관계
현 주민자치회는 시민사회라기보다 자치의 이름을 빌린 관변조직
김광남 도시및지역계획학 박사, 한국생활자치연구원 이사.
김광남 도시및지역계획학 박사, 한국생활자치연구원 이사.

“읍·면·동 주민자치회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시작입니다. 주민자치란, 지역의 일을 주민 스스로가 결정하고, 집행하며, 책임지는제도입니다. 주민자치회란 주민 중심의 생활·근린자치를 강화해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하고 지역발전을 위해 읍·면·동 단위로 설치하는 새로운 형태의 주민자치조직입니다.”
이 내용은 안전행정부(현 행정자치부)가 전국 31개 읍·면·동 주민자치회 시범실시를 하면서 만든 리플릿에 소개한 내용이다.

주민자치 실험, 제대로 됐나?
주지하는 바와 같이 주민자치회는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 제27조에 따라 풀뿌리 자치의 활성화와 민주적 참여의식 고양을 위해 읍·면·동에 해당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구성한 조직이다. 31개 주민자치회는 2013년 7월 1일부터 2015년 12월 31일까지 시범 운영됐다. 주민자치회의 시범 사업 실시는 동 법 부칙 제4조의 “행정자치부장관은 주민자치회의 설치 및 운영에 참고하기 위해 주민자치회를 시범적으로 설치·운영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라는 규정에 근거하고 있다.

1999년부터 읍·면·동에 주민자치센터를 설치했으나, 이름만 자치인 문화여가센터의 기능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운영돼 왔다. 행정자치부도 주민자치회를 실시하면서 주민자치센터가 “자치의 주체인 주민에게 권한과 책임이 부여되지 않아 주민들의 지역공동체 의식이 약화되고, 지역 현안에 대한 주민참여가 저조하게 됐다”며 주민자치센터의 한계를 들고 있다.

주민자치회 시범사업 실시는 다음과 같은 목적을 가진다.

첫째, 주민자치회 제도 도입의 타당성 및 실현가능성을 사전에 검토함으로써 도입에 따른 시행 착오를 최소화하는데 있다. 즉, 구체적으로 읍·면·동 단위에서 주민자치회의 설치와 운영이 가능한지 여부를 시범사업을 통해 판단하고, 주민자치회가 주민자치의 자주적 핵심조직으로 뿌리내릴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데 목적을 둔다.
둘째, 주민자치회 모형 구상단계에서 고려하지 못했던 변수 또는 문제점을 확인함으로써 차후 주민자치회 제도 개선을 위한 자료로 활용하는데 목적을 둔다.
셋째, 주민자치회 도입과 관련해 지역 주민, 시민단체, 지방의회 의원, 해당 지자체 공무원 등 이해당사자들에게 주민자치회에 대한 인식을 제고함으로써 제도에 대한 수용성을 높이는데 목적을둔다.

그러나 행정자치부가 내세운 주민자치센터의 이런 문제점과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의 목적에도 불구하고 2년 6개월 간의 시범사업에서는 많은 문제점이 노정됐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몇 가지 문제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주민대표성 즉, 주민자치위원의 자격기준과 선출방법의 문제점이다. 많은 지역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이 정치적 목적으로 지역대표, 주민대표, 직능대표 등의 구분 없이 자기사람 중심으로 구성하는 문제점을 보여 왔다. 행정자치부가 제시한 주민자치회 위원의 선출방식은 공모, 추대, 직선 등의 방법을 권유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주로 읍·면·동장과 지역단체로부터의 추천에 의존하고 있어 주민대표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는 가장 치명적인 문제를 담고 있는 것이다.

둘째, 주민자치회 운영상의 문제점이다. 이렇게 구성되다 보니 당연히 대부분은 주민자치회에 대한 인식이 미흡하고, 사업추진 역량과 행정절차에 대한 이해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주민자치회 위원의 권한과 책임의 한계도 시작 당시부터 안고 있는 문제였다. 협력형 모델에서 주민자치회는 읍·면·동의 자문역할의 수준에 머물고 있고, 이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건 당연하다. 주민자치회의 협의·심의 결과는 읍·면·동장에게 구속력을 갖지 못하고, 위원회에게 배정된 업무도 자치라고하기도 민망한 종전의 허드렛일과 같은 업무에 불과하다. 실질적인 의사결정권한, 사업과 예산의 집행권한도 읍·면·동장이 갖고 있다. 주민자치회에서 어떤 일을 할 것인가를 스스로 결정해야하나, 거의 대부분의 사업기획 및 추진은 읍·면·동장 등 공무원 조직에 크게의존하고 있다. 실제로 이전의 주민자치위원회 또는 주민자치센터의 운영과 차이가 없으며, 일부 주민자치회 위원도 주민자치위원회 운영과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넷째, 시범실시 대상에서 실제로 다양한 모델이 적용되지 못하고 협력형에 국한돼 운영됐다. 제대로 된 자치 모델을 시범운영하여 시사점과 발전방안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다양한 모델을 적용해봐야 하지만, 애당초부터 행정자치부는 이것에 대한 의지나 관심이 없어보였다. 진정한 주민자치회는 시범실시 대상 모델이 아닌 통합형과 주민조직형에 더 가깝다는 의견은 시행 초기부터 제기됐던 문제인데, 정부는 이를 외면했다. 지역의 특성과 역량에 적합한 모델을 선택하고 적용하는 기회조차 잃어버린 것이다.

시민사회와 주민자치회
시민사회는 자발적인 공공 및 사회 조직과 기관의 총체를 일컫는 말로서, 사회에서 국가 및 시장과 구별되는 영역이다. 시민사회와 국가, 시장의 경계는 대단히 모호하고 유동적이다. 런던 정경대 시민사회센터에서는 시민사회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시민사회는 공유된 이해, 목적, 가치를 둘러싼 강제되지 않은 집합행동의 장을 이룬다. 시민사회의 제도적 형태는 국가, 가족, 시장과 구별되지만, 실질적으로 그들 간의 경계는 복잡하고 모호하다. 보통 시민사회는 다양한 공간, 행위자, 제도적 형태를 포괄하며, 형식성과 자율성, 권력 면에서 다양한 차이를 보인다. 시민사회에는 자선단체, 비정부기구, 공동체조직, 여성단체, 신앙 관련단체, 직능단체, 노동조합, 자조집단, 사회운동집단, 기업집단 등과 같은 조직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런 개념에서 볼때, 주민자치회는 광의의 의미에서 시민사회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부여한 주민자치회의 역할과 기능에서 본다면, 주민자치회가 시민사회의 영역에 포함되느냐 아니냐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즉, 자치의 주체가 된다는 의미에서 보면, 주민자치회는 시민사회를 넘어선 정부의 영역에 해당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법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주민자치회는 실제 그런 역할을 부여 받지 못하고 있다. 앞서 살펴 본 주민자치회 시범운영의 문제점에서 볼 때 비일반성, 비개방성만 두고 따진다면, 형식적으로나 실질적 의미의 시민사회의 영역에 해당하는 조직이라고 보기에도 불충분하다.

그렇다면, 국가 및 시장 영역과 상호관계에서 제3의 영역으로서 주민자치회가 구축되기 위한 방안은 필요한가? 주민자치회라는 특수성이 시민사회라는 보편성에 녹아들 수 있는가? 라는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 문제는 자치권이 실제적으로 주민자치회에 부여된다면 몰라도 현재와 같이 일부 기능만 실험적으로 부여된 기능을 갖고 단체의 지위와 성격을 논한다는 것도 논리적 모순에 빠진다.

현재의 주민자치회는 사실상 민관 거버넌스형의 조직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다하더라도 이 조직의 구성방식, 절차, 개방성, 참여도, 일반성 등의 제 요소를 따져볼 때, 많은 취약점을 갖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구성 상태와 기능으로 본다면 주민자치회가 시민사회라기도, 시민사회조직의 허브가능성에서도 전혀 동의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이런 상태의 구성과 운영내용으로 본다면, 주민자치회는 자치의 이름을 빌린 새로운 형태의 관변조직, 반관반민 형태의 조직으로 그 수명을 다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해 있다고 해도 무리한 우려가 아니다.

가장 우려하는 것은 정부의 의지와 로드맵이다. 2000년대 시작한 주민자치센터가 당초의 자치실험 목적과는 달리 문화취미기능으로 고착화된 것도 정부의 의지축소, 공직내부의 은밀한 반란 등이 초래한 결과다. 이어서 실시된 주민자치 시범사업 또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일부 비자치형 모델에 가까운 시범사업으로 무용지물이 돼버린 상태에 빠져 있다. 정부는 이후 어떤 로드맵을갖고 주민자치를 할 것인지에 대한 비전도, 의지도, 개념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것 같다.

주민자치회의 운명, 갈 길
주민자치 시범실시에서 나타난 이런 여러 가지 문제점과 한계를 놓고 보면, 주민자치회가 말 그대로 주민자치의 주체로, 아니면 시민사회의 일원으로 그 존재가치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먼저, 주민자치회의 구성은 완전 개방형으로 위원들이 주민대표성을 확보하느냐가 존립의 가치를 결정하는 기준이다. 지금과 같은 친소관계에 의한 위촉이나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오는 기존 인물중심으로는 새로운 자치의 실험과 적용 자체가 무리라는 것이 우려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다.

결국의 이 문제는 정부의 의지문제로 귀결된다. 어떤 모델도 그것이 진정한 주민자치의 실험이 아니라, 현 관치자치의 일부 개선 모형으로는 진정한 자치모델, 주민자치조직과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비록 그것이 어떤 정책 이름을 갖고 시도되는 출발부터 기대 난망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결국, 주민자치회의 구성절차나 인적구성 요소가 주민들로부터 인정과 신뢰를 받는지가 존폐를 가르는 출발점이 된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렇다면, 우리가 실시한 시범모델 중에 여기에 합당한 곳이 과연 몇이나 될까하는 의문이 드는 건 당연하다. 이런 근본적 요소가 충족되지 않고서는 또 다른 로드맵도 의미를 갖기는 어렵다. 주민자치회가 시민사회의 영역이냐 아니냐와 시민사회와어떤 관계를 갖고 가느냐 등의 문제들조차 성립하지 않는 질문들이다.

다시 말해, 주민자치회에 대한 참여의 개방성, 구성의 다양성이 가장 기본적으로 존립의 가치를 인정받는 기준이고, 나아가 모델의 적합성이 실효적 타당성을 인정받는 기준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과 같은 모델과 위원 선발방식은 주민자치라는 이름을 가져야 할 의미가 없다. 전국적으로 이런 식으로 주민자치회를 결성만 해놓은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적어도 한 두 모델은 완전자치 모델로 다시 실험을 해보자. 위원도 주민이 직선하고, 그 기능도 근본적 자치라고 부를 수 있는 영역으로 확대해보자.

예를 들어, 주민자치위원을 배심원식으로 선발하고, 읍·면·동의 모든 정책을 주민자치회가 논의하고 결정하는 시스템을 하나라도 적용해보자. 읍·면·동 하나는 해체해 주민자치회로 재구성을 해보자. 이런 내용과 절차를 통해서만 주민의 관심과 참여, 위원회의 주민대표성, 읍·면·동 정책의 실질적 통합권을 가질 수 있다. 알맹이가 빠진 껍데기 자치나, 지엽적 실험결과를 갖고 주민자치의 일반화를 논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공공성(公共性)’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연구세미나95]
  • 문산면 주민자치회, 주민 지혜와 협의로 마을 발전 이끈다
  • 주민자치위원, 마을과 주민 위한 소통의 리더십 발휘해야
  • 별내면 주민자치위원회, 청소년들의 자율적 자치참여 유도
  • 사동 주민자치회, '행복한 끼'로 복지사각지대 해소 나서
  • 시흥시 주민자치, 주민이 마을의제 해결하는 ‘마을회담’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