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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주민자치 조례 제정, 못하는 것인가 안하는 것인가?] 주민에게 자치권 부여 법제도부터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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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주민자치 조례 제정, 못하는 것인가 안하는 것인가?] 주민에게 자치권 부여 법제도부터 만들자
  • 김찬동 충남대학교 자치행정학과 교수
  • 승인 2016.03.03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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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회 시범실시로 드러난 현장과의 괴리 해소를 위한 조례 방향
현 지방자치법과 특별법으론 주민자치 실질화 조례 제정 못해
김찬동 충남대학교 자치행정학과 교수.
김찬동 충남대학교 자치행정학과 교수.

주민자치 관련 조례에 ‘주민자치’란 단어가 들어간다고 다 ‘주민자치 조례’라고 하기는 어렵다. 주민자치는 현재 한국의 지방자치법상의 용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즉, 한국의 지방자치법에서는 주민자치를 인정하고 있지 않은 듯하다. 왜냐하면, 지방자치법에 주민자치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또 지방자치법은 지방자치단체의 종류와 조직, 운영에 대한 사항을 정하는 것이 목적이지, 주민자치에 관해 규정한 법률이 아니다.

그렇다고 하면, 주민자치센터나 주민자치위원회라는 것은 과연 어떤 근거로 현재의 지방행정에서 사용되고 있는가? 주민자치센터는 시·군·구의 사무에 대한 것 중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로서 열거된다. 즉,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의 10번째 읍·면·동사무소의 주민자치센터설치 및 운영에 관한 사무로서 언급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주민자치센터의 설치와 운영에 대한 사무는 시·군·구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사무’인 것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시·군·구나 시·도에 설치된 주민자치회나 주민자치위원회는 ‘자치사무’를 처리할 수 있는 조직이 아닌 것이다. 왜냐하면, 법률적 근거를 가진 조직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 조례에 주민자치회는 이름만 주민자치
현재의 조례에서 주민자치회는 ‘동에 설치된 문화복지 편익시설과 프로그램’인 것이지 주민들의 총회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즉, 주민이 자치회의 주권자가 아닌 것이다. 주민이 없는 시설과 프로그램에 불과한 것이 현재의 조례상의 주민자치회인 것이다. 다시 말해, 현재의 조례에서 말하는 주민자치회는 이름만의 주민자치지 실질적으론 주민자치가 아니다. 또 주민자치회의 원칙으로서 지역공동체형성이나 주민참여보장, 자치활동조장 등을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게다가 주민자치회 기능으로서 주민자치기능, 지역복지기능, 문화여가기능, 시민교육기능, 주민편익기능, 사회진흥기능 등을 규정하고 있으나, 시설이나 프로그램의 기능인 것이지, 주민자치회 총회나 주민자치회 이사회, 혹은 주민자치회 사무국의 기능은 아닌 것이다.

다시 말해, 현재의 조례가 상정하는 주민자치회는 자치체로서의 기관구성을 염두에 두고 제도설계된 것이 아니다. 현재의 조례가 상정하는 것은 주민자치센터라고 하는 시설이나 프로그램의 기능이고, 원칙에 불과한 것이다. 따라서 전국의 시·군·구에 설치된 주민자치 관련의 조례는 그 명칭이 ‘주민자치센터(혹은 자치회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인 것이지, 주민자치회의 설치나 운영에 관한 조례는 아니다. 부산시의 자치구에 제정된 조례가 ‘주민자치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라고 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주민자치센터에 관한 조례와 다를 바 없다.

또 당진시의 주민자치협의회 설치 운영조례(2015.1제정)에는 주민자치협의회라는 명칭이 최초로 등장한다. 즉, 주민자치협의회는 ‘주민의 대표’로 구성돼 주민의 자치활동강화에 관한 사항을 수행하는 조직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것은 주민자치에 대한 보다 실질적인 개념에 접근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어떤 연유인지, 현재는 ‘당진시 주민자치센터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2016년 1월 전부개정)만이 존재한다. 즉, 주민자치협의회 설치에 관한 운영조례를 폐지했다는 것이다. 또 ‘강원도 주민자치 지원 활성화 지원 조례’(2015년 12월 제정)의 경우 ‘주민자치’를 정의하면서 역시 주민자치센터나 주민자치위원회, 혹은 비영리공익단체의 활동이라고 하고 있다. 요컨대, 현재의 주민자치 관련의 조례로서 주민자치란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살펴보면, 주민자치를 주민들이 근린생활구역의 주권자로서 총회를 구성하고 의사결정권을 행사하는 ‘진정한 주민자치’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질적 주민자치 규정, 현 조례 중엔 없어
주민자치 관련 조례를 이렇게 ‘실질적으로 주민자치’를 규정하고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보면, 현재의 조례 중에서는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즉, 현재의 지방자치법과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특별법(2013년 5월 제정)만으로는 실질적 주민자치를 구성하는 조례를 만들 수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실질적 주민자치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주민자치시행특별법(가칭)’을 제정하고, 현재의 지방자치법에 주민을 근린생활구역의 주권자로 규정하고, 주민을 회원으로 하는 주민총회, 주민총회로부터 선출되는 대표자로 구성되는 주민근린의회, 근린생활구역의 자치사무를 집행하는 주민자치사무국, 주민자치관리를 위한 자치관리세 등으로 주민자치를 위한 '기관구성’을 명확히 법률로서 규정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현재의 법률체계 하에서는 자치관리세를 징수하는 조례를 만들 수 없다. 또 근린생활구역에 거주하는 모든 거주자(혹은 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세원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자치의 기본이 되는 세원을 만들 수 없다는 실질적 주민자치는 어렵다고 봐야 한다. 법률가들은 조세법률주의로 인해 법률의 형식이 아니고서는 주민들에게 의무와 부담을 주는 세원을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만들 수 없다고 한다. 즉, 국회에서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논리에 의하면, 당연히 주민자치에 관한 세원을 규정하는 조례를 만들 수 없는 셈이다.

다음으로 기관구성에 대한 규정은 통상적으로 동창회나 학회 등과 같은 친목단체나 비영리공익단체에서도 기관구성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즉, 구성원들 전체로서 이뤄지는 총회가 있고, 이 총회에서 회장을 선거로 선출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회장이 임원진을 구성해 일정기간의 회무를 결정하고 집행하는 것이다. 회원들로부터 회비를 징수하고, 이 회비로 사무국을 둬서 회원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것이 동창회나 학회 등의 기본적인 ‘자치시스템’이다.

현 특별법, 읍·면·동에 주민자치할 의도 없어
왜 그러면 이런 ‘자치시스템’을 특별법(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에서 도입하지 않았던 것일까? 이 법의 제정자들은 자치시스템에 대한 인식이 없었던 것일까? 특별법 29조를 보면, 주민자치회의 구성에서 주민자치회의 위원에 대한 규정이 나오고, 이를 지방자치단체장이 위촉한다고 한다. 다시 말해 주민자치회의 회원에 대한 규정이 없는 상태다. 즉, 주민없는 주민자치회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고, 주민자치회가 실질적 주민자치가 되기 어려운 이유다. 즉, 자치에 대한 철학이 없는 것이 아닌가 한다.

또 주민자치위원의 역할에 대한 규정도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라고 돼 있다. 주민자치는 근린생활구역에 대한 의사결정과 근린생활서비스에 대한 집행, 그리고 근린생활구역에 대해 규제를 할 수 있는 규정(rule)의 존재를 그 핵심적인 요소로 한다고 할 때, 특별법의 규정으로서는 주민자치를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제27조 주민자치회 설치의 목적으로서 ‘풀뿌리자치의 활성화와 민주적 참여의식 고양’이라고 하는 규정을 두고 읍·면·동에 해당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구성되는 주민자치회를 둔다고 하고 있다.

여기서 법률 조문 상에서도 모순이 생기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즉, 27조에서는 주민으로 구성되는 주민자치회를 둔다고 하면서 정작 주민자치회의 위원은 지방자치단체장이 위촉한다는 것은 상호 모순이다. 주민을 주권자로 생각한다면, 주민자치회의 위원은 주민들이 선출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데, 주민들이 주권자가 아니라고 할 때, 읍·면·동의 통치자가 임명하게 되는 것이다.문제는 읍·면·동의 통치자에 해당하는 것이 특별법에 의하면, 시·군·구의 단체장이 되는 셈이다. 이것은 읍·면·동 지역의 자치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시·군·구의 지방자치단체장이 읍·면·동의 주민자치회의 위원을 위촉한다는 것은 시·군·구의 행정구역으로서 읍·면·동을 인식한다는 것이지, 시·군·구로부터 자치권을 위임받거나 위탁받은 ‘읍·면·동의 자치’를 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다시 말하면, 현재 한국의 읍·면·동에는 특별법에 의하더라도 읍·면·동에 주민자치를 하려는 법률제정자의 의도가 전혀 없는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하면, 주민자치라는 단어를 사용해선 안될 것이다. 읍·면·동 행정에 주민들의 일부를 참여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주민자치 실질화 위한 조례 제정 못해
행자부(구 안행부)의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표준조례(안)’을 보면, 이 조례 안의 목적이 특별법의 27조 규정에 따라서 ‘풀뿌리 자치의 활성화와 민주적 참여의식 고양을 위해 주민자치회의 설치및 운영에 관한 것’이라고 하여 주민자치를 명확히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2조의 정의에서 주민자치회란 읍·면·동에 설치되고, ‘주민의 대표’로 구성돼 라고 명확히 밝히고 있다. 이것은 주민자치의 실질적인 구조를 도입할 수 있는 규정으로 보인다. 즉, 주민의 대표이므로 주민들의 총회가 있을 것이고, 이로부터 대표를 선출해 대표권을 가진 주민근린의회의 구성을 상정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하면, 여기서 의사결정이나 읍·면·동 조례의 제정이 가능하고, 자치세의 부과도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대표권을 갖는 사람들은 조세의 징수를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구절에서 이것은 불가능함을 알 수 있다. 즉, 주민자치회는 ‘주민자치센터를 운영 등 주민의 자치활동 강화에 관한 사항을 수행하는 조직’으로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주민자치회의 자치권이 통용되는 공간은 ‘주민자치센터’에 불과하고, 읍·면·동 행정구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읍·면·동의 행정구역에 대한 행정권이 여전히 읍·면·동장에게 위임돼 있다는 지방자치법의 규정이 살아 있는 셈이고, 읍·면·동의 행정사무의 극히 일부에 불과한 주민자치센터의 공간에만 주민자치권을 부여한다는 의미다.

또 주민자치회 위원이란 ‘읍·면·동의 주민들을 대표하는 주민자치회의 구성원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주민자치회 자체가 자치할 수 있는 공간이 주민자치센터라는 물리적 공간에 불과하다면, 읍·면·동의 행정공간에 자치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지방자치법이나 특별법으로서는 주민자치를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조례를 제정할 수 없다. 즉, 주민자치 실질화를위한 조례를 제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읍·면·동 구역에 자치권 부여해줘야
주민자치를 실질적으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주민자치의 개념과 철학, 기관구성, 자치를 통한 근린생활서비스의 종류와 세원, 기존의 행정기관과의 관계, 지방자치단체와의 관계, 국가와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해줘야 한다. 즉, 현재의 행정시스템의 패러다임 전체를 혁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혁신은 과학기술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행정의 시스템과 일하는 방식, 공무원의 사고방식과 관행에서도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 고도성장시기에 구축된 행정관리 시스템은 저성장시대에 더이상 그대로 작동하게 방치해선 안 된다. 행정이 읍·면·동이나 아파트단지까지 하나하나 법령으로 규제하고 통제하려고 해선 과부하에 걸린다. 행정의 낭비와 중복으로 인해 정부예산이 줄줄 새는 것이다. 법규대로 집행하려고 하면 할수록 예산낭비가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인식을 시민들은 하게 돼 정부신뢰가 오히려 떨어지는 현상도 생긴다. 집행을 담당하는 공무원은 규정되고 했으니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나, 시민들은 정부예산이 낭비되고 있다고 느낀다.

공공관리를 하는 방식과 공직이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공공행정이 근린생활서비스까지 규제하고 규율할 수 없다. 오히려 근린생활서비스는 구역의 주민들이 스스로 규정을 정하고, 이에따라 부담도 하고, 대표자도 뽑아서 의사결정하는 실질적 ‘자치’를 하도록 해줘야 한다. 이를 위해 행정법체계의 전면적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현재와 같이 일제식민지시대의 유산인(상당히 뿌리깊게 남아 있는)대륙계 행정법체계를 패러다임 전환시켜야 한다. 주민자치의 전통이 살아있는 영미법계의 행정법체계로 패러다임을 새롭게 제도설계해야 한다. 그 시작이 바로 주민자치회의 기관구성에서부터 제대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미 주민자치회 시범실시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제3회 주민자치실질화 대토론회’(2016년 1월 12일, 국회)에서 잘 정리돼 있다. 주민관치에서 주민자치로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것이고, 주민총회를 결성하고 의결집행기능이 있어야 한다(강원도주민자치회 대표회장), 주민자치위원 선정권을 주민에게 돌려달라(충청북도주민자치회 회장), 현행 주민세를 주민자치회 재원으로 만들어달라(전라북도주민자치회 회장), 주민자치법 올해 통과시켜줄 것을 강력 촉구한다(전라남도주민자치회 회장), 주민자치특별법 만드는데 총력을 결집해야 한다(경상북도주민자치회 대표회장) 등의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현장의 주민자치위원회의 활동을 하고 있는 주민 리더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주민자치법 제정이 선결조건이다. 이것 없이 주민자치 관련 조례를 제정한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즉, 주민자치센터라는 물리적 공간에 대한 자치권의 위임에 불과한 것이다. 읍·면·동 구역에 대한 주민자치를 진정으로 하려고 한다면, 행정권을 시·군·구로 철회하고, 이 공간에 자치권을 부여해줘야 한다. 그리고 주민들이 주권자가 돼 최소한 근린생활구역내의 자치를 할 수 있도록 법제도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 다음에 조례를 제정하는 것이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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