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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주민자치 조례 제정, 못하는 것인가 안하는 것인가?] 주민의 조례제정 청구권 요구가 현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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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주민자치 조례 제정, 못하는 것인가 안하는 것인가?] 주민의 조례제정 청구권 요구가 현실적
  • 최인수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자치행정연구실수석연구원
  • 승인 2016.03.04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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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 (활성화) 관련 조례 제정을 위한 전략들
무엇보다 민주적인 주민자치회와 지역사회 역량이 관건
최인수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자치행정연구실수석연구원.
최인수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자치행정연구실수석연구원.

강원도에서 2013년 말 ‘강원도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2014년 1월초 공포 시행한데 이어, 2015년 12월 31일에는 ‘강원도 주민자치 지원 활성화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시행됐다. 본 주민자치 지원 활성화 지원 조례에서는 주민자치 지원근거가 지방자치법 제10조 및 동법시행령 제8조에 의거한 사무의 구분에 따라 시행되고 있어, 지원사업의 범위 등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이 미비해 지원책 부족 및 실질적인 지원이 부족하다. 그러나 본 조례를 통해서 주민자치센터 및 주민자치 활성화 단체 지원의 법적 근거를 명확하게 하고, 활동지원을 통해 주민자치 발전에 기여하고, 주민자치 실현을 통한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또 본 조례의 주요 내용으로 ‘주민자치 활성화를 위한 지원사업의 종류와 범위(제3조)’ ‘주민자치 활성화 단체에 대한 지원방법 및 결산에 관한 사항(제4조, 제5조)’과 ‘보조사업자에 대한 지도·감독 사항(제6조)’ 및 ‘주민자치 활성화에 기여한 자에 대한 포상(제7조)’ 등을 다루고 있다. 본 조례에서 주민자치 지원사업으로는 ‘주민자치위원 역량 강화를 위한 사업’ ‘시민의식제고를 위한 교육사업’ ‘주민자치 활성화를 위한 프로그램 개발 및 보급사업’ ‘주민자치 활성화를 위한 프로그램 경연대회 개최’ ‘타 시·도와의 주민자치 교류사업’ ‘주민자치 시설 및 환경개선 사업’ 등을 명시하고 있어 읍·면·동 지역사회에서 주민들이 서로 소통하고 협의·연대할 수 있는 허브로서의 주민자치회, 이를 통한 행정과의 협치를 할 수 있는 기구로서의 주민자치회 활성화를 지원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마을공동체에 희망을 싹틔우는 마중물
이처럼 주민자치의 활성화를 위한 중요한 요소로는 다양한 것들이 있겠으나, 손뼉도 부딪혀야 소리가 난다는 말처럼 행정기관에서의 주민자치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과 그런 지원에 기반 해 주민자치를 활성화할 수 있는 지역사회 주민들의 주민자치역량, 이 2가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지금은 전국적으로 상수도의 보급률이 높아져 아주 두메산골이 아니고서는 보기가 쉽지 않지만, 20-30년 전만해도 소위 시골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지하수를 퍼올리는 펌프다.

펌프는 한번 물을 길어 올린 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펌프 내에 있는 수위(지하수)는 아래로 내려가고, 펌프의 윗부분은 물이 없는 상태가 된다. 이런 마른 펌프에서 물을 길어 올리기 위해서는 한 바가지의 물을 펌프에 넣어야 하고, 이 한 바가지의 물이 들어가면 놀랍게도 바짝 말라있던 펌프에서 펑펑 물이 솟아난다. 이때 들어가는 한 바가지의 물을 ‘마중물’이라 한다. 마중물은 마른 펌프에서 물을 퍼올리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이고,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마중물이라는 개념은 이미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가 마을만들기 영역에서 널리 쓰이는 개념이 됐다.

1950년대 전쟁을 겪고 난 대한민국에는 그야 말로 아무것도 없었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수확철에 거둬들인 곡식은 풍요롭지 않아, 봄철 보리가 여물 때까지 굶주림을 안고 넘어야 한다는말에서 생긴 것이 ‘보릿고개’다. 그 보릿고개를 넘기 위해서 먹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국가의 최고 목표가 되던 시기였다. 있는 자본을 다 끌어 모아 국가주도의 경제발전정책을 강하게 추진하고, 이런 급속한 경제성장의 과정에서 공장에서의 일이 중요한 것이고, 사람들 간의 소통과 끈을 이어주는 마을과 공동체는 서서히 소외되고 해체돼 왔다.

이제 소외되고, 해체돼온 마을과 공동체를 다시금 살아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마른 펌프에서처럼 바짝 말라버린 공동체를 다시 싹틔우기 위해 마을만들기사업을 추진하는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마중물과 같은 한 바가지의 물(보조금 사업)을 준비해야 한다. 한 바가지의 마중물은 숨죽이듯 사라진 듯한 도시의 마을공동체와 농촌의 마을공동체에 다시금 희망을 싹을 틔울 수 있는 귀중한 물이 되고 있다.

마중물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조례필요
지금의 읍·면·동 지역사회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급속한 경제성장을 위해서 ‘주민이 주도하고, 스스로 결정하며, 시행하는 민주성’보다는 ‘중앙정부가 주도하고, 결정하며, 추진되는 효율성’이 압도하던 지난 50~60여 년의 시간이 흘렀다. 국가정책의 모든 것은 그야말로 먹고 사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논리 속에 경제성장을 위해서 개인의 의견을 희생할 것이 요구됐으며, 중앙정부의 결정에 신속하게 따르는 것만이 절대적인 선처럼 강요됐다.

그런 가운데 마을과 지역단위에서 스스로의 문제, 지역사회의 현안을 스스로 풀기위한 노력과 경험들은 사라져가고 말았다. 그러나 경제성장과 더불어 인구는 급격히 증가했으며, 노령화됐으며,사회는 더욱 복잡해졌고, 국가기구는 비대해졌다. 정부에 요구하는 행정서비스의 영역은 광범위해졌다. 생활과 밀접한 근린단위에서의 다양한 현안들을 중앙정부가 행정서비스를 통해서 해결하는 데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으며, 30여 년간 단절됐던 지방자치제를 다시 실시한 지도 20여 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있지만, 자치단체장에 의한 단체자치가 이뤄지고 있을 뿐, 읍·면·동 근린단위에서의 주민자치가 뿌리를 내리기는 커녕, 싹도 제대로 틔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행정에서 마중물이라는 다양한 정책수단을 통해서 주민자치가 가능할 수 있도록 주민들의 역량강화를 추진해야 한다. 마중물을 통해서 주민자치의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릴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중앙정부에 의한 정책추진에 따라가는 것은 익숙하지만, 지역사회 또는 주민들 스스로가 지역의 현안들을 스스로 해결하기 위한 진지한 논의와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그다지 경험해 본 적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만큼 주민자치를 제대로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이다.

여기서 마중물을 행하는 주체는 행정이 될 것이고, 마중물의 주요한 내용은 강원도 주민자치 지원 활성화 지원 조례에서처럼 주민자치위원 역량강화사업, 시민의식제고 교육사업, 주민자치 활성화 프로그램 경연대회, 교류사업 등 다양한 주민자치와 관련된 지원사업일 것이다. 이런 마중물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치법규로서의 주민자치 관련 조례가 필요하다.

주민자치 관련 조례 제정은 어떻게?--------
그렇다면 이런 주민자치 활성화와 관련된 조례의 제정은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어떤 전략을 통해서 이런 조례의 제정을 이끌 수 있을까? 다양한 방법이 고민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강력한 정책적 드라이브
첫째, 중앙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강력한 정책적 드라이브다. 백마를 타고 온 초인처럼 주민자치에 대한 강한 신념을 갖고 나타난 자치단체장이 주민자치와 관련한 조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경우가 될 것이다. 또는 지방의회의 의원들이 앞장서서 조례를 발의하고 제정하는 방식이다. 하향식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에서 주도적으로 주민자치센터 또는 주민자치회 설치와 운영에 대한 조례를 제정, 시행하는 방식이다.

이는 매우 빠른 길일 수 있으나,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데, 마주쳐야 할 또 다른 손(주민자치역량)이 준비가 되지 않아 허공만을 휘저을 수 있다. 조례만 먼저 만들고 아무 일도 행해지지 않는 그런 일이 발생할 수 있고, 무늬만 주민자치(주민자치회)라는 비판에 직면하기 쉬운 방식이다. 그러나 지역사회의 주민자치역량이 어느 정도 검증되고, 확보돼 있는 상황이라면 매우 유용한 방식일 수 있다.

"행정은 마중물을 통해서 주민자치의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릴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주민이 지자체장과 지방의회에 요구
둘째, 주민들이 앞장서서 주민자치 관련 조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에 요구하는 방식이다. 전적으로 상향식 방식이다. 조례를 요구할 정도로 주민자치적인 역량이 이미 확보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주민들의 요구를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 의원들이 수용하는 것은 한편으로는 용이하지 않은 측면이 명확히 존재한다. 왜냐하면, 자치단체장과 의원들은 자신들의 권한을 분산한다는 인식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방의회가 있는데, 본인들이 주민의 이해와 요구를 파악하고 수렴해서 다 처리하고 있는데, 왜 미래의 자신의 경쟁자가 될지도 모르는 읍·면·동단위의 주민자치위원들을 둬야하는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실제적으로 지난 2013년부터 추진되었던 행정자치부의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에서는 이런 오해로 인해 시범사업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던 곳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내 주민과 조직들이 중심이 돼 지역의 발전과 주민의 행복을 위한 주민자치조직의 허브로서 주민자치 활성화를 위한 조례, 주민자치회 조례 제정 등을 지자체장과 지방의회에 요구하는 방안은 매우 현실적이기도 하면서, 효율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런 요구를 조직화할 수 있는 지역사회의 역량이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다. 또 지방의회 등과의 관계 설정이 대립과 경쟁이 아니라, 협력과 보완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지난 2000년대 초반 성남시에서 주민발의에 의해 ‘성남시의료원 설립을 위한 조례 제정’을 요구했던 사례가 있으며, 최근에는 ‘시흥시청년기본조례’에 대한 주민청구가 있다.

타 유사한 법령에 의존
셋째, 타 유사한 법령에 의존하는 방식이다. 최근 생활자치 공간으로서의 마을과 공동체와 관련된 정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이에 대한 제도적 기반 마련을 위한 관계법령 검토 및 법안 발의가 이뤄지고 있다. 가령, ‘사회적경제기본법’ '마을기업 육성법’ ‘공동체발전 기본법’ 등이 그것이다. 또 직접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주민자치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나, 현재의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의 법적 근거가 되고 있는 ‘지방분권 및 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 등이 그것이다.

도시지역 등에 한정되는 측면이 없지 않으나, 아파트단지 등 공동주택에서의 입주자대표회의를 규정하고 있는 ‘주택법’도 주민자치의 내용을 품고 있는 매우 유사한 법령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유사한 법령의 제정 또는 개정시 그 법안이 갖고 있는 목적과 내용 등에 비춰 주민자치 또는 주민자치회와 관련한 내용을 삽입해, 이에 근거한 지방자치단체의 주민자치 관련 조례 제정을 유도하거나 강제하는 방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주민자치의 배경 및 필요성 등에 대한 이해가 사회전반적으로 확산될 필요가 있다.

착실하게 쌓은 성숙된 주민자치역량으로
마지막으로, 더디 가더라도 주민자치역량을 착실하게 높여가면서, 아래로부터의 근원적인 변화의 힘에 의해서 관련된 조례를 제정하고 시행하게 하는 방법이다. 주민자치에 대한 제도적인 접근에 천착하기보다는 마을과 공동체단위에서 실질적인 주민자치의 모델과 사례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주민자치를 위한 성숙된 역량들을 기초부터 쌓아나가는 방식이다. 어린이들이 뛰어노는 운동장처럼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고, 소통하고, 논의하고, 결정하고, 실행하는 민주적 훈련의 장으로서의 주민자치 현장과 사례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법이나 제도적으로 규정된 틀에서가 아니라, 실질적인 민주적 공간으로서의 주민자치를 위한 기구, 그것을 우리는 주민자치회라고 명명할 수 있을 것이다. 행정에 의존된 전형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는 시도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마을만들기전국네트워크가 중점적으로 고민하고 진행하는 방식이다.

주민자치회, 허브 플랫폼 돼야
이 모든 제안된 방식에도 불구하고, 주민자치 관련 조례 제정을 위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주민자치(위원)회가 읍·면·동단위 지역사회에서 각종 자생단체를 비롯해 주민공동체, 주민개개인들의 이해와 요구에 기반 한 현안들을 스스로 논의하고, 결정하고, 시행할 수 있는 진정한 민주적 조직으로서 성장해야 하며, 주민자치를 위한 허브 플랫폼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 주민들의 역량도 강화돼야 하며, 손뼉을 마주치기 위한 행정의 마중물지원도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을 담아내는 주민자치 활성화 관련조례의 제정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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