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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_한국형 주민자치회에 요구되는 권한과 역할] 읍·면·동 지역공동체조직들 ‘통솔’ 권한 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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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_한국형 주민자치회에 요구되는 권한과 역할] 읍·면·동 지역공동체조직들 ‘통솔’ 권한 부여
  • 곽현근 대전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 승인 2016.01.07 1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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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자본과 지역공동체주축조직의 관점에서 바라본 주민자치회의 역할
공동체조직들 지원 및 가교적·연계적 사회적자본 형성 매개역할 수행
곽현근 대전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곽현근 대전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지역공동체 조직의 의의

현대사회에서 시민의 사회적 책임의식과 실천을 이끌어내고 민주주의를 활성화하기 위한 주요전략이 바로 지역공동체 형성과 참여다. 지역공동체는 지역주민들 사이에 유대와 호혜의식 뿐만 아니라, 지역에 대한 애착과 정체성이 형성돼 있음을 의미한다. 주민들 사이에 형성된 유대와 호혜의식 또는 정체성은 주민들 사이의 협력과 집합적 행동을 쉽게 만드는 자원역할을 한다는 의미에서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으로도 불린다.

지역공동체 또는 사회적자본 형성의 매개체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바로 지역공동체조직(community organization)이다. 지역공동체조직은 지역공동체구성원(community member)과 구별된다. 지역공동체구성원은 공동체조직의 관여와는 상관없이 특정지역에 살면서 자연스럽게 공동체 일원이 되는 일반주민을 의미한다. 반면, 지역공동체조직은 지역공동체구성원들의 조직화 노력의 산물이다.

구체적으로 지역공동체조직은 지역공동체구성원 한사람 또는 상대적으로 작은 집단에 의해 시작돼, 지역 주민을 하나의 구조화된 형태로 결집해가면서 결사(結社)형태의 조직을 이루고, 때로는 공공기관과 협력해가며 지역의 삶의질 향상을 위한 의도된 공동행위를 지속적으로 수행한다. 지역공동체조직은 지방정부에 대한 서비스요구자가 되기도 하고, 제3섹터를 형성하면서 정부대신 공공서비스 공급자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또 지역공동체 조직을 통한 참여와 의사소통의 경험은 주민의 정치적 무력함을 해소시켜주고, 정부정책결정과 집행에도 영향을 미침으로써 권력의 분권화와 참여민주주의 구현에도 기여한다.


지역공동체조직으로서 주민자치회 사명

우리사회에도 지역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자생적 또는 공식제도 형태의 지역공동체 조직활동이 증가하고 있다. 이미 읍·면·동에는 주민자치위원회, 이통장협의회, 바르게살기위원회 등 관청과의 동반자적 봉사단체로 뿌리내린 지역공동체조직들이 존재한다. 또 도시지역의 경우 행정조직과는 어느 정도 유리돼 있으면서 자발적 또는 다른 규정에 의해 조직된 아파트입주자대표자회의, 아파트부녀회, 번영회 등이 활동하고 있다.

농어촌의 경우 자연부락 성격의 최하위 행정구역인 이(里)단위에 이장을 중심으로 마을총회, 부녀회, 노인회 등으로 구성되는 준공공조직 성격의 공동체조직이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최근에는 정부주도 마을만들기사업의 추진기구로서 마을 또는 읍·면·동 단위의 협의회가 증가하는 추세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경제의 일환으로 도입되는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협동조합들도 지역공동체 조직으로 간주된다.

우리가 관심을 갖는 주민자치회도 2010년 제정된 ‘지방행정 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읍·면·동에 공식적으로 도입하려는 지역공동체 조직이다. 하지만 지난 2년간의 시범사업을 돌이켜 볼 때, 행정보조를 위한 주민봉사 수준의 기능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부과하는 관행이 되풀이 되면서 기존관변단체와 차별화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단순친목조직으로까지 평가절하된 주민자치위원회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조직의 존재이유는 ‘사명(mission)’에서 찾을 수 있다. 주민자치회도 ‘왜 우리 조직이 존재해야 하는가?’ ‘우리 조직이 없으면 무엇이 문제인가?’에 대한 명확한 답을 갖고 있어야 한다. 사명은 지역주민에게 주민자치회가 무엇을 하고 있고, 왜 특별하며, 차별화되는지를 말해주고, 주민들로부터 주민자치회의 정당성을 인정받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른 지역공동체조직과 차별화되면서 주민자치회의 존재이유와 정당성을 보여주는 사명은 무엇인가? 이것은 개별 주민자치회 구성원 스스로 도출해야할 몫이다. 하지만 ‘좋은 이론만큼 실질적인 것은 없다(Nothing is as practical as good theory)’라는 어느 심리학자의 격언에서처럼 기존의 지역공동체 관련 이론을 통해 사명의 실마리를 풀어볼 수 있다. 주목할 이론은 동네규모, 사회적자본, 그리고 지역공동체 주축조직(community anchor organizations)에 관한 것이다.


동네규모와 지역공동체 조직의 성격

영국학자 Somerville(2011)은 영국의 동네규모를 네가지로 분류하면서 지역공동체조직의 형성가능성과 성격을 제시한다. 첫째, 약 500명 미만의 주민들로 구성되는 부모의 감시 없이 어린이가 놀 수 있을 정도의 작은 블록단위 규모다(동네규모 1). 이 규모에서 매우 친밀한 사회적 상호작용이 가능하지만, 동네를 대표하는 주민조직이 형성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둘째, 주민 수 500~3000명 정도로 주민사이에 지위, 계급, 인종 등과 관련된 정체성이 형성되는 규모다(동네규모 2). 이 규모에서 동네주거조직, 소규모 스포츠 동우회 같은 조직화 동인이 작동한다. 전체 주민이 참여해 숙의할 수 있는 지역공동체 조직구성이 가능하고, 해당조직이 외부에 대해 지역을 대표할 수 있다.

셋째, 3000~2만명의 주민들을 포함하는 ‘최하위 정부계층의 관할구역’에 해당하는 동네다(동네규모 3). 이 규모에서 지방정부의 교육, 치안, 복지 등의 서비스가 제공되면서 주민과 정부 사이의 제도화된 상호작용이 가능해진다. 모든 주민의 직접참여가 어려워지면서 선출직 공직자가 배출되는 규모이기도 하다. 많은 지역공동체조직들이 이 규모에서 활동하지만, 전체 동네를 대표하는 주민조직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넷째, 경제적 차원이 강조되고, 직장, 대학교, 프로스포츠 등의 요소가 가미되는 인구 2만명 이상의 동네 규모다. 이 규모의 동네는 도시로 간주되면서 일반적으로 동네논의에서 제외된다.

행정자치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1월 현재 읍의 평균인구는 약 2만1000명, 면 4000명, 행정동 2만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Somerville의 분류와 비교해보면, 읍·면·동 평균인구는 대체적으로 ‘동네규모 3’에 해당됨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읍과 행정동의 경우, 영국기준에서 보면 동네보다 도시의 경계에 있을 만큼 규모가 크다.


사회적자본 유형과 지역공동체 조직역할

사회적자본의 유형에 관한 문헌들은 어떤 지역공동체조직들이 지방민주주의를 위한 제도로서 성공하고 실패할 것인가를 공식화해준다. 사회적자본은 결속적(bonding), 가교적(bridging), 연계적(linking) 유형으로 분류된다. 결속적 사회적자본은 폐쇄된 네트워크에서의 구성원간 관계에 초점을 두고 내부결속을 강조한다. 반면, 가교적 사회적자본은 내부결속 보다는 외부와의 네트워크 형성과 거기서 파생하는 ‘약한 유대(weak ties)’와 다양한 자원에의 접근가능성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연계적 사회적자본은 특정 지역공동체와 공공기관사이의 네트워크 및 신뢰관계를 강조한다.

대부분 지역공동체조직들은 비슷한 관심사 또는 이해관계를 가진 주민들의 유대와 서비스생성에 초점을 두면서 결속적 사회적자본 형성 역할로부터 출발한다. 지역공동체조직을 통한 잦고 밀도높은 상호작용은 참여자 사이에 강한 신뢰와 호혜관계 형성을 통해 내부구성원 사이의 조정과 협력을 촉진시킨다. 하지만 이들 지역공동체 조직들이 내부결속에만 집착하고 가교적 유대의 노력이 없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폐쇄적이고 적대적이며 부패한 제도로 전락할 수 있다. 다양한 지역공동체조직 사이의 교류와 연계의 촉진은 이해관계와 정체성 차이로 분열된 공동체들을 한데 묶고 전체 지역공동체를 대변할 수 있는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제도의 발전가능성을 높인다.

마지막으로 지역공동체 조직들은 정부가 마련한 제도 참여 등을 통해 연계적 사회적자본을 형성하고, 지역주민의 관심사를 정부에 전달하며, 공직자의 책임을 묻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요약하면, 사회적자본 문헌들은 지역공동체조직들이 순차적으로 결속적 유대를 가교적 유대로까지 ‘확장해 나가고(reach out)’, 연계적 유대를 생성해 조직의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scale up)’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지역공동체 주축조직

신 노동당정부로부터 최근 보수당정권까지 일관되게 지역공동체활성화 정책을 펼쳐온 영국이 주목하고 있는 것이 ‘지역공동체 주축조직’이다. 영국의 공동체연합(CommunityAlliance)에 따르면, 지역공동체 주축조직은 지역공동체가 주도하는 독립된 조직으로서 다목적성을 갖고 지역문제와 위협에 대해 종합적인 해결책을 제공하는 역할을 통해 공동체발전의 동력을 제공한다. 주축조직은 독립적이지만 지역의 공공기관, 기업, 자원봉사조직, 지역공동체조직들과 상호의존적 관계를 맺으며 임무를 수행한다.

지역공동체주축조직의 역할로는 첫째, 서비스제공자(service provider)로서 주민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거나 다른 서비스의 접근을 돕는다. 둘째, 공동체재정관리자(community financier)로서 시설을 직접 운영하거나 다른 공동체조직의 지원을 통해 자본과 기회가 지방정부 또는 외부기관으로부터 동네로 유입되도록 지원한다. 셋째, 공동체대변자(community advocator)로서 공동체와 공공기관 사이의 중개 역할을 통해 공공서비스 변화의 촉매자가 되기도 하고, 주민들로 하여금 지역의 쟁점과 서비스에 관여하고 목소리를 내도록 돕는다. 넷째, 공동체기반 조성자(community infrastructure supporter)로서 동네의 다른 공동체조직들의 조직화, 역량형성, 의사결정 및 참여기술의 향상 등을 지원한다. 다섯째, 공동체역량강화촉진자(community empowerer)로서 주민들로 하여금 지역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도록 촉진하고 적극적인 시민성과 역량을 강화하는 것을 지원한다.

공동체연합은 지역공동체 주축조직의 특징을 ‘표’와 같이 7가지로 요약하고 있다.

<표>지역공동체 주축조직의 특징.

세 이론의 통합관점에서 바라본 주민자치회의 역할

위 이론들은 지역공동체 조직의 역할을 시간, 공간, 그리고 시대적 규범의 관점에서 조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우선, 사회적자본 관점은 지역공동체 조직의 역할로서 관계형성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지역공동체 조직이 시간을 두고 결속적, 가교적, 연계적 유대로 이어지는 선형적 발전단계를 통해 잠재력을 극대화 하면서 지역발전과 민주주의에 공헌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동네규모 관점은 지역공동체조직의 기반이 되는 공간규모가 달라지면, 강조되는 사회적자본의 유형도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예를들면, 비교적 동질적인 주민사이의 정체성 형성이 쉬운 ‘동네규모 2’와는 달리 ‘동네규모 3’에서는 다양한 정체성과 이해관계가 형성되면서 가교적 사회적자본의 중요성이 커진다. 또 정부의 공식참여제도는 행정계층을 단위로 설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공동체조직 또는 대표의 제도참여를 통한 연계적 사회적자본의 형성가능성도 ‘동네규모 3’에서 높아진다.

지역공동체주축조직의 관점은 제도차원에서 지역공동체조직을 설계할 때 공동체개발, 공동체(시민)와 국가의 연결, 자산이전(asset transfer), 제3섹터의 역할 등 상호 연관된 광범위한 정책주제들을 동시에 고려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또 지역공동체활성화 정책의 효과적 추진을 위해서 정부와 대등한 파트너로서 다양한 지역공동체조직들의 통솔조직(umbrella organization) 또는 대표조직의 육성 또는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주민자치회는 작은 마을단위의 결속적 사회적자본에 기반을 두고 진화한 조직이 아니라 처음부터 읍·면·동 단위에 설치하려는 제도다. 따라서 읍·면·동 전체주민을 두고 강한 결속력을 이끌어내기 보다는 읍·면·동의 다양한 지역공동체 또는 공동체조직 사이의 가교적 사회적자본형성과 정부와의 연계적 사회적 자본형성 역할을 통해 차별화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구체적으로 읍·면·동 하위단위 지역공동체조직의 결속적 유대형성 역할을 측면지원하고, 나아가 그들 조직들의 가교와 연계적 사회적자본 형성의 매개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또 읍·면·동 단위 단일목적 지역공동체조직들의 통솔조직을 염두에 두고 제도화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 요약하면, 기존 지역공동체조직들의 수평적·수직적 연계를 통한 읍·면·동 공동체주축조직으로서의 위상을 부여하고, 정부와 대등한 파트너로서 읍·면·동의 공동의사결정과 공동생산에 참여하는 주민자치회의 청사진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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