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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_주민자치회와 마을 거버넌스 구축 방안] 보이지 않는 자원 동일가치로 엮는 과정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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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_주민자치회와 마을 거버넌스 구축 방안] 보이지 않는 자원 동일가치로 엮는 과정 중요
  • 김준열 강북구사회적경제지원단 팀장
  • 승인 2015.12.0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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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와 지역분권을 위한 사회적경제의 작동 방식 (부제; 주민자치회와 사회적경제 조직과의 네트워크 방안)

영리-비영리 횡단 및 지역 주체 인큐베이팅 할 중간지원기관 필요
김준열 강북구사회적경제지원단 팀장.
김준열 강북구사회적경제지원단 팀장.

지역 패러다임? 국가 패러다임!

사회적경제는 지역을 위한 것일까, 국가를 위한 것일까? 실행방법은 마을지역 패러다임에 토대하지만, 성과에 관한 요구는 국가 패러다임에 근거하는 역설, 지원체계가 형성됨으로써 발생하는 기회와 위기가 있다. 위기를 넘어 기회를 만들어야 하는 시점에 왔다.

따져 물어봐야 할 전제 요건이 있다. 정책·지역현안·사회적경제 이슈에 관해 조율할 수 있는 주체 혹은 집단이 형성됐는지, 공적자금이 지역에 유입될 때 지역공동체에서 자정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즉, ▲지역의 사회적경제 조직은 지역의 필요에 의해 형성되고 움직이고 있는가 ▲지역 주민들은 사회적경제에 관해 어느 정도의 인지와 이해가 있는가 ▲실제로 사회적경제에 관해 어느 정도의 호의를 지니고 사회적경제의 재화와 서비스를 이용하는가 등이다.

사회적경제와 주민자치의 공통분모는 많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개별 사회적경제 조직의 역량이 높지 않다. 연대의 경험은 이제 발걸음을 뗐다. 주민참여의 채널이 다양하지 못하다. 지역의 필요에 응답해서 생성되거나 작동하는 비율이 대체로 낮다. 지역사회를 인간적인 규모와 가치로 재구성하려는 마을공동체와 사회적경제는 서로에 관한 이해가 부족하다.

사회적경제의 오늘

사회적경제는 지역공동체 안에서 착근되지 못하고 자기조직화되지 못한 까닭이지 않을까? 사회적경제 조직은 생존에 관한 피로감을 느낀다. 지역공동체에 관한 정체성을 문화적으로 공유할 계기가 많지 않았다. 화폐를 통한 시장적 교환가치가 아직도 익숙하다. 지원체계에 의존적이 되기 쉽다. 우량기업과 스타기업을 만드는 것이 아닌 사람을 키우는 기업문화가 지역으로 확산되고, 사회적 가치와 연대의 가치를 공유하는 ‘생기 있는 관념’이 필요하다. 이때야 비로소 주민과 사회적경제가 함께 갈 수 있는 시작점일 것이다.

시민성, 자치와 자립, 분권에 관해 강조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생산과 소비라는 단순한 잣대로 사회적경제를 평가한다면, 명망가들이 장자 행세를 하는 기형적인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더디더라도 시시한 다중들이 중심에 설 수 있는 사회적경제 지역생태계를 꿈꿔야 한다.

지역밀착화를 위한 선결과제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사회적경제는 삶을 구성하는 작동방식이다. 사회적경제 조직 자체의 선결과제가 있다. 인증된, 제도화된 틀거리에서 스스로를 제약하지 말자.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자활기업만이 사회적경제 조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 틀거리는 지원 받는 체계로써의 분류에 지나지 않는다. 지역공동체의 관점에서 보자. 지역의 필요와 의제를 서로 존중하는 지역 주민들이 자조적으로 해결해가려는 과정에서 피어나는 경제적인 양식으로 바라보자. 그것을 사회적경제로 부르든 공동체경제로 부르든 상관없다.

통상적으로 사회적경제 조직이라 불리는 분야 간 소통 역시 쉽지는 않다. 사회적 가치와 비즈니스 사이에서 생존과 지속가능성에 비중이 쏠리게 된다. 이해관계가 부닥치는 지점에서 지역의 의제보다는 생산성 향상과 수익성에 집중하게 된다. 사회적경제 조직은 기업이다. 하여 공동의 비전을 지역공동체 차원에서 재구성하는 것이 여간 쉽지 않다.

사회적경제에 관한 개념정의도 다를 수 있다. 최소한의 공통된 담론이 새로운 삶의 양식을 추동할 수 있는 동력이 되지만, 집중된 학습의 필요성을 느끼더라도 기업운영 등의 현실적인 이유로 모이기가 어렵다. 서로 어떤 일을 하는지 알고 싶어하지만 기업을 방문하는 계기와 시간을 확보하는 것도 만만찮다.

현실은 이렇다. 그렇다고 체념할 일도 아니다. 지역에 관한, 사회적경제에 관한 이해부터 맞춰보자. 지역의 변혁를 도모하려면 최소한의 개념 범주에 관한 합의는 필요하지 않을까? 사회적경제에 관한 잡사상과 다양한 담론이 필요하다. 이런 과정에서 당사자 조직과 마을공동체, 지역 주민, 공공이 어떤 생각과 이해의 차이가 있는지, 생각이 얼마나 다양할 수 있는지 확인하자. 참여의 확장과 일치된 방법론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성찰과 혁신의 계기로써 학습과 비즈니스 모델의 가시화는 지역의 필요를 확인하고 해결하는 중요한 요소다.

지역 말단으로 가서 주민과 만나려면 풀뿌리운동과 사회적경제가 충돌되는 가치에 관한 해결이 우선돼야 한다. 지역은 비영리와 영리라는 이분법적 잣대가 작동한다. 자기의식을 되찾은 민중이 스스로 세상을 바꾸리라 믿고 실천하는 비영리 입장에서는 사회적경제 조직의 태동이 탐탁하지 않을 수 있다.

사회적 가치와 비즈니스를 충족해야 하는 사회적경제 입장에서는 비영리가 경제적 기반이 취약해 보일 수 있다. 영리는 비영리에 관해 잘 모르고, 비영리는 영리에 관해 잘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제3섹터는 이 둘의 조화 속에서 구동돼야 하지만, 비영리적 가치를 체화해 지역의 문제를 접근하기에는 생존의 과제가 앞선다. 서로의 장점을 강점으로 전환해보는 시도가 필요하다. 끊임없는 만남과 소통을 통해 ‘서로 주체성’을 형성해가야 한다. 서로 관한 인정이 사회적자본의 축적을 낳고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축적할 수 있다.

민민의 협업과 사회적자본을 축적하는 것과 동시에 거버넌스(협치)의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 광역이든 지자체든 칸막이 행정은 비슷하다. 지역의 현황에 비춰 정책을 굴리기보다는 성과에 집중하는 것도 행정의 구조적 경향이다. 강북구는 교육혁신지구에 선정돼 활동하고 있다. 강북자원순환네트워크, 청소년교육지원센터 도깨비, 녹색마을사람들 등 사회적경제 조직과 풀뿌리 시민단체 등이 결합해 지역분과를 구성했다.

교육혁신 사업이 지역의 현황을 토대로 풀어질 수 있는 견인차 역할을 한다. ‘동네밝네’라는 방과후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지역에 아이들이 갈 수 있는 안전한 공간(풀뿌리 단체, 사회적경제 조직 등)을 탐방하고 현장에 맞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민민이 모여 지역교육에 관한 담론을 공유하고 실천사례를 만들고 있다. 예산의 집행 등 권한이 민으로 이양되지 못한 한계가 있다. 민관 협치가 원활하게 되려면, 관이 지역을 보다 잘 이해하고 민의 주도성을 확보해줘야 한다. 민의 실력을 담보로 말이다. 행정은 보충성의 원리에 입각해서 지원될 수 있도록 민과 관의 소통과 상호 이해가 중요하다. 올해의 사업성과를 토대로 거버넌스가 개선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런 과정 속에서 지역의 아이들이 ‘지역’을 만나고 있다.

어떤 길로 가야 할까?

"지역경제 지속 가능성은 마을관계망이 복잡하고 두텁게 얽힐 때라야 가능하다"

지역 주민의 살림살이 눈을 지녀야 한다. ‘교육’과 ‘품앗이 비즈니스’의 두 날개로 날아야 한다. 생활이 유지되는 기초 토대로써 공동체 형성이 보다 우선적이고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지역경제의 지속가능성은 마을관계망이 복잡하고 두텁게 얽힐 때라야 가능하다. 홍기빈이 쓴 ‘살림살이 경제학을 위하여’를 보면, 살림살이 경제란 ‘사람이 살아가면서 필요한 정신적, 물질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유·무형의 수단을 조달하는 행위’로 정의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사회적경제활동의 결과로 사회적 관계가 형성되지 않을 수도 있다. 운영과 사업을 위한 필요성에 방점을 두게 되는 경향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더욱 마을의 필요와 만나는 지점을 발굴하고 지역의 의제를 해결하는 사회적경제 활동이어야 한다. 이런 살림살이 경제행위 주체들 간의 네트워크와 기존 사회적경제 조직 간의 만남을 중층적으로 구성해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간지원기관의 역할이 요청된다. 영리와 비영리를 횡단할 수 있고, 지역을 파악해 새로운 사회적경제 주체들을 발굴하고 인큐베이팅해야 한다. 반행정으로써 행정을 견인하고, 필요한 정책과 예산이 적재적소에 투입될 수 있어야 한다. 지역 주민, 공공, 전문가, 풀뿌리 조직, 사회적경제 조직, 연구 집단을 묶어서 지역에 관한 정보를 교류하고 바텀업으로 지역 주민의 욕구와 필요를 수렴할 수 있어야 한다. 생활교육연구실천공동체의 생성이다. 핵심은 생활에 있다. 현장 활동가와 전문가, 지역과 사회적경제에 관심 있는 청년그룹의 살롱 혹은 리빙랩의 구축이다. 정책을 실행하는 단순조직이 아니라, 정책을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니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사회적경제 조직의 자생력, 그 가운데 민간이 잉태해야 하는 지원기관의 자생력을 어떻게 확보해야 지역의 의제를 해결하는 꼭 필요한 조직이 될 수 있을까? 지역자산화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공동으로 소유하고 운영하는, 그것이 토지가 됐든, 공간이 됐든, 화폐가 됐든, 공동의 지식이 됐든 간에 말이다. 지역공동체경제개발(community economic development)과 같은 사회적경제와 시민, 단체가 모여 다양한 여러 지역공동체와 협동조합이 소유하는 기업을 설립하는 전략(전환의 키워드, 회복력 289, 290페이지)이 주요하다.

"민관 협치가 원활하게 되려면, 관이 민의 주도성을 확보해줘야 한다 민의 실력을 담보로 말이다"

자기자본’과 ‘지역소유권’을 사유해야 한다. 지역 주민이 단순한 소비자이자 수혜자가 아닌 ‘지역 주체-되기’는 지역자산을 토대로 한 인프라, 즉 자치공간과 지역기금이 형성돼야 가능하다. 지원기관도 언제까지 보조금으로 연명할 것인가? 자립과 자치를 위한 민간단위의 전략을 연구해야 한다. 지역에 맞는 지속가능한 틀이 무엇인지 찾자. 사회적협동조합이나 지역재단의 생성 등을 고민해 볼 수 있다. 민간이 매칭할 수 있는 재원확보에 관해 고민이 필요하다.

강북구의 삼양동과 인수동 등의 주거환경개선사업은 이런 전략으로 접근해 볼 수 있는 거점이다. 다양다종한 사회적경제 기업과 지역 주민들과 비영리민간단체, 행정이 결합해서 사회적, 문화적, 물리적, 경제적으로 지역공동체를 복원하려 한다. 광역 차원의 행정계획과 예산이 있고, 민간은 사회적경제 조직이 이미 활동하고 새로운 변형을 준비 중이다. 강북마을모임과 같은 마을관련 지원기관과 지역단체가 결합해 활동한다.

커뮤니티 비즈니스도 가시화돼간다. 생산시설에 관한 지역의 소유권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생산자는 거버넌스의 정기적인 틀로 들어오고, 지역 주민은 구의 정책과 사회적경제에 관해 이해하고, 공무원은 지역 주민의 필요와 사회적경제의 기능에 관해 알아간다. 이런 지역자산들을 엮어내고 모아내는 작업을 통해 지역의 정체성을 형성해간다. 교육혁신지구 사업도 마찬가지다. 교육의 영역에 사회적 경제 조직들이 참여하고, 사회적경제로 해결할 수 있는 지역의 의제를 추출해서 지역사회와 공유하는 것이다.

교육자산이 축적돼 일정 정도 공교육과 방과후 교육을 담당할 수 있다면, 지역 자산화가 그리 꿈같은 얘기만은 아닐 것이다. 삼각산고등학교에는 ‘삼각산고등학교사회적협동조합’이 있다. 학부모, 교사, 학생이 주체가 돼 운영하는 협동조합이다. 학교가 지역사회와 연결된다면, 학교에 있는 인적물적 자원이 지역의 자산으로 바뀔 수 있다. 자원봉사 활동이나 진로체험 등을 사회적경제 조직과 연결해 진행한 바 있다. 이런 시도가 쌓이면 학교는 사회적경제에 관한 이해가 높아지고, 사회적협동조합을 통해 학부모와 지역이 만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연출될 것이다.

마무리하며

지역공동체는 관점의 전환과 동시에 생성되는 것이다. 지역은 늘 있다. 하지만 자치가 미흡할 수 있다. 지역 주민이 주체가 되는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드라마 ‘송곳’에서 나오는 대사처럼 우리는 ‘시시한 사람’들이니까. 이기적이고 오류 가능성을 지닌 사람이다. 연성 독재 체제가 구축되고 있고, 세습자본주의가 판을 치는 이 땅에 가진 것 없는 소시민들은 의지할 데가 없다. 그럼에도 사람이 사람에게 희망인 이유다.

사회적경제의 미래는 사람이다. 사회적경제 조직과 비영리 조직, 그리고 소비자이자 수혜자고, 지역의 주체인 주민들이 우리의 미래다. 지역이 사회적 경제를 호명할 때 피로도가 증가하는 게 아니라, 자발적 창조성이 강화되는 방식으로 생활할 수 있기를 바란다. 보이지 않는 자원을 동일한 가치로 엮어 모아주는 과정, 그 과정을 꾸준하게 해나가는 것이 사회적경제가 자치와 분권을 위해 실행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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