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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_주민자치회와 마을 거버넌스 구축 방안] 주체간 이해 조정·협의시스템 구축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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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_주민자치회와 마을 거버넌스 구축 방안] 주체간 이해 조정·협의시스템 구축 절실
  • 채종헌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
  • 승인 2015.12.07 1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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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와 지역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협의절차 학습과 갈등관리 방안

상호 차이를 인정해야 적극적인 갈등관리가 시작된다
채종헌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
채종헌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

■지역공동체 회복과 주민자치  그리고 갈등관리

경쟁과 효율을 최고의 가치로 추구해온 지난 세월의 결과로 우리 사회는 심각한 사회양극화와 지역적 불평등이라는 어려움에 봉착하게 됐다. 양적성장과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로 대변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정책만으로는 더 이상 사회적 배제와 불평등, 갈등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통렬한 반성이 세계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Piketty, 2014).

사회·경제적 양극화 해소와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분절화되고 파편화된 개인주의적 의식보다 연대와 협력을 특징으로 하는 공동체적 가치와 삶이 우리 사회에서 보다 주목을 받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관심이 국가적, 지역적 문제의식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역공동체 형성은 시대적 과제

하지만, 급속한 근대화, 산업화 과정에서 와해된 지역공동체를 회복시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은 주지하는 바다. 공동체 와해로 말미암아 지난 20여 년간 진행돼온 지방자치제도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는 진단까지 나오고 있는 현실에서 지역공동체의 회복과 활성화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연대와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공동체 형성이 시대적 과제가 됐다.

행정자치부의 ‘주민자치회’ 제도 역시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주민자치회는 지역공동체 활성화와 지역발전을 목적으로 하는 주민중심의 생활·근린자치 조직임을 표방하고 있다. 지역의 공동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주민들의 자치의식 제고와 지방자치의 발전을 기할 수 없다는 지역의 위기의식 발로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역사회와의 네트워킹이 매우 중요하다. 캐나다 퀘벡의 지역공동체 모델처럼 성공적으로 진행 중인 공동체 사례들은 지역사회의 신뢰형성과 네트워크 구축 및 활용이 매우 중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역공동체의 다양한 구성원 간 네트워킹이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으며, 이를 통한 지역공동체 생태계조성과 거버넌스 구축이 수반돼야 한다.

적극적인 갈등관리 노력 요구돼

문제는 이런 네트워킹과 거버넌스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만의 ‘모임’만으로 달성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협의와 협상, 퍼실리테이션과 이해관계 조정에 대한 교육과 사회적 학습이 미진한 우리사회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이에 대한 관심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공동체가 무너지면서 지역의 사회 신뢰기반이 흔들리고 다양한 지역적·사회적 갈등이 팽배해가고 있다. 지역사회의 화합과 공동체회복을 위한 노력은 소통과 협의시스템, 갈등관리 역량 배양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 사회에서 갈등은 불가피한 사회적, 조직적 산물로 이해될 수 있지만, 충분히 예상되는 갈등에 대해 미리 대비하고, 기(旣) 발생한 갈등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적극적인 갈등관리 노력이 필연적으로 요구된다.

지역과 공동체를 위한 선의(善意)를 공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각자의 이해관계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문제는 어떻게 이들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조정할 것인지, 지역의 구성원 스스로 문제해결을 위한 협의시스템을 만들어 내는가가 관건일 것이다.

■지역공동체 생태계 조성과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

"지역사회의 화합과 공동체회복을 위한 노력은 소통과 협의 시스템, 갈등관리 역량 배양에서 비롯"

최근 이뤄진 협동조합 전문가집단의 사회적경제 정책 우선순위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되는 것 중 하나가 지역 주체 간 거버넌스 형성 지원에 관한 내용이었다(채종헌, 2013). 지역 자체적으로 공동체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주체들 간의 활발한 네트워크와 파트너십 형성이 우선시 돼야 한다.

지방정부와 지역 주체 간 거버넌스 미약

퀘벡의 지역공동체 모델이 보여 주는 바와 같이 지역공동체 활성화와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여러 핵심 주체 간 거버넌스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 사회적경제가 지역사회에서 활성화되려면 지역의 다양한 사업에 지역기반의 사회적경제 주체들이 참여하고, 이들에 의해 다양한 사업이 수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역 주민들이 주체가 돼 지역기반의 사업을 지역사회에 기여하도록 수행하고 지역발전의 순환체계를 갖춰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개개 지방정부와 지역 주체 간의 협력적 거버넌스는 매우 미약한 수준이며, 지역공동체 사업과 사회적경제 사업은 중앙부처 차원에서 개별적으로 흩어지고 파편화돼 있어 거버넌스를 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기획재정부의 협동조합, 보건복지부의 자활기업, 행정자치부의 마을기업 및 지역공동체 사업,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어촌공동체 회사 등 산개해 있는 사회적경제 및 지역 활성화 사업들을 위한 공식적인 실무협의체 조차 구성돼 있지 않은 현실은 이를 반영하는 결과라 할 수 있다(채종헌 외, 2013).

주민자치회의 주요한 역할 기대

지역공동체 사업과 관련해 각 부처들끼리의 협업시스템을 마련하고, 중앙의 정책을 협의와 논의로 풀어갈 수 있는 광역체 혹은 기초체 단위의 중간지원조직협의체가 절실하다.

이런 의미에서 지역 주체의 참여가 확보되고 효율적인 협의 시스템이 작동한다는 전제 하에 주민자치회가 주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퀘벡 모델에 대한 높은 관심은 이런 지역공동체 사업에서 협력적 거버넌스의 중요성을 전 세계가 인지하고 있다는 반증이라 할 수 있다. 생태계 조성과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위해서는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 중간 지원 조직체, 지역 금융조직, 지역의 핵심 주체 간의 유기적 거버넌스가 매우 중요하다. 유기적 거버넌스 구축과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실질적인 현장 수요파악과 각 개별 주체들의 이해관계 및 역량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면밀한 진단 작업이 수반돼야 한다. 그래야만 지역 주체들 간의 긴장과 갈등을 조율할 수 있다.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효과적 협의시스템 개발과 갈등관리

"공동체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주체들 간의 활발한 네트워크와 파트너십 형성이 우선"

지방자치 및 사회적경제와 관련된 법제도 정비와 지원방안, 지역공동체 활성화 방안에 관한 수많은 논의가 중앙정부 차원을 넘어 각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또 해당 정부부처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각기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개발하고 도입하고자 노력 중에 있다. 하지만, 지역 주체들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한 주체 간·내 갈등조정 및 협의시스템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미미한 수준이다.

갈등 조율 조정 시스템과 교육 절실

주체 간·내 이해관계 조정과 협의시스템이 준비돼 있지 않으면 협력과 협업, 생태계 조성, 거버넌스 구축은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 농후하다. 선한 가치를 공유하고 모인 공동체 구성원이기 이전에 독립된 주체로서의 인간이기 때문에 각자의 입장과 이해관계는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으며, 마땅히 이를 조율하고 조정하는 문화와 시스템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지역과 공동체에 대한 가치와 지향하는 바를 공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미시적인 행위에 있어서는 각기 입장과 이해관계가 상이할 수밖에 없다. 실제 지역 주체들과 협동조합을 비롯한 사회적경제 내 구성원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가 조직 내 갈등에 관한 것이라고 한다. 지역의 주체들이 보다 효율적으로 협의하고, 그 와중에 발생하는 갈등을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상이한 입장과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조정할 수 있는 시스템과 교육이 절실하다.

그러나 아직은 공동체 내부의 수요를 확인하지 못하고, 외부적인 지원방안에 대한 고민만 쏟아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법제도적 지원과 예산지원뿐만 아니라, 지역 내부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조율해 보다 생산적이고 효과적인 지역공동체 발전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현장수요 확인과 효과적인 조정, 협의절차 준비가 필수적이다.

주체들 간 생산적인 커뮤니케이션 절실

"구성원들 간 갈등과 이해관계 조정 및 주체들 간 생산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안 마련 절실"

각기 개별화돼 운영되고 있는 지역 주체들의 연대와 네트워킹에 대한 필요성이 중요하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들은 공동체의 장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 채 반목과 갈등의 모습을 빈번히 노출시키고 있다. 갈등관리에 대한 필요성은 대부분 공감하나, 이를 어떻게 확인하고 정리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아이디어는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구성원 간 협의·협상 방식에 대한 교육과 공식적인 협의체 구성과 운영에 관한 지식제공이 절실한 실정이며, 개별 구성원들의 갈등과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주체들 간의 생산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안마련이 절실하다. 공동체와 사회적경제의 가장 큰 장점이어야 하는 협업이 현장에서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실무적으로 매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역 주체들이 겪을 수 있는 갈등상황에서 구성원들의 이해관계를 확인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구성원 모두가 더 나은 결과를 얻고 생산적인 조직 산출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협상·협의방식에 대한 교육이 절실하다.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 지역 주체들의 특성에 맞춘 노무관리, 역량강화, 갈등관리에 관한 학습이 필요하다.

충남 당진시는 주민자치위원들의 역량강화를 위해 지난 9월에 찾아가는 갈등관리 교육을 실시했다.
충남 당진시는 주민자치위원들의 역량강화를 위해 지난 9월에 찾아가는 갈등관리 교육을 실시했다.

■지역의 갈등관리의 방향에 관한 소고

지역공동체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주민자치회 사업이 첫 발을 내딛었다. 몇몇 지역의 시범사업을 거쳐 읍·면·동 단위의 모든 지역사업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주민자치회 사업이 그간의 지역공동체 활성화 사업이나 사회적경제 정책과 불협화음을 내지 않고 관련된 지역 내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당위적인 관심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역 내 협의구조와 ‘당연히’ 발생할 수밖에 없는 갈등관리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전략이 필요하다.

공론화절차 설계와 참여적 의사결정 기법

"주민자치 대표자들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덕목은 직접 해결하는 리더십이 아니라 조정·조율하는 리더십이다"

이론상으로나 실제에 있어 모든 갈등의 구조는 크게 다르지 않으며, 큰 틀에서 그 관리방향 역시 다르지 않다.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는 개개인의 이해관계를 파악하고(갈등 진단), 이를 조율할 수 있는 공론화절차를 잘 설계하고 운용하는 것(공론화 절차),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생한 지역 내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대화·협의 구조를 잘 이끌어가는 것(협의의 갈등관리)이 공생(共生)과 화합(和合)의 지방자치를 위한 솔루션이다.

최근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퍼실리테이션

(Facilitation) 교육도 이런 일환의 하나이나, 단순히 참여 독려의 수준을 넘어서 각기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율하고 조합하는지에 대한 더 구체적인 학습이 이뤄질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갈등관리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많이 소개되고 있는 공론화절차 설계(Consensus Building Process)와 참여적 의사결정(Participatory Decision-Making)과 관련된 기법들을 참고할만하다.

일례로 상하이 남쪽 작은 마을 제구오진(澤國鎭)의 웬링 시(溫嶺市)에서는 공론조사(deliberative poll)라는 참여적 의사결정 기법을 통해 시(市) 정책의 우선순위를 선정하고, 주민들의 의사를 모아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우리가 흔히 공산당 일당독재 체제라고 폄훼하고 있는 중국에서의 이야기다(김종철, 2015).

공론조사(deliberative poll)는 미국 스탠포드대학교의 피시킨 교수(James S. Fishkin)가 창안한 숙의적 여론조사 기법으로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주민의 표출(標出)을 통해(microcosm) 지역 전체의 숙의 후 의사를 확인하는 대표적인 참여적 의사결정 기법 중 하나다.

중요 덕목은 조정하고 조율하는 리더십

각 기관과 지역 주체들의 생각의 차이와 이해관계의 충돌을 필연적 사회적 산물로 받아들이는 전향적인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차이를 인정해야 이에 대한 적극적인 갈등관리가 시작된다. 우리가 흔히들 이야기하는 ‘윈윈협상’ ‘상생의 해법모색’은 각각의 이해관계를 조합하는 역량에서 비롯된다. 협의 및 협상 방식에 대한 기본적인 학습도 안 된 상태에서 ‘협력적 거버넌스’를 기대할 수 없다.

주민과 지역단체, 주민과 행정기관 간, 혹은 주민 내부적인 갈등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되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조정(Mediation)은 기본적으로 협상(Negotiation)이며, 조정자(Mediator)는 이해관계자들의 협의와 협상이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조력하는 지원자가 돼야 한다. 갈등을 해결하는 주체가 아니다. 지방자치와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위해서 중앙 행정기관이나 지자체장, 혹은 주민자치 대표들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덕목은 ‘이끌고 직접 해결하는 리더십’이 아니라 ‘조정하고 조율하는 리더십’이다.

※ 참고문헌.
※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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