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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주민자치법입법연구포럼] “주민자치 입법은 절차법으로 입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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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주민자치법입법연구포럼] “주민자치 입법은 절차법으로 입법해야”
  • 이철 동양대학 교수
  • 승인 2018.02.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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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 동양대학 교수
이철 동양대학 교수

최철호 교수와 전상직 대표회장의 발제를 잘 들었다. 지방자치의 법제화와 관련해 중요한 부분들을 짚어줬고, 그래서 그 논점들을 함께 생각해볼 수 있게 되는 기회를 가졌다.

먼저, 최철호 교수는 주민자치회 법적 설계를 헌법에 근거한 주민주권 및 주민자치와 연계해 논의했다. 그런데 최철호 교수는 현재 국가사무에 비해 현실적으로 법적권한을 인정받지 못하는 지방사무의 위상을 헌법 차원에서 끌어올리자는 제안들을 했다. 아마도 그렇게 하여 제고된 지방사무를 법적 기틀로 삼아 주민자치의 정당성을 주장하려는 의도라고 판단된다.

최철호 교수는 이런 의도에서 조세법률주의 외에도 조세조례주의도 가능한 것으로 말했고, 지방 정부의 입법권을 중앙정부의 입법권과 거의 대등한 것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최교수는 또 지방자치 대표로 구성되는 참사원이나 상원을 구성하며, 지방자치단체 대표에게 주민자치연합회를 포함하자고 제안했다. 최교수는 마지막으로 헌법 제1조 제1항을 “대한민국은 지방분권을 바탕으로 하는 민주공화국이다”로 개정하자고 제안했다. 국가운영 및 국가조직의 기본 원리로서 지방분권을 삼자는 주장이다.

그런데 본인은 이런 제안들이 국가의 지엽적이고 부분적인 문제들을 중심으로 취해, 전체적이고 종합적인 문제들을 좌지우지하는 결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국가 외에도 지방정부가 조세권을 갖는 문제를 최철호 교수의 제안처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조세권을 배분하는 원칙을 정하지 않은 채 논의하는 것은 우리나라 국가시스템과 상충할 수 있다. 지방자치문제의 해결을 위해 양원제를 도입하자는 말도 부분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체적인 국가 설계를 제한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연동제 비례대표제 필요

본인은 현재 우리나라 정치제도에서 필요한 것이 연동제 비례대표제라고 생각한다. 이 제도는 생소해서 설명할 필요가 있다. 독일의 경우에는 소선구제를 기반으로 하는 직접선거와 정당별 비례대표제를 기반으로 하는 간접선거를 통해 각각 절반의 국회의원을 선출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와는 달리, 의회의 전체의석의 비율을 정당별 비례대표제를 통해 획득한 득표율에 따라서 배분 한다.

예를 들어 A당, B당, C당이 각각 50%, 25%, 25%의 정당득표율을 얻었다면, 전체 480석 가운데 A당은 240석, B당은 120석, C당은 120석을 차지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의석수 배당을 통해, 각 당이 지역구 직접선거에서 획득한 의석이 보정된다. 예를 들어 A당이 지역구에서 이미 150석을 획득했으면, 비례대표는 90석만 배당하여 전체 240석을 배당한다. B당이 지역구에서 70석을 획득했다면, 50석을 받아서 모두 120석을 차지한다. C당이 지역구에서 20석을 획득했다면, C석은 전국구에서 100석을 받을 수 있다.

모든 당이 지역구에서 의석을 확보할 공정한 기회를 얻는 동시에 당의 정책을 국민들에게 밝혀서 그 정책을 통해 의회대표 비율을 획득해여 당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동시에 보장받는다. 이 제도는 지역대표 원리와 정당대표 원리를 모두 고려하되, 후자를 원칙으로 정한 다음에 전자를 고려할 수 있다. 그래서 정당은 국민의 다양한 요구를 정책화 해 정치를 하겠다고 나설 수 있는 것이다. 하나의 선거제도를 통해 두 마리 토끼를 좇는 묘안이다.

현대사회에서는 인구규모가 크고 사회가 전문화 돼 있어 대의제 민주주의를 시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서도 지역 이해의 대변과 정당정책을 통한 이해의 대변을 바로 이 구조를 통해 해결하고자 시도하는 것이다. 선진국의 이런 제도와 비교하면, 현재 우리나라 투표제는 후진적일 뿐만 아니라, 방금 말한 방향으로 개선돼야 하는 형편에 있다. 그런데 이런 사정에 있는 우리나라 의회제도를 지역의 이해관심에 따라 입법 거부권까지 행사하는 제도로 바꾼다면, 나라 전체가 발전이 아니라 후퇴할 가능성이 높아질 우려가 적지 않을 것이다.

헌법 제 1조 제 1항 조항에 대해

헌법의 제1조 제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조항은 사실 너무 단순하다. 그런데 이 조항을 이토록 단순하게 구성한 것은, 이 문장을 최대한 추상적으로 표현함으로써 가능하면 많은 구체적인 내용을 그 조항에 담을 수 있기 위한 것이다. 딱 두 단어로 이뤄진 이 문장은 그래서 제1조 제1항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문장에 ‘지방분권을 바탕으로하는 ’제한적인 내용을 넣게 되면, 헌법조항의 추상성이 제한된다.

그리고 그런 제한은 지방분권을 기준으로 하게 된다. 지방분권 중심주의국가가 되는 것이다. 이 문제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거친 후에 결정돼야 할 문제다. 단순히 지방자치가 소중한 가치라는 생각만으로 그 내용을 헌법 제1조 제1항에 삽입하는 것은 얻는것보다 잃는것이 더 많은 결과가 될 것이다. 이렇게 무리한 주장은 논의주제를 중심으로 다른 관련 현상이나 제도를 주변화시키는 방식으로 사고하는 데서 비롯된다.

주민자치입법과 절차법접근에 대해

그동안 연속해서 진행된 포럼에서 주민자치의 실현을 주요 목표로 삼는 방식으로 사고하는 발제가 많았던 것 같다. 대다수 발제자들은 주민자치 실현을 위해, 첫째는 읍·면·동 주민센터의 폐지, 둘째는 주민총회에 기반 해 의사결정체와 실행부서를 갖춘 주민자치조직을 주장했다. 오늘은 헌법 자체를 주민자치에 맞춰 새로이 재단하자는 놀라운 말까지 했다. 이런 방식의 개혁은 관치를 민치로 바꾸는 효과밖에 없다. 둘다 ‘치’, 다스림이다. 하나는 관에 의한 다스림이고, 다른 하나는 민에 의한 다스림이라는 차이밖에 없다. 오히려 관치는 전문화돼 있기 때문에 전문화와 책임의 측면에서는 문제가 없다. 그런데 그런 관을 대체하는 민치는 전문화 돼 있지도 않고, 책임행정을 담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민치를 통해 관치를 대체하자는 주장은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겠다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 본인은 이런 이유에서 이 포럼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지 않나 의심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그 와중에 전상직 대표 회장의 발제는 그동안 본인이 품었던 의심을 해소시켰다. 전상직 대표회장의 발제는 주민자치 입법을 ‘절차법’으로 입법해야 한다는 데 방점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제안은 주민자치를 구현하기 위한 현실적인 조건들을 충분히 숙고한 발제다. 이것은 구체적이며 이상적인 어떤 상태를 상정해, 그 상태를 실현하고야 말겠다는 규범적인 입법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주민자치의 규모와 또 그런 주민자치가 도농, 아파트, 비아파트 지역 등의 사정에 따라 달리 전개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각각의 현실에서 실행하고자 하는 주민자치를 가능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삼는 법이다.

이 법은 독일의 Ordnungsamt라고 하는 질서청의 활동과 그 원리가 비슷하다. 독일의 질서청은 국민들이 사적으로 단체를 결성할 때에는 정관을 작성해 질서청에 등재하는 것을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질서청은 첫째, 개별단체나 협회들이 작성한 정관이 일반적인 규정에 어긋나는 것이 없도록 지도할 의무와 둘째, 단체가 내부갈등에 휩싸였을 때에 제출된 정관에 따라 내부 중재와 조정을 할 권한을 갖고 있다. 이 제도를 통해 독일 국민들은 민주적인 원리가 사적인 협회나 단체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고 믿으면서, 공동의 이해와 목표를 그 법을 구현해 나갈 수 있다.

주민자치를 실현하기 위해 주민들의 안전한 삶을 큰 틀에서 보호하고 지원하는 구조까지 바꿀 필요는 없다. 헌법을 개정하거나 읍·면·동 주민센터를 폐지하지 않으면서 주민자치를 실행할 수있다. 또 주민자치는 그런 현실적인 조건 하에서 입안되고 실행돼야 한다. 전상직 대표회장의 발제는 우리나라에서 도시와 농촌, 아파트 지역과 비아파트 지역의 사정이 다르고, 주민자치가 국가라는 전체 구조 하에서 실행돼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고 있다. 본인은 바로 이런 점을 기본조건으로 주민자치의 입법과 현실을 다뤄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전상직 대표회장의 절차법 접근의 발상에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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