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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회, 속도보다 방향이 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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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회, 속도보다 방향이 더 중요
  • 전은경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교수
  • 승인 2021.10.31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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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주민자치 20년’ 다시 생각하는 주민자치

주민자치 제도 개혁을 시도해 온지 10여 년이다. 주민자치회로의 전환은 그간의 주민자치위원회 제도의 한계점을 극복하고 미래지향적인 주민자치조직을 제시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 그러나 2013년 지방행정체제개편특별위원회가 고심하여 제안한 3개 모형 중에 2개는 폐기되고 1개 모형만 시범사업이 시작되었고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시범사업 중이다.

어떤 지자체는 자치단체장의 주도로 전면 시행하기도 하고 어떤 지자체는 부분적으로 또 어떤 지자체는 타 지역의 도입상황을 지켜본 후 도입하려고 관망중인 곳도 있다. 지금까지 보고된 사례들을 보면 속도 보다는 방향의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속도는 시간이 지나면 개선될 여지가 있지만 잘못된 방향은 엉뚱한 곳으로 가기 때문이다. 주민자치 현장을 방문하다보면 가장 아쉬운 점이 주민자치의 취지나 방향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가운데 주민자치사업을 진행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한다.

 

<사례 1>

어느 날 주민자치회장은 동장으로부터 동네에 작은 도서관이 들어오기로 되었고 위치와 설계에 대한 소식을 전해주었다. 시 차원에서 낙후된 지역을 배려하여 취해진 정책이라는 것이다. 주민자치회장은 처음에는 우리 지역에 이런 좋은 시설이 들어오니 기뻐했지만 세부계획을 알아갈수록 화가 났다. 알고 보니 시설의 위치가 이용하기 불편한 곳이고 용도는 어린이도서관이라는 것이다. 도시 외곽에 위치하고 주로 농사짓는 노인들이 거주하는 지역에 적합하지 않은 시설이었다. 시에 알아본 결과 이미 2년 전에 건립이 결정되었고 설계도 완료되어 용도를 변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사례 2>

주민자치사업으로 마을축제가 결정되었다. 시에서 지역 활성화 차원에서 예산을 충분히 제공한다고 한다. 고민하던 주민자치회는 이벤트 회사에 맡기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계약조건에 유명가수를 부르는 것도 넣었다. 덕분에 행사는 많은 인원이 참여한 가운데 성황리에 끝났다.

 

주민자치회 기능과 권한 제대로 보장인식하고 행사 기획해야

주민자치의 지향점은 법령이 정한 주민자치의 기능과 권한에 포함되어 있다. 주민자치회의 기능과 권한은 협의기능’ ‘자율기능’ ‘수탁기능으로 이 세 가지를 통해 주민자치가 지향하는 바를 실현하려고 한다.

협의는 지방자치단체가 결정하는 추진업무에 주민의 대표로 참여하여 주민의 의견을 전달하고 조정하는 기능이다. 현 우리나라의 지역통치 업무의 대부분이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이기에 여기에 간여하는 기능이자 권한이야말로 매우 중요한 기능이다. 그러나 주민자치회의 현실은 이 기능이 수사에 지나지 않음을 드러내고 있다.

<사례1>처럼 아직도 지방자치단체는 주민들과 협의하는 기능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고 있다. 관성에 젖어 주민대표조직인 주민자치회와 협의하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것 같다. 주민이 맨 세금으로 주민들을 위한 편익시설을 건립하면서 이들의 의견은 무시된 것이다. 현재 주민자치회 기능 중에서 가장 중요하면서 가장 취약한 기능이 바로 협의기능이다. 주민자치회는 주민의견을 수렴하여야 하고 지방정부는 주민자치회와 협의를 실질화 할 때 진정한 주민자체에 도달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율기능은 주민들이 스스로 지역을 통치해 가는 영역이다. 현재 주민자치 업무의 대부분은 여기에 집중되어 있다. 특히 주민들이 요구하고 지역발전에 필요한 소소한 과제들(주로 마을만들기사업)이 주민자치회의 주요업무가 되어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책정한 예산을 활용하여 이를 수행하는 것이 주민자치회의 핵심 업무가 되어버렸다. 이런 업무들을 수행하려니 상근인력이 필요하고 사무실도 필요한 것이다.

마을축제는 단순히 마을축제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주민자치가 의도한 목적에 부합되게 운영될 때 주민자치사업으로서 의미를 갖는다. 진정한 마을축제는 마을사람들이 함께 모여 준비를 하고 마을사람들이 참여하는 과정을 통해 같은 동네의 주민이라는 인식을 갖고 동네에 대한 사랑에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자주 목격하는 마을 축제는 이벤트회사에 맡겨지고 주민은 ()객이 되어버리는 행사이다. 축제의 외형 즉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어떤 문화인이나 연예인이 오고, 이런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마을사람들의 공동체 의식, 사회적 관계망 형성 등을 포함함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는데 어느 정도 기여했는가가 중요한 것이다.

모든 마을사업은 주민자치회가 추구하는 가치를 담아내어야 한다. 그러나 주민자치회의 자율사업이 여기에만 집중되어서는 안 되며 또 사업의 규모가 어느 정도 적정해야 한다. 지나치게 큰 사업의 규모는 주민자치의 본질적 기능을 넘어서는 사업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탁기능은 지방자치단체 수행업무 가운데 주민자치회에게 위탁하는 것이다. 일부 지자체에서 주민자치회관 운영, 작은 도서관 운영 등이 그 예이다. 이러한 업무들은 주민자치조직의 운영역량이 갖추어져야 하기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런 사업들은 모두 상근인력과 일정수준이상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사업들이다.

 

주민자치에 대한 낮은 인식 바로잡아야

일반인들은 주민자치가 어떤 기능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을까?

주민자치가 뭐예요?”라는 질문에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을 위해 봉사하는 활동쯤으로 생각하는 것이 가장 보편적이다. 이러한 현실은 읍면동장실에 걸려있는 지역조직도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예들 들면 새마을회, 생활체육회,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등과 같은 조직으로 분류되어 있는 것이 목격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주민들을 대표하는 조직으로서 주민자치회로 보기보다는 지역의 여러 직능조직과 유사한 조직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은 현재까지 지역통치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행정적인 시각으로 이는 아직까지도 섬겨야하는 대상으로서의 주민이자 동시에 통치의 파트너이자 거버넌스의 주체로서 인식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주민들의 인식도 별반 다르지 않고 이전 주민자치위원회의 운영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지금은 주민자치회의 전환기이다. 진정한 주민자치에 다가가려는 시도가 절실하다. 주민자치의 기반 마련을 위한 위정자들의 노력, 주민들의 주민자치에 대한 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특히 주민자치제도 개혁을 통해 부여된 제도적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문제(underutilization)가 주민자치 발전을 저해하는 핵심적 요인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주민자치에 대한 홍보와 교육 부족과 부실이 큰 몫을 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래서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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