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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권과 자치권 보장된 조례, 주민과 주민자치회 힘으로 개정에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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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권과 자치권 보장된 조례, 주민과 주민자치회 힘으로 개정에 나서야
  • 문효근 기자
  • 승인 2021.12.13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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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 / 서울 종로구 / 천안시 주민자치 조례 논란, 행정안전부 표준조례가 근본적 문제의 발단
- 주민자치 조례 핵심은 주민이 회원 되고 회원이 직선하는데 있어

시군구 주민자치 조례가 되레 주민자치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는 원인 중 하나는 모든 주민이 주민자치회의 회원이 되고, 회원이 주민자치회장과 읍면동장을 직선할 수 있는 주민자치 조례의 필수조건인 회원의 권리와 의무 조항을 누락시켰기 때문이다. 읍면동 민주화를 통한 풀뿌리민주주의 실현이 여전히 요원한 이유다.

시장·군수·구청장이 독단으로 법인이나 단체 등으로 하여금 주민자치회 설치와 운영을 지원하게끔 명기해 놓은 점도 날선 지적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실제 시민단체에게 주민 동의 없이 주민자치회를 포괄적으로 위탁해 버린 대표적 사례는 서울시 마을공동체 사업에서 알 수 있다.

문제의 발단은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의 표준조례에서 시작된다. 주민자치를 행정적, 정책적으로 호도하는 행안부의 왜곡된 표준조례는 주민자치에 무책임한 자치단체와 무지한 지방의회에 의해 시구군 조례로 그대로 답습되기 때문이다.

최근 논란이 된 창원시, 서울 종로구, 천안시의 주민자치 조례 사태와 행안부 표준조례가 품고 있는 근본적 문제점을 짚어 보았다.

 

자치 아닌 관치에 빠진 창원시 조례,     
위원 선정 및 임기 강제한 독소조항

창원시 주민자치 조례를 둘러 싼 논란의 골자는 주민자치회 위원 선정, 회장 및 위원 임기 등을 제약하는 조항이 주민자치를 행정 주도의 관치로 변질시킬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창원시 주민자치 조례 논란의 시작은 올해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창원시 주민자치 조례개악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15조례개정 요구서를 허성무 창원시장에게 전달하면서 부터다(본지 홈페이지 15일자 주민자치 왜곡하는 조례 개정하라기사 참조). 당시 대책위는 창원시의 주민자치회 조례 개정(20201211일 시의회 수정가결)이 주민자치를 무시한 졸속 개정이라 비판하며, 이에 대한 시정을 강력히 촉구한 바 있다.

개정된 창원시 조례 중 문제가 되는 조항은 주민자치회 조례의 법적 근거인 지방자치분권 및 행정체제개편에 관한 법률에 명시된 주민자치회가 해당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구성된다는 조항이 누락되어 있는 점이다. 주민 없는 주민자치회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주민자치회 위원 선정 방식도 문제다. 당초 시범조례에는 위원 추천 및 추첨 기준 중 하나로 읍면동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단체 등에서 추천받아 교육 과정을 이수한 사람을 전체 위원수 30% 이하 선정으로 명시했으나 새 조례에서는 읍면동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단체 등에서 추천된 사람은 추첨 없이 전체 위원수 10% 이하로 우선 선정할 수 있다고 못 박아 놓았다. 읍면동장 추천에 의한 주민자치위원 우선 선정으로 바뀐 것이다. 행정의 입맛에 맞는 인물로 위원을 선정하는 것은 관치 논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회장 및 위원 임기 조항도 문제다. 시범조례에서 회장 및 부회장 임기는 2, 한 차례 연임 가능이었지만 새 조례는 임기는 2년이며 연임할 수 없다로 개정되었다. 위원의 경우 임기 2년에 두 차례 연임 가능에서 임기 2년에 한 차례 연임 가능으로 축소 변경되었다. 자율적인 권한에 바탕을 둔 전문성 및 연속성을 저해시켜 주민자치회를 무력화할 수 있는 조항이다.

강정중 내서읍 주민자치회장
강정중 내서읍 주민자치회장

강정중 내서읍 주민자치회장은 주민자치위원을 추첨으로 선정하는 것부터가 연임에 제약을 거는 행태다. 그런데 지금 창원시 조례대로 한다면 주민자치회가 매번 신임 위원만으로 운영돼 연속적인 주민자치회 운영이 불가하다. 전국 대부분 자치단체가 회장과 위원의 연임을 보장하는 상황에서 창원시 조례는 주민에 의한 자치가 아닌 행정이 주도하는 관치로 역행할 우려가 크다. 읍면동장이 추천한 사람을 주민자치위원으로 우선 선정하는 조항이 이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김상현 창원시 주민자치협의회장
김상현 창원시 주민자치협의회장

김상현 창원시 주민자치협의회장도 “2년 단임으로 주민자치회를 대표해 사업을 총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연임을 보장해야 주민자치회를 대표해 업무를 총괄할 수 있고 동기부여도 가능할 것이라며 자치 업무를 지원한답시고 시민단체 등에 주민자치를 맡기는 것은 주민과 주민자치회의 역량을 무시하는 처사다. 중간지원조직을 폐지하고 그 지원을 시군구 협의회나 주민자치회에 해야 할 것이라고 강력하게 촉구했다.

한편, 진상락 창원시의원 등은 10월 읍면동장 추천 부분 삭제 및 회장 연임을 한 차례 보장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발의했지만 상임위에서 표결 끝에 보류되었다. 진상락 의원은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수정안은 곧 있을 시의회 정례회기에서 다시 다뤄질 예정이다. 전국 대다수 주민자치 조례에 회장 및 위원의 연임을 보장하는 상황에서 창원시 조례는 불합리한 것으로 여겨진다. 연임 보장과 함께 읍면동장 추천 위원 10% 우선 선정은 의무가 아닌 관계로 삭제시키는 개정안을 다시금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시 담당자는 이와 관련해 새 조례는 시의회를 거쳐 수정 가결된 것으로, 주민자치회 전면 시행 경과를 일정 기간 지켜본 후 각 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다시 개정을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 더불어 읍면동장 추천 위원 10% 우선 선정은 조례에 명기되어 있듯이 사회적 약자 등 폭넓은 계층의 주민자치 참여를 위한 방안이라고 전했다.

창원시 주민자치 실질화 정책토론회

한편, 창원시 주민자치협의회는 1119일 창원시 주민자치 실질화 정책토론회를 개최해 실효성 없는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주민자치회를 얽매는 조례의 독소조항도 등에 대해 냉철한 비판과 함께 가감 없는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 자리에서 관치 논란이 큰 창원시 주민자치를 바로 세우는 첫 단추를 조례 개정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돼 향후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종로구 주민자치회 조례 따른 시범실시 파행의 연속,
계속할 명분은 있나

종로구 주민자치회 시범설치·운영에 관한 조례 개정안은 지난 9월 종로구의회 임시회기에서 행정 위주의 관치 논란으로 개악에 가깝다는 비판을 받으며 심사 보류된 바 있다. 그런가하면 101일 윤종복 종로구의원 등 5명의 의원들이 공동 발의한 종로구 주민자치회 시범설치·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조례안이 10월 임시회의에서 상정 보류되면서 파장이 증폭되는 중이다.

종로구는 지난 2018년 주민자치회 시범설치·운영에 관한 조례를 만들어 평창동, 혜화동, 창신3동을 시범운영했지만 현재 창신3동만 유지되는 상황이다. 주민자치회장 탄핵과 예산사용 갈등 등으로 2곳은 사실상 시범운영조차 중단된 것이다(본지 홈페이지 2021414일자 평창동 주민자치회, 주민 회유용(?) 예산 1,600만원 불분명한 집행 논란 회장 물러나라기사 참조).

이와 관련해 윤종복 의원은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미 주민자치회 시범운영을 2년이나 시행한 상황에서 시범운영을 지속하는 것은 주민자치 활성화라는 제도 도입의 근본 취지에 전혀 부합되지 않는다. 따라서 시범실시 동의 자치 기능을 주민자치위원회 운영 체제로 다시 전환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사전에 충분한 공감대 형성과 주민들의 인식 제고가 필요한데, 그렇지 못한 상태에서 주민자치회에 들어온 위원들이 주민대표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주민자치위원 선정 문제 및 위원 간 갈등을 우려했다.

윤 의원은 덧붙여 보류된 폐지조례안을 추후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에 상정하는 것과 예산결산위원회에서의 주민자치회 예산 삭감 등을 고려 중이다라고 전했다.

한편, 종로구의 독단적인 주민자치회 2기 시범사업 실시 및 조례 개정안 입법과 관련해서는 지난 5월 종로구 주민자치사태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결성돼 1기 주민자치회에 설명 없이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주민자치회 구성, 위원 선정과 위촉에 있어 시민단체 및 관변단체로 치우친 종로구 조례 개정안은 개선보다 개악이 더 많다며 발의된 개정안을 즉시 취하하고 주민자치(위원)회와 충분히 숙의할 것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종로구에 전달했다(본지 홈페이지 2021521일자 주민 동의 없는 2기 시범사업 및 조례 개정 철회하라종로구 주민자치사태 논란 기사 참조).

대책위는 이어 6월에도 동자치지원관 및 마을자치센터 폐지, 시범실시 1기 공개평가 실시, 주민자치위원 추첨제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 2차 청원서를 종로구에 전한 바 있다(본지 홈페이지 202169일자 비상대책위, 종로구 주민자치사태 해결 위한 2차 청원서 전달 기사 참조).

 

천안시 조례 개정안, 
회원의 권리 및 의무 구체적으로 명기되지 않아

423일 발족한 천안시 주민자치 활성화 T/F는 조경호 천안시 주민자치연합회장을 비롯해 지역별 주민자치위원장과 내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해 충남 지역을 포함한 타 지역 우수 주민자치 조례를 비교 분석, 천안형 주민자치에 최적화된 천안시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및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 개정안 제정을 목표로 매월 정기회의를 개최했다. T/F6개월 넘게 공 들인 조례 개정안은 천안시 주민자차연합회와 천안시가 공동으로 검토 중이다.

조경호 천안시 주민자치연합회장
조경호 천안시 주민자치연합회장

조경호 천안시 주민자치연합회장은 “12월 천안시민들과의 공감대 형성을 위한 공청회를 실시해 공론화 및 필터링 작업을 거친 후 연내에 천안시의회 의장 및 행정안전위원회와 개정안 발의를 놓고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 예정"이라고 전했다.

조 회장은 덧붙여 “1월 시의회에 조례 개정안을 발의해 2월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수순대로 진행되면 3월로 예정된 천안형 주민자치회 출범 시 개정된 조례를 적용하게 될 것이라고 향후 로드맵을 밝히며 천안시 및 시의회의 협조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주민자치 관계자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당부했다.

천안시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및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 개정안은 주민자치 현장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해 현실감 높은 주민자치 활성화 추진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다는 목표 아래 작성되었다.

천안시 주민자치 활성화 T/F 회의

주요 조항을 살펴보면 우선 제2조 정의에 주민자치회원이란 해당 읍면동의 주민으로 주민자치회의 권리와 의무를 가진 사람이라는 조항과 주민총회란 해당 읍면동 주민이면 누구나 참여하여 주민자치 활동과 계획 등 자치활동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주민 공론의 장이라는 조항 등 주민자치회 회원과 주민총회에 대한 정의를 추가했다.

5조 기능에서는 시구 및 읍면동 행정기능 중 주민자치센터의 운영을 비롯해 읍면동 사업 등 등 주민의 권리와 의무에 직접 관련되지 않은 사무의 수탁 처리 주민자치 재원 확보에 필요한 수익사업 또는 수익창출을 위한 연계 사업 등의 조항을 추가해 주민자치회의 수탁 범위를 확대하는 한편 자생력 제고가 가능하도록 했다.

9조 위원의 선정에서는 공개모집에서 30명 이상 50명 이하 지원 시 기존과 같이 위원선정위원회에서 심사하는 반면 50명을 초과할 경우 공개추첨을 통해 신규 신청자 중 60%, 기존 위원 신청자 중 40%를 선정하는 것으로 수정하였다. 더불어 임기 중 궐원 발생 시 주민자치회가 주관해 공개모집에 의한 심사로 위원을 위촉한다는 조항을 명기했다.

또한, 10조 위원선정위원회서는 기존의 읍면동장 추천위원 4명 이내와 해당 지역에 소재한 주민단체 및 기관의 추천위원 5명 이내라는 조항에 대해 읍면동장 추천위원을 3명으로 축소하고 대신 주민자치회 추천위원 3명과 천안시 주민자치연합회 추천위원 1명으로 수정해 위원 선정에 있어 주민자치회의 권한을 강화한 점이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지원자가 50명을 넘을 경우 공개추첨을 통해 선정한다는 내용은 주민자치위원의 동기 부여 및 주민자치 사업의 연속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과연 적합한 것인가라는 우려가 드는 대목이다. 위원 공개추첨제의 폐해는 이미 여러 차례 주민자치 실질화의 치명적 걸림돌로 지적 받은 바 있다. 따라서 기존 조례에도 없던 주민자치위원 선정의 공개추첨제 도입은 주민자치에 역행하는 조항이자 향후 쟁점 사안으로 부각될 수 있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현숙 천안시 주민자치연합회 고문
이현숙 천안시 주민자치연합회 고문

이현숙 천안시 주민자치연합회 고문은 지역적 특성상 주민자치위원 공개 모집에 많은 지원자가 몰리는 편이 아니다. 50명 이상 지원에 따른 공개추첨이 시행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위원의 동기 부여 및 사업의 지속성 측면에서 논란의 소지는 있다고 본다. 하지만 신규 및 기존 위원 선정 비율을 보완책 삼아 명기해 놓았고, 위원선정위원회에서 주민자치회의 권한을 대폭 강화한 점은 눈여겨 볼 점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 고문은 더불어 주민자치는 손 놓고 있으면 누가 해주지 않는다. 목표를 공유하고 합심해 적극적인 의사 개진과 발 빠른 행동에 나서야 한다. 자치단체장의 주민자치 실질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도 중요하다. 이번 조례 개정안이 천안형 주민자치를 연착륙시킬 매개체가 되기 바라며, 천안이 주민자치를 선도하는 본보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한편, 천안시 주민자치연합회는 1216일 오후 3시부터 천안시 주민자치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며, 이날 조례 개정안에 대한 공청회도 함께 열어 다양한 의견 수렴을 위한 공론의 장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문제의 발단, 
주민 배제된 행안부의 왜곡된 표준조례

천안시 조례 개정안은 주민자치회 회원의 정의에서 주민을 주민자치회 구성의 주체로 명시해 주민대표성을 밝히려는 의도가 보이지만 주민자치회 회원의 권리와 의무를 구체화된 조항으로 명기하지 않은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주민자치회 회원의 자격은 모든 주민에게 있지만 회원의 권리와 의무는 세대주에게만 부여하는 방법과 유권자에게만 부여하는 방법이 있다. 물론, 독신 거주자와 외국인 거주자 등도 주민자치회의 중요한 구성원이다. 실제 해당 주소에 거주하는 세입자도 주민자치회의 구성원이므로, 임대주가 세입자에게 주민자치회를 고지하고 세입자 현황을 주민자치회에 제출해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역 내 사업장의 사업주와 종사자, 그리고 기관단체의 장과 종사자도 주민자치회의 회원 자격을 가질 수 있다. , 사업주나 단체의 장과 구성원은 회원의 자격에서 다르게 규정할 수도 있다.

주민자치회 회원 정의와 관련해 근본적인 문제의 발단은 행안부 표준조례에 있다.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 제27(주민자치회의 설치) ‘풀뿌리 자치의 활성화와 민주적 참여의식 고양을 위하여 읍면동에 해당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구성되는 주민자치회를 둘 수 있다라는 조항을 행안부는 철저하게 왜곡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안부 표준조례에서 주민은 주민자치회 회원이 될 수 없다. 당연히 주민대표성이 부재된다. 입법권은 시군구 조례에 귀속돼 있어 주민자치회에 그 권한이 없다. 인사 및 조직권은 주민자치위원을 추첨하는 탓에 역시 주민자치회에 박탈되어 있다. 재정권도 마찬가지다. 시군구 예산에 전적으로 의존하는데 현실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시민단체, 관변단체를 중간지원조직이라는 이름으로 앞세워 주민자치회의 정당한 권리를 가로채고 있다.

주민자치회원의 권리와 의무가 주민자치 조례의 핵심인 이유는 한병도 의원의 지방자치법 개정안과 김영배 의원의 주민자치기본법안을 보면 쉽게 이해된다. 두 의원의 법안은 주민이 주민자치회 회원이 되지 못하도록 막고 있으며, 주민권도 인정하지 않아 결국 주민자치회의 자치권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주민이 주민자치회의 회원이 되고, 회원이 주민자치위원()은 물론 읍면동장을 직선할 때 분권에 따른 주민자치가 이뤄지며, 비로소 주민자치회의 주민 및 지역대표성이 확보되는 것이다.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은 주민자치회 관련 법률은 주민이 주민자치회로 자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선이며, 다음은 주민자치회가 주민의 자치를 촉발, 발전시키도록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민자치회가 주민회와 자치회로 바람직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분권하는 것이라고 전제하며 행안부의 표준조례, 김영배 의원의 주민자치기본법, 한병도 의원의 지방자치법 개정안은 모두 주민자치회를 지역 주민으로 구성하지 않고 있다. 주권자인 회원 없는 주민자치회는 진정한 주민자치회가 아니기 때문에 주민자치가 불가능하다. 주민이 주민자치회를 구성하지 못하면 주민회가 아니고 관변단체가 되는 것 아닌가. 또한, 주민자치회원으로 구성되는 최고의결기관인 주민자치회 총회도 부재되어 있다. 최고의결기구인 총회가 없으면 입법권이 없고 결정권도 없는데 이러면 역시 주민자치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시장·군수·구청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관련 법인 또는 단체 등으로 하여금 주민자치회의 설치·운영을 지원하게 할 수 있다는 조항(행안부 표준조례 제4장 지방자치단체 등과의 관계 제21조 7항)은 결국 주민 동의 없이 모든 과정을 지원할 수 있는 것인데, 이게 과연 지원인가 지배인가라고 반문하며 한국의 주민자치 정책담당 관료와 입법담당 의원은 주민에게 자치력이 거의 없다고 보는 것 같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관료의 분권력과 정책력이 더 빈약하다. 지방의회 의원들도 입법 역량이 빈약해 행안부 표준조례대로 입법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물론, 악법도 법이다. 그렇다면 고쳐야 맞다. ‘고치다의 사전적 의미는 잘못되거나 틀린 것을 올바르게 하다이다. , 가만히 있는다고 누가 대신 고쳐주지 않는다. 주민자치법이 제정되지 않은 현실에서 풀뿌리민주주의 초석인 주민의 주민권과, 주민자치회의 자치권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는 조례다. 제대로 된 주민자치 조례 재개정에 주민자치회가 짊어질 책무가 막중하다.

 

사진 = 각 자치단체 홈페이지 / 한국자치학회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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