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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위원 사전의무교육, 공무담임권·평등권 침해하는 명백한 헌법 위반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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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위원 사전의무교육, 공무담임권·평등권 침해하는 명백한 헌법 위반 행위
  • 문효근 기자
  • 승인 2021.12.29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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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주민자치중앙회 국회서 기자간담회 열고 위헌소송 청구 나서

주민자치위원에 대한 사전의무교육이 공무담임권과 평등권을 심각하게 침해해 헌법에 어긋난다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되어 주목을 모으고 있다.

오늘 국회의사당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주민자치위원에 대한 사전의무교육 조례 헌법소원심판(위헌소송)’ 청구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주민자치중앙회는 주민자치를 지원한다는 미명 아래 헌법에 위배되는 사전의무교육을 강제해 합리적 이유 없이 주민이 주민자치위원이 되는 기회를 자의적으로 배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채진원 한국주민자치중앙회 학술부회장과 이동호 변호사가 각각 관악구와 양천구 주민자치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내용의 헌법소원 심판청구서를 내일(30) 헌법재판소에 제출한다고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명수 의원(국민의힘),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 백영춘 수석부회장, 채진원 학술부회장, 박상규 경기도 주민자치회 대표회장, 이동호 변호사 등이 함께 했다.

 

무차별 실시 사전의무교육, 공무담임권·평등권 침해

채진원 한국주민자치중앙회 학술부회장
채진원 한국주민자치중앙회 학술부회장

기자간담회의 사회를 맡은 채진원 학술부회장(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주민자치위원이 되고자 하는 주민은 6시간 이상의 사전의무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이 공무담임권과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보고 있다. 관악구와 양천구는 본인을 포함한 이번 헌법소송 청구인의 거주지로, 헌법소원 결과에 따라 다른 지역 주민자치회 운영에도 영향이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동호 변호사
이동호 변호사(법무법인 온다)

또 한명의 청구인인 이동호 변호사(법무법인 온다)는 이번 헌법소송을 시행하게 된 배경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각 지자체는 읍면동 단위에 주민자치회를 설치할 수 있고, 주민자치회의 위원은 각 지자체가 조례로 위촉할 수 있다이에 행정안전부는 지자체의 조례 제개정에 도움을 준다는 명분으로 2013년 표준조례를 배포했는데, 2018년도 표준조례부터 자질 함양 및 역량 강화라는 허울 좋은 미명 아래 자치단체장이 인정하는 주민자치학교를 최소 6시간 이상 이수한 주민만이 주민자치위원 모집에 신청할 수 있도록 사전의무교육을 강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다수 지자체들의 조례가 일체의 문제의식 없이 행안부 표준조례를 답습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어떠한 선출직이나 지자체 산하 위원회, 협의회 등에서도 요구되지 않는 전대미문의 6시간 사전의무교육이 전국에서 강제로 실시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이라며 주민자치학교 사전의무교육 이수 강제는 명백한 공무담임권 침해라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그 이유에 대해 이 변호사는 주민자치회는 지자체장 권한으로 설치되며, 주민자치위원 위촉 및 해촉 권한이 모두 지자체장에 있다. 더불어 지자체장의 업무 감사를 받고, 주민자치위원은 정치적 중립 의무도 부담하고 있으므로 지자체 산하의 공공단체에 준한다. 따라서 주민자치위원이 되는 것은 공무담임권 보호의 영역이라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대다수 주민자치 조례가 주민의 소양은 완전히 무시한 채 실효성마저 의심스러운 주민자치학교 6시간 사전의무교육을 강제하고 있으며, 이를 이수하지 않은 주민을 주민자치위원 선정 대상에서 배제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동호 변호사는 이 부분에 대해 합리적 이유 없이 공무담임의 기회를 자의적으로 배제하는 것이며, 주민자치위원에 선정된 주민만을 대상으로 사후에 시행해도 될 교육을 선정되지 않을 수 있는 주민까지 포함해 사전에 무차별 실시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다. 결국 공무담임권을 침해한 명백한 위헌이라고 못 박아 말했다.

그는 또 사전의무교육을 강제하는 것은 평등권도 침해하고 있다. 헌법은 사회적 신분뿐 아니라 생활 근거지 같은 지역적 요소에 의한 차별도 금지하는데, 주민자치교육 사전 이수를 강제 당하는 지역 주민은 이를 강제하지 않는 지역의 주민에 비해 생활 근거지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는 것이다라며 사전의무교육이 요구되지 않는 지방의회나 자치단체장 선거 입후보자에 비해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차별받는 점은 헌법상 평등권도 침해받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풀뿌리민주주의 활성화의 근간인 주민자치위원이 견제와 감시의 대상이 되어야 할 지자체장이 실시하는 교육을 왜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하는지 합리적 차별 이유를 찾기 어렵다헌법 위반 상태를 시정하기 위해 시범적으로 서울 관악구와 양천구 조례를 대상으로 헌법소원을 청구하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오른쪽부터) 이동호 변호사, 이명수 의원,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 백영춘 수석부회장, 채진원 학술부회장, 박상규 경기도 주민자치회 대표회장

 

국회의원 등 선출직도 않는데 대다수 지역에서 사전교육 의무화

대한민국 국민은 입법부·집행부·사법부는 물론 지자체 등 국가, 공공단체의 구성원으로서 그 직무를 담당할 수 있는 공무담임권을 갖는다. 그러나 주민자치위원 사전의무교육은 이를 침해할 소지가 매우 크다는 것이 이번 위헌소송의 골자다.

특히, 주민자치위원은 공개추첨을 통해 선발되므로 아직 선발 여부를 알 수 없는 시점에서 사전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점, 국회의원이나 기초의원은 물론 중앙행정기관이나 지자체 산하 위원회의 위원 선정 자격으로 사전교육 이수를 의무화하고 있지 않다는 점 등에서 평등권 침해의 문제가 발생한다.

실제 청구인들은 사전의무교육을 받아야 주민자치위원이 될 수 있다는 조례가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근거로 해당 조항이 있는 지자체에 거주하는 주민과 조항이 없는 지자체 거주 주민이 차별적으로 취급받는 이유를 내세웠다.

여기에 사전의무교육 내용이 부실하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은 교육을 주민 대표가 아니라 시민단체가 하는데, 시민단체들이 대부분 특정진영 단체라고 볼 수 있다. 강사들 대부분이 주민자치에 대해 제대로 모른 채 교육하기 때문에 결국 필요도 없는 교육을 듣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명수 의원(국민의힘)
이명수 의원(국민의힘)

한편,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번 위헌소송에 대한 연대를 밝힌 이명수 의원은 이번 헌법소원 심판청구는 다른 직능단체나 직책 등에서는 별다르게 요구되지 않는 사전의무교육의 법리적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라며 늦은 감이 있지만 잘못된 부분이 조속히 시정될 수 있도록 지금이라도 헌법재판소가 현명하게 심의해 올바른 결론을 내리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이명수 의원은 또 주민자치 실질화가 풀뿌리민주주의의 초석을 다지는 근간이라는 점에서 누구도 이견이 없으리라고 본다. 주민자치회가 주민자치적인 역할과 기능할 수 있도록 해야지 제약하고 위축시키는 법 제도가 있다면 시정되어 마땅하다라며 진정한 주민자치가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 주민자치회의 핵심인 주민자치위원 선정 과정이 올바르게 정립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도 자치도 없는 주민자치회, 중앙회 성명 발표

백영춘 한국주민자치중앙회 수석부회장
백영춘 한국주민자치중앙회 수석부회장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주민자치중앙회는 백영춘 수석부회장을 통해 주민자치회에는 주민도 없고 자치도 없고 시민단체만 있다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대한민국 주민자치가 마주하는 모순적 문제점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성명서에서는 주민자치회가 주민의 회라면 주민 누구든 참여하고 활동할 수 있어야 하는데, 서울형 주민자치회는 참여하려는 주민 앞에 넘어야할 장벽을 여러 개 설치했다. ‘위원이 되어야만 자치회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신분으로 제한했고, 시민단체가 실시하는 교육을 사전에 이수한 주민으로 제한했으며, 여기에 공개모집에 응모 후 추첨에 당첨된 주민만으로 제한했다라고 지적하며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하면서까지 강제한 사전의무교육은 내용은 빈약하고 강사는 진영에 편중돼 있으며 운영은 시민단체가 하기에 공공성이 있을 리 없다고 성토했다.

또한 자치를 한다는 것은 할 일을 스스로 결정, 시행, 감당하는 것인데, 실행하기 버거운 정도의 임무를 조례로 강요했고, 주민 결정과는 관계없는 시민단체의 일을 자치회에서 시행하기를 강요하고 있다한술 더 떠 회의 의제도 정해 보내고 심지어 식사 장소까지 주민자치지원관이 정하는 등 주민자치회 활동에도 세세히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결국 주민자치회가 시민단체의 식민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 주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다.

성명서에서는 또 현재 주민자치회는 수직적으로는 시민단체에 의해 지배되는 하부조직에 불과하다. 실제 서울형 주민자치회는 수직성과 경직성이 두드러지게 관찰되고 있고,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에서 결정된 사항을 주민자치지원관이 자치회에 지시하다시피 해 자치회 고유성은 무시되기 일쑤라며 그러면서 시민단체에게는 예산과 인력도 지원하고 권한도 부여해 주민자치를 위탁하고 있는 비상식적인 구조라고 분석했다.

끝으로 시군구-읍면동도 주민자치 현장을 포괄적 위탁 형식으로 시민단체에 내어주고 스스로 소외되고 말았다. 여당이 장악한 의회가 주민자치회를 설치 및 운영할 수 있는 권리부터 인력과 예산을 모두 시민단체에 위탁해 주민자치회에는 이제 시민단체만 남아있다상부에서 권력화 된 시민단체는 지원받은 예산을 인건비로 활용해 조직을 유지, 확장하며 권력화와 세력화를 지속할 것이라고 심각한 우려감을 피력했다.

한편, 한국주민자치중앙회는 이번 헌법소원과 함께 국회 차원의 주민자치법 제정도 촉구할 예정이다. 주민자치법이 제정되면 지역마다 다른 조례를 적용 받는 현재 상황이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회는 아직도 주민자치법을 제정하지 않은 입법부작위상태다.

 

사진 = 이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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