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체감형 지방행정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해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분권실에서 내놓은 ‘2022 지자체 정부혁신 실행계획’에서 주민자치회가 언급조차 되지 않아 칸막이 행정이라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번 실행 계획의 제도적 근거인 ‘마을공동체 및 지역사회혁신 활성화 기본법(안)’이 거대 중간지원조직 구축을 통해 주민자치회를 통제하는 장치가 될 우려가 있어 논란이 크다.
주민자치회 배제된 주민체감형 사업
15일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 지방자치분권실 지역사회혁신정책과는 ‘2022 지방행정혁신, 주민이 체감하는 확실한 변화 만든다’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2022 정부혁신 종합 추진계획에 따라 지자체 차원의 구체적 이행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주민체감형 혁신 확산을 위해 중앙과 지방의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2022년 지자체 정부혁신 실행계획을 수립 및 추진하기 위한 골자로 ▲참여·협력 ▲공공서비스 ▲일하는 방식 등 3대 분야별로 지역 특성과 장점을 반영한다고 밝혔다. 이중 참여·협력 분야에서는 “마을공동체 및 지역사회혁신 활성화 기본법(안), 청년마을기업 활성화 등을 통해 주민이 직접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우수사례를 확산해 혁신으로 발전하는 지역사회를 만들어 간다”는 것이 행안부의 방침이다.
그러나 참여·협력 부분에 정작 주민자치회에 대한 언급은 일체 이루어지지 않아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주민자치회는 지역과 주민을 대표하는 대표적인 주민기구다. 자치분권과 풀뿌리민주주의 실현을 위한다는 목적 아래 행안부에서 시범실시 중인 주민자치회가 전국 3,500여 개 읍면동 중 950개(2021년 11월 기준)다.
행안부에서 발표한 보도자료 대로라면 ‘주민참여가 생활이 되는 지역’을 만들기 위해 ‘지역사회 문제해결 지원 강화’의 대상으로 주민자치회가 들어가야 맞다. ‘주민이 직접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우수사례를 확산해 혁신으로 발전하는 지역사회’를 만드는 주체가 주민자치회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마을공동체 활성화 기본법안, 주민자치 지배하는 제도적 장치
무엇보다 ‘2022 지자체 정부혁신 실행계획’의 법적 기반이 되는 ‘마을공동체 및 지역사회혁신 활성화 기본법(안)’이 주민자치를 지배하고 통제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2021년 11월 18일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해 총 14명의 국회의원이 발의에 참여한 ‘마을공동체 및 지역사회혁신 활성화 기본법(안)’은 2020년 9월 23일 같은 당 이해식 의원이 대표발의(국회의원 41인 공동발의)한 ‘마을공동체 활성화 기본법(안)에 근거한다.
‘마을공동체 및 지역사회혁신 활성화 기본법(안)’에서는 마을공동체에 대한 정의를 ‘읍면동 및 시군구에서 경제·문화·환경 등을 공유하며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주민들이 상호작용을 하며 자발적으로 구성한 단체를 말한다(제1창 총칙 제2조 정의 1항)’라고 명기했다.
그리고 지역사회주체를 마을공동체를 비롯한 비영리민간단체, 비영리법인 등으로 구분해 놓으며(제1장 총칙 제2조 정의 3항), ‘시장·군수·구청장이 지역사회주체에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제2장 계획 수립 제7조 4항)’고 해 놓았다.
또한, ‘자치단제장이 마을공동체 및 지역사회혁신 활성화 지원 업무 수행을 위한 지원기관을 설치 및 운영할 수 있다(제3장 추진체계 제13조 1항)’와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업무상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지역지원기관의 운영을 조례로 정하여 관련 기관 또는 단체에 위탁할 수 있다(제3장 추진 체계 제13조 2항)’고도 못 박아 놓았다.
더불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교육 및 훈련을 종합지원센터, 지원기관 등에게 위탁해 수행할 수 있다(제4장 마을공동체 및 지역사회혁신의 기반 조성 등 제16조 2항)고’ 밝혀 놓았다.
정리해 보면 주민자치회를 마을공동체를 구성하는 여러 단체 중의 하나로 놓고 시장·군수·구청장이 광범위한 행정 및 재정적 권한을 행사하며, 종합지원센터, 지원기관 등을 명목으로 중간지원조직을 설치 및 위탁해 주민자치를 지배하고 통제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된다. 이는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라는 중간지원조직을 내세워 주민 주도로 실현되어야 하는 주민자치의 본질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훼손한 서울형 주민자치회 사례에서 충분히 경험한 바 있다.
‘마을공동체 및 지역사회혁신 활성화 기본법(안)’은 이밖에도 행안부 장관,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 등이 마을공동체 및 지역사회혁신 활성화를 위해 재정과 금융 등 행정적 지원은 물론 국·공유 재산까지 활용케 하는 등 막대한 권한을 행정에 부여해 놓았다. 정치와 행정이 결탁해 거대한 중간지원조직을 구축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되는 부분이다.
정치와 행정이 결탁해 거대 중간지원조직 만드나
행안부의 입장은 어떨까.
2022년 지자체 정부혁신 실행계획 수립 및 추진 담당부서인 행안부 지방자치분권실 지역사회혁신정책과 담당은 “이번 사업에서 주민자치회와의 연계는 부서 소관이 아니며 지자체에 실행계획이 전달된 후 지자체 재량에 따라 결정될 일”이라는 모호한 답변에 그쳤다. 주민이 체감하는 지방행정혁신 사업에 애초부터 주민자치회와는 염두에 두지 않은 것으로 보여 지는 대목이다.
한편, 주민자치 담당 부서인 주민복지서비스개편추진단 주민자치지원팀 담당은 “마을공동체 및 지역사회혁신 분야는 엄연히 주민자치와 별개의 영역이다. 마을공동체 및 지역사회혁신 활성화 기본법(안) 역시 주민자치회 관련 법안과 무관하게 별도로 다뤄지는 부분”이라며 마을공동체 사업과 주민자치 간에 분명한 선을 그었다.
더불어 “지방자치법 전면개정안에서 주민자치 관련 조항이 빠진 채 시행됨에 따라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주민자치회 관련 법안이 통과되어야 주민자치회의 명확한 위상 정립 및 기능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전했다.
마을공동체 사업과 주민자치회에 대해 행정 내에서 조차 상호소통이 부재된 칸막이 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이라 하겠다.
주민자치 현장에서 주민자치회와 주민자치위원이 체감하는 중간지원조직에 의한 내외부적 통제는 상당한 수준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마을공동체 사업이 있다. 주민참여 및 협력으로 주민이 직접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토대 조성을 위해 정책적 참여개선과 지역사회 문제해결 지원강화를 내세운 행안부의 ‘2022 지자체 정부혁신 실행계획’이 주민자치의 실제적 현실은 외면한 채 보다 거대한 중간지원조직을 법적으로 완성시키는데 목적이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