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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도 ‘분권’도 없는 한국의 주민자치, 어디로 어떻게 나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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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도 ‘분권’도 없는 한국의 주민자치, 어디로 어떻게 나가야 하나
  • 김윤미 기자
  • 승인 2022.08.31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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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 연구세미나 제35회 전상직 회장 ‘주민자치 실질화 방향’

현시점 주민자치의 문제와 쟁점, 향후 방향을 가늠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주민자치학회는 830주민자치 실질화 방향을 주제로 한 제35회 주민자치 연구세미나를 개최, 전상직 한국주민자치학회장이 발제를 맡아 진행했다. 전상직 회장은 서두에서 자치는 타인이 하라고 강요하는 순간 압박이 된다. 자치는 다분히 사회적 현상으로 정치적, 행정적, 교육적, 윤리적 현상이다. 그런데 지금 주민자치를 다루는 사람들은 이런 점들을 다 무시하고 딱 행정 하나의 입장에서만 들여다보고 있다. 모든 주민자치 정책이 제대로 안될 수밖에 없는 이유인데 이걸 지켜보고 있자니 갑갑한 마음이다. 행정이 발에 땀나도록 쫓아다녀봐야 주민자치에 대해 30퍼센트도 파악을 못한다. 그런데도 흡사 주민자치의 주인인양 다 아는 것처럼 오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 차원에서 본다면 주민자치는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굉장히 어렵다고 운을 뗐다.

전상직 회장은 먼저 주민자치 조건과 관련해 주민자치구역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아래 그림을 제시하며 행안부가 주민자치구역을 읍면동으로 고수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행정구역과 자치구역은 다르다. 주민들이 내 마을로 승인하는 자치가능한 구역으로 분권을 해야하는데 읍면동은 현실적으로 주민자치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 회장은 주민자치 성립 원리로 자발성’‘자주성’‘자율성을 제시했다. 먼저 자발성은 주민들이 지역을 나의 마을로 승인하고 헌신하여야 한다. 주민들의 자발성은 자치의 추동력이며 주민들의 자발성이 없는 자치는 주민관치가 되며, 자치할 수 있도록 주민의 자발성을 형성하는 것이 국가의 주요한 임무라고 전상직 회장은 강조했다.

이어 자주성과 관련해서는 주민들이 주민을 이웃으로 승인하고 연대할 수 있어야 한다. 합리적인 주민들이 강제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공동체를 위해 민주적 의사 결정권, 효율적인 사무 집행권, 주민과 근린의 대표권, 반 의사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자율성에 대해서는 생활관계를 마을의 자산과 주민의 능력으로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주민들이 공동체의 원칙을 세우고 그것을 따르는 것으로, 주민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실천하면서 형성해가는 것이며 주민들 스스로 규칙을 작성하고 그 규칙을 준수하는 것을 말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상직 회장은 주민자치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이웃을 활용해 이웃과 함께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기본적인 것을 행정에서는 잘 모른다고 개탄했다.

계속해서 그는 주민자치의 성립조건과 관계도를 제시했다. 주민자치의 필요조건은 분권’, 충분조건은 자치이며 이 교집합 속에서 주민자치회가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주민자치회로 주민들은 자치를 할 수 있으며 주민자치회는 주민들의 자치로 의미를 가지게 된다. 또 주민은 총회로 주민자치에 참여하고 시군구는 사업으로 지원하면 되는 것이다. 전상직 회장은 행정이 도와준다고 하는 게 자칫 주민자치를 죽이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으로 전상직 회장은 우리 고유의 주민자치라고 할 수 있는 향약의 역사도 소개했다. 그는 중국 여씨향약에서 기원한 조선 향약 중에서는 기층민들로 구성된 촌계만이 유일하게 성공, 주민자치로 발전했다. 이와 같은 역사에서도 보듯이 먼저 주민이 자치의 주체가 되어야 하고 다음으로 자치적민주적 절차로 운영되어야 주민자치가 성립되고 성공할 수 있다. 수령이나 사족이 주도한 향약은 다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전 회장은 분권과 자치를 강조하며 지금 시행하고 있는 읍면동 협치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자치 없는 허울뿐인 협치라는 것이다.

주민자치로 해야 하는 일에 성격에 대해서는 예산-사업 선차성 사업 보다 사람선차성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마을사업의 사례로는 놀이로서의 마을행사와 배움을 통해 인생에 눈을 뜨는 마을강좌를 언급했다.

끝으로 전 회장은 주민자치의 주요 쟁점들로 주민이 주민자치회의 회원이 되지못하도록 한 행안부 표준조례의 주민이 빠진 주민자치읍면동계층으로 구역을 제한한 주민자치 할 수 없는 사무를 주민에게 하라고 강요하는 주민자치 일에서도 주체권을 박탈하는 주민자치 결정권/결정력을 없애버린 왜곡된 주민총회 사무/사업의 자치적 실행/집행력 빼앗긴 주민자치회 등을 꼽았다.

이와 함께 전상직 회장은 자치는 사람을 인격자로 만들어 주고 마을을 공동체로 만들어 준다. 자치는 사람에 있어서나 마을에 있어서나 기본적인 존재양식이다. 그러므로 자치를 한다는 것은 침묵보다 더 나은 말을 하는 것이며, 주인이 되고 어른이 되는 것이다라고 덧붙인 뒤 발제를 마무리했다.

발제 후 사회를 맡은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오늘 발제에서 전 회장님이 현재 주민자치를 하는 분들이 고민하는 부분을 여러 지점에서 말씀해주신 것 같다라며 토론을 진행했다. 특히 주민자치 하기에 적절한 구역 설정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오갔다. 현재 읍면동 단위에 구성된 주민자치회를 통리 단위로 더 작게 쪼개는 것에 대한 의견, 같은 구역 안에 복수의 주민자치 조직을 가능하게 하는 것 등이 언급되기도 했다.

전상직 회장은 주민자치회에 배타성, 대표성이 있어서 지역에 하나가 있으면 쪼갤 순 있어도 하나 더 만들 수는 없다. 기존 조직이 마음에 안 든다 해서 복수로 만들 수 있게 허용하면 더 혼란스러워 질 것이다. 구역마다 배타적 주민조직이 하나여야 하지 이중, 중복 조직이 혀용된다 하면 마을이 분열되어서 주민자치회 구성/운영 자체가 안 될 것이다. 강력히 반대한다. 주민자치회는 친목조직인데 기업체, 정당 같이 과업조직이 되면 문제 발생의 소지가 크다고 밝혔다.

윤준희 자치경영컨설팅 이사는 주민자치도 복수 조직을 허용, 서로 경쟁해야 주민 복지를 위해 더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전 회장은 그렇게 되면 수평연대 관계를 경쟁으로 만드는 모순에 빠진다. 주민자치회의 임무가 소셜 서비스인데 이게 생활 서비스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주민 대변의 역할은 경쟁하고는 거리가 멀다. 복수의 주민자치회를 만들면 이 역할을 포기해야 한다. 경쟁과 주민자치와는 잘 안 맞는 개념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전은경 교수는 현장에서도 문제 되는 부분이 있다. 동네마다 15~20개 직능단체가 있는데 이들은 각각의 목적이 있는 목적단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특정한 목적을 위해서가 아니라 동네 전체를 포괄하는 주민조직이 필요해 주민자치회가 생겼고 주민 대표성을 갖는다고 얘기하는데 복수의 단체가 경쟁을 하게 되면 주민자치회가 직능조직이나 NGO들과 차별점이 없어지는 결과를 낳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이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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