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30 09:48 (화)
메가시티-예산효율화 흐름에 ‘주민밀착형 생활서비스 제공’ 패리시 카운실 재조명[연구세미나40-①]
상태바
메가시티-예산효율화 흐름에 ‘주민밀착형 생활서비스 제공’ 패리시 카운실 재조명[연구세미나40-①]
  • 김윤미 기자
  • 승인 2022.09.23 1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민자치 연구세미나 제40회 박진곤 박사 ‘21세기 영국의 패리시 카운실의 부흥: 알리스테어 존스의 연구분석 소개’

선진국의 주민자치 사례를 얘기할 때 미국의 타운미팅, 독일과 스위스의 게마인데와 함께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영국의 패리시 카운실의 최근 경향을 파악할 수 있는 흔치않은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주민자치학회는 92221세기 영국의 패리시 카운실의 부흥을 주제로 제40회 주민자치 연구세미나를 개최, 박진곤 박사(성신여대 강사)가 발제를 맡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특별히 2020년에 발간된 알리스테어 존스(Alistair Jones, 드몽포르대 교수)의 저서 잉글랜드 패리시 카운실 파워의 부흥(The Resurgence of Parish Council Powers in England)’의 주요 내용을 정리해 소개했다. 이 책은 1장 도입: 패리시 카운실의 개념 2장 지방정부의 비용절감 추진 3장 패리시 카운실의 증가? 4장 국제적 비교 5장 역량 이슈 6장 결론: 패리시 카운실의 부흥? 등으로 구성돼 패리시의 형성과정과 법적지위, 활동과 영향, 최근 부흥원인 등을 분석하고 있다.

발제에 따르면, 지방정부에 관한 연구에서 패리시 카운실은 상대적으로 등한시 되어 왔으나 최근 중앙과 지방의 상위 정부 권력은 패리시 카운실 재구성 및 역할 확대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는 패리시 카운실이 지방정부 내에서도 가장 지역, 주민과 가깝게 접촉하는 기구이며 민주주의 관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잉글랜드 내 현재 형태와 기능의 패리시 카운실은 1894년의 지방정부법(Local Government Act) 에 의해 형성됐으며, 300명이 넘는 인구를 가진 농촌 지역은 반드시 패리시 카운실을 형성할 것을 요구 받기도 했다. 하지만 패리시 카운실 자체의 역사는 최소 500년 가까이 될 정도로 훨씬 더 오래됐으며 역사적으로 도로와 하수구 보수, 빈민 구제/관리, 공공 조명 보수, 치안 유지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잉글랜드 전역에 형성되어 있지는 않으며 특히 대도시에는 형성이 안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고 박 박사는 설명했다.

박진곤 박사는 영국은 의회주권제에 의해 운영되므로 의회는 아무런 헌법적 제약 없이 지역 기구를 형성하거나 제거할 수 있다. 하지만 한번 형성된 패리시 카운실이 상위 정부 권력에 의해 철폐되는 것은 매우 드물다. 오히려 요즘은 패리시 구성이 늘고 있다라며 현재 잉글랜드의 약 70%의 인구가 패리시 카운실이나 패리시 미팅을 결여하고 있다. 콘월 등의 몇몇 지역에서는 패리시 카운실 전통이 매우 오래되었으며 강하다. 이것이 부재한 지역은 대부분 도시 지역들이다. 이는 도시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이의 유익에 대한 인식이 낮기 때문이다. 지역에 따라 극명한 차이가 있는 것이다. 다만 도시 지역에서 패리시가 형성된다면 훨씬 큰 규모 가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알리스테어 존스 교수가 분석한 ‘21세기 잉글랜드 패리시 카운실의 부흥과 관련된 세 가지 정치적 변화는 지방정부 조직의 규모 확대 긴축 재정 정책 지방주의(localism)’ 등이다.

먼저 지방정부 조직의 규모 확대1972년 지방정부법에 의해 그 숫자가 크게 감소했으며 이후 추가적인 통폐합 조치들이 시행됐다. 변화의 명분은 규모의 경제와 결부된 높은 비용 효율성이지만 이러한 경제적 유익이 지방정부 조직의 규모 확대로부터 비롯된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고 존스 교수는 주장했다고 박진곤 박사는 발표했다.

한편, 이 같은 지방정부 조직의 거대화 현상은 민주주의적 손실(the democratic deficit)’을 야기한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라고 박 박사는 언급했다. , 인구와 지역상으로 비대해진 지역 정부 조직은 이전보다 지역 시민들로부터 멀어진 모습을 보여 왔으며,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많은 이로 하여금 지역과 가깝게 접촉하는 패리시 카운실의 새로운 형성이나 역할 확대에 관심을 갖게 했다고 존스 교수는 분석했다. 박 교수는 바로 이 지점이 패리시 카운실 부흥의 가장 큰 이론적 명분이라고 지적했다.

패리시 카운실의 부흥과 관련된 두 번째 중요한 변화는 지방정부의 긴축재정 프로그램이다. 이는 2007~8년의 세계 금융위기로부터 비롯됐으며 이를 통해 특히 지방정부 재정 지출의 대규모 삭감이 이뤄졌다. 이같은 흐름은 지방정부로 하여금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고민하게 했다고 박진곤 박사는 설명했다. 그리고 패리시 카운실이 선택적 공공 서비스 제공의 책임을 맡을 기회를 얻기도 한 것이다.

세 번째 변화는 로컬리즘이다. 2011년 로컬리즘법은 중앙에서 지방으로의 대대적 권한 및 업무 이양에 초점이 맞춰졌으며 이는 긴축 재정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던 측면도 있다. 지방이 필요로 하는 공공 서비스를 그 지역 공동체를 통해 조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으며 모두의 초기 예상과는 달리 패리시 카운실이 상당 부분 이 같은 공공 서비스 제공의 책임을 맡게 되었던 것이다.

알리스테어 존스의 저서 3장은 패리시 카운실의 급부상과 증가를 다뤘으며 그들이 속한 지역 공동체를 위해 패리시 카운실이 어떠한 역할을 해왔는지 탐구, 분석해 실었다. 이에 따르면, 영국법은 패리시 카운실이 맡을 수 있는 역할을 어느 정도 제한하고 있지만(즉 상위 정부기구에 명시적으로 위임된 권한 및 업무는 침해 불가) 그러한 제한 내에서 패리시 카운실은 다른 공적/사적 기구들과 협업하여 지역공동체를 위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새로운 파트너십을 통해 자신의 역할을 강화해온 측면이 있다.

패리시 카운실의 대표적 역할로 패리시 플랜(Parish Plans)’ 수립과 실행이 있다. ‘패리시 플랜은 패리시 카운실이 이 자신이 속한 지역공동체의 개발에 대해 수립하는 전반적인 계획이다. 이는 상위 지방정부 기구의 개발계획과 충돌하기도 한다. 통상적으로 패리시 카운실은 자원 부족으로 인해 단독으로 자신의 패리시 플랜을 실현시키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상위 지방정부 기구나 다른 종류 파트너와의 협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협력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패리시 플랜은 실현불가능한 희망사항에 그치게 되어 패리시 카운실의 무력감을 강화할 수도 있다고 박진곤 박사는 설명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일종의 주민세 혹은 개발부담충당금 같은 속성을 지닌 패리시 프리셉트(Parish Precept)는 각 패리시에 소속된 납세자들로부터 별도로 거둬들이는 세금으로, 대부분의 패리시 카운실은 상위 지방정부 기구의 자금이 아닌 이 프리셉트에 재정적으로 의존한다. 건물 임대 등을 통한 수입도 존재하지만 프리셉트가 패리시 카운실 재정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다. 이 프리셉트에 대한 법적인 상한선은 존재하지 않지만 매우 과도한 양을 징수하는 경우는 드물다. 왜냐하면 카운실은 선거와 연결되어있는 조직으로 카운실 멤버들이 유권자들의 선거로 선출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많은 액수의 프리셉트를 징수하긴 어렵다.

박진곤 박사는 상위 지방정부 기구는 통상적으로 패리시 카운실과의 논의를 거쳐 지역 개발 계획을 수립한다. 하지만 많은 카운실 멤버들의 보고에 따르면 상위 지방정부 기구가 진지하게 그들의 의견 및 패리시 플랜을 고려하는 경우는 드물다. 법적으로 의견 반영의 의무는 없다라며 통행권, 버스 정류소, 가로 조명, 주차 등의 교통 관련 사안들은 종종 패리시 카운실이 다루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사안들에 대해 패리시 카운실과 상위 지방정부 기구가 의견차이로 갈등을 빚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발제에 따르면, 많은 패리시 카운실이 다른 기구와 파트너십을 이루어 지역공동체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파트너십은 상황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띠며 상위 지방정부 기구들과의 협업을 통해 이전보다 더 다양한 사안에 공헌할 수도 있다.

또 주민대표성(Representation)은 패리시 카운실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이다. 패리시 카운실은 가장 지역적인지방정부 형태이며 유권자들에게 가장 가까운 자치기구이다. 그러나 패리시 카운실 선거에서는 상대적으로 정당의 역할이 두드러지지 않는다. 또한 많은 카운실러들이 단독으로 경쟁 없이 선출되며 어떤 이들은 선거 없이 기존 멤버들에 의해 선임되어 카운실러가 되기도 한다. 선거는 보통 4년에 한번 진행된다.

4장 해외사례 비교와 관련, 분석 대상 국가들은 포르투갈, 폴란드, 자메이카, 트리니나드토바고, 독일, 덴마크, 스웨덴, 체코 공화국 등이며 이들 나라에서는 모두 패리시 카운실과 비슷한 정부 조직이 발견 된다. 이들의 공통점은 시정부나 중앙 정부에 대한 의존(특히 금전적 의존) 존재에 대한 헌법적 보호의 일반적 부재 헌법적 보호가 어느 정도 존재하더라도 상위 정부 기구가 빈번히 이들 역할 및 구조에 개입 대부분의 국가에서 서비스 제공 역량의 부족을 근거로 이들을 통폐합하거나 심지어 철폐했던 역사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5역량은 패리시 부흥 전망에 시사점을 줄 요소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인데도 이에 대한 비현실적 기대도 많다. 먼저 존스 교수가 정리한 역량의 개념은 변화를 예견하고 이에 영향을 주는 것’ ‘정책에 대해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 것’ ‘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 ‘자원들을 끌어당기고 흡수하는 것’ ‘자원들 관리’ ‘미래 행동을 가이드하기 위해 현재 활동들을 평가하는 것등이다. 많은 패리시 카운실이 상위 정부 기구보다는 매우 적은 재정을 운영하는데 이는 서비스 제공의 역량을 제한하는 역할을 한다. 프리셉트를 많이 올리는 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고 따라서 다른 공적 혹은 사적 기구/단체와 파트너십을 형성해 특정한 프로젝트나 서비스 제공을 위한 자금을 조성하는 방법도 고려된다. 특정한 패리시 카운실의 역량 강화는 상당한 시간과 경험을 요구 한다고 박진곤 박사는 언급했다.

역량 강화와 관련해서 존스 박사는 상위 정부 기구와의 관계와 무관하지 않다 상위 정부 기구가 패리시 카운실에게 새로운 활동의 탐색을 가능케 하는 시간과 자원을 제공해야 한다 해당 지역공동체의 참여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하며 그런 점에서 지역공동체 자체의 역량 강화도 참여와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리더십과 관련해 존스 교수는 패리시 카운실의 리더들은 특히 플랜수립을 통해 패리시 카운실이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카운실러들은 패리시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파악하고 그것을 제공할 방법을 고안해야 하며 다른 기구나 단체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자금 조성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이들은 지역 공동체로부터 의견을 이끌어내고 함께 호흡하며 일해야 한다. 또한, 상위 정부 기구들과 의견을 조율해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박진곤 박사는 이 책은 21세기 잉글랜드 패리시 카운실의 부흥과 관련해 300개에 가까운 패리시 카운실이 21세기에 설립되었고 이러한 과정은 현재진행형이다. 패리시 카운실은 그 어떤 선출된 정부 기구보다도 유권자들과 친밀한 관계에 놓여있다. 카운실러들은 유권자들 대부분의 이름을 알기도 한다. 지방정부 조직 규모의 비대화와 이를 수반한 정부와 유권자 사이의 괴리는 패리시 카운실의 새로운 설립 및 역할 확대에 대한 요구로 이어져왔다. 패리시 카운실의 지속적 개발을 위해서는 상위 정부 기구 및 지역공동체로부터의 지지가 요구 된다고 결론짓고 있다고 말하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사진=문효근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공공성(公共性)’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연구세미나95]
  • 문산면 주민자치회, 주민 지혜와 협의로 마을 발전 이끈다
  • 제주 금악마을 향약 개정을 통해 보는 주민자치와 성평등의 가치
  • 사동 주민자치회, '행복한 끼'로 복지사각지대 해소 나서
  • 남해군 주민자치협의회, 여수 세계 섬 박람회 홍보 나선다
  • 별내면 주민자치위원회, 청소년들의 자율적 자치참여 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