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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 행정 보완수단 아냐...인위적․강제적 구조 벗어나 독립·자생성 찾아야”[연구세미나40-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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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 행정 보완수단 아냐...인위적․강제적 구조 벗어나 독립·자생성 찾아야”[연구세미나40-②]
  • 김윤미 기자
  • 승인 2022.09.2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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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 연구세미나 제40회 박진곤 박사 ‘21세기 영국의 패리시 카운실의 부흥: 알리스테어 존스의 연구분석 소개’

영국의 패리시가 한국 주민자치에 주는 함의는 무엇일까? 이는 22일 한국주민자치학회가 주최한 제40회 주민자치 연구세미나에서 21세기 영국의 패리시 카운실의 부흥을 주제로 한 박진곤 박사(성신여대 강사)의 발제와 열띤 토론을 통해 논의됐다.

발제 후 채진원 한국주민자치학회 학술부회장의 진행으로 본격적인 토론이 이어졌다. 채진원 부회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 주민자치센터와 주민자치위원회가 출범하면서 공무원 저항 때문에 애초 기획과는 달리 자문기구의 성격이 되면서 영국 패리시와는 다른 길을 걷게 됐다. 권한을 이양 받지 못한 상황에서 상부기구의 개입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경로를 밟게 됐다. 패리시 카운실 대표자, 집행부 구성 방식도 우리와 다르고, 동네에서 필요한 공공서비스를 위탁 받아 집행하는 것도 우리와는 많이 다르다. 갈 길이 멀다. 여러 측면에서 많은 비교 시사점 얻은 것 같다고 서두를 꺼냈다.

홍형득 강원대 교수는 방대한 내용을 잘 정리해주셔서 공부가 많이 됐다. 우리가 패리시에 대해 유의해야 할 게 있다. 패리시는 태생적으로 자치조직이라기보다는 종교 교구에서 출발했다는 점이다. 1500년대부터 영국에서는 정치-종교 일체화 시기인 중세에 교구가 지역주민들의 커뮤니티 역할을 했고 1894년에 자치조직으로 편입되어 이후 여러 차례 제도가 바뀌면서 축소, 확대 과정을 거쳤다. 정치적으로는 노동당, 보수당 정권이 들어섰을 때 광역화 기조로 자치에 대한 한계를 드러냈고 행정조직이 재정적 한계와 효율성 때문에 행정서비스를 제대로 못하게 되는 상황에서 패리시가 부각됐다. 수요, 환경 등이 패리시를 다시 부각하게 한 측면, 맥락이 아닌가 생각한다라며 패리시는 수백 가지의 얼굴 가지고 있어 일반적으로 얘기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사람들마다 다 다른 얘길 하는 것 같다. 마치 장님이 코끼리 만지는 식이다. 이해하기 굉장히 어려운 측면이 있고 일반적으로 얘기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계속해서 홍형득 교수는 패리시는 30명에서 10만 명까지 조직 규모가 다양하고 주민들에게 깊이 뿌리내려 있다. 행정조직과 딱 일치하지 않고 하나의 행정조직에 여러 패리시가 있기도 하고 도시엔 아예 하나도 없기도 하다라며 영국의 자치조직을 얘기하면서 패리시를 어떻게 해석할까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고민이 있다. 영국은 다층적 자치구조라고 얘기한다. 유나이티드 킹덤에 4개의 4지역이 연방처럼 운영되는데 특히 스코틀랜드는 독자성이 굉장히 강하다. 발제에서 거론된 잉글랜드 패리시는 나머지 지역 사례와는 또 다르다. 기본적으로 패리시는 자치 행정조직이 아니다. 다만 어떤 패리시는 행정사무를 거의 할 수 없는가 하면 어떤 경우는 행정에서 많은 부분을 이양받아 하고 있기도 하다. 대부분의 패리시 조직은 재정적으로 열악해 행정서비스 제공 역할을 하지 못하는데 점차 그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할까. 그렇다해도 여전히 상위 행정조직에 의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패리시는 권한으로 보면 행정보다는 공동체의 대표에 가깝고 지역수요에 맞는 공공서비스 제공하며 주민 삶의 질 제고의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그 역할에 있어서 행정과 구분 할 수 없을 때도 있지만 행정보다는 주민 삶에 있어서 더 근본적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다양한 역할을 하되 상위법에서 제한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하며 상위 조직과 협의에 의해 큰 역할을 하는 패리시가 많다라며 패리시 운영 모습들 중에서 패리시 대표제가 있는데 하나의 지역, 단위 내에 여러 패리시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대표를 두는 경우다. 협의회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는 패리시 간 교육훈련, 지원 등을 하며 작은 조직들이 이의 지원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패리시가 한국 주민자치에 주는 함의에 대해 홍 교수는 한국의 주민자치는 너무 인위적이다. 패리시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무보수 명예직으로 지역을 위해 봉사하는 느낌이고 그 전통을 지켜주기 위해 중앙정부, 지방정부가 제도적으로 보완해 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게 한국과의 근본적 차이인 것 같다. 주민자치는 단순히 행정서비스의 보완 수단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한국은 이런 점이 굉장히 강하다는 느낌이다. 한국의 주민자치회는 외부의 지원이 없으면 하루아침에 문 닫을 조직들이 대부분인 것 같다. 이런 부분들을 하나씩 갖추고 보완해나가야 하지 않나하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채진원 교수는 영국은 보통법/관습법(Common Law)의 나라다. 보텀업 방식으로 법이 자라나 끊임없이 충돌하고 상호작용 하며 오랜 경험 속에서 축적된 나라다. 이런 경험이 없는 우리나라 같은 나라들이 실정법 통치를 강제 강압으로 하게 되고 주민자치가 자랄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이 인위적 압력이나 강제, 예산지원이 없으면 작동이 안 되는 상황이 되는 것 같다. 영국은 자력, 자조, 상호부조, 자발적 결사체 전통 남아 있어서, 굳이 우리나라에서 그 유사한 전통을 찾자면 향약 촌계에 더 가까운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진곤 박사는 오늘 이 자리에서 여러 이야기들을 잘 듣고 새로운 사실도 많이 알아가는 것 같다. 패리시는 일반화하기 굉장히 어려운 개념이고 규모와 지역전통, 수요가 다 다르다. 법에 저촉되지 않으면 패리시는 창의적으로 막 설립되고 그런 프로젝트도 많이 생겼다. 지방에 따라 다 달라지고 있고 개성화 되는 것 같다. 질서정연하거나 단일화된 행정조직 느낌이 아니라 대단히 생동감 있는 조직이며 지역색을 많이 뛰고 있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전은경 교수는 지역공동체가 커뮤니티를 의미하는 것인지? 우리의 경우 로컬 커뮤니티라고 하면 지역사회 내의 작은 동아리라고 쓰는 경우가 많다. 패리시의 지역 대표기능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한국 주민자치회의 대표 기능이 행정과의 협의라고 한다면 패리시의 대표기능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궁금하다고 질의했다.

이에 박진곤 박사는 패리시 카운실의 대표기능은 카운실 멤버들이 선출된 다음에 계획을 자체적으로 수립하는데 상위 정부기구와 중복되거나 충돌되는 계획 수립은 안 되게 되어 있어 상위 정부기구와 조율을 하거나 지역 민의를 반영해 무리한 개발을 막는 역할 등을 수행한다. 다만, 이들의 불만이라면 의견 수렴은 하는데 상위 행정기구에서 듣는 시늉만 한다는 것이다. 의견 반영에 대한 강제조항이 없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류호익 한국주민자치강사회의 공동대표는 패리시는 기초정부로서의 지위가 아닌 애매모호한 포지션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오늘 발표로 많은 부분이 이해가 됐다. 역량 강화에 있어 정부기구와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했는데 그 관계가 잘 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박진곤 박사는 서기(clerk)의 전문성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한다. 행정, 재정적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법에 저촉되지 않으면서 잘 운영할 수 있고 이는 전문적 영역이라 자격조건 돼야 할 수 있고 평가 시험도 있다. 아무나 지원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라며 저자 존스 교수는 패리시 카운실의 입장에서 이 책을 쓴 것 같다. 패리시 카운실에 대해 비판 보다는 상위 정부기구가 잘 수용해야 한다는 논조이고 패리시가 성장하고 역량 개발이 될 수 있게 자원, 시간을 더 지원해야 한다는 논조로 쓴 것 같다. 다만 현실적으로 어떠한가는 별개의 문제인 것 같다고 답했다.

박상규 경기도 주민자치회 대표회장은 영국은 과연 어떤 제도로 주민자치가 잘 되고 있나 궁금하고 우리나라 주민자치가 너무 근본적 태생적으로 많이 어렵다는 생각이다. 영국의 주민자치 대체조직이 여럿 있는지 이것도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이에 박진곤 박사는 시민사회 개념 속에 포함되는 집단, 단체, 조직들이 영국에도 많다. 그러나 지방정부에서 가장 주민과 밀접한 조직은 패리시 카운실 일 것이다. 정부에 포함되지 않은 단체들이 간접적으로 공공서비스 제공 역할을 하고 있는데 패리시도 다른 단체들과 협업을 많이 한다. 패리시 카운실이 기댈 수 있는 조직, 단체들이 많은 것 같다고 답했다.

홍형득 교수는 한국은 주민자치 단위가 너무 커서 감당이 안 되는 것 같다. 체계화되지 않은 현 주민자치회 조직이 어떻게 역할을 할 수 있겠나. 제도적으로 주민자치가 그 시작이 작아도 뿌리를 내리게 되면 강해질 수 있는데, 지금은 지원한다고 해서 뿌리내릴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작지만 제대로 된 시작을 했으면 좋겠다. 정부에서 막 인위적으로 하거나 외양만 갖추는 게 아니라 작지만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주민자치가 됐으면 좋겠다. 당장 모양을 갖추고 실적을 내고 그런 게 아니고. 또 하나, 현 주민자치회는 기존 마을조직들과 갈등이 상당히 큰 것 같다. 그렇게 벽에 부딪치는 자체가 안타까운 모습이다. 주민자치의 근본을 생각하면서 작지만 단단하게 시작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채진원 교수는 민주주의 결손 이라는 용어가 있다. 한국의 경우 부울경 메가시티로 지역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식의 공약이 많이 나왔는데 한편으로 맞는 것 같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주민들의 대표성이 더 축소된다는 생각이 든다. 국회의원, 도지사 1인 당 주민 수가 더 많아지는데 주민을 위한 서비스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민주주의 결손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패리시 카운실이 거론되는 것 같다. 민주주의 공백, 결손, 그 틈을 좁힐 수 있는 게 패리시 카운실인 것 같다. 주민들과 밀착해 대의를 잘 할 수 있는 채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주민자치위원 선출방식이 해당지역 주민들의 직선이 아니라 절차적 정당성, 대표성, 책임성이 떨어진다. 패리시와의 근본적 차이다. 메가시티 논의와 관련해 왜 이 문제를 언급하지 않나하는 게 의문이다. 주민자치에 있어 절차적 대표성 문제가 해결되고 있지 않은데 이걸 지적하는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전은경 교수는 주민자치라는 용어 자체가 뭔가 본질을 잘 드러내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본질을 잘 담아내는 용어가 아닌 듯해서 주민평의회라는 말을 쓰면 좀 더 나을까? 본질에 더 다가갈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홍형득 교수는 용어보다 실제의 문제인데 자치에 있어서 지역의 주권주의, 보충성의 원리를 얘기하는데 이의 가장 근본에서 우리가 익숙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보충성의 원리는 주민이 중심이고 필요한 부분들을 지원받는 것인데 우리는 이를 거꾸로 생각한다. 생각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형득 교수는 영국의 패리시를 우리나라에 가져와서 한다 해도 실패할 것이다. 패리시는 그 나라가 가지고 있는 오랫동안의 역사, 문화, 이데올로기 등 복합적으로 설명해야 하는 것인데, 그렇다고 패리시를 잘 안다고 해서 적용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일부 응용할 수는 있겠지만 한국적 정서와는 잘 안 맞는다 생각한다라며 우리는 그동안 일제시대, 개발독재시대, 빠르게 성장하는 환경을 거치면서 주민자치 환경하고는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어 왔다. 지금부터라도 서서히 적응해가는 제도를 싹을 틔우며 만드는 것이지 하루아침에 되진 않을 거라 생각한다. 형식만 갖춘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주민의 의견 수렴 문화가 갖춰져야 하는데 껍데기만 가져온다면 더 왜곡될 수 있다. 긴 호흡을 가지고 천천히 접근해가야 우리의 주민자치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박진곤 박사는 한국 주민자치에 대해 많은 말씀을 듣고 정말 공부가 많이 됐다. 미국에서 서양 정치사상 위주로 공부했기에 우리나라의 정치적 측면을 잘 몰랐었기에 대단히 기쁘고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진=문효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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