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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의 원형’ 향약의 계승과 지속가능성, 공동체연금 운용으로 모색[연구세미나42-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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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의 원형’ 향약의 계승과 지속가능성, 공동체연금 운용으로 모색[연구세미나42-①]
  • 김윤미 기자
  • 승인 2022.10.11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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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회 이춘구 연구위원 ‘남원 입암향약의 운영방식과 ‘공동체연금’ 조성 사례연구’

 

현대 주민자치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전통 향약이 현재까지 계승되고 있는 지역에서 마을의 공동재산인 공동체연금조성 사례에 대한 연구가 나와 관심을 모았다. 한국주민자치학회는 지난 6남원 입암향약의 운영방식과 공동체연금조성 사례연구로 제42회 주민자치 연구세미나를 개최, 이춘구 향약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이 발제를 맡아 진행했다.

이날 발제에서 이춘구 연구위원은 주민자치의 이념은 오래된 풀뿌리민주주의에 근거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에 의거해 읍··동에 주민자치회를 구성하고 풀뿌리민주주의의 실현을 도모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자치회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국민이 존재 자체를 잘 모르거나 그 기능에 대해 회의를 갖고 있다라고 지적하고 이 같은 원인은 주민자치회가 권의주의 행정의 답습이며, ··동 주민의 의지를 대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방분권법뿐 아니라 지방자치법도 과거 권위주의적 오류를 안고 있다. 더욱이 20211월에 발의된 주민자치기본법()도 비슷한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이에 풀뿌리민주주의의 기본인 현행 주민자치회의 실태를 법제 등 종합적인 면에서 분석하고자 한다. 이 접근법은 통리 마을공동체 단위에서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천과 주민자치의 실행에 대한 대안의 모색이라고 서두를 꺼냈다.

그는 주민자치의 이념은 궁극적으로 홍익인간 재세이화이다. 즉 인간세계를 널리 이롭게 하고 만물을 교화시켜서 이성적 존재, 신인(Homo Deus)의 경지에 오르게 하는 것이 주민자치의 이념이다. 풀뿌리민주주의를 제대로 실현하고 주민자치를 실행하려면 읍··동 단위가 아니라 통·리 단위로 주민자치회가 구성돼야 한다는 주장이 우리의 역사와 법문화에 가장 부합한다. 역사적으로는 촌계와 두레, 향약 등의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향약을 새롭게 계승해 마을공동체에서 풀뿌리 민주주의, 주민자치 실현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주민자치의 원형으로 전북 남원시 금지면 입암리에서 실시되는 입암향약을 소개했다.

 

전북 남원시 입암향약, 주민자치의 원형 현대까지 잘 계승

 

입암향약에 대해 이춘구 연구위원은 노동공동체, 생활공동체, 사신공동체로서 향약의 기본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더 나아가 경제, 복지, 문화, 교육 공동체로서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실제로 입암향약의 운영 전반을 진단하고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하는 게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여기에다 전라북도 익산시 성당포구 마을 등이 시행하고 있는 마을자치연금과 같은 공동체연금을 도입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공동체연금이 도입된다면 입암향약의 지속가능성은 더욱 더 공고해질 것이라며 입암향약과 같은 향약을 널리 보급하려면, 향약의 보고인 전북 남원에 향약박물관을 건립하면 좋겠다는 제안이 있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향약 자료를 수집, 보존, 전시하며, 향약을 통한 주민자치 정신을 선양하는 교육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시급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 같은 과업을 수행하려면 향약향도, 문화향도가 필요하다. 열정적인 향약향도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 주민자치의 원형으로서 입암향약은 주민자치회의 완전한 대체재로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지방분권법등 관련 법률의 정비가 시급한 이유다라고 강조했다.

 

이춘구 연구위원은 현실적으로 마을공동체의 역사문화적 특성을 고려한 입법은 시도되지 않고 있다. 주민자치의 고유한 홍익인간 재세이화의 역사문화적 DNA를 발굴하고 활용함으로써 주민자치회가 안고 있는 주민자치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 대안으로 신향약으로 주민자치의 정통성을 정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향약으로 주민자치를 추진하자는 것은 향약의 목적과 기능 등이 우리 역사문화의 DNA를 그대로 전달하며 마을공동체의 번영과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제시했다.

계속해서 그는 신향약은 홍인인간 재세이화의 이념과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질서 아래 통, 리 마을공동체에서 전체 주민의 참여 속에서 자유롭게 소통하며 의사를 결정하고 경제복지, 문화교육 등 제 분야에서 주민자치를 실시하며 주민의 행복과 안전을 추구하는 새로운 향약이다. 우리 고유의 역사문화 DNA를 살리며 4대 덕목을 새롭게 해석하고 구성원의 자아실현을 도모하며, 향약원인 주민의 행복한 삶을 지원하기 위한 새로운 대안들을 추진하는 데 그 존재 이유가 있다라며 지역산업형의 경우 지역소재 산업을 지원하며 향토산업과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다. 지역화폐를 도입하고 지역자원을 활용한 공유경제도 시도할 수 있다. 지역복지 면에서 저소득층과 노인을 지원하며 보육공동체로 가꿔나갈 수 있다. 지역문화 및 역사 보전, 활용을 통해 문화역사 마을 가꾸기를 개척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평생교육, 청소년 쉼터 등 지역교육 연계사업도 펼칠 수 있다. 특히 다문화가정 등 외국인의 지역사회 정착 지원사업을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어린이 통학로, 방범과 방재, 교통 등 지역 안전지원과 꽃길, 벽화, 주차장, 노후주택 개량, 그리고 자원재생과 생태보전 사업 등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마을사업들은 지속가능성이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약 오랜 유지 비결, 투철한 공동체 복지정신과 공동재산 운영

 

발제에 따르면 입암향약은 18세기 초반에 시행되기 시작한 것으로 학계에서 발표가 되고 있으며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96년 목청촌계의 회관 건물을 재건축하려다 벽에서 기지입암향약안(1795) 등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목청촌계는 입암향약의 주된 명칭으로서 출발은 계 형태로 이루어진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계는 구성원들의 자발적 의지에 의하여 가입하지만 가입 후에는 규약안에 따라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목청계는 조선 후기에 등장하는 청계(廳契)에서 유래한다. 청계는 사찰의 운영조직으로 청에 소속된 승려들이 조직한 사찰계이다. 목청계가 촌계조직으로 등장하는 것은 입암향약이 유일하다. 일제 강점기 후반기로 가면서 입암향약은 1941년부터 해방 전까지 일본 연호 소화를 사용해야 했다. 그러다가 1952년 임진년 목청촌계 중심으로 향약을 다시 운영하였으나 6.25전쟁으로 1953년부터 19565월까지 향약운영을 중단했다. 이후 목청촌계가 기능을 회복해 활동했으며 1958년 금지면 입암리 농업협동조합이 설립됐다. 그러다 새마을운동의 전국적 실시로 이 협동조합은 폐지되고 1971년 입암새마을회규약을 만들어 1972년부터 향약을 본격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춘구 연구위원은 집단지도체제로 운영되는 것이 입암향약의 오래된 전통이자 공동체를 유지하는 비결이라며 마을의 지도자가 되는 것 또한 마을 일을 하면서 이장, 청년회장, 경노회장 등 소모임을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등 향약의 운영원리를 체득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발제자에 따르면, 입암향약이 마을공동체에서 제도화하고 규범으로서 강행성을 가지게 된 것은 향약 위반자에 대한 처벌가능성과 공동체 복지정신이 투철하기 때문이다. 향약안을 위반한 자에 대해서 향약이 스스로 태형 등을 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음으로 동중에 혹자가 질병으로 농사를 짓지 못할 경우, 전체 마을 인력을 동원하여 가꾸고 수확까지 해주라고 한다. 이 약안에 입암향약의 공동체정신과 복지를 지향하고자 하는 마을 인심이 다 포함되어 있다. 또 공동재산을 중심으로 주민자치가 완벽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이 연구위원은 설명했다.

입암향약은 227년간 계승되고 있다. 현재 입암마을에서는 170여 가구가 살고 있으며 향약에 전 가구가 가입되어 있다. 이춘구 연구위원은 입암향약이 다른 향약과 달리 창약 당시부터 양반과 상민, 노비 모두 공동으로 출연해 공동재산을 형성하였다. 동네 지주였던 천석꾼이 기본재산을 희사하고, 회원들도 십시일반으로 출연하였다. 향약재산은 약원들의 총유이다. 총유는 약원들의 공유지분이 없으며, 향약 그 자체에 관습법적으로 절대적 소유권과 사용권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발표에 의하면, 입암향약의 공동재산은 부동산과 유동자산 등으로 형성되어 있다. 부동산으로는 정미소 2, 양곡창고, 구판장 및 복지관, 새마을회관, 게이트볼장 등 공동시설이 있다. 또 논밭과 임야, 잡종지 등 토지도 7건에 이르고 있다. 부동산 가액은 수십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전체 유동자산은 202112월 말 기준으로 4억 원 가까이 보유하고 있다. 새마을회, 경노회, 장학회 명의로 되어 있으며, 모두 특정농협에 가입하고 있다.

 

주민자치 지속가능성 높이기 위해 공유재산 늘리고 공동체연금으로 확대 필요

 

이춘구 연구위원은 공동재산 내역을 살피면. 약원들의 공고한 연대와 단결력, 지리산과 섬진강 강변마을의 풍광, 마을 특산품 등 지역특성을 살릴 경우 공동재산을 얼마든지 늘려나가고 부촌으로서 복지공동체를 건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입암향약 운영 전반을 진단하고, 공동재산을 늘릴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생각이다. 공동재산의 관리실태, 유동자산의 운용실태, 특히 특정금융기관 한 곳에 집중 위탁할 경우 발생할 금융리스크 해소 여부 등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세입·세출도 투명하고 공정하게 수립되고 집행되지만 전체 경영 관점에서 면밀하게 살피고 개선해야 할 부분은 개선해야 할 것이라며 정미소 임대료와 양곡창고, 전답, 그리고 임야 등의 수익성 판단도 해야 할 것이다. 경노회와 청년회 등이 할 수 있는 공동생산과 공동유통, 공동복지 등의 사업을 찾아내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특히 딸기와 포도, 배추 등 작목회를 중심으로 생산과 출하를 공동으로 하는 방안도 확대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입암향약을 토대로 하는 주민자치와 민주적 의사결정 체험 등 소위 민주시민학교 현장 학습 등의 사업도 검토대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춘구 연구위원은 입암마을 공유재산 관리 사례에서 공동체연금의 가능성도 제시했다. 그는 입암마을 향약은 복지국가 시대에 정부의 도움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독립구이다. 동서양의 철학자들이 그리는 이상향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다. 입암마을의 공동재산 운영을 분석하면서 공동체연금(일명 마을자치연금)으로 다층적 노후소득보장체계를 구축하면, 입암향약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마을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게 된다라며 공동체연금은 마을을 비롯해 협동조합, 기업, 그리고 종교단체 등 단결력이 강한 공동체에서 생산활동을 영위하며 얻는 이윤과 기업 등이 지원하는 자산 수익 등을 적립하고, 적립금을 기금으로 운용해 얻는 잉여금을 보험금으로 일정 요건을 갖춘 공동체 어르신에게 지급하고 노후소득을 지원하는 연금을 말한다. 공동체연금은 공동체 구성원이 공동으로 생산 활동을 하며 얻게 되는 초과이윤과 공공기관 등의 지원금을 기금으로 운용해서 얻는 보험금으로 축적하고 이를 약관에 따라 수급자에게 연금으로 지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동체연금을 논의하는 의미에 대해 이 연구위원은 심각한 노후 빈곤을 퇴치하는 데 그 뜻이 있다. 우리나라의 노후 빈곤율은 43% 대로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금 상태에서 노후소득보장 체계를 살피면 기초연금(기초수급)+공적 연금(국민, 공무원)+퇴직연금+개인연금의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러한 체계의 상당 부분을 지금 노인세대는 대비하지 못해 노인의 빈곤 문제가 국가적 과제가 된 것이다. 전국 국민연금 평균 수급액은 2020년 기준으로 54만원으로 매우 부족하며 절대소득 보장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공동체연금, 더 구체적으로 마을자치연금은 그 중 첫 번째 대안으로 제안될 만하다. 절대적으로 가난한 노인을 위한 연금을 공동체, 마을 단위에서 스스로 만들어 보자는 취지라며 마을자치연금을 비롯한 공동체연금은 우리나라 역사를 통해 내려오는 상부상조의 역사적 전통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이는 서양의 사회보장 원리와 다른 우리 고유의 원리와 정신을 세울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만큼 공동체연금을 성공시킬 수 있는 역사문화적 DNA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동체연금 도입시 주민자치 복지망으로 발전 기대

 

끝으로 이춘구 연구위원은 입암향약은 공동재산을 기초로 연대성이 강하기 때문에 공동체연금으로서 마을자치연금을 도입하는 데 큰 걸림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마을 또한 비교적 큰 규모로 유지되고 있어 마을 소멸에 대한 걱정도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입암향약 입장에서는 향약마을체험, 동제 체험, 농촌생활 체험, 섬진강과 지리산 휴양촌, 태양광, 작목회 사업 등 공동생산 사업의 영역이 넓은 게 장점이다. 남원시가 국민연금공단과 함께 향약 진단을 비롯하여 공동체연금의 도입가능성 등을 면밀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면서 입암향약은 공동재산 소유와 기초적 복지시행 등으로 300년이 가까운 지금도 원형을 거의 유지하며 존속하고 있다. 여기에다 공동체연금을 도입한다면 입암향약은 주민자치 복지망으로서 크게 발전할 것이다. 설계만 잘한다면 노인의 절대빈곤 추방, 다층적 노후소득 보장, 촘촘한 연금복지망 구성 등을 기대할 수 있다. 향약의 덕목처럼 도덕성을 준수하며, 근로생산의욕을 고취하고, 공동체의 소멸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고향기부가 활성화되며, 귀향하는 원주민도 늘어날 것이다. 전체 사회면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 기업과 공동체 유대 강화, 창조적 자본주의 이행 등이 기대된다. 결국 복지재정 부담을 완화하며, 국가예산을 최소로 투입해 최대 효과를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소위 기본소득 완전 대체재로서 공동체연금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사진=이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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