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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처럼 유연하게 ‘아바타: 물의 길’ ‘겨울왕국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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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처럼 유연하게 ‘아바타: 물의 길’ ‘겨울왕국2’
  • 윤성은 영화평론가
  • 승인 2023.01.19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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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사람들 그리고 영화 Town in Movie

많은 영화의 배경이 마을이다. 영화 주인공들의 삶의 터전 역시 그들이 사는 마을이고 동네이기 때문이다. 스크린 속 인물들은 배경이 되는 마을, 그리고 이웃들과 때로 갈등하고 협력하며 여러 이야기들을 만들어나간다. 그 이야기의 결말은 해피엔딩이 되기도 하고 비극으로 치닫기도 한다. 앞으로 마을, 사람들 그리고 영화에서는 마을과 사람들의 케미스트리, 그들 사이의 교감과 성장, 변화를 다룬 작품들을 소개한다. 그 속에서 주민자치의 바람직한 방향, 때로 반면교사의 깨달음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편집자 주]

 

*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난 달 베일을 벗은 아바타: 물의 길’(Avatar: The Way of Water, 감독 제임스 카메론, 2022, 이하 물의 길’)1편의 개봉 이후 장장 13년을 기다려왔던 관객들에게 동시대의 영화적 경험이란 어떤 것인지 맛보게 해주었다. 관객들은 3D 안경 너머로 펼쳐지는 신비로운 판도라 행성의 경관과 방대한 아바타의 세계관에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아이맥스, 돌비시네마, 4DX, 스크린 X 등 특수 상영관에서 영화를 관람한 이들은 처음 아바타를 보았을 때처럼 동시대의 영화 기술이 이만큼 발전했다는 사실에 새삼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의 길은 특히 MZ 세대들에게 아직도 반드시 핸드폰이나 TV가 아닌 영화관에서 보아야 할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있으며 영화관람료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러나 시각적 경이로움과는 별개로 물의 길의 내러티브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린다. 재미있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1편과 플롯이 유사하고 러닝타임이 너무 길어 지루하다는 평가가 공존한다. 전편 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는 속설과도 상통하는 바 아바타가 개봉 당시 열어준 신세계는 10년 넘게 문화예술계 전반에 영향을 미쳐왔기에 그 세팅 안에서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펼쳐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스펙터클을 제외하고도 물의 길에 대해 할 이야기는 많다.

블록버스터 이상의 의미 아바타: 물의 길이 여는 또 다른 신세계

물의 길1편에 이어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를 쫓는 마일즈 쿼리치’(스티븐 랭) 부대와 그에 맞서는 설리 가족의 여정을 담고 있다. 제이크는 자신 때문에 나비족과 아이들이 위험해지는 것을 볼 수 없어 가족들을 데리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떠난다. 그들이 정착한 곳은 멧케이나 부족이 사는 바닷가다.

인간세계에서도 인종과 혈통에 따라 생김새가 다르듯이 판도라 행성에서도 멧케이나 부족에게는 숲의 부족과 달리 헤엄치기 좋은 팔과 손가락, 긴 꼬리가 있다. 외모부터 다른 이방인으로서 설리 가족이 바다를 중심으로 한 생활 방식을 배우고 물의 부족과 친해지게 되는 과정은 전편에서 제이크가 오마티카야 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게 되는 과정과 유사하다.

다만, ‘물의 길에서는 제이크의 아이들이 주요 인물로 등장해 멧케이나 족장의 아이들과 티격태격하며 가까워지는 모습이 꽤 길게 묘사되고 있다. ‘아바타에 설리와 네이티리의 로맨스가 있었다면 물의 길에는 이처럼 가족 서사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이미 4편까지 촬영을 마친 것으로 알려진 아바타 시리즈에서 앞으로 설리 2세들을 새로운 프로타고니스트로 앞세우기 위한 포석으로 보이며, ‘물의 길을 말 그대로 가족영화로 규정하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제이크의 아이들은 인간과 나비족 사이의 혼혈로서 인간처럼 다섯 개의 손가락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그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었던 오마티카야 부족을 떠나서야 이들은 자신들의 태생이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고, 편견 및 배타성과 싸우면서 성장한다. 그 중에서도 죽은 그레이스 박사의 딸이자 제이크 부부에게 입양된 로날은 나비족의 신인 에이와를 가깝게 느끼며 신비로운 능력까지 보여주는데 평범하지 않은 자신의 모습 때문에 남다른 성장통을 겪는다.

물의 길에는 시작도 끝도 없고 무엇이든 연결한다

제이크가 네이티리에게 나비족의 언어와 이크란 타는 법을 배우며 이들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정받았던 것처럼 설리의 아이들 또한 잠수법과 수중 언어(수어)를 익힌다. 설리의 둘째 아들, ‘로아크는 족장 아들들의 짓궂은 장난으로 바다 위험한 곳에서 변을 당할 뻔도 하지만 성숙하게 뒷수습을 함으로써 현지 아이들의 마음을 산다.

제이크 가족과 멧케이나 부족 사이의 모든 학습과 교감, 신뢰는 1편에서도 그랬듯이 쿼리치 대령이 설리를 찾아내 공격할 때를 대비함과도 같다. 결국 쿼리치는 제이크 가족을 찾아내 전투를 벌이는데 여기서도 아이들의 역할이 빛난다. 특히 로날은 바닷속 생물들과 함께 절체절명의 순간에 부모님과 가족들을 구해내며 다음 시리즈에서의 역할까지도 기대하게 만든다.

멧케이나의 족장은 제이크의 이주 때문에 전쟁이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원망하는 대신 지원해주면서 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인다. 그의 유연한 사고방식은 물의 길에는 시작도 끝도 없고 무엇이든 연결한다는 물의 부족의 오랜 가치관과도 상통한다. 아바타 시리즈는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대표적 블록버스터이기도 한데 이번 시리즈에서 물은 이처럼 공간적 배경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겨울왕국2’ “물은 기억을 갖고 있다

그런데 물의 길과 마찬가지로 디즈니사에서 제작한 작품 중 물에 대한 통찰력을 보여주는 애니메이션이 또 한 편 있다. 바로 우리에게 친숙한 겨울왕국’(감독 크리스 벅, 제니퍼 리, 2013)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겨울왕국2’(Frozen2, 감독 크리스 벅, 제니퍼 리, 2019)이다. 메인 테마곡인 인투 디 언노운(Into the Unknown)’은 전작의 렛 잇 고(Let It Go)’ 만큼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관객 수로만 본다면 1370만 명을 넘게 동원해 전작인 1029만 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2편에서는 1편보다 더 화려한 비주얼과 세련된 연출을 볼 수 있는데 이 작품에도 물의 중요성에 대한 테마가 흐른다. 아렌델의 여왕이 된 엘사는 자신에게만 들리는 어떤 목소리 때문에 괴로워 하다가 결국 그 목소리의 근원을 찾아 동생 안나’, 그녀의 연인인 크리스토프’, 순록 스벤’, 눈사람 올라프와 긴 여정을 떠난다.

물 이야기는 이 여행의 초반부터 시작된다. 호기심도 많고 아는 것도 많은 올라프는 물은 기억을 갖고 있다. 지금 우리가 마시는 물은 적어도 네 번 이상 다른 동물이나 사람의 몸을 통과한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는데 이는 환경오염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이면서 영화의 중요한 모티브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엘사의 능력이 모든 것을 얼리고 녹이는데 있으므로 이 시리즈와 물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지만, 2편에서 엘사는 거대한 파도와 광활한 바다를 넘어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찾아가야 하기에 물의 이미지와 끊임없이 밀착되어 있다.

시커먼 망망대해에서 그녀를 도와주는 것도 수마(水馬), 녹크다. 바다에 빠진 엘사가 자신을 공격하던 야생마를 길들여 파도 위를 달리는 장면은 스릴 넘치고 역동적이면서도 신비스럽고 아름답게 연출되었다. ‘아바타시리즈에도 이크란이나 툴쿤을 길들여 친구가 되는 장면이 나오는데 동물과 인간이 교감하고 서로를 선택함으로써 동고동락하게 된다는 점이 유사하다.

자연과 인간의 공생 그리고 서로 다른 커뮤니티의 연결

천신만고 끝에 목적지(아토할란)에 도달한 엘사는 물이 기억하고 있는 선조들의 이야기를 보게 된다. 오래 전, 엘사의 할아버지는 마법의 숲에 살면서 정령들과 조화롭게 살아가던 노덜드라 부족이 위험한 존재들이라면서 이들을 학살할 계획을 세운다. 그는 이들을 중재해주던 존재들을 가둬버리기 위해 댐을 만들어 관계를 차단해 버린다.

그러나 엘사는 노덜드라 부족이었던 엄마 때문에 마법의 힘을 물려받게 된다. ‘겨울왕국시리즈를 엘사의 성장 서사로 물의 길을 제이크 아이들의 멧케이나 적응기로 놓고 보면 유사한 점들이 발견된다.

1편 초반부에서 마법의 힘을 조절하지 못했던 엘사는 돌연변이였고 위험한 존재였다. 제이크의 아이들이 놀림 받고 무시당했던 것과 양상은 다르지만 그 기저에는 유사한 배타적 가치관이 자리 잡고 있다. 그것을 극복한 제이크의 아이들은 멧케이나 부족에 위협적인 인간과 맞서 싸우는 전사가 되고 엘사는 물, , 바람, 땅 등 자연의 마법과 인간을 이어주는 다리, 5번째 정령이 된다.

엘사의 역할은 폭발적인 힘으로 아렌델과 마법의 숲 사이를 가로막았던 댐을 무너뜨리고 두 세계를 이어주는 물과도 상통한다. 또한 아렌델과 노덜드라 사이의 화합과 평화를 상징하는 인물로 엘사는 안나에게 왕좌를 넘기고 마법의 숲에 거하기로 한다. 오마티카야의 수장이었던 제이크가 멧케이나에 완전히 정착하게 되는 물의 길의 마지막 장면은 겨울왕국2’와 놀랍도록 유사하다.

자연과 인간의 공생을 강조하고 영웅적 인물을 앞세워 서로 다른 커뮤니티를 이어주는 두 편의 영화, 그 안에는 하나의 형태로 규정되지 않는 유연한 물의 이미지와 속성이 자리하고 있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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