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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낮은 정치적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더 높은 수준에서 해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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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낮은 정치적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더 높은 수준에서 해선 안 돼”
  • 김윤미 기자
  • 승인 2023.03.31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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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상남도의회 경남거버넌스포럼의정연구회 정책 세미나
- ‘스위스의 지방분권적 정치시스템과 직접․합의제 민주주의’ 발표 및 토론

주민자치의 선진국으로 꼽히는 스위스의 직접민주주의 사례를 통해 우리 현실을 짚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경상남도의회 의원 연구단체인 경남거버넌스포럼의정연구회’(회장 전기풍 의원)330일 도의회 회의실에서 정책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스위스의 분권화 정치제도주제 발표는 주한스위스대사관 디튼 알리사, 토론에는 조재욱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전현숙 경남도의원, 그리고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장이 참여했다.

 

스위스 사례에서 본 직접민주주의의 함의

 

발제를 맡은 디튼 알리사는 실질적 민주주의 실현을 가능케 하는 정치제도의 특징과 직접 민주주의에 대해 발표했다. 먼저 그는 스위스의 역사와 인구의 다양성에 대해 언급했다. 스위스는 잘 알려진 대로 26개의 칸톤(canton, 행정구역 유형 중 하나. ‘라고 표현하면 이해가 더 쉽다)로 구성된 대표적인 연방주의 국가다. 코뮌(지역) < 칸톤 < 연방 3단계의 구성이다.

연방주의에서 중요한 개념은 보충성(subsidiarity)의 원리. 발제자는 이 보충성의 원리를 설명하면서 보조금의 원리, 재정 평등화를 사례로 들었다. 스위스 연방 헌법 제3조에 따르면 칸톤은 주권이 연방 헌법에 의해 제한되지 않는 한 주권이다. 칸톤은 연방에 부여되지 않은 모든 권리를 행사한다.’ 더 낮은 정치적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더 높은 수준에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연방의 권한은 외교 및 안보 정책, 관세 및 금융 서비스, 국가 입법, 안보 등이다. 칸톤은 금융 서비스, 정치 시스템, 세금 징수의 권한을 가지며, 코뮌의 권한은 교육 및 사회 서비스, 에너지 공급, 도로 공사, 지역 설정, 세금 징수 등이다. ‘재정 평준화란 재정적으로 강한 칸톤이 재정적으로 취약한 칸톤에게 예산을 지원함으로써 재정의 밸런스를 맞춰나가는 것이다.

스위스는 연방주의를 통해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으며 연방평의회는 합의를 바탕으로 한 다원적 정부이다. ‘하나를 위한 모두, 모두를 위한 하나(All for one, One for all)’라는 구호 속에서도 잘 드러난다.

발제에 이어 지정토론에 나선 경남대 조재욱 교수는 스위스 자치분권과 한국에서의 함의라는 주제로 우리나라의 지방분권의 현실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다음으로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의 스위스의 직접합의제 민주주의가 주민자치에 주는 함의를 주제로 주민주권의 실현을 위한 주민자치의 제도적 확립 필요성에 대해 발표했다. 세 번째 지정토론자인 전현숙 의원(경남거버넌스포럼의정연구회 부회장)은 의정활동 과정에서의 주민참여를 적극적으로 견인할 수 있는 방안으로 자치법규 입법과정에서의 주민참여 활성화 방안을 제시했다.

 

주민자치회, 스위스처럼 직접합의제 민주주의 조직이어야

 

특히 전상직 회장은 디튼 알리사의 스위스의 지방분권적 정치시스템과 직접합의제 민주주의발제를 통해 스위스의 정치제도와 자치제도를 살필 수 있어 매우 반갑다. 각 나라마다 상황에 맞는 고유한 정치행정 제도가 있지만 스위스의 직접합의제 민주주의는 스위스의 고유성을 넘어서 우리가 추구하고 싶은 보편가치를 이미 성공적으로 구현하고 있다고 본다라며 스위스의 직접합의제 민주주의가 한국의 읍면동/통리에 시사하는 함의를 주민자치를 통해 밝혔다.

전 회장은 한국의 읍면동/통리제와 스위스의 코뮌제도를 설명하며 스위스의 코뮌은 주민들이 직접합의제 민주주의로 운영하고 있으며 코뮌이나 의회는 주민들의 직접합의를 보조하고 있으므로 굳이 표현하자면 단체자치가 아니라 주민자치라 할 수 있다. 한국은 시군구에서 조차도 직접민주제가 매우 제한적이면서도 절차가 어려워 유명무실하다. 주민들의 생활세계인 읍면동 지역에는 행정기구로서 공무원이 운영하는 읍면동만 있어서 주민들은 생활세계에서의 민주주의가 억압당해 상실되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의 주민자치회는 한국의 지방자치제도가 결여하는 직접민주제의 실현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와는 별도로 행정기관만이 존재하는 읍면동/통리에 행정기관과는 별도로 주민들의 생활세계의 문제를 다루는 직접민주제 공간이 요청된다. 주민들이 생활관계 만이라도 주민들이 직접합의제로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는 단체자치 체계와는 다른 별도의 주민자치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전상직 회장은 주민자치회는 대의제조직이 아니라 스위스처럼 반드시 주민들의 직접합의제 민주주의 조직이어야 한다. 따라서 주민자치회는 비행정 조직이며, 비정치 조직이며, 비영리 조직이며 비 특수조직의 특성을 가진다라며 주민자치의 기본원리로 주민성 마을성 연대성 보조성을 꼽았다.

그는 발제자는 스위스 정치행정제도의 특징 중 하나로 보충성(subsidiarity, 보조성)을 들고 있다. 말하자면 더 낮은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더 높은 수준에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보충성의 원리는 첫째 집단의 횡포로부터 개인을, 나아가 상위집단의 전횡으로부터 하위 집단을 존중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것, 둘째 개인의 창의와 능력으로 완수될 수 있는 것을 개인에서 빼앗아 사회에 맡길 수 없으며 한층 더 작은 하위 조직의 조직체가 수행할 수 있는 기능과 역할을 더 큰 상위의 집단으로 옮기는 것은 불의고 중대한 해악이자 올바른 질서를 교란시킨다는 것, 셋째로 모든 사회 활동은 본질적으로 사회 구성체의 성원을 돕는 것이므로 그 성원을 파괴하거나 흡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라며 발제자가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보충성의 원리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연대성(solidarity)이 먼저 존중되어야 한다. 한국에서는 보충성의 원리도 무시되고 있지만 연대성의 원리조차도 무시되고 있다고 짚었다.

 

주민들 개인 역량 높으나 이를 자치로 결집시킬 수 있는 제도-정책 부족

 

다음으로 전 회장은 한국 주민자치회 실태를 지적하며 한국의 마을에는 능력 있는 주민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으며 잘되는 방법도 여럿 있다. 행정적정치적사회적 장애를 극복하면 스위스처럼 주민들의 직접합의제 민주주의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라며 주민들 개인차원의 역량은 우리나라도 스위스 못지않게 풍부하지만 그러한 주민들의 역량을 자치로 결집시킬 수 있는 주민자치회 제도가 불비하며 그 원인은 정부의 주민자치 정책역량이 형편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경상남도에서는 지역에서 스위스의 직접합의제 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도록 주민자치제도를 혁신해야 한다며 토론을 마무리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전기풍 회장은 진정한 자치분권은 주민의 생활이 이뤄지는 직접적인 단위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정책을 스스로 결정해 가는 과정으로, 거버넌스는 풀뿌리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자치분권의 핵심 네트워크라며 거버넌스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였으며 이번 스위스의 분권적 정치시스템을 모델로 하여 경남형 자치분권의 거버넌스의 구축을 위한 정책적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남거버넌스포럼의정연구회는 제12대 도의회 연구단체 중 하나로 지난 726일 구성되었으며, 자치분권과 주민참여 확대를 위한 정책연구, 토론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사진=경상남도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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