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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총회 제대로 작동해야 진짜 주민자치…주민이 솔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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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총회 제대로 작동해야 진짜 주민자치…주민이 솔선하자”
  • 김윤미 기자
  • 승인 2023.06.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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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터뷰] 박승주 대화전통문화보존회 이사장(전 여성가족부 차관)

‘샘솟는 아이디어 뱅크’ 박승주 전 여성가족부 차관에게는 많은 직책들이 따라 붙는다. 그렇다고 의례적이고 형식적인 자리들이 아니다. 세종로국정포럼 이사장, 한국시민자원봉사회 중앙회장, 한국국제자원봉사회 이사장 등 하나하나 간단치 않은 조직의 핵심요직이다. 특히 오랜 기간 행정안전부(옛 내무부, 행정자치부) 관료로서 자치기획, 행정조직개편, 지방분권 등의 업무를 담당해온 그에게 주민자치 역시 오랜 관심사다.

공무원 시절부터 창의적이고 주도적으로 일을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많은 공무원들이 이게 감사에 걸리는 일이냐 아니냐를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요. 그럴 경우 사고가 경직되게 되니까 답이 안 나오게 되죠. 어떤 틀이나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해 애썼던 것 같습니다.”

박승주 이사장의 이러한 태도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때때로 온 국민을 마법과 같은 감동의 순간으로 인도하는 2002년 월드컵 당시 행자부 월드컵지원TF 국장 시절의 성공신화와도 맞닿아 있다. 전 국민이 붉은 악마가 되어 붉은 티셔츠를 입고 길거리응원으로 붉게 물들였던, 전국을 뒤흔든 월드컵열기를 가능케 한 숨은 공로자 중 한 사람이 바로 그다. 한국 대표팀 경기 때 김덕수 사물놀이패를 붉은 악마 응원석에 합류시켜 경기장이 떠나갈 듯한 붉은 함성을 만들어낸 것도 그의 아이디어였다.

 

주민자치, 통리 단위가 적절마을총회가 핵심

주민자치에 대한 아이디어 역시 활짝 열려 있으면서도 단단하고 확고한 면이 있다. 박승주 이사장은 현재 주민자치회가 읍면동 단위로 구성되어 있는데 주민자치를 하기에 그 규모가 너무 크다. 이 큰 공간을 상대로 주민자치를 한다? 맞지 않는 얘기다. 이는 다분히 행정 편의적 입장이지 주민 입장의 생각이 아니다. 주민자치의 핵심은 마을총회다. 형식적인 차원이 아니라 실질적인 마을총회가 이뤄지면 주민자치이고 그렇지 않으면 주민자치가 아니라고 본다. 농촌 마을은 ’, 도시는 ’, 통리 주민자치를 전폭적으로 찬성하는 이유다라고 강조했다.

주민자치가 되려면 당연히 그 중심에 주민이 있어야 합니다. 문제는 주민들에게 자치를 할 수 있는 역량, 즉 경영(행정)능력이 있느냐는 것일 텐데요. 상주주민만으로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주민개념을 넓혀서 애향심을 가진 출향인사와 전문가그룹이라 할 수 있는 우호주민으로까지 확장했습니다. 그렇다고 이들이 마을 권리를 빼앗아가거나 하는 그런 구도가 아니라 마을 발전을 위해 함께 협력해 나가는 것이죠. 그리고 이렇게 상주주민, 출향인사, 우호주민 등이 모여 마을 일을 같이 하려면 운영위원회나 집행위원회 같은 틀이 필요할 것이고요. 여러 조직의 형태가 있겠지만 예컨대 사단법인을 만들면 조직의 틀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문화농촌체험마을멋진 사례 고향서 먼저 만들고자 대화전통문화보존회설립

박승주 이사장은 이와 같은 구상을 먼저 고향인 전라남도 영광군 군남면 대덕리 대화마을에서 실천해보고자 사단법인 대화전통문화보존회를 설립했다. 정관에 나와 있는 설립 목적은 마을의 다양한 유무형 자산을 활용하여 도시 청소년과 성인들의 문화체험, 농촌체험과 전통문화 행사 등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진행하여 공동체사회의 한 단계 높은 정신문화 발전에 이바지하고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신바람마을로 발전하는데 기여함이다.

시골 마을의 경우 각기 형태는 다를 수 있겠지만 마을마다 전통유산이나 자산들이 남아 있을 겁니다. 우선 우리 마을이 어떤 특성이 있는지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겠고요. 그 자산을 잘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콘텐츠를 만들어 사람들이 찾을 수 있게 하는 노력이 필요할 겁니다. 이건 상주주민들만으로는 힘든 작업이기에 출향, 우호주민의 힘도 모아야 할 것이고요. 예컨대 농악, 사물놀이패를 구성해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면 사람들은 찾아올 수 있어요. 여기에 농촌마을의 빈집이나 빈방 등을 활용해 숙박시설을 만들 수 있고요. 가족 단위로 마을을 찾을 때 농촌체험이 되고 이를 통해 농촌에선 일손해결의 효과도 있고 또 농산물판매 수익도 기대할 있고요. 이렇게 되면 문화농촌체험마을이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죠.”

대화마을에는 700년 된 느티나무 숲이 있는 자연공연장과 함께 비가 와도 어우러져 놀 수 있는 약 100평 규모의 지붕이 있는 미니 공연장도 설치되어 있다. 법인도 설립됐으니 주민들이 참여해 본격적으로 운영을 하면 될 터다. 이런 모델이 성공하게 되면 농촌마을에서의 주민자치는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게 박승주 이사장의 생각이다. 이 대목에서 그는 ‘6차 산업이라는 용어를 언급했다. ‘문화농촌체험마을에서는 1차 산업인 농업, 농산물을 가공한 2차 제조업, 그리고 3차 관광산업이 어우러져(1+2+3) ‘6차 산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제도 미비라도 성공사례 만들어 전국에 전파시켜 역으로 행정을 자극해보자

 

공무원들은 먼저 잘 안 움직입니다. 그러니 법과 제도가 갖춰지길 기다리는 건 매우 요원한 일이죠. 물론 제도화 노력은 그것대로 힘을 써야 하겠지만, 우선은 몇 개 마을에서라도 멋진 성공모델을 만들어 이 사례를 역으로 행정에 제시할 수 있겠지요. 이미 이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법들이 부처별로 다 있습니다. ‘행정에서 이런 법을 활용해 지역에 지원할 수 있다라고 모델과 함께 제안하면 훨씬 설득력이 있을 겁니다. 농촌은 주민들 간의 친목과 교류는 이미 되어 있으니 지역에 경제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업 쪽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도시는 사업 보다는 주민들 간 친목과 교류, 환경과 안전 등에 중점을 두는 쪽으로 구상을 했으면 합니다. 이게 가능하려면 한 번 더 강조하지만 마을총회가 살아야 합니다.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하고 권한 행사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법인화의 필요성이 또 제기되죠.”

이와 함께 박승주 이사장은 주민자치회법 제정에 대비해 마을 콘텐츠를 실습을 통해 미리 준비해야 한다. 이미 법인화 되어 있는 마을 직능단체 사례연구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동네일은 주민자치회에 맡겨라” “공무원 신세지지 마라

 

박승주 이사장은 주민자치에 관해 행정과 주민들에게 모두 쓴 소리를 했다. 우선 행정에는 동네일은 주민자치회에 맡겨라라는 간단명료하면서도 확실한 언명을 내렸다. 또 주민들에게는 왜 꼭 공무원 신세를 지려고 하나.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인데. 이게 자치인가? 주민들이 역할 분담해서 스스로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책임지기 싫어하는 공무원을 닦달? 아무리해도 원하는 바를 얻기 힘듭니다. 행안부 장관에게 항변? 솔직히 장관은 내용을 잘 모를 겁니다. 좋은 사례를 만들어놓으면 공무원들도 할 말이 없어집니다. 생활자치로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 정치적으로 접근하면 지방의원들의 견제를 받게 됩니다. 참 어렵죠?(웃음)”

꽤 많은 얘기를 나눴다 싶은데 그가 가진 여러 직책 중 겨우 하나의 얘기만 하다 만 느낌이다. 매월 장차관을 초빙해 소관 정책을 소상히 듣고 질의하는 민간 국가사회발전 거버넌스 네트워크세종로국정포럼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지난 518208회 행사를 개최한 이 포럼은 강의와 토론을 넘어 정책 건의도 한다. 이외에도 학생-학부모와 함께 하는 봉사-교육조직인 한국시민자원봉사회’, 공공외교봉사 코리안 서포터즈인 한국국제자원봉사회도 그가 각별히 열정을 기울이는 국제교류단체다.

책상과 탁자, 책장 여기저기에 빼곡이 자료가 쌓여있고 벽면에 빽빽이 자료가 붙어 있는 사무실의 정경이 박 이사장의 일이 얼마나 다채롭고 분주한가를 한 눈에 보여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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