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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회, 지역 위해 팔 걷어 부치는 유연하고 자율적인 건강한 조직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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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회, 지역 위해 팔 걷어 부치는 유연하고 자율적인 건강한 조직 됐으면”
  • 김윤미 기자
  • 승인 2023.08.15 1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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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터뷰] 김민재 인천광역시 주민자치연합회장
“젊은 일꾼”. 김민재 신임 인천광역시 주민자치연합회장(남동구 주민자치협의회장/만수6동 주민자치회장) 앞에 붙은 수식어다. 시 연합회가 젊어졌다. 이는 물리적 나이만으로 표현될 수 없는 활력이자 생동감이다. 하고 싶은 말도, 해야 할 말도 많고 목소리는 크고 힘차고 빠르다. 그만큼 할 일도 많고 바쁘게 돌아가는 인천시 연합회의 새 리더 김민재 회장과 만났다.

시 연합회가 대단한 제도를 가지고 움직이는 단체도 아니고 그런 걸 원하는 것도 아닙니다. 서로 동지로서의 마음을 나누고 생각을 나누고 함께 고민하는 게 가장 큰 역할이지 않을까요? 궁극적으로는 동 주민자치(위원)회가 잘 운영되고 잘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협의회도 연합회도 거기에 초점을 맞추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실제 김민재 회장은 지난 1월 구 협의회장 취임 시 주민들과 많은 의견을 나누고 공유하며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메시지를, 5월 시 연합회장 취임 일성으로 시민이 행복한 인천만들기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전한 바 있다.

 

오랜 진통 후 연합회 재정비왜 필요한지 느낄 수 있는 단체로

 

주민자치 광역조직으로서의 인천시 주민자치연합회는 2008년에 출범, 전국적으로 볼 때도 상당히 발 빠른 행보를 보였지만 오랜 기간 파행적 운영으로 진통을 겪어왔다. 그리고 올해 5월 김민재 회장을 비롯한 새 집행부가 출범하면서 빠르게 재정비되고 있다.

전에는 구 협의회와 연합회가 분리되어 있어 현장에서 원하는 생각을 전달할 데도 없고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시 차원의 논의 창구가 전무했죠. 개선을 요구한 건 오래 됐는데 시에서도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어요. 그나마 다행인 건 시 차원의 체육대회, 주민자치박람회, 동아리경연대회, 주민자치워크숍 등에 대한 예산이 세워져 있었던 것이죠. 연합회를 정상화하고 주민자치 한마음대회와 워크숍을 추진하면서 차근차근 재정비해 나가고 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시 10개 군구가 모두 참여해 현직 협의회장을 중심으로 연합회가 운영된다는 것이다. 물론 세부 운영 면에선 여전히 어려움이 많다. 굵직한 행사 예산은 잡혀 있더라도 사무국 운영에 대한 지원은 없기에 현재 김 회장과 남동구 협의회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사무국장(서창2동 주민자치회장)이 연합회에서도 함께 고생을 하고 있다고.

10개 군구 중에서도 옹진군과 강화군은 많이 소외되었던 지역입니다. 옹진군은 다 섬으로 이뤄져 있고 강화군은 유일하게 주민자치회로 전환되지 않은 곳이죠. 이번 한마음대회를 하면서 옹진군 위원님들은 아예 23일 일정으로 나와서 참여해주셨고 강화군에서도 많이 와주셨어요. 옹진군 북도면 신도에서 연합회 워크숍을 하고 6월 연평면 꽃게축제에는 연합회에서 100명이 넘게 방문했습니다. 배편이 다 매진될 정도로 외부에서 이렇게 많이 참석한 게 처음이라고 다들 깜짝 놀라셨어요. 그간 소외되었던 옹진군과 강화군에서 올해 들어 왜 시 연합회가 필요한지 느꼈다면서 앞으로 최대한 참여하겠다고 하셨습니다.”

법제화 그리고 행정안전부 표준조례 개정안

 

김민재 회장과의 인터뷰에서 자주 등장한 단어는 소통이다. ‘주민자치 법제화행정안전부 표준조례 개정안’, 모두 법률 얘기이고 연합회 차원의 시급한 현안이기도 하다.

전국적으로 시군구 협의회와 시도 연합회는 행정의 지원을 요구하기 어려운 구조다. 읍면동 주민자치(위원)회 만이 법(조례)이 인정하는 공식기구이기 때문이다. 협의회, 연합회에 대한 지원을 얘기하면 행정은 상위법이 없어서라는 뻔한 답변을 반복하기 일쑤다.

주민자치회 시범실시만 10년인데 모법이 없다는 걸 일반 주민들은 잘 인지하지 못합니다. 국회에 발의된 법안이 6~7, 한국주민자치중앙회의 노력도 알고 있습니다. 논란이 있거나 부딪치는 부분이 있으면 삭제하고 일단 주민자치회 존재 자체에 대한 기초 법이라도 만들었으면 합니다. 주민자치회가 자율성을 가지고 활동 하려면 근거 법이 있고 이에 따르는 조례가 있어서 충분히 지원 받고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여건만 만들어주면 주민자치는 자연스럽게 되는 건데너무 틀에 박힌 것도 원하지 않고 너무 많은 내용을 넣어 갈등의 소지를 만드는 것보다 아주 기초적인 내용만이라도 담아 만들었으면 합니다.”

김 회장은 현재의 상황을 안타까워하며 다들 귀를 안 열어놓고 자기생각에만 갇혀있지 않는 게 아닌가 싶다. 현장에서 주민자치위원들이 뭘 원하는지 생각한다면 괴리감이 덜 하고 갈등이 최소화 될 텐데, 자꾸 내 생각만 강요하고 수용하게끔 하려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행안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주민자치회 표준조례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국회 토론회, 권역별 토론회에 다 참석해 질문을 던졌어요. ‘행안부가 생각하는 주민자치 활성화, 개방성은 어떤 것인가, 주민자치회 전환을 종용했고 그걸 하기 위해 만들었던 항목을 불과 2년 만에 없애는 개정안을 만들어 내용 그대로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가는 것 아닌가. 왜 이렇게 하나?’ 대답이 없더군요. 일부의 문제를 전체의 문제로 오인하고, 일부가 바라는 걸 전체가 바라는 것처럼 밀어붙이고 있는데 인천은 시 차원에서 반영 안하는 것으로 회의를 했습니다. 구에서도 문제되는 부분이 많다고 보고 있고요.”

 

주민자치, 소통을 원한다

주민자치가 행정을 대신하고 뭔가 대단한 일을 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주민자치위원들이 다 생업이 있는 상황에서 동네일에만 매달린다는 게다들 행정 지식이 많은 것도 아니고요. 어찌 보면 국회의원, 지방의원 보다 더 높은 잣대를 주민자치위원들에게 부여하는 게 아닌가 할 때도 있습니다. 주민자치를 하면서 가장 절실한 건 소통입니다. 동이나 구, 시 행정을 할 때 우리 얘길 좀 들어달라는 것이죠. 동네에 시설이 지어지고 없어지는 과정에서 주민과의 토론, 의사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됩니다. 민원을 해결한답시고 일부 단체나 개인의 민원을 그대로 수용해 진행했다가 문제가 되어 다시 원위치 시키고 했던 게 비일비재합니다. 최소한의 소통과정이 있으면 훨씬 개선되겠죠.”

김민재 회장은 소통을 특히 강조했다. 그는 주민자치회에 아주 많은 결정권, 집행권을 바란다기보다 행정과 최소한의 소통이라도 제대로 되었으면 한다. 일방적 행정이 아니라 토론, 소통을 통해 주민들이 정책에 대해 알 수 있게끔 열어주는 역할, 주민자치회가 이 역할을 하려면 대접이 아니라 인정을 받아야 한다. 적어도 행정에서 정책을 집행하려면 이들과 얘기하고 소통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인식과 인정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나 현실은 주민자치회에 대한 행정, 공무원들의 인식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주민자치가 20년이 넘었는데 담당 외 타 부서에서는 아예 모르거나 신경을 쓰지 않는다. 주민의 목소리를 듣는 절차, 과정으로 주민자치회를 인식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의회도 마찬가지라며 주민자치회도 일반 주민과 많은 소통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총회에 더 많은 주민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게 하고 평소에도 주민들 의견을 많이 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친목단체에 가까웠던 주민자치위원회와 비교해 주민자치회는 주민들과의 소통면에서 많이 달라졌다는 게 김민재 회장의 생각이다.

만수6동만 하더라도 온라인카페 등을 통해 소통을 확대하고 있고요. 각계 각층의 다양한 분들에게 문호를 넓혀 초등학교 교장선생님과 교사, 학생들도 주민자치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마을사업 제안발표를 했는데 이 사업이 왜 필요한지 발표를 매우 잘 해서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주민들의 참여를 높이고 의식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 주민자치회에 대한 인식이 바뀔 수 있고 자연스럽게 대표성도 생길 수 있다고 봅니다. 총회에서 주민자치회장 선거를 하거나 인준을 받는 형식이 될 수도 있고요. 주민자치회에 대한 견제보다는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게 여건을 만들어주고,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의논하고 고민해 개선해야 할 것이고요. 지역을 위해 움직이고 의논하고 소통하는 유연하고 자율적인 조직, 해야 할 일은 직접 팔 걷어 부치고 하는 건강한 조직으로 만들었으면 합니다.”

 

주민자치위원, 항상 준비되어 있고 열려 있어야

 

김민재 회장은 12년차 주민자치위원이다. ‘동네 봉사라는 지인의 소개와 추천으로 주민자치위원회에 참여하게 된 게 시작이다. 사전 정보도 개념도 없이 몸담고 활동하면서 주민자치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게 됐다. 주민자치위원으로 시작해 감사, 부위원장, 위원장 그리고 시범실시 주민자치회장, 구 협의회 사무국장 4년을 거쳐 구 협의회장과 시 연합회장을 맡게 됐다. 처음 지역 활동을 시작한 이래로 12년 간 주민자치만 해왔다.

주민자치위원은 하고 싶을 때 하는 봉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나를 필요로 할 때 시간을 낼 수 있어야 하고 봉사할 마음, 흔쾌히 참여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내가 할 수 있을 때가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할 때 시간을 내서 할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했을 때 그 열정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게 주민자치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시간이 나서 할 수 있을 때 가능한 봉사 활동은 1365 사이트만 가도 굉장히 많습니다(웃음). 주민자치는 항상 준비가 되어야 하고 열려 있어야 합니다. 참여율이 낮은데 어디 가서 주민대표라고 얘기 할 수 있을까요?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그래서 저는 신규교육 때 이 내용을 많이 강조합니다. 정말 현실적인 내용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보거든요. 우리 지역에 대한 이해, 사업을 할 때 동 행정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 위원들의 마음가짐은 어떠해야 하는지 등등. 제 강의를 들은 분들이 적응을 잘 한다고들 하시더라고요. 하하.”

 

사진 김윤미 기자 citizenautonom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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