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30 16:08 (화)
[특별기획: 주민자치법 입법연구 포럼 ⑨한국의 주민자치] “주민자치회 위원선정, 추첨제 도입 필요하다”
상태바
[특별기획: 주민자치법 입법연구 포럼 ⑨한국의 주민자치] “주민자치회 위원선정, 추첨제 도입 필요하다”
  • 신용인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16.12.02 10: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발제 I 토론 / 주민자치센터의 비판적 고찰에 대한 토론
- 제주특별자치도 주민자치위원 추첨 선발을 중심으로 -
신용인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신용인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발제자의 주민자치센터와 주민자치위원회에 대한 문제의식에 크게 공감한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주민자치센터와 주민자치위원회도 유사(pseudo)자치에 불과한 것이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에 제주지역에서는 유사자치에 불과한 주민자치위원회를 진정한 주민자치를 실현하는 조직으로 개혁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조례 개정을 통해 주민자치위원 추첨제를 도입했다.


고대 아테네의 추첨제

추첨제란 입법·행정·사법 등 공적 영역에서의 업무를 담당할 사람을 추첨을 통해 선택하는 제도를 말한다. 민주주의의 원형이라 불리는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민주주의 핵심은 추첨제에 있었다. 고대 아테네의 추첨제는 기원전 594년 솔론의 개혁에서 부터 기원전 322년 마케도니아에 의해 멸망당할 때까지 거의 300년 동안 유지됐다. 물론 아테네의 최고의사결정기관은 민회(ekklesia)였다. 아테네의 시민 자격이 있는 성년자는 누구나 민회의 구성원이 될 수 있었고, 1년에 약 40회 정도 회합을 가지며 중요사항을 직접 결정했다. 그런 까닭에 아테네민주주의를 직접민주주의의 전형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민회보다는 평의회, 시민법정, 그리고 행정관이 더 중요한 기능을 수행했고, 그 구성원을 선발하는데 추첨이 폭넓게 사용됐다. 따라서 아테네 민주주의는 직접민주주의와 추첨민주주의가 결합한 형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고대 아테네에서 이처럼 추첨제를 사용한 이유는 평등을 중시했기 때문이다. 당시 아테네인들이 지향한 정의관념은 공직을 포함한 사회적 재화들은 모든 시민들 사이에 동등하게 배분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선거의 경우 재화, 사회적 지위, 명성에서 유리한 특정 엘리트 위주로 공직을 맡을 가능성이 높아 아테네의 정의관념에 어긋난다. 반면 추첨은 누구에게나 공직을 맡을 기회가 수학적 확률로 등등하게 보장되기 때문에 정의 관념에 보다 부합한다. 그런 까닭에 아리스토텔레스는 “공직자를 추첨으로 임명하면 민주정체로, 선거로 임명하면 과두정치로 간주된다”라고 말했던 것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아테네인들의 자유관념을 들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민주정체가 추구하는 목표는 자유를 누리는 것이고, 자유의 원칙 중 하나는 모두가 번갈아가며 지배하고 지배받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아테네인들은 자유를 자신이 속한 정치체제의 근본적 원칙을 수립하는 주체가 되는 것으로 이해했다. 즉 자기통치를 자유로 본 것이다. 추첨제가 관직 교체의 원칙과 결합함으로써 아테네의 시민은 일생동안 적어도 한 번은 공직을 맡게 돼 자기통치의 자유를 향유할 수 있었다. 이처럼 고대 아테네는 민주주의를 특별한 엘리트의 지배가 아니라 보통사람의 지배로, 그리고 누구나 지배자의 지위에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을 동일하게 얻는 정치체제로 이해했기에 추첨제가 폭넓게 활용될 수 있었다.


추첨제의 도입 및 내용

2015년 5월 30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장이었던 고정식 의원(새누리당)은 이상봉 의원(더불어민주당)과 공동으로 주민자치학교 수료를 전제로 추첨을 통해 자치위원을 선정·위촉하도록 하고, 위촉권자도 읍·면·동장에서 행정시장으로 변경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제주특별자치도 주민자치센터 설치·운영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을 발의했다. 이 조례안은 같은해 6월 21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본회의에서 가결돼 같은 해 7월 8일 공포·시행됐다.

개정된 자치조례 중 자치위원 선정 방법에 관한 부분을 보면, 자치위원회는 위원장 1명과 부위원장 2명(1명은 여성)을 포함해 15명 이상 35명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한다(자치조례 제17조 제1항). 행정시장은 당연직 위원으로 읍·면·동 이장협의회·통장협의회 회장을 위촉한다(자치조례제17조제2항).따라서 각 읍·면·동마다 당연직 주민자치위원은 1명만 있게 된다.

행정시장은 당연직 외의 위원을 위촉할 때에는 19세 이상의 해당 읍·면·동 주민이고, ‘공직선거법’ 제19조의 피선거권이 없는자가 아닌자 중에서 ①자치센터의 운영에 필요한 전문지식을 갖춘 자 ②지역문제에 대한 식견과 전문성이 있는 자 ③인품과 덕망이 높고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자 ④미래지향적이고 주민참여의식이 높은 자 ⑤그 밖에 주민자치센터 운영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자를 읍·면·동별 공개모집해야 한다. 이 경우 성·지역·직능·계층 등 해당 읍·면·동의 대표성을 확보하도록 노력하고, 장애인을 포함한 소외계층이 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자치조례 제17조 제3항).

공개모집에 따라 희망자가 정원을 초과할 경우에는 추첨으로 선정해야 하며, 정원에 미달될 경우에는 읍·면·동장이 추천한다(자치조례 제17조 제4항). 공개모집 방법에 따라 지원하고자 하는 주민은 주민자치학교 과정을 이수해야 하고, 당연직위원과 정원미달로 읍·면·동장이 추천한 위원은 주민자치학교 과정을 이수하지 않은 경우 위촉 후 이수해야 한다(자치조례 제17조 제5항).

도지사는 주민자치센터 운영 및 활성화, 자치위원회 역량강화 등 주민자치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상시적인 교육지원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자치조례 제18조 제1항). 주민자치학교는 읍·면·동별로 운영할 수 있으며, 주민수요를 파악해 관련전문기관과 협의해 추진할 수 있다(자치조례 제18조 제1항).


주민자치학교 관련보완 방안

자치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자치위원은 물론, 관련공무원과 자생단체장, 일반주민 등을 대상으로하는 질높은 주민자치교육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자치조례가 자치위원회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주민자치학교 설치근거를 마련하고, 자치위원 신청자격으로 주민자치학교 과정 이수를 요구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자치조례 제17조 제5항).

자치조례에 의하면, 앞으로 자치위원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반드시 주민자치학교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추첨제는 무능력하거나 불성실한 사람을 대표자로 선정할 수도 있다는 약점이 있는데, 주민자치학교과정의 이수요구는 그런 사람을 어느 정도 걸러내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편 그 장점만 강조해 주민자치학교 과정의 수준을 대폭 높이거나 이수 요건을 지나치게 까다롭게 설정한다면 참정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올수도 있다.

또 주민자치학교는 초정파적으로 운영돼야 하고, 특정 정파의 이해를 대변하거나 도정 홍보의 장으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 그러나 자치조례는 주민자치학교에 대해 읍·면·동별로 관련 전문기관과 협의해 추진·운영하고, 도지사는 상시적인 교육지원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어 한계가 있다(자치조례 제18조 제1항). 따라서 자치조례에 주민자치학교의 전문성, 자주성,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규정을 둬야한다.


추첨제 운영관련 보완 방안

(자치위원 선정적격 관련) 개정 자치조례에 의하면 다음의 4가지 요건을 갖추면 선정적격을 갖추게 된다.

① 당연직 위원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해당 읍·면·동 주민이 자치위원에 지원해야 한다. 해당 읍·면·동 주민이면 자동으로 추첨풀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② 공개모집 방법에 따라 지원하기 전에 주민자치학교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자치조례 제17조 제4항). ③19세 이상의 해당 읍·면·동 주민이고, 공직선거법 제19조의 피선거권이 없는 자가 아니어야 한다(자치조례 제17조 3항). ④ ⅰ)자치센터의 운영에 필요한 전문지식을 갖추거나 ⅱ)지역문제에 대한 식견과 전문성이 있거나 ⅲ)인품과 덕망이 높고 지역을 대표할 수 있거나 ⅳ)미래지향적이고 주민참여의식이 높거나 ⅴ)그밖에 주민자치센터 운영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자이어야 한다(자치조례 제17조 3항).

위 각 요건중 ③요건의 19세 이상의 해당 읍·면·동 주민과 관련해 거주요건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 즉 공직선거법 제16조 제3항은 선거일 현재 계속해 60일 이상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관할구역에 주민등록이 돼있는 주민에게 그 지방 의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 장의 피선거권을 부여하는 점, 60일 이상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주민으로 생활하면 그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와 어느정도 밀접한 이해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점 등에 비춰볼 때, 기준시점은 추첨일로 하고, 계속 거주요건은 추첨일 현재 계속해 60일 이상 읍·면·동에 주민등록 돼있을 것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 ④요건의 경우, 그 기준이 주관적이어서 위촉권자의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하게 되므로 추첨제의 취지를 무색하게 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④요건은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자치위원회는 정치적 이용목적을 배제해서 운영해야 하므로(자치조례 제3조 제5호) 추첨일을 기준으로 최근 4년 동안 대통령, 국회의원 선거 및 지방선거 출마자는 배제돼야 하고, 정당원인 자 역시 배제돼야 한다. 따라서 정당원인 자가 자치위원이 되기 위해서는 추첨일 전에 탈당해야 한다.

나아가 자치위원회가 사실상 주민의회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집행부와 의회 사이의 권력분립의 원칙이 자치위원회 구성에도 적용돼야 하므로 ⅰ)국가공무원법 제2조에 규정된 국가공무원과 지방공무원법 제2조에 규정된 지방공무원(정당법 제22조에 따라 정당의 당원이 될 수 있는 교원은 제외) ⅱ)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공공기관(한국방송공사, 한국교육방송공사 및 한국은행 포함)의 임직원 ⅲ)지방공기업법 제2조에 규정된 지방공사와 지방공단의 임직원은 배제돼야 한다.

(추출방식 관련) 개정 자치 조례는 다음의 2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자치조례 제17조 제3항).
①자치위원 선정 시 성·지역·직능·계층 등 해당 읍·면·동의 대표성을 확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②장애인을 포함한 소외계층이 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위 2가지 기준은 보다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추첨의 경우, 추출방식으로는 단순임의추출과 층화추출을 들 수 있다. 단순임의추출은 모집단을 구성하고 있는 N개의 표본추출단위에서 n개 단위로 구성되는 추출 가능한 표본들이 추출될 확률이 동일하도록 설계해 표본을 추출하는 방법을 말한다. 층화추출은 모집단을 중복되지 않는 몇 개의 층으로 나눠 각 층으로부터 원하는 표본을 단순임의추출로 추출하는 방식을 말한다.

층화추출방식의 경우, 신뢰성이 높은 추정치를 구할 수 있어 대표성이 제고된다는 장점이 있으나 모집단을 어떻게 층화하는지가 어려운 문제로 남는다. 추첨제의 경우, 층화추출방식을 사용할때 성·연령을 기본적인 층으로 설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녹색당도 대의원을 추첨할 때 성별, 연령별로 나눴다. 그런데 개정 자치조례는 성·지역·직능 계층을 예를 들고 있다. 녹색당도 대의원을 추첨할 때 성별, 연령별로 나눴다. 읍·면지역의 경우, 그 하부 행정구역인 리(理)는 마을공동체의 특성을 지니고 있어 리별로 대표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으므로, 각 리에서 1인 이상은 주민자치위원으로 선정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동지역의 경우까지 그렇게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직능과 계층을 별도의 층으로 설정하는 것은 어떤 조건으로 어떻게 나눌지 등의 어려운 문제를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제외시키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동지역은 성별·연령별로 나누고, 읍·면지역은 성별·연령별·리별로 나눠 선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연령대별로 나눌경우 2구간(47세 이하, 48세 이상)으로 나누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민자치회 위원선정 추첨제도입 제안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및 설치·운영에 관한 표준조례안(이하‘표준조례안’이라 한다)에 의하면, 주민자치회 위원의 공정한 선출을 위해 읍·면·동 단위로 9명 이내의 ‘위원선정 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선정위원회에서 이장·통장 협의회 등에서 추천하는 사람과 전문가, 직능단체 대표, 일반 주민 등 공개모집에 신청한 사람중에서 위원후보자명부를 작성해 제출하면 시장·군수·구청장은 위원 후보자 명부 중에서 주민자치회의 위원을 위촉하도록 했다(조례안 제9조, 제10조).

현재 시범실시 중인 49개 읍·면·동은 모두 표준조례안이 정한 바에 따라 주민자치회 위원을 선정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선정위원회가 공정하게 주민자치위원을 선정한다는 보장이 있는지, 선정위원회에서 선정된 주민자치회 위원이 주민대표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실제로 시범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31개 읍·면·동의 사례를 보면, 과거 자치위원회와 거의 유사하게 지역유지를 중심으로 구성돼 주민자치의 인적쇄신에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또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등이 공동주최로 2016년 1월 12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3회 주민자치 실질화 대토론회’에서 어느 주민자치회 위원장이 “위원선정위원회는 민주주의 시대에 부합하지 못하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비판을 할 정도로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주민자치회 위원 선정의 경우에 추첨제를 도입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공공성(公共性)’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연구세미나95]
  • 문산면 주민자치회, 주민 지혜와 협의로 마을 발전 이끈다
  • 제주 금악마을 향약 개정을 통해 보는 주민자치와 성평등의 가치
  • 별내면 주민자치위원회, 청소년들의 자율적 자치참여 유도
  • 사동 주민자치회, '행복한 끼'로 복지사각지대 해소 나서
  • 남해군 주민자치협의회, 여수 세계 섬 박람회 홍보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