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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_주민자치와 주민자치주체기구의 본질] 루소의 관점에서 본 주민자치제도 형성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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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_주민자치와 주민자치주체기구의 본질] 루소의 관점에서 본 주민자치제도 형성 방안
  • 김찬동 충남대학교 자치행정학과 교수
  • 승인 2016.06.0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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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민주제로서 주민총회 설계돼야 한다
지역인재 길러내는 것이 자치에 가장 중요한 생활공공재
김찬동 충남대학교 자치행정학과 교수.
김찬동 충남대학교 자치행정학과 교수.

자치의 본질이 무엇일까를 생각해본다. 본질이라 함은 그것이 있으면, 자치로서의 자치다움을 갖게 되는 요소를 말하는 것이다. 그래야 자치와 자치가 아닌 것을 구분해 낼 수 있는 것이다. 현재의 주민자치위원회와 주민자치회는 과연 자치인가를 판단할 때도 자치의 본질을 갖고 있는가를 갖고 논할 수 있는 것이다.

자치는 주민주권의 온전한 행사가 돼야 할 것이다. 그런데 주권의 표현방식이 단지 4년에 한번 정도의 선거를 통해 대의자(representative)를 선출하는 것만으로는 온전하게 주권이 행사된다고 하기 어렵다. 그래서 직접민주주의적 통제장치로서 주민발안, 주민소환, 주민투표, 주민감사청구 등과 같은 제도가 최근에 한국사회에도 도입된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도 여전히 그 발동요건이 까다롭기에 주민의 주권자로서의 의사를 표현하고, 행정과 대등한 관점에서 협력하고 통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 숙의적 토론이 가능한 담론공간이 제도적으로 형성돼 있는 것도 아니다. 여기에 한국 민주주의의 성숙과 발전을 위해 주민자치란 제도를 어떻게 설계해야 한국의 중앙집권적 행정체제의 한계를 극복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이 점에서 루소를 한번 살펴봄으로써 주민자치를 위한 신선한 제도설계의 착안점을 모색해 보려고 한다.

대의제민주주의 한계와 직접민주주의

루소(1712~1778)는 대의제민주주의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직접민주주의를 신봉한 이론가였다. 그래서 민주적 공화주의를 주장했는데, 대의자들은 엘리트화 돼버리기에 시민들의 권익을 진정으로 대변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민들이 직접 투표를 통해 대의자들을 견제하는 제도적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을 대변하는 것이 “4년마다 하는 선거는 투표할 때만 주인이고, 선거가 끝나면 노예로 돌아가는 제도다”라고 하면서 대의자를 선출하는 선거를 부정적으로 봤다. 루소는 헌법제정에서도 직접제헌을 주장해 시에예스(E.J. Sieyes)의 간접제헌론과 대립하기도 했다.

루소는 국가론의 중심을 개인 간의 사회계약에 두고 있는데,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권력의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루소는 모든 인간이 평등하게 결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원형민주주의(Urdemocratie)로 상정하는데, 사회계약의 기초에는 모든 사람이 공동으로 행동하기 위해서는 자유롭게 결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국민총회에서 개인의 주권이 속하게 해야 한다. 국가는 이성적인 개인의 구성체이므로 ‘일반의지’에 의해 모두의 복리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대의기관은 일반의지를 왜곡시킬 위험성이 있다. 루소는 정당을 인정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상공업단체나 종교단체는 일반의지를 방해하고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을 했다. 주민자치를 설계하는데 있어서 정당참여 배제나 지역의 공공선을 위한 조직이 되도록 해야 하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루소는 근린생활단위의 자치계약을 수립하는 관점에서 주민자치를 설계해야 하는 것으로 응용해 적용해볼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 혁명의 사상적 지주

"모든 사람이 공동으로 행동하기 위해서는 자유롭게 결사할 수 있어야 한다"

루소의 대표적인 저작은 사회계약론(1762년)이다. 사회계약론은 대표적인 민권사상이론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자유, 평등, 박애를 주장한 자유주의이데올로기를 주창한 로베스 피에르 등에 영향을 줬다고 한다. 루소는 로마공화정을 이상적인 정치체제로 보고, 로크가 주장한 대의제민주주의의 한계를 비판하는 입장에 있었다.

로마공화정에서는 원로원이 주권을 가진 그룹으로 보지만, 민회에서 집정권(후대에는 황제)의 선출 시에 추인을 받도록 하고 있었던 것이다. 집정관의 임기도 1년마다 교체함으로써 권력이 특정한 인물에 집중되는 것을 막는 제도적 관행을 갖고 있었다(물론, 시이저가 종신집정관이 되려고 했던 것이나, 황제제도가 도입되면서는 바뀌게 됐다).

사회계약론에서 국가의 성립이 주민(실질적 국민)의 사회계약으로 성립하는 것이고, 사회구성원들의 의지 중 공공선을 지향하는 부분의 합, 즉 ‘개별의지 중에서 공공선을 지향하는 부분의 교집합이 일반의지다’라고 했다. 그리고 이 일반의지가 법질서 성립의 기반이 된다고 했다. 그래서 정부는 일반의지를 벗어나서는 안 되며, 주권은 주민(실질적 국민)에게 있고, 정부는 이를 집행하는 기구에 불과하다. 따라서 정부는 일반의지를 벗어날 수 없다는 정치이론을 제시한 것이다. 이것이 후에 프랑스 혁명의 사상적 지주가 됐다고 한다.

개인의 자유와 정치적 의무의 결합

로크는 사회계약론을 통해 민주적 자치(democratic self-government)를 주장하면서 개인의 자유와 정치적 의무를 결합시킨 해결책을 제시했다. 국가설계에 대한 미래지향적 정치대안을 제시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자기입법(self-legislation)을 통해 제정된 법을 준수하는 것을 통해 자기통제가 가능하고, 자유와 정치적 복종이 상보적 관계로 재구성된다는 것이다. 주민자치의 입장에서 보면, 바로 이런 논리적 구성과 설계가 자치의 본질을 이루는 것이기에 주민자치에서도 규범의 형성과 이의 집행을 할 수 있는 조직과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자치의 중요한 본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주민자치를 설계할 때 주민에 대한 교육을 이렇게 할 것인가도 동시에 고려해야"

로크는 그리스적 폴리스(polis)를 정치적 이상으로 제시하면서 정치공동체의 규모가 중요하고, 동질성 확보와 경제적 형평성을 구비해야 일반의지의 형성이 가능하다고 했다. 고전적 공화주의적 전통을 계승하면서 시민교육을 통한 덕성함양과 입법가의 자질을 강조했고, 시민종교와 기능에도 관심을 가졌다. 이것을 볼 때, 주민자치에서도 제대로 된 주민자치를 위해서는 주민자치교육이 중요하고, 근린생활구역에서 입법을 할 수 있는 전문가의 육성이나 발굴이 중요함을 알 수 있다.

로크와 루소의 차이점을 보면, 로크가 이성의 합리성을 강조했다고 한다면, 루소는 이성과 감성의 조화, 자연권의 강조를 통해 이성만이 진보라고 하는 볼테르 등의 계몽주의 사상가와 그 의견을 달리 했다.

자유로운 인간을 길러내는 교육

루소의 그 외의 대표적인 저작이 에밀(1762년)이다. 이것은 교육의 바이블로 통할 정도의 명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사회에서 고립된 존재로서 상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자연성을 잃지 않은 자유로운 인간을 길러내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교사중심의 전통적 교육이 아니라, 어린이의 개성, 흥미, 경험을 중시하는 아동중심의 자연주의 교육사상을 제시한 것이다. 특히, 교육에서 어린이에 대한 칭찬을 강조했고, 자연으로 돌아가서 교육할 것을 강조했다. 또 에밀의 교육사상은 생활중심 교육이라든지 노작주의 교육 등을 제시해 교육학을 선도하는 교육사조를 제시했다고 한다.

루소가 교육에 대한 저작을 출판했다는 것은, 정치이론은 교육을 어떻게 하는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으로서 주민자치를 설계할 때도 주민에 대한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도 동시에 고려해야 할 것이다. 주민이 단순히 공공성을 어떻게 가질 것인가를 사회교육으로서 생각하는 것만이 아니라, 유아교육과 초중등교육까지도 주민자치란 관점에서 주권을 가진 주민을 길러내고, 지역의 특성과 역사를 반영한 글로벌 지역인재를 길러내는 교육을 어떻게 할 수 있을 것인가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주민자치가 단순히 지역행정에 참여하거나 의견을 내는 정도가 아니라, 지역의 자치를 경쟁력 있게 하기 위해서는 공공서비스로서 교육을 주민자치적으로 어떻게 할지도 병행해서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시민참여를 위한 공공선과 공공정신

루소의 다른 저작은 학문예술론(1750년)을 들 수 있는데, 이것은 학문과 예술의 발전이 인간의 도덕적 발전에 그다지 기여하지 못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근대철학이 추구하는 진리는 원자적 개인과 과학적 진리로 이기적 개인을 절대화했고, 결과적으로 공동체적 유대에서 벗어나 고립된 개인이 돼 참된 자아와 정체성을 상실했고, 허위와 허영으로 가득 차게 됐다는 것이다.

또 인간불평등기원론(1755년)은 홉스나 로크와 같이 먼저, 인간의 자연상태를 논하면서 재산의 사유와 산업발전으로 인해서 불평등이 더 심해졌다는 것을 지적했다. 자연상태의 인간은 평등했고, 타인에 대한 동정이나 연민의 감정을 갖고 자족적이고 독립적 삶을 영위했는데, 사회적 삶의 산물로서 인간은 이성을 갖게 되면서 자기완성을 추구하게 됐고, 이것이 결과적으로 사회적 불평등을 초래하게 됐다는 것이다. 빈부격차와 계급갈등이 심화됐고, 시민사회가 붕괴됐으며, 경제적 불평등은 정치적 불평등으로 전화됐다는 것이다. 인간소외현상이 극단화됐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빈부격차와 계급갈등은 국가권력으로 수렴돼 부유층의 이익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됐고, 국가권력은 경제적·정치적 불평등을 고착시키는 장치가 됐다는 것이다. 이것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시민이 모두 참여하는 의사형성과정이 필요하다고 한다. 시민의 참여를 위해서는 공공선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하고, 공공정신이 자발적으로 형성돼야 한다고 한다.

로크와의 루소의 차이는, 로크는 인간의 합리적 이성을 강조하면서 이권분립을 주장하고, 인간의 이성에 의한 정부의 구성과 저항의 권리를 시민에게 인정한 반면, 루소는 인간 본성의 감성과 자연성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시민의 참여에 의한 구체적인 정부권력의 통제를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차이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철학자들 담론과 주민자치영역

"인문고전의 철학자들의 담론을 새롭게 주민자치영역에 어떻게 반영할지 논의를 시작해야"

루소를 통해 주민자치를 생각해 본다. 원래 루소는 국가의 형성과 인권의 차원에서 이론을 전개한 것이지만, 그 규모를 지역단위로 환원해서 생각해야 하는 주민자치의 관점에서 본다고 하면, 동일한 논리를 적용해 볼 수 있다. 단, 여기서 추가해야 할 것은 국가와 지역과의 관계에 대한 논점을 추가해서 생각해야 한다는 제약이 따르기는 하지만 말이다.

국가도 자치고, 지역도 자치란 점에서 공통성을 가진다는 것을 감안하면, 루소의 논점을 주민자치에도 적용해보는 시도를 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보충성의 원칙을 적용한다고 하면, 당연히 국가에 적용하는 논리를 지역에도 적용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주민자치에도 대의제를 견제할 수 있는 직접민주제로서의 주민총회(타운미팅, 혹은 공동의회)가 제도설계상에 반영돼야 할 것이다.

이것이 루소의 주민자치에 대한 견해라고 추론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주민총회에서 교육자치에 대한 결정권을 갖고 권한과 책임을 지고 경쟁력 있는 교육기관을 형성하고, 지역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자치에 가장 중요한 생활공공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사회의 경제적, 지역적 불평등과 세대 간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한다. 미래세대의 먹거리를 위한 창조적 경제의 형성이 필요하다고 하고, 기득권의 구조조정도 필요하다고 한다. 국가단위에서는 여러 기득권층에 가려서 제대로 된 개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제도개혁의 미개척지라고 할 수 있는 주민생활공간에서 국가경쟁력을 혁신할 수 있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주민자치를 설계하는데 있어 행정관리적 입장에서만 맡겨둬서는 안 되고, 인문고전의 철학자들의 담론을 새롭게 주민자치영역에 어떻게 도입하고, 제도설계 시에 어떻게 반영해야 할지 논의를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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