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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통] 2016 수정구 주민자치아카데미 개최, “전체 합의 안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주민자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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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통] 2016 수정구 주민자치아카데미 개최, “전체 합의 안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주민자치다”
  • 전상직 한국자치학회장
  • 승인 2016.06.20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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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 개론 : 주민자치의 근본정신과 주민자치위원의 역할
전상직 한국자치학회장.
전상직 한국자치학회장.

오늘 교육은 이제까지 있었던 다른 교육과는 질적으로 많이 다르다. 주최가 대부분은 성남시, 수정구청이 된다. 그런데 오늘 이 교육은 수정구 주민자치협의회가 스스로 주최하는 아주 의미 있는 교육이다. 그런 의미에서 수정구 주민자치협의회가 대단하다는 자부심을 가져도 될 것 같다.

주민자치는 쉽게 얘기한다면 ‘잘 먹고 잘살고 잘 노는 것’이고 이를 혼자하면 개인자치고, 이웃과 같이 하면 주민자치고, 동네사람과 하면 마을자치다. 그중에서 우리는 이웃과 함께 잘 먹고 잘 살고 잘 노는 일을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는가를 이야기하기 위해 오늘 이 자리에 왔다.

먼저 질문을 하나 하겠다. 사람이 10명이 있는데, 사과가 10개 있다. 어떻게 나눌까? 똑같이 하나씩 나누면 된다. 그런데 문제는 사람 10명에 사과가 9개라면 어떻게 하면 좋은가? 내가 안 먹으면 된다. 내가 안 먹었을 때 사과를 먹은 9명이 나에게 미안해한다. 그 분들이 다음에 사과가 생기면, 그 미안한 마음에 사과를 가져다준다. 그렇게 되면, 나는 사과를 한 개만 안 먹었을 뿐인데, 9명이 사과를 하나씩만 가져다 줘도 남는 장사다. 여러분들 이런 장사를 할 필요가 있다. 또 치사하게 사과 하나만 가져다줄까? 바구니로 가져다 줄 것이다.

수정구 동네가 서로가 서로에게 이런 고마운 생각을 갖고 있고, 평상시에도 갖고 있다면 동네 분위기가 좋을 것이다. 이러면, 우리 상대방에게 신세 놓고 사는 것이다. 이런 일을 많이 하는 게 주민자치다.

주민자치 역량강화를 위한 경기도 성남시 ‘2016 수정구 주민자치아카데미’가 지난 5월 19일 수정구청대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주민자치 역량강화를 위한 경기도 성남시 ‘2016 수정구 주민자치아카데미’가 지난 5월 19일 수정구청대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아이들에게 평생의 추억 만들어주기

어렸을 때 무서운 할아버지 한분이 계셨는데, 그 할아버지를 따라가면 양갱을 줬다. 그 때 양갱을 처음 먹어봤는데, 그 어느 과자보다 황홀하다 싶을 정도로 맛있었다. 취직하고 나서 고향에 내려가면, 할아버지가 생각나서 꼭 양갱이를 챙겨드렸다. 여러 해를 가져다 드렸다. 할아버지는 양갱이 하나로 나에게 평생 고마움을 느끼게 했다. 여러분도 사과 하나 안먹음으로써 남들이 고마워할 수 있는 계기가 있는데, 아이들에게 이 같은 일을 조금만 베풀어도 평생을 잊지 않고 고맙게 생각할 것이다.

정월대보름 윷놀이 하는데 있어 주민자치위원들은 3만원, 주민자치위원장은 30만원, 그리고 직능단체에 10만원씩을 걷으면 300만원 정도 된다. 이거 갖고 직능단체 어른들끼리 윷놀이하고 만다. 이게 안타까워 마포구 어느 동에 가서 아이들도 같이하자고 했더니, 주민자치위원장께서 “아이들을 어떻게 데려 오는가?”고 물어서 “교장선생님께 뽑아달라고 하면 된다”고 답했다. 교장선생님이 선생님 통해 아이들을 뽑아서 오니까 학부모들이 안 올 수 없다. 가족들이 오면, 아이 30명에 학부모 등 120명이 모여서 동네잔치가 된다. 진행하는 게 어렵다는데 간단하다. 교회, 절, 성당에 부탁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주민자치위원회는 아이디어만 갖고도 아이들을 충분히 놀게 할 수 있다. 또 아이들은 동네 어른들에게 고마워서 잘하고, 나이가 먹어서도 고마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렇게 했을 때 생겼던 수익을 말하자면, 아이를 따라 윷놀이대회에 나온 아빠들,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그 자리에서 만나 친구가 되고, 아이들도 친구들 엄마와 아빠를 만났기 때문에 동네를 다 알게 된다. 윷놀이대회 하나를 주민자치위원회에서 베풀어 주면, 동네 전체가 활기차게 되는 계기가 된다. 동네 전체가 서로 인사하고 믿고 덕담을 나누는 관계가 되게 만드는 게 여러분들이다.

주민자치위원들, 강좌개설에 적극 나서야

다시 사과 이야기를 하면, 이번에는 사과가 11개 있다. 이거 어떤 분에게 드리면 조용할까?

남는 것은 전체 합의가 돼야 한다. 전체 합의가 될 때까지 이야기를 해 나눠주는 방법에 성공하면 그 어떤 마을일도 성공할 수 있다. 이게 주민자치다. 모자랄 땐 내가 안 먹어서 동네를 화기애애하게 하고, 하나 남는 것은 전체 합의 안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주민자치다. 주민자치가 어려운 게 아니다.

또 남녀의 차이가 있다는 강의를 주민자치센터강의에서 하면 좋을 텐데 왜 없을까? 동장들은 이런 강의를 못 만든다. 재밌는 강의는 비싸다. 동네 수강료 예산으로 들으려면 많이 모아야하는데, 이런 강의를 듣기 위해 사람을 못 모은다. 적자강의 개설 못한다. 그런데 만약 전철원 협의회장이 강의를 개설한다면, 협의회장께서 돈을 들여서라도 할 수 있다. 협의회장이 개설하면 ‘전철원 강좌’라고 이름을 붙이면, 협의회장도 동네를 위해 기여할 수 있고, 수강하는 분도 다른 동네에서 못 듣는 강의를 들으니 기분이 좋다. 이런 게 주민자치인데, 의회에서 조례로 막아놓고, 공무원들도 조례에 따라 이런 강의를 못하게 막아 놨다. 이런 공무원이 가진 한계와 의회의 조례 부분을 주민자치위원들이 극복해 주면 좋은 강의를 여러 개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2010년 본인이 서울에서 했던 강의인데, 그때 소설가·평론가 한분이 입담이 좋아 엄마 이야기를 주부들을 상대로 했는데, 눈물이 쏙 빠지도록 했다. ‘엄마’라는 강의하나 갖고 엄마, 시어머니, 이웃관계도 좋아지게 만들 수 있다. 이런 기획도 얼마든지 주민자치위원회가 한분만 앞장서서 하면 충분히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주민자치센터를 공무원이 운영했기에 못했다면, 수정구가 처음으로 이런 강좌를 개설해서 대한민국 전체가 한 수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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