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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제언] 정부는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찔끔찔끔 말고 전면적으로 즉각 단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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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제언] 정부는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찔끔찔끔 말고 전면적으로 즉각 단행하라
  • 신장호 전라남도주민자치회 상임이사/여수시 주민자치협의회 전 부회장
  • 승인 2016.03.02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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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자치부는 주민자치관련 법령 및 표준조례 제정을 뚜렷하게 미루거나 못할 이유가 없음에도 행정행위 추진을 지체하는 것은 독점 권력과 기득권 유지를 위한 회피일 뿐이다. 이는 주민자치를 염원하는 주민들로부터 국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민심 이반의 단초를 제공하는 것이다. 주민들의 불만을 야기시켜서는 안 될 일이다.

우리 인간들의 사회적 욕구는 그 한계를 계량하기가 여간 쉽지 않다. 그렇지만 권력관계의 상하부 구조에서는 지배 권력을 가진 곳에서 먼저 포옹력을 베풀어줘야 한다.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면 본능적인 충동으로 인해 내재된 욕구의 불만이 어느 순간 터질 수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가정에서도 아무리 좋은 부부사이라 해도 불만이 조금씩 쌓이다보면 어느 순간 크게 뒤틀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하물며 국가의 권력으로부터 주민들의 권리를 보호받지 못하고 외면을 당해 버린다면 국가적으로도 크나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또 사회 변혁기를 들여다보면 여러가지 요인 등이 있을 수 있으나 독점권력, 제도적 모순, 부정부패, 권력남용, 불평등, 억눌림, 소외문제 등 각종 사회적 구조 환경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가 쌓여서 상층부가 아닌, 저변에 깔려있는 민심이 이반하고 불만이 태동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단초는 권력을 가진 자나 권력주변의 행정을 총괄하는 관리들의 수동적인 태도와 시대적 흐름을 경시하고 방관자적 태도로 주민들을 외면함으로써 초래한 현상이다.

현장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형국
지금의 한국사회가 풀어야 할 당면과제는 단순한 것들이 아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너무나 복잡하고 다양하기에 혼돈스럽다. 큰 틀에서 보면, 국가조직의 건재함이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국가를 지탱하는 국민(주민)의 튼튼한 구심체가 없이는 기대하기 힘들다. 따라서 국가를 대신해서 그 지역과 마을을 이끌어가는 존경받는 마을 어른들을 길어내야 한다. 개개인들은 훌륭하고 탁월한 역량을 소유하고 있지만, 지역공동체를 이끌어가야 할 활동공간과 동기부여가 부족하다. 소중한 역량을 가진 재원을 활용하지 못하면 국가적으로도 큰 낭비다. 저변의 주민들을 어떻게 하나의 건전한 사회공동체 일원으로 참여시켜서 국가가 잘 하지 못하는 일을 대신해, 마을 어른들이 중심이 돼 주민 스스로 화합을 이룩하고 발전과 번영을 도모할 것인가하는 해답을 정부는 움켜쥐고 있을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갈망하고 원하고 있을 때 속 시원하게 내놓아야 한다.

국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주민들이 한마음으로 대동단결해 성공을 거뒀던 1970년대 범국민적 새마을운동에 버금가는 새로운 제도인 ‘주민자치’를 전면 실시함으로써 대한민국이 재도약하는 대변혁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진정 주민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이를 적극 지원하는 정책과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희망에 찬 도약의 새 시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막대한 예산이 수반되는 것도 아니고, 이왕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고비용으로 운영하는 주민자치센터 행정행위의 시스템에서 권한 일부를 주민들에게 이관해, 주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서 스스로 결정하고 집행하는 형태의 사회구조로 개편한다면, 저비용 고효율의 주민참여형 민주사회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같은 사회구조로는 국가나 지방정부가 주민들의 욕구를 만족시켜줄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 부담은 갈수록 눈덩이처럼 더 커지고 지탱하기 힘들어지는 형국으로 접근하게 될 것이다.

행자부가 미루고 있는 주민자치법은 최후의 보루로써 사회안전망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입법추진을 미온적으로 대처해 뚜렷한 이유도 없이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 주민자치 모델을 시범운영하고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은 이미 해를 넘겼고, 지금은 진행속도를 느끼지 못하는 상태의 감감무소식이다. 이에 따라 전국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날이 갈수록 점점 높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사회는 공동체의식의 실종, 정부의 비효율적인 구조와 관료주의 적폐 등으로 인해 주민들의 자율성과 창의적인 활동을 기대할 수가 없는 구조다. 그래서 지방자치를 미완의 뿌리없는 나무에 비하곤 한다. 지방자치를 시작한지 벌써 20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절름발이 짓만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래서 지방의회 무용론, 지자체장 관선제 등도 서서히 고개를 내밀고 있다. 행정의 신뢰성이 주민들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국가의 권력을 지방에 이양하고, 지방자치를 한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주민들의 피부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지방자치라는 것을 주민들이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을 직접선거로 뽑는 것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실질적인 지방자치의 실현을 위해서는 그 지역주민들이 자유로운 환경속에서 참여하는 생활자치, 근린자치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해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주민자치제도가 시급히 도입돼야 한다.

지난 1월 12일 강원도부터 제주도까지 전국 각지에서 1000여 명이 운집한 가운데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개최된‘제3회 주민자치 실질화를 위한 대토론회’는 주민자치법 입법을 진정으로 갈망하는 열화와 같은 강력한 열기의 분출이다.
지난 1월 12일 강원도부터 제주도까지 전국 각지에서 1000여 명이 운집한 가운데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개최된‘제3회 주민자치 실질화를 위한 대토론회’는 주민자치법 입법을 진정으로 갈망하는 열화와 같은 강력한 열기의 분출이다.

주민자치회 전면 시행 무엇이 두려운가
지방자치는 그 지방의 독특한 역사와 문화, 그리고 주민들의 행복한 삶의 질을 보다 향상하기 위한 밀접한 지원체가 돼야 하고, 주민들은 주민 스스로 만족스런 행복을 근린자치를 통해서 공유하고 향유해야 한다. 그러나 지방자치는 주민들과 요원하게 느껴지고, 국가 또한 거리감이 아득하기만 하다. 이는 과거 농경사회의 단조로운 사회구조에서 복잡 다양한 형태로 획기적으로 발전하고 변화를 거듭한 한국사회 구조 환경에 따라 능동적으로 변했어야 할 국가조직이 과거의 행정체제를 그대로 답습 유지하는데 급급해 왔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방안은 바로 전국 읍·면·동에 주민자치회를 당장 도입하는 것이다. 전문의가 환자를 잘 관리하고 치료하듯이 그 지역주민들의 아픔과 고통에 따른 불만, 민원해결 등은 함께 삶을 영위하는 친숙한 이웃주민, 마을어른들의 구성체인 근린주민자치를 통해서 스스로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가나 공무원들이 가장 큰 문제고,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또 지방의회도 마찬가지다. 무쇠 같은 철밥통 권력을 지방에 이양하거나 진정으로 주민들에게 돌려주고픈 나눔과 배려의 정신이 많이 부족하다. 변할 줄 모르는 낡고 보수적인 사고방식은 하루빨리 개선돼야 마땅하다.

단순한 예를 보더라도 그렇다. 행자부가 주민자치회의 모형인 협력형, 통합형, 주민조직형 3가지에 대한 선호도 설문조사를 전체 읍·면·동 3483개를 대상으로 실시한바 있는데, 3233곳에서 응답했고 그중 3028개(93.6%)에서 협력형을 선호한다는 답을 이끌어냈다. 나머지 모형은 각각 4%미만이었다. 더욱 가관인 것은 당사자에게 ‘너 권한 어디까지 내 놓을래’하고 3단계 방식으로 묻는자체가 요망스럽다. 보통 웃기는 일이 아니다. 협력형은 말 그대로 읍·면·동 운영에 주민자치회가 협력하는 방식으로 실질적인 주민자치와는 거리가 멀다. 반대로 주민들에게 물어봤다면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읍·면·동을 아예 폐지하고, 주민들에게 온전히 읍·면·동의 권한 등을 돌려주는 ‘주민조직형’을 선호했을 것이다. 물론, 읍·면·동 사무기구를 주민자치회 산하에 두는 중간형태의 ‘통합형’도 고려했을 것이다.

행자부는 설문조사 선호도를 근거로 2013년부터 협력형 모델을 31개 읍·면·동을 대상으로 실시한데 이어 2016년에는 49개 읍·면·동으로 확대 시범실시를 한다고 하지만, 이는 극히 의미 없는 미약한 정책으로 주민자치를 적극적으로 실시하겠다는 의지가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가장 낮은 단계인 협력형 모델, 무엇이 두려워서 찔끔찔끔하는 것일까? 시범 실시하겠다고 희망하는 곳은 어느 곳이든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문호를 대폭 개방해야 맞고, 적어도 통합형 정도를 시범실시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정부의 시범실시는 권장모델을 위한 실질적인 시범실시가 아니라, 지자체에서 이에 따른 국가보조금에 더 눈독이 들지 않았나 싶다.

시범실시 보조금은 시범실시 주민자치회에 직접비로 집행돼야 함에도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사실 성과물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해 주는 방식이 더 효율적이고 경쟁력을 유발했을 것이다. 정말로 국가정책의 밑그림을 그리기위한 시범실시라면, 각 지자체에 3개 모델을 제시하고, 이중 자유롭게 하나를 선택해 시범실시를 희망하는 읍·면·동에 기회를 주고 지원했어야 맞다. 주민들의 체감에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한 협력형(겨우 1%)시범실시는 환영도 못 받고, 실패를 자초하는 일이다. 일선 공무원이 무엇 때문에 장래의 보장도 없고 일시적이고 임시적인 주민자치회 모델을 시운전하는 일에 심혈을 기울이겠는가? 잘해도 그만, 못해도 그만인데 말이다.

주민과 공무원에게 외면당하는 시범실시
이런 현실에서 성공모델 창출을 기대한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오히려 주민들의 희망과 의지만 꺾고 말았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결론은 아무것도 제대로 얻은 것도 없는 시범실시 사업으로 전락한 것이다. 극소수 시범실시는 주민자치회 간 정보교환과 경쟁력 약화를 불러온 소지가 됐고, 주민자치를 선호하지 않는 공무원들로부터 오히려 외면당하고, 긍정적인 지원과 이해를 이끌어내지 못한 원인이 됐다. 시범실시가 전국적으로 확산됐더라면, 선의의 경쟁 구도로 서로 발전을 가속해 소기의 성과를 충분히 거뒀을 것이다. 그동안의 시범실시의 모순점은 나열하기조차 거북스런 진풍경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범실시를 경험한 어느 주민자치회 임원은 “공무원들의 갑질에 너무나 힘들고 외로웠다”고 실토했다. 말이 민주적인 주민자치지 주민관치의 연습과정이었다. 그는 “행정은 아직도 깨어나지 못하고 직급에 관계없이 협력이 아닌 지시만 했다”며 “협력형 시범실시는 주민자치가 아니고 주민관치를 체험하는 것 같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주민자치회가 위임·위탁업무를 할 수 있다는 것은 허무맹랑한 것”이라며 “이는 안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돼 분란의 소지가 됐다”고 강조했다. 공무원이 취급했던 주민과 밀접한 고유의 업무를 자치회에 위탁했을 경우, 그 담당공무원의 여력 일손에 대한 대체방안이 없고, 임시적인 시범실시 기간에 불필요하게 행정을 흩트려 놓을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시범실시를 하려면 적어도 실시 읍·면·동장 및 담당공무원의 주민자치 집체교육이 선행돼야 하고, 주민자치위원장 및 집행부 정도는 역량강화 핵심교육 등이 반복적으로 이뤄져야 함에도 전무한 실정이었다. 또 위탁할 사항이나 행사 등을 사전에 리스트로 작성해 서로 협의를 거쳐서 시행했어야 했다. 공무원들은 일정부분의 사업이나 권한은 주지 않고, 주민자치회이니까 주민들이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이는 매우 곤란하다. 그러니 시범실시 주민자치회는 매번 정해진 날짜에 회의나 하고, 밥 먹고 오는 형국에 그치고 말았다는 지적이다. 이런 토대 위에서 하는 주민자치회는 지양돼야 한다. 읍·면·동 산하의 여타 단체와 별반 없는 조직의 형태로 인식하고, 각종 행사에 동원되는 봉사자 취급이나 당하는 수모를 겪게 해서는 안 된다. 주민자치회가 진정으로 주민들을 위하고, 국가의 말초적인 핵심 구성단체로서 그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예산과 사업 등이 병행 추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난 1월 12일‘제3회 주민자치 실질화를 위한 대토론회’가 열린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 입추의 여지없이 꽉 들어찬 전국의 주민자치위원들은 정부에게 주민자치법을 속히 입법해줄 것을 요구했다.
지난 1월 12일‘제3회 주민자치 실질화를 위한 대토론회’가 열린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 입추의 여지없이 꽉 들어찬 전국의 주민자치위원들은 정부에게 주민자치법을 속히 입법해줄 것을 요구했다.

주민자치법 입법은 전국적인 열망
한국주민자치중앙회는 지난 1월 12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제3회 주민자치 실질화를 위한 대토론회’를 한국자치학회 등과 공동으로 개최했다. 이날 전국에서 몰려든 주민들은 대회의실을 발디딜 틈 없이 빼곡히 가득 메워버렸고, 미처 입장하지 못한 인파는 복도에 장사진을 이루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주민자치를 진정으로 갈망하는 열화와 같은 강력한 열기의 분출이었다. 한겨울 새벽 동이 트기 전에 강원도 고성, 경기도, 충청도, 부산, 경상도, 전라도, 특히 제주도, 경남 거제, 전남 여수 등 전국 각지에서 자발적으로 뛰어온 주민자치위원들이었다.

이들은 왜, 엄동설한에 무엇 때문에 먼 한양 길을 주저하지 않고 일어섰을까?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몸부림이었을까? 그건 정말 아니었다. 미온적인 국가정책에 대한 분노의 발로에서 비롯된 것이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잘 수행 못하는 일을 주민들이 나서서 주민의 체형에 알맞게 다양한 맞춤식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순수함에서 비롯된 충정이다. 이들의 요구는 단순하다. ‘주민자치에 관한 법률을 입법하라’는 것이다. 관련 법률이 없으니 제구실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읍·면·동에 소속된 임의단체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행사에나 동원되는 여타단체 봉사자 취급이나 받는 처지의 주민자치는 결코 싫다는 것이다.

과거 낡은 방식의 관치로는 새로운 시대에 부응할 수가 없다. 21세기 생존 키워드는 자율과 창의이기 때문이다. 권력으로 옥죄는 지배나 지시의 행정관리는 유행이 훨씬 지난, 바람이 솔솔 드나드는 핫바지와 다름이 없다. 낡은 천의 포장으로 강물처럼 용솟음치는 주민들의 욕구를 임시적으로 덮으려 해서는 안 된다. 행자부는 주민자치위원들의 시대적 요구를 외면해서는 절대 안 된다. 국가가 올바른 자세로 주민자치의 정책을 발전적으로 펼쳐나갈 때 비로소 주민자치회의 제도는 정착되고, 국가의 발전에 씨앗이 되고 원동력이 될 것이다.

읍·면·동 주민자치회는 관과 주민들의 소통공간이자 주민화합과 문화여가, 복지증진에 기여하는 사회안전망으로 국가의 가장 기초가 되는 핵심조직이기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주민자치회를 시·군·구에서는 읍·면·동의 하부기관으로 행정의 협력자 또는 보조수단으로 여기고, 의회에서는 자신들의 입지를 고려해 주민자치를 경쟁상대로 봐서는 안 된다. 특히, 주민자치회와 지방의회의 관계는 개선돼야 한다. 선의의 경쟁과 견제는 서로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지만, 과도한 간섭이나 견제는 주민자치회가 안전하게 안착해 뿌리내리고 정립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뿐이다.

지방의회, 주민자치보다 시민단체 눈치
최근 현장에서 나타나는 지방의회의 행위들은 주민자치 발전에 긍정적이고, 우호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요소들이 주류였다. 전국 지방의회를 들여다보면, 주민자치회 운영에 수반되는 사업과 예산 등은 그렇다 치더라도 조직이나 운영에 깊숙이 개입해 파행을 일삼고 있다. 바람직하지 못한 처사다. 충청도의 어느 소도시에서는 주민자치회 활성화와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지원정책을 야심차게 추진했지만, 이를 견제하는 의회의 낡은 습관으로 제동이 걸리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 일은 언론의 주목을 받은바있다.

주민자치위원은 순수한 주민들이다. 필수적인 교육연수 등 자치역량 강화가 우선시 돼야 한다. 그러함에도 주민자치위원 역량강화 워크숍 비용을 전액 삭감해 실질적인 교육의 기회를 박탈해 버리는 짓을 자행한 의회도 있었다. 또 행안부의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표준조례 안에 따른 주민자치위원 수 20~30명 구성안에 대해서 의회는 그 숫자를 확정짓지 못하고 티격태격 말싸움을 하며, 하루일정을 소모하는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자신들의 입지를 보장할 주민자치회 당연직 고문챙기기 등은 눈살을 찌푸리기에 충분했다.

이에 반해, 시민단체가 대도시에서 추진하는 마을공동체사업 등은 탄력을 받고 척척 잘 진행되고 있어 큰 대조를 이른다. 이에 따라 주민들과 갈등의 요소가 될 수가 있다. 지방의회는 주민자치회와 가깝고도 먼 관계인가? 참으로 이해하기 곤란하다. 지방자치가 절름발이 이기에 비롯된 모순, 자기 방어의식에서 불거지는 현상이라고 할까? 시민단체의 목소리는 귓전에 크게 들리고, 몸을 사리고, 눈치를 보는 반면, 주민들의 목소리는 가볍게 여기고 무시하는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현상들이다.

지방자치와 주민자치는 아주 밀접한 쌍두마차 관계로 함께 호흡하고 지원하며,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궤도 위를 잘 굴러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근 20년 동안 선거라는 관문만 통과하면 나홀로 행보, 나만의 행복감에 도취돼 보이지 않는 특권을 누려왔기에 낳은 병폐다. 주민들을 얕잡아 보고, 진정한 주민자치 발전과는 먼 거리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며, 다음 선거를 위한 주변 챙기기, 자신의 보신과 자기보호 활동 등을 하며 주민자치를 경시하는 습관은 개선돼야 한다.

당초 무보수 봉사직에서 보이지 않는 권력(?)에 적잖은 월급까지 꼬박꼬박 챙겨주고 있으니, 그 노른자 의원직을 영원히 유지하고 수호해야 하는 본성의 발로인가? 그렇다면 주민자치회도 시민단체처럼 의회를 강도 높게 감시하고 견제하는 혜안과 바른 목소리를 드높여야만 한다. 구조적으로 들여다보면, 기초가 없는 상태에서 양지의 꿀물로 성장한 줄기와 잎만 무성한 나무로 속살은타들어가고 병들어 신음 중이다. 왜냐하면 주민자치라는 뿌리 없는 나무로 나홀로 커왔기 때문에 허약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 주민자치회라는 법적 보호를 받는 단체가 태동하고 있으니 주민자치회가 부담스럽게 느껴지고, 자유분방했던 자신의 입지가 어딘지 모르게 조여들고 있는 두려움에서 오는 일시적인 반감의 현상이라고 치부하고 싶다.

의회가 견제한다고 해서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주민들의 함성, 권리와 욕구를 잠재울 수는 없다. 그들은 주민들의 당연한 권리를 거역할 수 없다. 주민자치에 대한 상황인식을 똑바로 직시할 때에 비로소 민주시민으로서 함께 주민자치의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다. 지방자치의 근간이 되는 주민자치의 활성화 없이는 지방자치의 희망과 발전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민자치회장과 위원의 자질검증 필요
그럼 주민자치위원은 완벽하게 잘 선별되고 훈련된 건전한 민주시민으로 믿을 수 있는 조직원인가? 아직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주민자치위원 선정과 구성, 그리고 자질함양에 대한 역량 교육이 제대로 실시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주민자치에 대한 지식과 노하우가 부족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주민자치위원 모집과 선정의 기준을 보다 명확하고 세밀하게 제시해 주민의 대표성이 가시적으로 나타나야 한다. 생활자치 구현 및 정치적 중립 확보, 주민자치위원 구성의 다양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민간인 신분의 주민자치위원 지원자의 신원을 검증할 시스템 자체가 전무하다. 주민자치위원 선정위원회에는 그런 권한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보편적인 자료를 갖고 특정 세력, 정치사범, 신용불량자 등 비위행위자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가 없다. 윤리 도덕적으로 주민의 대표자가 돼서는 아니 됨에도 자신의 전력을 숨기고 얼마든지 주민들이 반하는 토호세력으로 등장, 지역의 맹주로서 자리를 공고히 다질 수 있는 허점이 있을 수 있다. 주민자치회를 구성하고 난 후 속살을 들여다보면, 특정정당 소속 당원이 주류를 이루는 경우와 특정인을 중심으로 한 주변인물로 핵심위원이 구성돼 사실상 새로 출범할 주민자치회장을 호선하기 위한 위원구성의 뉘앙스를 지울 수가 없다.

주민자치회장은 특정세력에 영합하지 않고,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 오직 건전한 사고방식으로 근린자치와 공공복리를 위한 자기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므로 공무원에 버금가는 윤리강령과 자질 향상을 위한 주민자치 간부교육 등을 필수적으로 이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읍·면·동과의 협업이 원활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파열음과 책임한계가 불명확하고, 그에 따른 적당한 제재방안 등이 마련돼 있지 못하다. 그러므로 주민자치회장만큼은 확실한 신분으로 책임과 의무를 다할 수 있는 별도의 시스템이 필요하다.

애당초 주민자치위원으로 응모하고자 할 때는 일정한 주민세대의 동의나 추천방식, 마을총회 등을 거쳐야 주민의 대표기관으로서 대표성을 인정받을 수가 있다. 주민자치위원 선정의 투명성이 우선 제고돼야 건전한 주민자치회가 구성될 수 있고, 이런 튼튼한 토양 위에서 주민화합과 발전을 도모할 수가 있다. 그러나 읍·면·동 현장에서는 아직까지 여기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기능면에서 주민생활과 밀접한 관련 사업이나 업무의 종류 등을 반듯이 적시하지 않고, 위탁처리가 바람직하다고 판단되는 업무를 수탁처리 한다는 것은 일관성이 부족하고 애매모호하다.

주민자치위원들이 주민자치법안 만들자
그렇다면 주민자치 조례는 어떻게 추진하고 제정해야 좋을까? 행자부에서 주민자치법안을 만들어 국회에제출하고, 이를 국회에서 심의 입법하면 만사가 끝이다. 주민자치조례 타령을 할 필요조차 없다. 관련 법안이 없으니 시·군·구에서는 주민자치 조례 제정에 난색을 표하고, 주민자치위원들은 그나마 주민자치 조례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사실 각지에서 아우성이고 혼란스럽다. 이왕지사 하늘에서 비가 내리지 않으면 농부가 우물을 파듯이 우리가 나서서 주민자치법 법률안을 만들어 제시해 보는 것이다. 관련 학자나 행정에만 맡겨서는 어느 세월에 마련될지 장담할 수가 없다.

또 주민자치를 바라보는 관점이 각각 서로 다르기 때문에 우리 주민들 눈높이로, 우리 주민 체형에 알맞도록, 우리가 지혜를 모으고, 전문집단의 협력을 이끌어 낸다면 충분히 모범법안을 도출해 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한국주민자치중앙회와 한국자치학회 등이 중심이 되고, 전국 시·도, 시·군·구 주민자치회가 협력만 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주민자치법과 조례를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서두르지도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들은 지금의 법률과 제도로도 국가나 지방정부를 운영하는데 하등의 별 어려움을 못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정부나 지자체는 관련 법률 제정으로 인해서 행정권한을 일부 떼어서 주민들에게 부여해야 하고, 자기들의 행정행위를 주민자치회와 협의하는 것을 부담스러운 간섭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민자치법은 당사자인 우리가 적극적으로 나설 때 비로소 성과를 거둘 수가 있다. 가마솥의 군불은 우리가 지펴야 한다. 왜냐하면 온돌방과 가마솥 먹거리는 우리의 삶과 직결되기때문이다.

정부는 주민자치법 입법 속히 추진해야
우선 정치인들을 압박하자. 정치인은 행정 관료에 앞서 우리의 진정한 심부름꾼을 자처한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마침 우리에게는 참 좋은 호기가 다가왔다. 무쇠는 달궈졌을 때 쳐야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어낼 수가 있다고 한다. 전국 각 지역에서 총선을 앞둔 후보자를 초청해 주민자치법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하자. 주민자치법 입법에 대한 당위성과 철학을 검증하고 입법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야 한다.

우선, 이를 수행할 토론회 기획단을 발족·운영할 것을 제안한다. 아울러 지방정부를 상대로 주민자치 조례제정을 촉구하는 다양한 행위를 모색해야 한다. 강원도에서는 도 차원의 주민자치 지원조례를 전국 최초로 제정했다. 이를 근거로 한국주민자치회중앙회를 중심으로 광역시·도, 시·군·구 주민자치회가 연합하고 똘똘 뭉쳐서 한결같은 한 목소리로 강력하게 주민자치 조례제정에 분연히 일어서야 한다.

행자부는 더 이상 주민자치회를 미아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주민자치를 잉태했다면 법적·제도적 보호를 밭을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강구해줘야 한다. 호적도 없는 자치미아가 어떻게 바른 성장을 기대할 수 있으며, 아울러 주민들에게 진정어린 봉사를 펼쳐나갈 수 있겠는가? 하루 빨리 주민자치법 입법을 추진하라. 당장은 우선 표준조례(안)이라도 만들어 전국 주민자치 현장에서 발생하는 혼선과 불만을 해소해줘야 한다. 더 이상 직무를 유기하는 것은 방기의 행위로 마땅히 국민적 지탄받아야 함을 인식해야 한다.

특히, 국가는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개편체제개편 차원에서 주민자치회 도입을 즉각 선포해야 한다. 전국의 모든 읍·면·동에 주민자치회를 설치하고, 협력형 모델을 우선실시 해야 한다. 그리고 통합형은 전국 광역시·도를 중심으로 시범실시를 단행해야 한다. 이렇게 될 때 비로소 대한민국 지방자치 실현과 풀뿌리 주민자치를 완성하는 대역사를 기록할 수 있고, 국가와 주민들은 일심동체가 돼 국가경쟁력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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