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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한국지방자치학회 동계학술대회 주민자치] “주민자치는 근린생활공간에 대한 다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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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한국지방자치학회 동계학술대회 주민자치] “주민자치는 근린생활공간에 대한 다스림”
  • 김찬동 충남대학교 자치행정학과 교수
  • 승인 2016.03.0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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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한국형 주민자치회 제도설계
김찬동 충남대학교 자치행정학과 교수.
김찬동 충남대학교 자치행정학과 교수.

요구되는권한과 역할------

주민자치회와 마을단위 공동체별 목표와 방향설정 그리고 합의방안
합의(consensus)는 정체(politeia, polity)의 영역이다. 정체라 함은 폴리스(polis)가 어떻게 다스려지는가(governing)에 대한 양식이나 유형의 문제다. 그래서 폴리스의 정체로서 왕정, 귀족정, 민주정이라고 하는 유형론을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저서 ‘정치학’(Politika)’에서 제시한 것이다. ‘시민에게 가장 행복한 정체란 무엇인가’라는 논제를 갖고 당시 100여 개의 도시폴리스들에 대한 비교분석을 하면서 제시한 것이 귀족정과 민주정의혼합체제, 혹은 균형체계가 가장 시민의 행복을 높이는 정체다라고 하는 제언을 한 셈이고, 이런 지식을 학습해 로마도시국가는 공화정(the republica)의 정체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던 것이다. 그래서 원로원을 중심으로 민회와 집정관의 3권이 상호 견제와 균형을 이루면서 기본적으로는 원로원이 국가의 주권의 최종결정권자가 되는통치구조를 유지하려고 했던 것이다.

주민자치는 한국에서는 읍·면·동단위에서 주민들이 행정과정에 참여하거나 주민자치센터를 운영하는데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의사결정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 마을단위 공동체는 최근에 마을만들기사업 등을 통해 다양한 마을공동체를 만들려고 하는 것인데, 이들을 대상으로 갑자기 정체가 어떠니 하는 단어를 꺼내니 좀 어리벙벙할 수 있겠다 싶다.

그런데, 본인에게 부여된 주제를 보면, 주민자치회와 마을단위 공동체조직별의 목표와 방향 설정, 그리고 이들의 합의 방안을 제시하라고 하는데, 다양한 참여자들이 목표와 방향설정에 합의를 한다는 것은 비전설계를 한다는 것이고, 이에 대한 의사결정을 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것은 그야말로 정치가 다루는 내용인 것이다. 다시 말해, 읍·면·동단위나 마을단위에서 지역정치(neighborhood politics) 혹은 커뮤니티 정치(community politics)를 이르는 것으로 이해된다.

지역정치에 대한 인식과 현실
여기서 한번 생각해 볼 일이 있다. 과연 우리 한국사회에는 마을단위 혹은 읍·면·동단위에서 지역정치나 커뮤니티 정치란 것이 존재하는 것일까? 미국의 경우에는 인구 몇 만명의 도시에서도 도시정치(urban politics)가 있고, 이에 대한 세밀한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지역정치를 지배하는 몇몇의 엘리트가 있다든가, 반대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다원적 정치가 본질이라든가 하는 학설의 대립이 있다. 현실은 아마 이론적 주장들의 중간쯤에 어딘가에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렇다면, 한국의 경우는 어떨까? 정치라고 하면, 시·군·구 단위나 광역시·도단위에서 정당이 시의원이나 단체장으로 출마하고, 공약을 제시하고, 이에 대해 시민들이 투표하는 것을 정치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정당의 공천권에 돈을 주었느니 어떠니 하면서 정치란 돈과 관련된 비리가 있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상당히 존재한다. 그리고 정치가는 이권에 개입하고, 말만 앞서서 신뢰할 수 없는 존재로 인식하면서 행정관료들이 그래도 성실하고 나라를 생각하는 공인(公人)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국가의 발전을 위해서는 정치가보다는 역시 관료들이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나, 경제발전이 중요하고, 정치는 누가해도 상관없다는 인식도 있기도 하다. 물론, 일부의 인식이기는 하지만, 오늘날 한국의 지방자치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여러 원인들 중 하나는 이런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상당히 있기 때문에 아직도 지방정치의 발달이 미성숙하게되고, 중앙정치에 의존적이고 예속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다시말해, 지역정치가 자율성과 책임성을 갖고 작동하지 못하고 있으며, 지역정치에 대한 이론적 연구나 실증적 분석이 낙후돼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처럼 지역정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성찰은 자연히 시·군·구보다 공간규모가 작은 읍·면·동이나 통·리단위의 공간에서 다양한 정치적 활동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것이 불투명하게 작동하게 만들고, 비공개적으로 지역단위의 가치와 권력의 권위적 배분이 이루어지고 있을 것이란 점이다. 이제는 이러한 영역을 공개적으로 다뤄야 하고, 투명하게 작동하도록 제도화를 해야 할 때가 된것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바로 주민자치회와 마을단위의 공동체에 대한 ‘지역단위의 비전설정과 의사결정’을 통해 그 목표나 방향설정이 합의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는 이런 합의가 없는 것이고, 각각 자기식대로 자기의 영역에 칸막이를 치고 각자도생(各自圖生)하고 있는 상황이다. 읍·면·동 단위에서 보면, 새마을운동조직, 바르게살기운동조직, 한국자유총연맹, 국민생활체육회 등의 다양한 관변단체들이 각자도생하고 있고, 통반장협의회, 주민자치위원회 등도 역시 각자도생하고 있다. 또 이보다 작은 규모의 단위에서 아파트입주자대표회, 마을공동체만들기,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상인회, 학교별로 학교운영위원회, 교회공동체 당회(堂會), 녹색어머니회, 향우회, 조기축구회 등이 존재하고 있다.

즉, 이들이 읍·면·동단위에서 ‘한국형 주민자치회’가 어떤 목표와 방향을 설정해야 될지에 대해서 공동의 합의를 해야 한다고 하면, 이들이 각각 자신의 입장과 주장을 하게 될 것이고, 이것을 어떤 방식으로든 토론하고 대화를 해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바로 정치의 기능이다. 즉, 읍·면·동단위에서도 정치가 있어야 한다.

다스림과 자치체성
그렇지만 한국에서 정치라고 하면, 그 이미지가 긍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읍·면·동이나 그 이하의 단위에 정치란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혼란을 자초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다스림(governing)’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 즉, 읍·면·동 단위의 다스림을 어떻게 할 것이냐의 문제란 것이다.

다스림에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자원이 있어야 한다. 즉, 사람이 자원을 사용하고, 배분하면서 질서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의사결정을 하는 부분과 집행하는 부분이 있어야 하고, 구성원들이 공동체를 자유롭게 형성하고 상호 공존할 수 있는 법이 있어야 한다. 의사결정을 하고 집행을 하는 부분을 ‘자치체성’이라 하고, 구성원들이 공동체를 자유롭게 형성하는 부분을 ‘공동체성’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다스림에는 자치체성과 공동체성이라고 하는 두 가지 요소를 구비해야 한다.

자치체성을 위해서는 공간구역이 있어야 하고, 자원이 있어야 하며, 주민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자치체의 질서를 위해서는 자치체를 규율하는 법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제대로 다스린다’는 것은 ‘법에 의한 다스림’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자치한다는 것은 법치여야 하고, 법을 만들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대표들이 모여서 자치체를 규율하는 정관이나 규범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규범이 자치관리비를 징수할 수 있어야 하고 자치관리를 할 수 있는 전문직원들이 보좌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개념을 정리하고 보면, 읍·면·동 단위에서 공동체성을 갖는 다스림은 존재하지만, 자치체성을 의미하는 다스림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자치체성을 의미하는 다스림은 읍·면·동사무소의 행정관료제가 대체하고 있었던 것이다. 읍·면·동장이 구역의 다스림을 독점하고 있었던 것이고, 관변단체의 단체장들이 행정과 협력하면서 구역의 봉사활동을 주도했던 것이다. 또 이들 중에서는 구의회와 시의회 의원으로 출마하기도 했던 것이다. 즉, 비공식적인 지역정치로의 사다리가 존재했던 것이고, 이런 통로를 경험적으로 아는 사람들이 이런 지역정치에 참여했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정작, 주민자치회나 마을단위의 다양한 공동체들이 한국형 주민자치를 하자고 했지만, ‘공동체성을 가진 다스림’만을 생각하다보니, ‘제대로 된 다스림’으로 이어지지 않는 한계를 갖고 있는 것이다. ‘자치성을 가진 다스림’이 결여된 상태에서는 이 공간을 주민자치로 형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형 주민자치회의 논의가 제자리를 빙글빙글 돌면서 논의의 블랙홀을 빠져 나오지 못하는 것은 바로 자치성을 가진 다스림의 영역을 읍·면·동 주민센터의 행정관료제가 관치(官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관치에서 필요한 공동체성을 보조해주고 있는 것이 바로 새마을단체나 바르게살기단체와 같은 관변단체들인 것이다.

그래서 연구자에 따라서는 관변단체들도 실제로는 지역에서의 상당한 정도의 커뮤니티조직으로서 기능을 하는 면이 있음을 지적하는 경우도 있다. 즉, 관변(官邊)성을 상당히 벗어나 있고, 실제로 회원들의 회비와 자원봉사에 의해 조직이 움직여지는 측면이 강하기에 지역의 주민자치나, 지역의 공동체 활동의 하나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견해도 존재한다. 최근에는 주민참여예산제도에 의해 주민참여예산위원회도 읍·면·동지역마다 지역회의로서 존재하는 경우가 있고, 지방자치단체에 따라서는 ‘복지통장’과 같은 근린복지서비스의 제공을 위해 새로운 복지공동체를 형성하기도 한다. 이처럼 읍·면·동 지역단위에서는 다양한 공동체조직들이 존재하고 있는데, 과연 어떻게 읍·면·동단위의 주민자치회를 형성하는 비전에 합의할 수 있을 것인가?

한국형 주민자치의 전제조건
주민자치회의 통합형이 읍면동 사무처리를 위해서는 ‘자치성을 가진 다스림’이 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의사결정기구의 위원들은 주민들로부터 어떤 형태로든 ‘대표성’을 확보해야 한다. 비록, 그 대표비율이 낮더라도 절차상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즉, 구역에 거주하는 주민들 전체가 절차적으로 정당하게 참여하는 기준에 따라서 대표가 선출돼야 한다. 또 한국형 주민자치회의 자치관리의 전문성은 현재의 행정공무원들을 활용한다면, 이들의 신분을 자치지방공무원으로 전환하고, 이들에 대한 신분관리는 ‘유연한 자격제 시스템’으로 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유연하다는 의미는 자치지방공무원으로 한번 시험에 합격하면 종신제가 보장되는 시스템이 아니라, 일정한 기간, 예를 들면 5년이나 10년의 임기제로 고용되는 시스템이다. 그리고 직위분류제에 따라서 자신의 전공과 직무의 난이도에 따라서 각각 개별적으로 채용되는 시스템이다.

마을단위에 존재하는 다양한 공동체조직들은 주민자치회의 위원으로 응모할 수 있고, 한국형 주민자치회가 새롭게 태어나는데, 참여할 수 있다. 즉, 이들 다양한 마을에 존재하는 공동체들은 ‘공동체성을 가진 다스림’을 하는 조직들이기에 자치성을 가진 다스림의 의사결정기구에 자유롭게 선거를 통해 참여할 수 있다. 한국형 주민자치회는 그 목표가 지역공간에 대한 ‘공공성을 가진자치관리’다.

그리고 지역공간의 자치관리를 위해 시·군·구로부터 지역공간에 대한 ’자치권‘을 종합적으로 위탁받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이것은 주민자치회의 역량이 구비돼야 하고, 주민들의 자율적 의사표현에 의해야 할 것이다. 주민들이 현재와 같이 행정관료제에 의한 행정관리에 만족한다고 하면, 굳이 이렇게 ’자치권을 가진 주민자치회‘를 형성할 필요가 없다.

한국형 주민자치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시·군·구가 가진 행정관리권한을 주민자치회에 이관(empowerment)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한국형 주민자치회는 지역공간에 대한 자치관리의 전권을 갖고 ‘다스림’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지역공간 안에 다양한 공동체의 형성을 인정하고 참여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주된 역할은 지역공간 안에 필요한 근린생활자치서비스를 공급하는 책임을 지는 것이다. 아파트입대위와 관리사무소에서 엘리베이터관리, 주차장관리, 조경관리, 방범관리, 쓰레기관리, 층간분쟁조정, 전기세와 수도세 등 공과금 납부 등을 자치관리하는 것과 같이 읍·면·동 지역공간 안에 이런 생활자치자치관리를 책임지고 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형 주민자치회도 지역공간에 대한 다스림의 일종이기 때문에 어떤 리더십이 형성되는가에 따라서 주민자치의 품질이 달라질 수 있다. 지역공간의 발전을 위해서는 신망과 역량이 있는 리더를 충원하는 것이 중요하고, 주민들은 이 리더에 대해서 신뢰와 존경을 보낼 수 있어야 한다. 그 지역공간에서 가장 역량 있고 전문성을 가진 인재들을 어떻게 참여하게 하는가가 한국형 주민자치회의 성패를 가를 수 있다. 다양한 지역공동체의 허브역할을 해야 하고, 이에 합당한 정당성과 권위를 가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한국형 주민자치회는 ‘자치규약’을 만들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법률에 대한 전문가들이 참여할 필요가 있고, 생활자치서비스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생활자치영역의 전문가들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베이비붐세대의 은퇴자들이 이제 지역에서 활동하고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데 한국형 주민자치회가 공공적 공간과 구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형 주민자치회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치관리비’를 거둘 수 있어야 하고, 이것은 법률에 의해 규정돼야 한다. 현재의 법체계 하에서는 특별법에 의한 형식에 따라서 추진돼야 할 것이다. 결국,한국형 주민자치회에 대한 거시적 합의는 국회에서 이뤄져야 하고, 미시적 합의는 읍·면·동 주민자치회라는 ‘근린생활의회'에서 이뤄져야 한다.

구성원의 자격과 조건------

주민자치의 본질과 리더의 조건

주민자치란 과연 무엇인가? 통상적으로 말하는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민자치인가? 아니면, 최근에 새롭게 시범실시도 하고 있는 주민자치회가 주민자치인가? 그것도 아니면, 과연 주민자치란 무엇이어야 하고, 어떤 조건을 구비했을 때 주민자치라고 하는 것인가?
자치는 스스로 다스림이다. 다스림은 정치와 밀접한 공통개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정치는 자원의 권위있는 배분이라고 하고, 정치의 의사결정을 위한 권력은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에 따라서 형성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 헌법질서에 부합하는 것이다. 그래서 최고의 권력은 주권자인 국민(주민)의 투표로 선출한다는 것과 일정한 기간의 임기가 되면 교체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정치의 권력은 입법과 사법, 행정권으로 나눠서 상호 견제와 균형에 의해 분할돼서 투명성을 갖고 사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지방자치가 실시된 나라에서는 국가의 역할과 주, 혹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명확히 분리해 일정한 역할에 대해서는 자치권이 부여되는 것이다. 그리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간의 역할분담에서도 ‘보충성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로 인해 직접민주주의제도들이 상당히 도입돼 주권자인 주민들이 직접 선출된 대리자(의원 및 시장)를 통제하도록 하고 있다. 더 나아가 숙의민주주의라고 해서 주민들이 참여해 토론하고 숙의한 후에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의사결정이 새롭게 되도록 제도적 장치들이 도입되고 있다.

다시 말해, 정치의 권력을 행사하는 과정에 주민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해 가능한 소규모의 단위에서 의사결정이 되고, 그 과정에 참여하고 토론해 정부와 주민이 소통하는 제도적 장치의 발명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주민자치란 것도 이런 선상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 즉, 정부와 주민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역할을 부여하며, 이를 이끌어갈 리더를 선발하는 통합적 과정의 하나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보면, 주민자치도 정치의 본질적 요소를 갖고 있는 것이고, 주민자치회의 기관구성도 민주주의의 삼권분립이나 보충성의 원칙과 같은 핵심적 가치들을 도입해 제도 설계돼야 할 것이다.

근린생활자치와 자치권부여
현재 아파트단지에는 자치권이 부여돼 있다. 그리고 아파트입대위라는 대표조직이 형성돼 자치관리를 하고 있는 경우, 시·군·구청에서 그다지 개입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파트단지의 주민들이 아파트입대위의 결정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거나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에는 행정권과 사법권의 개입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게 된다.

반면, 주민자치회를 둘러싸고는 이런 역할분담이나 권한부여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 매우 미미한 정도의 사무권한을 이관한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주민자치회의 시범실시를 한 곳을 분석해 보면, 4000여 개의 자치구청의 행정사무 중에서 주민자치회의 자치사무로 이관 가능한 것은 10여 개에 불과하고 그것도 비예산사업에 치중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여전히 자치단체장이나 행정공무원들의 인식이 주민자치회를 ‘봉사활동’ 정도로 인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래서는 주민자치회가 제대로 될 수도 없고, 주민성을 함양할 수도 없다. 봉사활동을 잘하는 사람을 주민자치회의 위원으로 선발해야 한다는 인식으로서는 한국의 주민자치회는 소망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주민자치는 근린생활공간에 대한 다스림이다. 다스림은 의사결정이다. 다스림은 인치가 아닌 법치이다. 그래서 근린생활공간에 대한 법만들기가 있어야 한다. 아파트단지에 아파트관리를 위한 정관을 제정하고 이 정관에 따라서 대표도 뽑고, 관리비도 징수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면, 근린생활공간에 대한 마을조례만들기, 마을플랜만들기, 마을예산참여하기 등을 통해 물리적인 마을만들기만이 아니라, 마을의 공공성을 형성하기 위한 기본골격만들기가 이뤄져야 한다. 이 점에서는 주민자치회의 리더는 법에 대한 지식과 도시계획에 대한 지식, 행정관리에 대한 지식, 조직운영에 대한 경험 등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통해 지역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풍부하게 가진 사람도 주민자치회의 리더에 포함돼야 할 것이다.

이렇게 보면, 상당한 정도의 법적 지식, 행정학 지식, 자치학 지식, 도시계획학 지식 등이 요구되는 것을 알 수 있고, 사회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관리자로서의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주민자치의 리더가 되는 것이 적합하다. 그렇지만, 주민자치는 주민들의 참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기에 특정한 엘리트만의 참여를 자격이나 조건으로 제시할 수는 없다. 그것은 그 지역에서 주민들이 선거를 통해 결정한 사항이다. 오히려 법을 만드는 법치가 주민자치의 본질에 가까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법을 만들려면 주민들의 대표기구가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주민자치회는 지역공간에 대한 자치관리의 전권을 갖고 다스림할 수 있어야"

근린생활자치로서 한국형 주민자치 구성원의 조건(절차적 대표성)
주민자치는 근린생활자치를 하는 공간에서의 다스림이다. 다스림의 내용이 생활공공서비스이기 때문에 정치적인 쟁점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근린생활공간에 사는 주민들이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면서 필요한 공공생활서비스를 결정하고,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인치가 되지 않고 법치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근린생활자치공간을 규율할 정관(조례)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주민의 권리와 의무, 의사결정기구로서의 총회나 자치대표회의 기관구성, 관리세원의 규정, 공공서비스공급을 위한 조직화, 예산심의의결, 주민참여 등에 대한 규정이 규정된다.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된다고 한다면, 어떤 자격과 조건을 구비한 사람을 선출하는 것인가는 그 지역의 주민들의 선택에 맡기면 된다.

단, 이곳에서 주민자치의 대표자로 활동한 사람들이 정당활동을 하는 것은 금지하는 조건은 필요하다. 또 근린생활자치의 공간에서 대표자로 활동한 사람들이 향후 5년간은 정치적 대표자로서 출마하는 것은 금지할 필요가 있다.

주민자치 집행기구의 직원들은 직무에 대한 전문성과 경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주민자치회의 사무국장의 경우, 자치관리사의 자격증을 갖고 있어야 하고, 주민자치회의 사무국에서의 근무경력이 최소한 10년 이상은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둘 필요가 있다. 회계를 담당하는 직원은 계약사무과 회계사무에 대한 자격증이나 경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주민자치회의 근린생활서비스를 공급하는 시행업자들은 서비스 공급에 대한 인허가를 받은 유자격자여야 할 것이다.

주민자치회의 대표로 선출되는 사람은 주민총회에서 선출된 사람이어야 한다. 과반수의 투표와 과반수 이상의 찬성을 얻은 사람이어야 한다. 규모가 작은 주민자치회의 경우에는 2/3의 찬성을 얻는 사람이도록 규정을 강화할 수도 있다. 임기기간동안 주민자치를 위한 공약을 3~5개 정도로 제시하고, 그것은 반드시 이행하도록 해야 한다. 주민자치회의 대표는 3인, 5인, 7인, 9인정도의 홀수로 정하는 것이 좋고, 합의제로 의사결정을 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독임제가 되면, 주민자치의 권한이 집중돼 투명성에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합의하고 토론해서 의사를 결정한다는것과 결정에 대해서는 공동책임을 진다는 것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무국의 직원은 주민자치를 위해 근린생활서비스로써 그 지역의 필요와 특성에 따라서 숫자를 정할 수 있다. 그리고 주민자치관리비의 예산범위 내에서 인원을 채용한다. 직위분류제로 채용하고, 임기 5년마다 재임용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주민자치회의 운영자들의 조건과 자격도 중요하지만, 주민들이 시민성, 자치에 대한 관심과 지식을 갖고 참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이를 위해 주민자치교육을 초·중·고에서부터 실시하고, 작은 규모의 자치를 실제로 경험하도록 해야 한다. 플라톤의 국가라든지, 로크의 시민정부론 등과 같은 인문고전을 읽히는 노력도 주민자치회가 해야 할 과제중의 하나라고 본다.

"주민자치는 행정이 독점했던 권한을 근린생활공동체에 이관하는 것과 관련된다"

결론 및 정책제언---------

자치의 핵심은 권한과 참여
자치의 핵심개념은 권한과 참여라고 할 수 있다. 자치권은 국가의 3요소의 하나라고 할 정도로 중요한 요소다. 즉 자치권이 없으면 국가가 아닌 것이다. 그리고 민주주의는 국가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것이다. 국민은 국가공동체를 형성하기도 하지만, 지방자치정부를 구성하기도 한다.

국가공동체와 지방자치정부는 국가운영과 지방운영에 관한 권한분립이 되서 서로 견제와 균형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것이 참여적 민주주의의 원리라고 할 수 있다. 삼권분립은 국가의 권한을 입법, 사법, 행정권으로 나누고, 상호 견제와 균형을 통해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원리인 것과 같다.

이렇게 보면, 주민자치는 기존에 국가행정과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이 독점했던 권한을 근린생활공동체에 이관하는 것과 관련된다. 또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명분과 실익이 있어야 한다. 주민들이 행정과정이나 자치과정에 무관심한 것은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아도 일상생활에 전혀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근린생활에서 관심을 갖기 위해서는 공유재산이 있어야 한다.

이를 대변하는 것이 아파트단지관리다. 여기서는 자신의 공유재산이 걸려 있고, 공유생활서비스가 있어서 ‘자치관리’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행정(동사무소)이 아파트단지라고 하는 사적영역까지 직접 관리할 수는 없기에 나온 발상이 바로 주택법을 통해 공동생활에 대한 관리자치권을 ‘법적’으로 부여하는 지혜를 국토부 공무원들이 발휘한 것이다. 이 점에선 근린생활자치에 대해 문외한인 영역에서 오히려 주민자치를 ‘실질적’으로 가능하게 입법조치를 한 것이다. 이는 해외의 사례를 조사한 결과 당연히 얻을 수 있는 지혜였던 것이다.

참여 촉진시키는 새로운 제도 돼야
이제 행정자치부 공무원들이 이 지혜를 배워야 한다. 한국형 주민자치를 어떻게 할 것인가? 자치의 기본으로 돌아가서 생각하고 이 자치철학을 바탕으로 제도를 하나하나 설계해야 한다. 주민자치를 행정관리의 보조수단으로 생각해 하나의 사업으로 전개하는데 그친다든지, 십자가를 지는 행정관리의 개혁 없이 주민자치라는 겉모양만을 포장하려해서는 오히려 ‘행정낭비’의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한국형 주민자치는 기초지방자치단체- 광역지방자치단체- 국가라고 하는 행정계층과의 관계를 생각하면서 설계돼야 하고, 지방자치와 분권개혁이라고 하는 ‘자치정책’의 비전을 갖고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한국형 주민자치의 설계는 이미 주민주도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도시형 아파트단지의 자치관리방식과 서울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복지허브형 동주민센터 사업을 참고하면서 새롭게 제도설계돼야 할 것이다.

주민자치로서의 기본에 충실해야 할 것이고, 주민자치가 이 시대의 행정관리의 화두인 과 참여를 촉진시키는 새로운 제도가 돼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국가경쟁력을 새롭게 성숙시키는 제도가 돼야 할 것이다.

경청하고 있다.
김찬동 충남대학교 자치행정학과 교수가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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