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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_주민자치회 대해부 2탄-각 영역에서 고려해야 할 주요 요건들] 주민자치, 참여도 협치도 아닌 ‘주민자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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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_주민자치회 대해부 2탄-각 영역에서 고려해야 할 주요 요건들] 주민자치, 참여도 협치도 아닌 ‘주민자치’를
  • 전상직 한국자치학회 회장·본지 발행인
  • 승인 2014.10.02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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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회 왜 필요한가
전상직 한국자치학회 회장·본지 발행인 .
전상직 한국자치학회 회장·본지 발행인.

주민자치센터, 완벽하게 빗나간 이유
주민자치센터가 처절하게 실패한 원인은 ‘주민자치’라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주민자치라는 ‘일’을 할 필요가 없으니 주민자치 할 ‘사람’이 필요할리 만무고, 주민자치라는 할 ‘일’이 없으니 주민자치의 ‘자원’이 필요할리 만무다. 그런 어처구니없는 상황 하에서 주민자치센터는 주민자치라는 일도 주민자치 하는 사람도 주민자치의 자원도 없고, 오직 읍·면·동 직원들이 운영하는 어설픈 강좌 몇 개가 있을 따름이다.

그런 연고로 주민자치센터라는 이름으로 15년을 운영했으면서도 이렇다할만한 주민자치정책과 주민자치사업도 없고, 주민자치를 향도할 수 있는 전문가도 양성하지 못했다. 흔히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우리나라의 주민자치센터는 성공은커녕 실패도 경험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빗나간 제도에 불과하다.

유일한 경험이 있다면 주민자치는 ‘행정자치부'가 담당해서 실패했다는 것이다. 이 유일한 경험에 비춰보면, 주민자치를 다시 안전행정부가 같은 방식으로 주도한다면 또 실패한다는 것이다. 이미 같은 현상이 주민자치회 시범실시에서 그대로 되풀이 되고 있다. ‘실패’도 경험할 수 없는 제도를 대한민국의 안전행정부가 시범실시라는 명목으로 실시하고 있다.

주민자치센터, 처절하게 실패한 이유
주민자치센터가 처절하게 실패한 원인중 하나는 ‘공무원’에게 주민자치를 맡겼기 때문이다. 일제가 조선을 해체하기 위해 도입한 읍·면·장(邑面長)제를 해방이후에도 그대로 유지하고 역할을 답습해 민의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집권자의 통치를 하향식으로 지역사회에 깊숙이 침투시키는 일을 자유당, 공화당 시기에는 당연한 일로 그 이후에도 비판 없이 수행하고 있다. 그런 읍·면·동장에게 주민자치를 맡긴 것은 벙어리더러 노래를 부르라는 것과 같고, 소경에게 그림 그리라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읍면동장은 주민센터의 센터장에 불과하며 읍면동의 장은 결코 아니다.

“말씀하시는 취지도 좋고, 일도 필요하기는 한데, 제발 제 임기가 끝나서 다른 곳으로 가고나면 하시지요. 제가 있을 동안에는…. 지금 이대로가 좋습니다.”
이것이 다수의 읍·면·동장하는 상투적인 말이다. 아무리 주민에게 좋은 일이라도 이제까지 하던 일 말고는 더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일제가 하라던 일을 했고, 독재정부가 하라던 일도 했던 읍·면장이고 지금은 단체장이 하라는 일을 하고 있는 읍·면·동장이다. 주민자치는 비공식적이요, 원하지 않는 일이다.

그 읍·면·동장에게 인사가 만사하는데, 주민자치의 근간이 되는 인사를 맡겼다. 그러니 본인들이 원하지 않는 주민자치를 할 사람을 위촉하겠는가? 자치할 사람을 위촉하는 것이 아니라 기부자, 봉사자, 행사자로 읍·면·동장이 활용가능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주민자치위원을 위촉했다.

그런 주민자치위원에게 주민자치 사업을 하자고 하면 “이미 읍·면·동을 위해 기부를 하고 있는데 나더러 무슨 일을 더하라는 말인가?”라고 대드는 주민자치위원도 있고, “지금하고 있는 봉사활동도 많아서 죽겠는데 어떻게 일을 하라고 하세요”라면서 짜증을 내는 주민자치위원도 있다. 그런 반면에 뜻있는 주민이 주민자치위원장을 찾아가서 주민자치위원을 하겠다고 나서면 “박사님, 주민자치위원하실 수 없습니다. 주민자치위원은 조용히 나서지 않고 계셔야 되는데, 없던 일도 만들어서 평지풍파를 일을 킬 것 같아서요”라고 한다.

주민자치를 모르는 사람은 주민자치를 할 수 없다. 그런데도 주민자치위원을 위촉하고, 강좌를 기획하고, 강좌를 운영하는 권한을 주민자치를 모르는 공무원이 갖고 있다. 그런데도 공무원을 위한 주민자치교육과정은 없다. 국가연수원에도 없고, 시·도 연수원도 겨우 한두 곳이 흉내를 내고 있을 뿐이다. 공무원의 직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 시절에 ‘주민자치정책과정’을 개설했다. 자치구 담당과장과 동장들이 수강했으며, 실제로 주민자치에 대한 이해가 넓어졌다. 그러나 그 과정을 박원순 시장 재임 시에 없애 버렸다. 개설하지 않는 것이다. 서울시 공무원은 주민자치 정책에 대해서 배울 기회가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동장은 여전히 주민자치위원을 위촉하고, 구청에서는 강좌를 관리하고 있다.

주민자치는 읍·면·동 차원의 사회적인 일들을 넓은 안목으로 살펴서 읍·면·동 차원의 난이도로 기획을 해 조직으로 실천하는 것으로 상당한 수준의 통찰력과 기획력, 그리고 실천력을 필요조건으로 하고, 충분조건으로 요청한다. 읍·면·동장과 시·군·구의원에게 그런 능력이 없는데, 어찌하여 그런 능력이 있는 주민자치위원을 모셔서 읍·면·동의 발전을 위한 이타적인 공동체를 형성해 갈 수 있겠는가. 지금의 주민자치 상황은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정도가 아니라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나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다.

그러는 사이에 주민자치위원들은 주민자치는 의례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도 주민의 대표이기 때문에 의전상 대접을 받아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주민자치위원회의 위상은 상당히 상승됐으며, 권한에 있어서도 명목에는 없으나 실제로는 읍·면·동장의 공식적인 위촉권을 배제할 정도로 커졌다.

문제는 하는 일이 없으면서 지위가 올라가고 영향력이 커졌다는 것이다. 이 모든 책임은 주민자치에 대해서 모르는 단체장이 정치적인 의도와 읍·면·동장의 묵시적인 합의공간이 연출해낸 필연의 결과다. 일이 있으면 일로서 소통을 만들어 가지만, 일이 없으면 이기성으로 소통을 하게 된다. 가장 이타적일 수 있는 공간을 이기적으로 만들어서 단기적으로 이득을 취할 수 있을는지 모르나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추동할 수 있는 중요한 동력을 낭비하고 있다.

시범실시, 치욕스러운 기획
행정구역 개편위원회는 세 가지 유형을 제안했고, 안전행정부는 시범실시의 의무가 있었다. 시범실시이므로 세 가지 유형을 모두 시범으로 실시하고 결과를 분석해 최적 모델을 선정 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
그러나 행정안전부는 세 가지 유형에 대해서 공무원에게 의견을 물어 협력형으로 선정했다. 잘못이었다. 시범은 모든 유형을 하는 것이다.

또 실패한 주민자치센터를 모델로 해 위촉자를 상향시키고, 수탁사업을 추가한 정도로 시범실시안을 만들었다. 앞서서 주민자치센터가 완벽하게 빗나가고, 처절하게 실패한 것인데, 그런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수없이 공개적으로 이뤄졌는데도 행정안전부의 공무원은 15년 전의 주민자치센터와 같은 잘못을 그대로 답습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면서 비아냥대지만 소를 잃고 나서도 외양간을 고치기는커녕 소를 잃은 지도 모르고, 왜 고쳐야하는지도 모른다.

주민자치센터의 실패를 그대로 되풀이할 것이 뻔한 대도 행정안전부는 시범실시를 밀어붙였다. 토론회도 공청회도 없었다. 오만한 관치의 표본으로 아주 용감하게 성공을 배울 수도 없는 실패를 저질렀다.

주민자치회, 주민이 잘 먹고·살고·놀기 위해 먼저, 주민자치라는 ‘일’을 확정하자. 주민자치의 내용에는 생활자치와 자치사업이 있다. 그중에서 생활자치는 실제 ‘삶터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일’들로 관심도 집중돼 있고, 공감대도 형성하기 쉬운 일들이다. 그 일을 우리나라는 공무원이 틀어쥐고 있다. 행정사무로 분류해 일제가 강점을 위해 조선의 아름다운 지역사회를 파괴하던 때의 큰 틀거리를 아직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참으로 한심하다. 이제 행정사무 중에서 주민이 더 잘할 수 있고, 마땅히 주민이 해야 할 일을 주민자치사무로 분류하자. 그리고 그 주민자치사무를 위해서 기 편성된 공무원 인력과 조직과 예산을 모두 주민자치회에 이양하자.

예를 들면, 청소는 주민이 자치사업으로 하는 것이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가 쉽게 이뤄질 수 있다. 주민의 참여로 청소 품질을 개선할 수도 있고, 청소를 통해 공동을 형성해갈 수도 있다. 현재 자치단체가 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해 용역계약으로 수행하는 정도의 청소는 주민자치회가 주체가 돼서도 아주 쉽게 할 수 있다. 지금 하고 있는 것만큼 하는 것은 마치 여반장과 같다. 그것을 굳이 자치단체가 움켜쥐고 있을 필요가 있으며, 주민의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기획을 막고 빼앗아서 자치단체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대체 무엇인가? 지역사회의 인적자산은 생활자치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이미 풍부하고, 나날이 더 풍부해져 가고 있다. 생활자치는 이제 주민이 공무원보다 훨씬더 잘 할 수 있다.

이제 생활자치를 주민에게 맡겨서 주민이 자발적으로 결사하고 자율적으로 경영할 수 있도록 하자. 그러기 위해서 돌아보면 일제가 유린하고 독재가 무시해서 우리가 축적한 주민자치의 경험은 매우 빈약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주민의 개별적인 능력은 공무원보다 더 풍부하고 전문적이지만 아직까지 읍·면·동을 위해 조직적으로 결집된 적이 없다. 행정이 모든 사회조직까지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흩어져 있는 능력들을 모아서 자치로 조직화하는 과정은 매우 어렵고 노력을 요구한다. 그 어려움을 극복해 공동체를 일굴 수 있도록 주민자치회를 기획해야 한다.
그러나 일천한 경험과 빈약한 자원으로 성공적인 주민자치회 정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모자라는 경험과 지식이지만 모두가 백지장을 함께 맞들어야 한다.

"주민자치는 상당한 수준의 통찰력과 기획력 그리고 실천력을 필요조건으로 한다"

주민자치회, 주민 뜻 반영되는 조직돼야
주민자치는 매우 정치적이다. 서로 다른 의견들이 표출, 교환, 절충, 합의되는 과정이 바로 주민자치의 과정이다. 그 과정이 바로 생활에 있어야 하고, 생활의 문제로 이뤄져야 한다. 생활의 문제라야 타협이라는 해결이 있을 수 있다. 생활이 아닌 종교나 정치 문제는 타협이 없을 뿐더러 갈등의 원인이 된다. 생활자치로 정치적인 과정을 경험하고, 도출해야 비로소 건강한 마을로 되고, 공동체로도 성숙해 간다.

주민자치회를 지역사회에 근거하고 지역 주민의 뜻이 반영되는 조직이 되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읍·면·동장이 통·반·리장을 모두 장악해 주민자치회가 설자리를 선점해서 자치를 행정이 펼치고 있다. 일제가 식민지 통치를 위해 행정에게 민간영역까지 장악을 시켜온 이래로 행정은 주민자치가 성립될 수 있는 공간을 내어 놓지 않고 있다. 언제까지 식민시대의 유산을 그대로 답습할 것인가? 주민자치의 당사자가 아닌 정치인과 관료들은 물러서서 주민자치를 주민이 이뤄갈 수 있도록 걸림돌은 치우고, 디딤돌은 놓아줘야 한다.

주민자치 기획에 행정관료가 중심이 된다면 매우 어렵다. 주민자치 영역이 커질수록 행정 영역이 축소되기 때문이다. 누가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기 좋아하겠는가. 행정의 영역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쓸 것이다. 관료가 주민자치를 주도한다면, 고양이가 반찬가게를 맡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주민자치를 정치인에 맡겨서도 안 된다. 주민은 유권자다. 정치인은 주민을 유권자로 인식해 정치적인득표자산으로 관리하려고 할 것이며, 피선거권자가 될 것을 우려해서 견제 대상으로 여길 것이다. 빈대잡으러 초가삼간을 태우려 한다. 정치인의 의도에 위배되면 언제든지 관료의 협력으로 주민자치 자체를 무력화시킬 것이다.

시민단체와 NGO에 맡겨서도 안 된다. 독재에 저항하던 학생과 운동가들은 더러는 제도정치권으로 진입해 정치인이 됐고, 대부분은 시민운동권으로 진입해 NGO, 즉 비정부기구로 활동했다. 문제는 그 NGO비정부기구가 이제는 관변단체가 돼 버렸다.
행정기관에서 중요 직책을 맡고 있고, 풍부한 예산을 지원받아서 권력까지 휘두르는 비정부기구가 아니라, 정부하청기구가 됐으며, 정당의 하부실천기관이 돼 버렸다. 대한민국의 NGO는 이제 거의 씨가 말라 버렸다.

지역 주민에게 모두 맡겨서도 안 된다. 지역사회의 경영에 대해서는 지식도 경험도 없고, 나서는 사람이 있다면 정계로 진출하기 위한 징검다리로 지역사회의 관심을 가질 따름이기 때문이다.

이런 척박한 가운데서 협력으로 전혀 새로운 형식인 주민자치를 창조해야 한다. 없던 것을 만드는 것이다. 없던 것에서부터 새로운 것을 만들어 가는 것은 모두가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한다. 힘을 합해 애를 써도 어려운 과제다. 그러므로 지역사회의 성공적인 경영을 감당할 수 있는 주민자치회는 백지장도 맞드는 체계로 준비돼야 한다. 주민자치회를 준비하는 과정도 백지장을 맞드는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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