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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_주민자치회 대해부 2탄-각 영역에서 고려해야 할 주요 요건들] 최종 목표는 효과성·효율성·민주성 극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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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_주민자치회 대해부 2탄-각 영역에서 고려해야 할 주요 요건들] 최종 목표는 효과성·효율성·민주성 극대화
  • 김필두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
  • 승인 2014.10.0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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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 영역 관점에서 바라본 주민자치회
주민이 잘할 수 있는 것은 주민에게 맡기는 제도 필요
김필두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
김필두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

민주국가는 나라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의 뜻에 따라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운용되는 정치를 펴는 나라를 의미한다.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 시대를 제외하고, 전 세계적으로 국민의 대표자들이 국민의 권한을 위임받아서 국가를 운영하는 대의민주주의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들 국민의 대표자들 중 특정한 분야의 대표자들에게 권한이 집중되지 않도록 ‘3권 분립’의 원리를 적용하고 있는데, 그 3권은 입법, 사법, 행정이다. 초기 민주주의 국가는 입법부 우위 시대로서 행정은 입법부에서 정한 법을 집행하는 기능을 수행했다. 그러나 현대 민주국가는 행정기능들이 점차적으로 확대 강화돼 행정이 입법부와 사법부의 우위에 서는 행정국가로 변모했다.

미국의 행정학자 마르크스(Fritz M. Marx)는 “행정국가란 입법적 기능과 사법적 기능이 없는 국가가 아니라, 행정조직과 행정작용이 적어도 양적인 면에서 특별히 우월한 국가를 말한다”고 했다. 그러나 현대 행정부는 자신의 고유권한인 정책집행뿐만이 아니라, 입법부나 사법부의 권한인 법제정권과 재판권(행정심판)의 일부까지 흡수함으로써 사실상 국가의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행정은 사회안정자 및 사회변동 촉진자
20세기 들어 국가의 복지기능이 강조되면서 행정이 사회안정자(stabilizer)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사회변동의 촉진자(fertilizer of social change)로서의 역할까지 수행하게 된 것이 모든 나라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났다.

유럽의 행정국가는 18세기말 프랑스 혁명기부터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 시기부터 국가는 공익증진을 위한 하나의 도구로 간주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국가와 행정에 대한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해석과 적용은 19세기 말부터 더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해 20세기 후반까지 지속돼왔다. 그러나 20세기 말부터 행정국가에 대한 비판이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행정국가에 대한 비판의 근거로 첫째, 행정국가만이 모든 사회문제의 해결주체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행정국가의 주요 등장 요인이 되는 행정서비스 전달을 위한 관료집단의 전문성은 다양한 사회집단에 의해 대체가 가능하게 됐다. 관료사회의 부정부패로 인해 행정국가는 사회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그 사회문제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둘째, ‘강력한 행정부’는 지나친 권력집중으로 인해 주권자인 국민을 무시하고, 공공의 이익보다는 관료집단의 이익을 위해 주어진 권력을 남용하는 경향이 있다.

셋째, 국민은 더 이상 정부의 명령에 무조건 순응하거나, 정부가 필요로 하는 경우 자동적으로 동원되는 대상이 아니다. 국민의 생활수준과 의식수준이 과거보다 높아지고, 정치와 행정에 대한 관심과 참여의식이 높아져서 개인적인 편익은 물론, 공공의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자신의 의지를 표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런 원인은 국민이 자신들과 관련된 문제의 일부를 행정에 맡기는 것보다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좀 더 바람직하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 것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주민주권주의 제도화 핵심은 주민자치회
이와 같은 행정국가의 문제점들을 바로 잡기 위해 대부분의 국가들은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있다. 즉 ▲정부의 활동범위를 줄임으로 해서 정부재정과 인력 감축 ▲사회문제를 시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시민사회를 지원하고, 민관협력시스템 강화 ▲중앙정부가 독점하고 있던 정부기능과 정책결정권한을 지방으로 나눠주는 지방분권 가속화 ▲엘리트들을 중심으로 하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결점을 보완하기 위해 일반 시민이 그들 자신의 문제에 관련된 각 수준의 정부정책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 모색 ▲국정운영에 시장경쟁원리 도입 ▲중앙정부가 잘할 수 있는 것은 중앙정부가 처리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잘 할 수 있는 것은 지방에 맡김 ▲아울러 주민이 잘할 수 있는 것은 적극적으로 주민에게 맡기는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건국이후 이와 같은 서구의 행정국가개념을 적극적으로 해석함과 아울러 실제 행정에도 적극적으로 적용해 왔다. 사실상 50년간의 식민지통치에서 20세기 중반에 이르러 국민국가를 형성하고 ,급속한 경제사회 발전을 추진해야 했던 한국으로서는 국가와 행정의 역할을 극도로 강조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 이후 민주화의 열풍과 더불어 지방자치가 부활되고, 중앙권한의 지방이양을 통한 지방분권이 지속적으로 추진되면서 주민이 주인이 되는 주민주권주의, 혹은 지역민주주주를 서서히 실천해 가고 있다. 현 시점에서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주민주권주의 제도화의 핵심은 주민자치회의 설치와 운영에 있다.

행정이 해야 하는 일
정부는 규칙을 제정하고 주민을 위해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국가기관(입법기관, 행정기관, 사법기관 등)을 지칭하는 넓은 범위의 개념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행정부문의 기획과 집행을 담당하는 행정부로 좁게 해석하기도 한다. 여기서는 입법과 사법을 제외한 순수한 행정부분만을 정부라고 정의하는 가장 좁은 의미의 정부개념을 채택하겠다.

행정이 해야 하는 일은 다음과 같다. 첫째, 행정은 국민복리와 관련된 일의 성질과 내용, 추진방향과 방법 등을 제시한다. 행정조직이 ‘해야 할일(지속적으로 해야 할 일, 주기적으로 해야 할 일, 1회성으로 끝내야 할 일 등)’과 ‘하지 말아야 할 일(폐기해야 할 일, 주민에게 맡겨야 할 일 등)’ 등을 구분하고, 각각의 사무나 사업내용에 따라서 이들의 처리방법과 방향을 제시한다.

둘째, 행정은 집행기구의 설치와 운영을 주도한다. 행정은 집행기구의 설치와 운영에 필요한 근거 법령을 제정하고, 조직을 만들고, 조직의 임무를 정하고, 인력과 재원을 확보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셋째, 행정은 국민복리 증진이라는 최종목표의 효율적인 달성을 위한 하위 목표들을 설정하고, 이를 집행하고, 성과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해서 행정관리체제와 조직기구를 개혁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행정이 추구하는 최종 목표는 효과성과 민주성의 극대화다. 효과성은 정해진 목표를 경제적이고, 효율적으로 달성하는 성과를 의미한다. 민주성은 주민참여의 정도를 의미한다. 양자가 균형을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행정의 입장에서는 효과성, 즉 업무성과 달성을 위한 행정효율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다. 행정효율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조직기구의 설치, 인력과 재원, 업무환경, 업무절차 등이다. 행정은 최종적으로 행정효율의 높고 낮음을 평가해 조직을 개편한다든지, 인력과 재원을 증감한다든지, 업무환경과 업무절차를 개선한다.

행정이 보는 주민자치회의 효과성
행정은 두 가지 측면에서 주민자치회를 보고 있다. 하나는 효과성의 측면이고, 나머지 하나는 민주성의측면이다. 행정은 주민자치회가 효과성과 효율성 모두를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첫째, 행정은 행정조직이 직접 해결해야 할일, 주민자치회에 맡겨야 할일, 행정과 주민자치회가 공동으로 처리해야 할일 등을 명확하게 구분, 제시해야 한다. 이 부분에서는 민주성보다는 효과성이 강조된다. 행정이 해야 할일은 국민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행정이 제공하는 대부분의 공공서비스는 국가, 혹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지출이나 인적자원의 동원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법률이나 조례 등 법령에 근거를 두고 있다.

행정이 제공하는 공공서비스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소속 행정기관을 통해 제공하는 행정전담형(경찰, 소방서, 상·하수도, 전기, 지하철 등) ▲서비스의 제공 주체가 행정, 또는 민간이 되는 행정-민간 병행형(병원, 학교, 사회교육, 미술관, 박물관, 주택공급, 택지개발, 주차장, 체육시설, 삼림사업 등) ▲행정부문과 민간부문이 협력해 서비스를 생산하고 전달하는 행정-민간 협력형(행정과 민간기업이 역할을 분담해 출자하고 운영하는 형태, 행정과 민간기업이 필요한 자금을 공동으로 출자하는 형태) ▲행정이 민간기업과 계약을 맺고 행정서비스를 시민에게 제공하는 민간위탁형(쓰레기 수집, 분뇨 수거, 거리청소 서비스, 각종 검사, 공공시설 유지·관리 등) ▲전적으로 민간부문이 전담해 서비스를 생산하고 제공하는 민간전담형(운송업, 요식업, 개인서비스업 등) 등이 있다.

공공서비스의 유형은 서비스의 편익이 미치는 범위에 따라 공익적 서비스(서비스의 편익이 국민이나 주민 전체에 귀속됨)와 사익적 서비스(서비스의 편익이 개인에게만 귀속됨)로 구분된다. 또 시민생활과 관련해서는 시민생활에 있어 꼭 필요한 필수적 서비스(기초적 서비스)와 선택적 서비스(제2순위 이상의 서비스)로 구분될 수 있다(표1 참조).

행정이 보는 주민자치회 효과성과 민주성
둘째, 주민자치회의 구성과 운영에 대한 문제다.여기에서는 효과성과 민주성이 모두 고려돼야 한다. 효과성의 측면에서 보면, 주민자치회가 효율적으로 운영돼 소기의 성과를 얻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민자치회가 공식적인 공공서비스의 제공기관으로서의 위상을 갖추기 위해 우선, 주민자치회의 구성과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야 한다.

주민자치회 법제화 방안으로는 현행 지방자치법을 개정해 주민자치회의 법적 위상을 제공하는 방안이 있지만, 개별법으로 제정하는 것이 주민자치회의 위상을 높이고 실질적인 공공서비스 제공기관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지름길이다. 또 주민자치회가 실질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조직기구를 갖춰야 한다.

주민자치회 위원회를 주민자치회의 의결기관으로 본다면, 집행을 담당할 사무기구가 필요하다. 사무기구에는 상근을 전제로 하는 유급직 사무원이 배치돼야 한다. 주민자치회 활성화의 필수적인 요소는 재원이다. 주민자치회의 재원은 자체재원과 국가, 혹은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으로 나눌 수 있다. 자체재원은 수입구조가 불안정하니 논외로 하더라도 주민자치회가 법정기구로 정상적인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지원이 필요하다. 주민자치예산 항목을 신설해 매년 주민자치 지원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주민자치회의 모법이라고 할 수 있는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에서는 ‘풀뿌리자치의 활성화와 민주적 참여의식 고양’을 위해 주민자치회를 설치·운영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상의 주민자치회 설치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주민의 대표성을 갖춘 주민자치회 위원을 위촉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풀뿌리자치의 활성화와 민주적 참여의식 고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상향식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시 말하면, 주민의 직선으로 반장을 선출하고, 반장 중에서 통·리장을 선출하고, 통·리장 중에서 다시 주민자치위원을 선출하는 다소 번거롭지만 민주적인 절차를 밟는 것이 필요하다.

주민자치회의 대표성도 중요하지만, 목표달성과 성과의 제고를 위해서는 주민자치회 위원의 전문성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전문성 확보를 위해서는 관내의 직능단체 대표, 사회 활동가, 외부 전문가 등의 영입도 필요하다.

주민자치회 평가결과 환류 꼭 필요
셋째, 주민자치회의 활동에 대한 성과평가와 평가결과에 대한 환류가 반드시 필요하다. 성과가 미미하거나 활동이 비효율적인 조직은 폐지되거나 다른 조직과 통합되는 조직개편의 절차를 거치는 것이 일반적인 행정조직의 운명이다. 주민자치회가 법이 정하는 기구가 되면, 일반 행정조직과 마찬가지로 활동성과에 대한 엄격한 평가가 필요하다. 다만, 현재 주민자치회는 싹을 틔우고, 그 싹을 가꾸는 단계에 있으므로 일반 행정과 같이 단속과 처벌, 책임추궁, 규제 등을 위한 평가가 돼서는 안 된다.

따라서 주민자치회와 행정을 제외한 주민대표와 전문가 등으로 평가위원회를 구성하고, 객관적인 평가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평가의 기준에 대해선 행정과 주민자치회 모두의 동의가 필요하다. 평가회의는 과거 대동제와 같은 마을축제의 형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책임을 추궁하고 잘잘못을 가리는 자리가 아니고, 주민이 서로 화합하고, 소통하는 축제의 장이 돼야 한다.

특히, 1년이 아닌 5년, 혹은 10년의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주민자치회가 커 나갈 수 있도록 단점은 보완하고, 문제점은 개선하고, 장점을 부각시켜서 주민자치회가 조금씩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지속적으로 유지·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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