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30 16:08 (화)
[기획특집_주민자치회 대해부 2탄-각 영역에서 고려해야 할 주요 요건들] 주민의 대표자보다 ‘대변자’가 필요하다
상태바
[기획특집_주민자치회 대해부 2탄-각 영역에서 고려해야 할 주요 요건들] 주민의 대표자보다 ‘대변자’가 필요하다
  • 이근호 수원 마을르네상스센터장
  • 승인 2014.10.07 17: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민사회 영역 관점에서 바라본 주민자치회
인원수가 정해진 것보다 개방적인 네트워크형 조직돼야
이근호 수원 마을르네상스센터장.
이근호 수원 마을르네상스센터장.

인식하지 못하는 변화는 재앙이다. 매일 매일 볼 때는 변화를 느끼긴 힘들지만, 어느 날 변해 있는 것을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다. 필자가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이런 저런 화분선물을 많이 받는다. 그런데 원체 식물을 키우는 정성이 부족해서 거의 대부분 죽이고 있다. 다육식물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수개월째 말라죽지 않는 식물이 있다. 다른 다육식물과 달리 물이 부족하면, 잎이 시들시들해지고, 물을 주고 나면 5분도 되지 않아서 금방 싱싱해진다. 아무리 게으르다고 해도 시들해진 잎 모양을 보면 당장 물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덕분에 수개월째 잘 자라고 있다.

급격한 변화에는 민첩하게 반응하게 되지만, 누적돼 천천히 일어나는 변화는 참 느끼기 힘들다. 변화를 인식하지 못한 결과, 꼭 해야 할 대응(물주기)을 미루게 되고, 결국 우리는 어느 날 갑자기 말라죽어 있는 식물을 발견하게 된다. 미세한 변화들이 축적되면서 화분속의 식물은 서서히 말라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럼 우리의 삶은 어떨까? ---------------
이 글의 키워드는 새로운 대응(실천)으로 제안되고 있는 ‘주민자치회’다. 과연 주민자치회라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을 만큼 세상은 변했을까? 아니,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31개 주민자치회의 위원들은 세상의 변화를 인식하고 있을까? 아니면, 정부에서 하라고 하니 하는 것은 아닐까?

개인적으로 주민자치회의 성공적 정착은 변화를 인식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주민자치위원회 경험 10년 동안 무엇이 변했는가? 아니, ‘변해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히 인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변화가 있기에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민자치회로 바뀌는지 알아야 한다.

무엇이 변했나? 변하고 있는 증거들은?------

주민주도 제도의 확대
수년간 여러 변화가 있었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주민참여 영역에서의 많은 변화들이다. 대표적인 것이 주민참여예산제의 확대다. 행정 집행부와 의원들의 영역이었던 예산수립 과정에 주민이 직접 참여하기 시작했다. 마을만들기도 마찬가지다. 주민 스스로 마을의 문제(과제)를 찾고, 대안을 모색하며, 예산을 확보해 스스로 실천하고, 자신들의 힘으로 정산하고 활동보고를 한다.
작게는 마을잔치와 한평정원 만드는 일에서, 크게는 동네골목환경을 꾸미고, 주민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어 운영하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주민 스스로 활동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의 경우 시민배심원제, 민관거버넌스 기구 운영 등 과거 어느 때보다 주민의 직접 참여제도(기회)가 많다.

"주민자치회의 성공적 정착은 변화를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새로운 경험·일을 가진 주민 등장
주민참여제도(기회)의 증가로 인해 자치를 경험한 사람들이 등장했다. 우리나라의 모든 주민센터 동장실에 들어가 보면, 동네 기관·단체조직표가 있다. 대개 10개 내외의 조직이 적혀있다. 수년간 동네일은 행정과 (조직표에 기록된)단체·기관들이 해왔다. 이외의 단체들이 동네일을 하는 경우는 극히 예외적이었다.

그런데 동네에 새로운 조직(기관)과 사람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앞에서 언급한 여러 주민참여 제도를 통해 동네일을 스스로 기획하고, 실천한 그룹이 등장했다. 이들의 활동방법은 좀 특이하다.

우리나라 주민자치위원회 회의시간은 평균 1시간이라고 말한다. 회의 시작시간은 11시 아니면 오후 6~7시다. 왜? 마치고 식사를 해야 하니까. 회의 때 제일 말이 많은 사람은 누구인가? 살펴보면, 회의안건을 보고하는 사람이다. 이야기가 많아지면 싫어하는 분위기가 있다. 배도 고프고, 무엇보다 서로 다투기가 싫다. 서로 다투느니 차라리 말을 하지 말자는 분위기다. 그리고 동네에서 진행되는 각종 행사를 살펴보면 동직원들과 음식 준비하는 분들이 제일 바쁘다. 대개의 위원들은 자리에 앉아있다. 앉아있으면 먹을 것이 배달된다. (※ 이 글은 특정 동네에서 일어나는 일부의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다. 열심히 활동하는 주민자치위원회 및 동내의 여러 기관, 단체들의 노력과 활동을 왜곡하려는 의도가 없음을 알려드린다.)

그런데 일하는 방식이 전혀 다른 사람(주민)들이 등장하고 있다. 기획과 집행, 정산을 직접 경험을 한 사람들이다. 스스로 동네를 조사하고, 계획하고, 예산을 확보해 실천하고, 심지어 결산, 활동보고서까지 스스로 작성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다. 이들의 행동방식은 말이 아니라 몸이 먼저 움직인다. 좀 더 정확히는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지는 사람들이다. 다르게 정리하면, 자신이 하지 못할 일을 무리해서 주장하지 않는다. 소란스럽게 회의하고, 열정적으로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대의제에 대한 인식의 변화
새로운 일 방식을 몸에 익힌 사람들은 권리의식이 강하다. 예산을 직접 집행하는 과정에서 동네일에 대한 지식도 쌓고, 자연스레 평소 잘 보이지 않던 부분들이 잘 보이게 된다. 더 나아가 행정의 역할, 의원의 역할에 대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게 된다.

“동네일 중에 우리 스스로 하면 되는 일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은데, 그렇다면 행정과 의원은 무슨 역할(일)을 해야 하는가? 좀 더 나아가 행정과 의원은 우리가 스스로 활동하는 데 어떤 도움(지원)을 하는가?”

즉, 행정과 의원을 ‘우리의 대표로’ 인식하기보다는 우리의 일, 생각을 ‘대변해주는 사람’으로 인식하게 된다. (나에게)권한을 위임받은 ‘대표자’는 나의 생각에 반대되는 것도 결정할 수 있지만, ‘대변자’는 나의 생각을 반대하는 의견을 말 할 수가 없다.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주민자치회는?--------
주민자치회는 단순한 기구가 아니다. 명실상부한 지역사회 전체의 자치권을 지닌 주민자치기구다. 이를 위해 주민자치회는 다음의 기능을 가져야 한다. 즉 ▲주민자치회가 지역 내의 주민생활과 밀접한 사무를 자주적으로 결정하고 처리함으로써 주민 의사의 우월적 가치, 행위의 자기책임성·자기결정성 등 풀뿌리민주주의의 본질적 내용 실현 ▲주민자치회가 주민의 주민자치 역량강화 및 지역인재 양성 등 풀뿌리민주주의의 학교·훈련장으로 기능 ▲주민자치회가 지역공동체성 회복, 지역문제 토론문화 형성, 주민 간 소통형성, 지역사회 공동체 네트워킹 및 지역문제 해소 등이다.

주민자치회의 출발점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민자치회로 변화하게 된 여러 계기가 있다. 필자가 생각하기로 가장 중요한 계기는 새로운 사람의 등장이다. 스스로 판단하고 실천하는 방식을 몸에 익히고, 새롭게 동네에 등장한 주민과 수년간 동네를 위해 봉사해온 (아직은 옛 활동 방식이 익숙한)주민이 함께 어울리기 위해서는 기존의 주민자치위원회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것이 가장 좋다.

주민자치회 활동방식 제안
주민주도방식 중요한 키워드는 인큐베이팅(역량강화)와 네트워킹(협력)입니다. 인큐베이팅은 단순한 교육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각종 교육 외에 회의와 실천 등 활동 하나 하나를 통해 개인들의 자치역량이 강화될 수 있도록 기획이 돼야 한다. 말만하고 대접받는 문화가 아니라, 직접 몸을 움직이며 실천하는 문화가 돼야 한다. 자치역량은 변화를 보는 시각, 주인 되는 의지, 마을일에 대한 열정과 전문성, 그리고 지역사회 전체를 보는 공공성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네트워킹은 새롭게 등장한 사람들을 포함해 지역 내 다양한 그룹(기관, 단체)들이 함께 참여해야 한다는 의미다. 인원을 제한하지 말고, 동네일에 참여를 원하는 여러 그룹들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인원수가 정해진 폐쇄적 조직보다는 개방적인 네트워크형 조직이 좋다. 참 중요한 것은 이렇게 만들어지는 네트워크 조직에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대표자가 필요하지 않다. 대변자가 필요하다.

네트워킹의 영역 중에서 중요하면서 어려운 영역이 행정과 민간의 협력, 거버넌스의 영역이다. 행정의 활동은 법과 제도, 규정에 제한을 받는다. 현재 우리사회의 법과 제도·규정들은 주민의 자율성을 고양하고, 민-관 협력 수준을 높이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불완전한 제도 속에서 민관협력, 거버넌스를 해야 하기 때문에 행정과 민간 당사자들의 마인드에 따라 거버넌스의 수준이 결정된다.

이제까지 행정과 민간의 관계는 관리의 관계이거나 경쟁의 관계가 대부분이었다. 부연하면, 동장실의 기관단체 조직표가 의미하는 것은 동원과 관리다. 단체장 부재, 갈등 발생 시 동장이 직접 해결해 주는 경우가 많다. 특히, 월1회 진행하는 기관단체장 회의에는 조직표에 기록된 단체 외에는 참가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비교적 최근까지도 시민사회단체는 관과는 견제, 비판에 중점을 둔 활동을 해왔다. 이제 바뀌어야 한다. 행정에서는 이야기가 통하는 민간단체만 챙기고, 반대로 민간에서는 내 주장을 받아주는 행정만을 칭찬하는 문화가 변해야 한다.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도 그 문제를 푸는 열쇠도 결국 사람이다. 즉 사람이 희망이다"

마을의 다양성 인정 마을 구성원의 이해와 요구는 다양하다. 주민자치회가 아무리 노력해도 모든 사람의 꿈을 받아 안을 수 없다. 선택을 해야 한다. 그래서 민주적 의사결정이 중요하다. 좋은 토론문화가 필요하다. 다양성 속에서 선택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각자의 의견을 발표하고, 서로 조율하며 합의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따라서 김석수 직접민주연구원장이 제안하는 협동적 수평토론인 ‘공감’을 도입하는 것을 제안한다.

요즘 타운홀미팅, 라운드테이블미팅, 브레인스토밍, 퍼실리테이터 등 여러 방식들이 마을에 적용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을 인정하지만, 필자는 항상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다양성이다. 어쩔 수 없이 선택을 하지만, 선택받지 못한 꿈과 요구에 대한 배려를 잊지 말아야 한다.

복합공간으로서의 마을 인정 행정정책을 비판하는 말 중에 하나가 ‘칸막이 행정’이라는 용어다. 각 부서들이 다른 부서의 일에 대해 전혀 관심 없이 자신의 일만 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칸막이 행정의 가장 큰 피해자는 동네 주민이다. 각 부서에서 경쟁적으로 추진하는 사업들이 결국 모이는 곳은 마을(동네, 동)이다.

역으로 자치위원회에서 어떤 일을 하려고 하면, 행정과 협력을 해야 하는데, 이때 여러 부서와 복합적으로 연관된 사업은 일을 추진하기가 참 힘들다. 그러다 보니 자치위원회는 한 개의 마을일을 쪼개서 개별부서와 연관된 일로 여러 개 분리시킨다. 이 때 일하기 엄청 번거로워진다. 마을은 인문, 사회, 경제, 환경, 공간 등 여러 요인이 섞여 있는 복합 공간이다.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공공성 권리의식이 높아진 사람들에게서 볼 수 있는 부정적 모습 중 가장 나쁜 것이 자기중심주의다. 자신의 권리만 중요하고, 타인의 권리는 인정하지 않는다. 함께 살아가는 것이 목적인데, 결과적으로 자신의 생존(이익)만을 주장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우리가 참여와 자치를 이야기하는 것은 특정 지역과 마을만의 행복을 추구해서가 아니다.
마을 주민 개인들이 행복해지면 동, 구, 시가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나만 행복하면 돼’라는 주장은 아주 위험하다. 스스로 항상 질문을 해야 한다.

“나의 주장이 타인의 불행(손해)을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닌가?”

부족하지만, 도전 하고 싶다--------------
정리가 참 힘들다. 주민자치의 범위가 너무 넓다. 무엇보다 현장의 상황이 만만치가 않다. 다양한 사람들이 뒤섞여 있는 공간이 마을현장이다. 어떤 것을 해도 완벽한 대안이 될 수는 없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문제를 발생시킨 원인도, 그 문제를 푸는 열쇠도, 결국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참여와 주민 주도에 대해 고민하고, 경험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바로 사람이 희망이다. 다양한 주민이 스스로 운영하는 주민자치회를 꿈꿔 본다. 꿈은 이뤄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공공성(公共性)’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연구세미나95]
  • 문산면 주민자치회, 주민 지혜와 협의로 마을 발전 이끈다
  • 제주 금악마을 향약 개정을 통해 보는 주민자치와 성평등의 가치
  • 별내면 주민자치위원회, 청소년들의 자율적 자치참여 유도
  • 사동 주민자치회, '행복한 끼'로 복지사각지대 해소 나서
  • 남해군 주민자치협의회, 여수 세계 섬 박람회 홍보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