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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 속 주민자치 시행의 근원을 찾아서[연구세미나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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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 속 주민자치 시행의 근원을 찾아서[연구세미나61]
  • 김윤미 기자
  • 승인 2023.04.05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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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회 박경하 교수 ‘조선시대 주민자치 시행의 기원에 대한 일고찰’

주민자치의 날지정 논의와 관련한 주제 발표가 진행돼 관심을 모았다. 한국주민자치학회는 지난 4조선시대 주민자치 시행의 기원에 대한 일고찰을 주제로 제61회 주민자치 연구세미나를 개최, 박경하 중앙대 명예교수가 발제를 맡아 진행했다. 박희봉 중앙대 행정대학원장이 좌장을 맡고 전영평 대구대 명예교수가 지정 토론에 참여했다.

특히 이번 61(874) 연구세미나부터는, 국내 대학 최초로 대학원에 주민자치학 강좌를 개설하는 중앙대학교에서 행사가 진행돼 이날 백주년기념관 901호에 실시됐다.

본격적인 발제에 앞서 박경하 교수는 오늘 발표는 현대 주민자치의 날을 지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 역사적 연원을 찾기 위해 작성했다. 주민자치라 함은 주민들이 자신들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생활자치로서 조직을 자발적으로 구성하여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성격을 최소한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전근대 신분제도하에서 이와 같은 성격의 공동체 조직을 찾기가 쉽지는 않다. 흔히 향약에서 그 일부분이 보여 진다라며 그중에서도 촌계는 마을의 전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임원 선출, 회비납부, 환난시 상호부조 등 마을 생활 전반의 사항을 자율적으로 운영을 하여 왔다. 주민자치라 할 때 국가나 사족이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닌 촌계의 존재양태를 보여 주는 가장 오래된 기록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우선 촌계의 광범위한 존재는 조선왕조실록에 실려 있는 향약 시행에 대한 경연 중 상소를 통한 논의에서 간접적으로 유추할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조선후기의 촌계의 전신이라 할 향도(香徒·鄕徒)의 기사에서 찾을 수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역사 속 주민자치 시행의 사료적 단서들

박경하 교수는 1차 사료, 특히 조선왕조실록을 중심으로 조선시대 주민자치의 기원에 해당할만한 다섯 가지 사실들을 정리해 발표하며 검토 의견을 덧붙였다.

먼저 첫 번째 기사는 1518(중종13) 41일 김안국이 경상도관찰사 재임시 정리한 향약언해본을 간행하여 백성들을 유교적으로 교화하자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이 기사는 중앙정부의 상명하달의 교화대책 중 하나이기에 주민자치의 날로 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두 번째 기사는 1546(명종1) 823일 경연에서 향약을 시행하자는 주세봉의 상소에 문정왕후가 답하면서 향촌에 있는 계들을 결합하여 환난상휼케 하는 것이 어떠하냐고 의견을 낸 것이다. 이에 대신들이 자체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좋으나 법으로 규정해서 부담을 주는 것은 도리어 곤란하다고 건의해 시행되지 못했다. 박 교수는 이 기사는 촌계와 같은 성격의 향촌의 계들이 있다는 것을 언급한 중요한 사례라고 사료된다. 도리어 이 때 시행이 안 되었기에 관으로부터 강제한 것이 아닌 사례가 되었다. 중종대 향약시행은 위로부터의 강제적인 것이다. 다만 촌계의 존재를 언급한 문정왕후가 사극 등을 통해 현대인들에게 좋은 이미지가 아닌 것이 단점이 될 순 있을 것 같다고 짚었다.

세 번째 기사는 1547(선조 6) 817일 경연에서 좌상 박순이 우리나라의 풍속은 안으로 서울부터 밖으로 촌마을까지 다 동린(洞隣)의 계()와 향도(香徒)의 회()가 있어 사사로이 약조를 세워서 서로 단속하려 하나, 각각 자기 뜻에 따랐기 때문에 엉성하여 질서가 없어서 기강을 세우기 위하여 의지할 만하지 못하고 또 그 약속이 조정에서 나오지 않고 사사로이 만든 것이므로 강한 자가 깔보고 악한 자가 무너뜨려도 끝내 바로잡지 못하니, 마을의 부로(父老)가 늘 한탄을 품으나 어찌할 수 없습니다라고 경향 각지에 마을마다 계와 향도 모임이 있음을 정확히 밝힌 것이다.

이에 대해 박경하 교수는 위 내용은 (, 향회 등은) 힘이 약한 상민들이 행하여 힘 있는 자들이 함부로 대하는 경우가 있으니 관에서 향약을 시행해 도움을 주자고 한 것이다. 이 기사는 촌계가 광범위하게 존재함을 명확히 보여 주는 내용이나 시대적으로 좀 더 기원을 상향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리고 네 번째 1398(태조 7) 1229일 기사는 장례일에 이웃 향도들이 모여서 술을 마시고 애통해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이 기사는 유교적 예속의 양반들의 시각에서는 잘못된 행위, 음사로 판단했으나 민간에서는 장례시 상주의 슬픔을 덜어 주기 위해 떠들썩하게 술을 마시고 노는 풍속이 고려시대에도 있었다. 이에 박 교수는 촌계의 전신인 향도들의 모습을 보여 주는 내용이다. 이 기사는 편년을 제일 상한으로 올릴 수 있으나 민간 풍속을 오해한 실록 기록의 부정적 시각이 부담이 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은 1895113, 향회조규 반포이다. 박경하 교수는 향회조규는 자발적으로 대--소회를 구성하여 운영하고 리민을 주민들이 직접 선거에 의해 선출하는 민주성을 보여 주고 있으나 향회 시행의 목적이 중앙정부의 재정확보책에서 나온 것이었다. 근대적인 지방 자치제도의 성격을 가지는 것은 사실이나 주민자치의 기원이라고 하기에는 문제들이 있다. 이 제도가 189511월에 반포되었으나 이 제도를 도입한 유길준 내부협판이 일본으로 망명하여 추진의 동력이 상실되어 문서로만 존재하게 되었다는 한계가 있다. 또 친일 내각에 의해 추진되었다는 것이 역사적 평가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상 5가지 시점을 제시했으나 명쾌하게 지정하기 어려운 점들이 있다. 그러나 역사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에서 선택해야 한다. 발제자는 결론을 내리지 않고 오늘 참석하신 분들과 토론을 거쳐 최대공약수를 찾고자 한다. 여러분들의 고견을 기대한다고 밝히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주민자치의 날근거를 역사 속에서 찾는 이유?

 

지정토론에 나선 전영평 교수는 주민자치의 날을 제정함에 있어서 주민자치의 국내 역사적 전통기원을 고찰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문명 선진적 주민자치 사상의 기원을 추적해 볼 것인가? 조선의 향약, 향회와 같은 왕조 중심, 관치중심 사회에서 현대적 풀뿌리주민자치 사상의 원류를 찾아가는 것이 과연 얼마나 타당한 일인지 알고 싶다. 또한 작금의 주민자치 로드맵은 분명 서구 선진사회의 자유민주주의 사상, 주민주도의 풀뿌리민주주의의 서구적 관행을 현재와 미래의 한국에 구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인데 굳이 가장 혹독한 중앙집권 계급사회인 조선왕조 시대의 척박한 주민자치 관행에서 그 기원을 찾을 필요가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이 생긴다라며 발표자는 향약을 시행 주체에 따라 사족 중심의 향촌 지배 목적으로의 향규 향회, 상하합계 형태의 동계, 수령 중심으로 향촌통치의 목적으로 한 주현향약, 상천민 중심의 수평적 성격의 상부상조 조직 촌계 등으로 구분하였으나 그렇다고 상하합계 형태의 동계, 수평적 상부상조 조직의 촌계의 수준과 정신이 과연 한국주민자치중앙회가 주도하는 주민자치의 수준, 사상과 얼마나 잘 부합하는 것인가에 대해서도 의견을 듣고 싶다고 질의했다.

이어 전 교수는 개인적으로 발제에서 제시된 대안 중 다섯 번째 향회 조교 반포안이 그나마 현대적 주민자치 사상과 유사하다고 생각된다. 물론, 이 안조차도 조선의 당시 상황에 대한 냉철한 인식이 부족한 채-구한말 조선 사회의 부패 몰락과 조선인의 교육수준, 사회경제적 상황과는 매우 유리된-조선의 개화파에 의한 떠옮기기식 하향적 자치기획안에 불과하다고 할 수는 있지만( 왜냐하면 자치를 기획한다고 해서 그것이 현실적으로 잘 시행된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기에), 그 내용 자체는 현대적 민주주의 사상에 기초특히 계급철폐에 기초한 선거 참여-한 것이기 때문이다. 발제에서 이 안의 한계는 반포 이후 주도집단의 퇴출로 인한 이 안의 실질성 부족을 지적하고 있으나 만일 이 안이 주민자치의 근대적 사상을 우리 사회에 최초로 도입하려 했다면, 그런 공만으로도 충분히 주민자치의 날 지정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의견이 어떠신지 궁금하다고 의견을 구했다.

계속해서 그는 또 하나의 의견은 한국주민자치중앙회는 현대-미래를 포함한 민간 주도의 풀뿌리 선진자치를 시도해 보겠다는 의지와 노력을 보여주고 있는 유일무이한 주민자치 옹호 조직으로서 위상을 가지고 있으므로, 중앙회가 창립총회를 시행한 날이거나 실질적인 활동이 구체적으로 시행된 날을 주민자치의 날로 선택하는 것도 의의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발제를 맡은 박경하 교수는 관치 쪽으로만 바라볼 수 있기에 향약을 4가지로 구분한 것이고, 역사 속에서 조상들의 지혜가 있으면, 아예 찾을 수 없다면 모르겠지만 가급적 그 속에서 근원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상하합계 형태의 동계, 수평적 상부상조 조직인 촌계의 수준과 정신이 과연 주민자치중앙회가 주도하는 주민자치의 수준과 사상과 얼마나 잘 부합하는 것인가라는 문제제기를 하셨는데 중앙회에서 말하는 주민자치의 원리, 즉 자발성, 자주성, 자율성이 예를 들면 향약이 298년째 이어지고 있는 남원 입암마을의 경우 이상적 주민자치를 그대로 실행하고 있다. 위 세 가지 요소를 현재에도 가지고 있다. 전통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서 여기에 도덕성을 얘기하고 재정적 자립도 실천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리고 싶다고 답변했다.

이어 박경하 교수는 향회조규에 대한 의견, 이해하는데 개인적으론 반대 의견이다. 문서 자체로는 좋으나 만든 배경 자체가 친일적 요소를 가지고 있어 공감을 얻기에 쉽지 않을 것 같다. 관제화 된 자치기구라 할 수 있고 국왕이 선포했다는 점에서 자발성, 자율성이 약해질 수 있어서 반대 의견이다라며 실은 다른 기념일들을 봐도 날짜 지정이 실제 역사와 상관없이 상당히 자의적인 측면도 있어서 기준점을 잡아 가면 된다고 본다. 그러나 역사 속에서 시대성을 가지고 찾아가면 좋을 것 같다. 지금까지 가장 이상적인 주민자치를 시행하는 곳이 있는데 이런 역사성을 왜 활용을 안하나? 가능하면 역사 속에서 주민자치와 연결시키면 좋겠다. 유구한 역사를 이어가면 좋겠다고 의견을 밝혔다.

 

특정 날짜 지정과 이후 의미가치부여의 차원

 

다음으로 본격적인 자유토론이 펼쳐져 주민자치의 날 지정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현대적인 의미에서 한국주민자치중앙회 창립일이 적절하다는 의견, 주민자치회의 근거를 담은 지방분권법 제정일, 현실화는 되지 못했지만 동사무소를 폐지하고 주민자치를 하라고 했던 김대중 대통령의 선언시기, 고대로부터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임을 가졌던 정월대보름, 단오, 백중일 등 여러 의견이 제시됐다.

또 이섬숙 서울시 주민자치여성회의 상임회장은 특정 날짜의 의미가 그렇게 중요한 것이었을까. 우리가 그걸 통해서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서 많은 분들이 좋다고 하는 날짜가 좋은 것 같다고 언급해 많은 공감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좌장을 맡은 박희봉 교수는 여러 말씀들 중 공통요소를 뽑아보려고 노력했다. 일단 관치적 역사는 제외시키자, 상위하달 누가 명령해서 하는 건 제외시키자가 공통요소였던 것 같고 여기에 역사적인 것에서 연원을 끄집어내면 좀 더 좋겠다는 것. 그리고 주민자치라는 사상이 미래지향적 사고가 존재하는가? 이게 중요할 거 같다고 논의를 정리하기도 했다.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은 박경하 교수님, 정리 잘해주셔서 감사하다. 주민자치의 원형을 무엇으로 보느냐가 문제인데, 원시시대부터 마을엔 생활조직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게 발전하면 행정-정치-사회조직이 나오는데 초기엔 생활조직만 있었을 것이다. 국가가 발전하면서 이 생활조직을 어떻게 대했는지가 문제이다. 행정조직, 사회조직이 이 상민조직을 어떻게 대했나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상민들 안에서는 상당히 민주적, 합리적인 직접 합의하는 민주제가 있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 이걸 찾아보고 싶은 생각에 연구하고 있는 셈이다. 그 속엔 주민자치를 들여다보는 제 시각, 자발성자율성자주성에 연대성, 보조성 원리도 있었을 거 같다. 현재 주민자치 원리가 다 구현됐으리라 생각한다. 이런 역사, 스토리를 다 담고 있는 주민자치의 날을 정하면 좋을 것 같다. 날짜를 정하고 그게 설득되고 안 되고는 우리에게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밀고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럼 잘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김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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