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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성, 주민자치의 성장 조건”[연구세미나63-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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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성, 주민자치의 성장 조건”[연구세미나63-①]
  • 김윤미 기자
  • 승인 2023.04.19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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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회 허훈 교수 ‘지방자치 제도도입기와 마을자치 주민자치 가능성’

현실적으로 주민자치는 어떻게 가능한가? 시민적 덕성과 주민자치의 관계는 어떨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한국주민자치학회는 지난 18지방자치 제도도입기와 마을자치 주민자치 가능성: 3개의 에피소드를 주제로 제63회 주민자치 연구세미나를 개최했다. 박경하 중앙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은 이번 세미나에서 허훈 대진대 교수가 발제자로, 전은경 주민자치교육원장이 지정 토론자로 참여했다.

발제에서 허훈 교수는 오늘 발제는 왜 단체자치에 비해 주민자치는 잘 안될까?’에 대해 역사적으로 살피는 기회가 될 것 같다. 우리나라는 해외 다른 나라와 달리 주민자치로부터 국가가 만들어지지 않았고 그 반대의 경우다. 국가가 단체자치 반쪽만 가지고는 안 된다. 물론 주민소환 같은 직접 참정제도가 있으나 이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그래서 주민자치가 더 중요하다라며 주민자치 단절의 악순환을 아래 그림으로 설명했다.

이어 허훈 교수는 에피소드1’제헌 전후 지방자치 논의를 소개하며 주민자치 전통의 단절과 단체자치의 뿌리를 설명했다. 제헌 이전의 논의로 홍범 14와 만민공동회의 헌의 6관련 조항이 언급되어 있는데, ‘지방관의 직권을 한정하거나 재물에 관한 정책에 지방기관이 간섭을 못하게 하는 등 지방자치가 매우 제한적으로 나타났다.

임시정부의 지방자치논의의 경우도 대한민국임시헌장’(1919411일 제정 및 시행)에는 지방자치 규정이 아예 없고 이후 대한민국임시약헌’(19401094차 개정)에 이르러 지방행정조직은 자치행정의 원칙에 따라서 정하며, 자치단체의 조직 및 권한은 법률로 정한다라는 내용이 보인다. 이어 대한민국 건국강령’(194111)에 중앙과 지방의 정부조직이 언급된다.

허훈 교수는 건국강령은 지금 지방자치법에서 정한 국가와 지방의 관계를 짐작하게 해주며, 지방정부와 지방의회를 정확히 인식하고 있었다. 임시약헌이나 건국강령은 임시정부세력이 정권을 잡지 못함으로써 실현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제헌헌법의 초안을 맡았던 유진오 박사가 참고한 것의 하나가 이 건국강령임을 밝혔기 때문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미군정하에서는 과도정부 조선법전편찬위원회에 헌법기초분과위원회를 설치하고 초안이 과도의원에 회부하여 전문 45조의 임시약헌이 통과되었는데 이 약헌 심사과정에서 지방자치에 관한 첫 토론이 기록으로 남아있다. 이후 굉장히 복잡한 과정을 거쳐 제정헌법(1948717)에 지방자치규정이 도입되게 된다.

발제에 따르면, 이 헌법초안의 심의과정 중 쟁점은 의원내각제인가 대통령제인가가 초점이었다(이 헌법초안에 지방자치가 8장에 3개조로 들어갔다). 유진오 초안은 내각책임제를 채택하고 있었으나 심의를 거의 마무리 할 때 쯤 이승만 의장이 갑자기 나타나 대통령제를 강력히 주장했다. 이의장이 사실상 권력의 중추였으므로 각 정파 모두 그의 말을 가볍게 들을 수 없었다. 이 연설 후의 헌법기초위원회의 회의들은 대부분 내각책임제를 주장하는 논리들과 대통령제가 필요하다는 논쟁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므로 제헌 헌법은 유진오박사의 제안 설명 후 630일 본회의에서부터 독회를 시작해 76일 심의를 마치고 712일 본회의를 통과하기까지 단 10일 남짓 만에 의결되었다. 지방자치 조항에 대해 제헌국회의원들은 어떤 질문도 하지 않았고 그 때문에 대통령제뿐 아니라 아무 논의도 없었던 지방자치제도에 관한 조항들을 그대로 통과시켰다. 유진오 박사가 지방자치제도를 왜 도입하였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알지 못한 채 지방자치제도의 씨앗이 심어진 것이다.

이와 관련해 허훈 교수는 유진오 박사의 제헌헌법초안 작성 후 지방자치에 대한 심경 회고를 소개했다. 허 교수는 유진오 박사가 권력을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에 어떻게 분배하여야 더 효과적이냐 하는 것에 대해 행정조직 기술상의 문제라고 보았으며, 지방자치에 대한 자신의 초기 인식이 전적으로 과오였다는 것은 아니나 이렇게 주장함으로써 자신이 민주정치발전에 대한 지방자치의 기여가능성을 과소평가하였던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민주주의 후진국에 있어서는 지방자치는 국민의 민주의식의 각성과 함양을 위해 커다란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후에 밝히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허 교수는 손봉숙 박사 연구에 따르면, 지방자치법은 단체자치의 요소들을 중시한 것이 분명하고, 유진오 박사의 이러한 생각이 그대로 우리 근대 지방자치의 뿌리가 되었다. , 이 제헌헌법 8장을 근거로 1949년에 지방자치법을 제정하였을 때도 유진오 박사의 생각은 그대로 반영되었다고 덧붙였다.

허훈 교수는 주민투표제, 주민소환제, 주민직접청구 등의 제도개혁이 있었지만 이들 제도들은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단체자치권한을 갖는 지방자치권력에 대한 견제를 의미하는 것이지, 주민들이 의제를 설정하고 자기입법과 자기통제를 하는 주민자치 그 자체라고 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여전히 우리 지방자치는 주민자치라는 짝을 찾는 과정이 계속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희망적인 것은 혹독한 역사를 거치면서도 여전히 주민자치 전통을 갖고 있는 곳이 있고, 또 단체자치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서도 주민자치의 싹이 살아나고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계속해서 발제자는 에피소드2’로 진안군 중평마을 공동체사례를 소개했다. 진안군 성수면 도통리 중평 마을에서 전승되는 진안 중평농악은 고() 김봉렬을 중심으로 전승된 풍물굿으로 축원성과 전투적 진법 및 음악적 예술성이 뛰어나다. 공동체 형성과 생활 문화, 그리고 놀이로서의 성격도 고스란히 담고 있다고 허훈 교수는 언급했다.

증평마을의 공동체정신에 대해 허훈 교수는 구성원간의 신뢰와 네트워크 지역공동체 안팎의 중층적 중복적 결성 공동체조직 활동과 지역복지서비스와 연결 구성원간의 차별 없는 평등 중앙정부, 지자체로부터의 지역사회의 자율성 인정 공동체의 공유재에 대한 인정이라고 평가했다.

에피소드3’로는 포천시 고모3리 문화마을이 소개됐다.

포천시 고모3리 문화마을의 사회적 경제로는 마을회에서 운영하는 프리마켓’ ‘마을주민의 농산물과 수공예품을 파는 사회적 장터그리고 판매자들의 기부등이다. 지난해엔 약 3600만원의 수익금이 마을로 전입됐다고 허 교수는 언급했다.

이어 그는 고모3리 문화마을의 의사결정체계를 아래와 같이 짚었다.

입력(Input): 2015년 국토부 문화마을 공모사업 포천시 문화관광과로부터

출력(Output): 2016년 국토부 문화마을 경기도 최초선정

프로세스(Process): 마을임원회의+인근 대학+마을참여예술가로 구성된 준비회의

피드백(Feedback): 마을총회에서 인준 및 수정

제어(Control): 마을임원회의가 환류과정을 통제

환경(Environment): 소흘읍+주민자치위원회, 포천시 및 의회, 예총지부, 경기문화재단, 시민단체

경계(Boundary): 고모저수지를 둘러싼 죽엽산, 고모산, 향적산 등이다.

허훈 교수는 마을의 체제유지성 평가와 관련해 외부로부터의 사업 혹은 재정에 영향을 받고, 마을주민 상당수가 여전히 미참여(특히 상가) 단계임에 따라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입력과 전환과정에 참여늘리기 위한 시민성향상 필요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끝으로 허훈 교수는 주민자치의 발전 조건(시민성)’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소개한 3개의 에피소드를 관통하는 것을 그는 시민적 덕성(Neighbor-hood-ship=Citizenship)’ 개인, 대인관계, 문화 간 역량을 포함하며, 개인이 사회생활 및 직업세계(social and working life), 특히, 다양한 사회에서 효과적이며 구조적인 방식으로 참여하기 위해 그리고 필연적인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준비하는 모든 행동(behavior) 양식이라고 표현했다.

허 교수는 공동체 내에 나타나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있을 때 시민적 덕성은 커진다. 공통체 구성원들과 그들의 대표자들이 자유와 공정을 만들어내는 것과, 시민적 덕성을 갖고 공동체 발전에 참여하는 보합적인 관계가 어떻게 작동하느냐 하는 것의 문제라며 시민성이 성장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한데, 그간의 경험, 학습, 실천 등 제반 요소들의 결합이기 때문이다. 주민자치회는 위의 요소들의 결합의 결과로 성쇠가 좌우될 것이라고 제시하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사진=문효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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