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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마을행사에 참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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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마을행사에 참석하다
  • 에디터K
  • 승인 2023.04.25 0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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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K의 어리바리 주민자치회 입성기

주민 화합 체육대회’ ‘어버이날 어르신 척사대회’ ‘둘레길 걷기 행사등등. 그간 동네 플래카드에서만 봤을 뿐 그림의 떡’(이라기보다 혹시 노관심?)으로 생각했던 수많은 행사들, 기억나시나요?

저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그간 여러 마을의 행사를 일로다녀봤습니다만, ‘먹고사니즘에 매몰되어 정작 제가 사는 동네 행사는 가본 기억이 없습니다. 숱하게 다닌 이사도 한몫 했습니다. ‘내 동네라는 인식이 부족했던 것이죠. 이 대목에서 터전 잡고 평생 사는 시골마을도 아니고 변화 많은 도시에서 과연 내 동네가 있을까요?’ 회의적인 분들께 예전 인터뷰에서 들은 인상적인 한 대목을 소개합니다.

내가 살고 있는 연못에 먹이가 줄고 물이 말라가거나 썩으면 어떻게 돼요? 잉어가 아예 못살게 되죠. 내가 어떤 지역에 가서 토박이가 되든 잠깐 살다 떠나든 거기서 숨 쉬고 먹고 살아야 합니다. 사는 동안 그 연못이 깨끗하고 먹이도 풍부하고 물도 썩지 말아야 하죠. 그걸 자기가 만들어야지 누가 만들겠어요? 사는 동안 연못을 직접 만들고 가꾸고 꾸미고 유지해야 하는, 그런 일의 중요성은 짧게 살든 길게 살든 재론의 여지가 없어요. 짧게 산다고 숨을 안 쉬나요? 사는 동안만큼은 자기 생존과 생활이 가능케 하는 공간에 대해 관심을 갖고 뭔가를 가꾸고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짧게 산다고 피해갈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의무이기도 권리이기도 하고, 보상도 반드시 있어요. 손해 보는 게 아니에요.”(월간 <주민자치> 202012월호, 정상철 전 대전시 주민자치회 대표회장 인터뷰 중)

 

무려 30년 된 마을행사! 신생 동의 어설프지만 풋풋한 패기

그래서 큰맘을 먹었습니다. 이번엔 가보리라! 이름하야 ‘OO 주민화합 체육대회’. 알고 보니 무려 30년이나 된 유서 깊은 행사였고 팬데믹 영향으로 몇 년 만에 치러진다네요.

이 대목에 실은 이날 참여가 주민자치의 기본 덕목, 순수한 자율성과 자발성의 발로만은 아니었음은 미리 고백해야겠네요. 제가 속한 주민자치회는 신도시 조성과 함께 새로 생긴 동에서 올해 초 새롭게 출범한 바 있습니다. 신생 동이다 보니 주민자치회 외에는 아직 이렇다 할 지역 직능단체, 자생단체들이 아직 구성이 안 되어 있고 심지어 통장 모집안내 플래카드가 붙어있는 상황입니다.

이렇다보니 구 차원의 큰 동네 주민 체육행사, 그것도 동 대항 행사에다 참석 주민들의 규모가 어느 정도는 되어야 하고, 이미 지역 단체가 많고 행사에 대한 노하우도 있는 타 동에 비해 그나마 인원 구색이라도 맞추려면 유일한 동네 조직주민자치회의 주도가 불가피해진 것이죠.

일주일 중 맘 편하게 늘어지게 늦잠 잘 수 있는 황금 같은 주말 아침, 억지로 눈을 떠서 허우적허우적 행사장으로 향했습니다.

겨우 시간에 맞춰 갔는데 이미 많은 분들이, 타 동네 주민 분들은 유니폼까지 제대로 맞춰 입고 각종 플래카드와 화려한 장식으로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동별 입장식이 있는 터였습니다). 반면 신설 동인 저희들은 약속된 드레스코드마저 다 제각각 차려입어 뭔가 좀 많이 어설퍼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혹시 참여가 부족할까 머리수라도 채우자라는 심정에도 눈꼽만 겨우 떼고 참석한 저의 예상보다는 훨씬 더 많은 분들이 모여 으쌰으쌰 분위기를 업! 시켰습니다.

 

역시 빠지지 않는 기념식 그리고 즐거움 속 아쉬움

이상기온으로 햇볕이 따가웠던 봄날. 적지 않은 기다림 끝에 각 동별 주민들의 입장이 끝나고 행사에서 빠질 수 없는 기념식. 운동장 바닥에 앉아 기념식을 지켜봅니다(실은 옆 주민들과 대화의 광장 및 휴대폰 보기). 내빈소개도 길고 축사도 많고. ‘모든 행사는 이 1부 기념식과 기념촬영을 위한 것이 아닌가라는 삐딱한 생각도 스칩니다. 솔직히 재미가 있다고는

그렇게 기념식이 끝나니 , 점심으로는 좀 이르지않나싶었는데 그래도 즐거운 점심식사 시간이라고 하네요. 각 동별로 천막과 테이블이 설치되어 있고 각종 간식과 도시락, 음료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역시 식사 시간은 즐겁습니다. 먹는 것도 먹는 것이지만 무엇보다 (몇 차례 만난 분도, 처음 인사한 분들도) 동네 이웃과의 수다는 즐겁습니다. 공통분모도 있고요.

즉석에서 연락처도 교환하고 금세 단체 문자방도 만들어집니다. OO동 주민자치회 OO아파트 모임. 즐겁게 먹고 마시며 그렇게 대화는 꽤 한참 이어졌습니다(그렇게 만들어진 문자방 알림이 주말 내내 활발하네요).

점심 후 줄다리기, 34, 줄넘기 등 본격적인 동 대항 경기가 열렸으나 저는 개인사정으로 끝까지 참여는 하지 못했는데요. 드넓은 체육공원을 빠져나오면서 여러 생각들이 교차했습니다.

행사장에서 얼핏 오늘 행사는 관에서 관여 안하고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해오고 있다는 얘길 들었는데요. 주체는 지역 자생단체가 맞고 이미 역사가 오래되었으니 노하우도 충분하리라고 봅니다. 그럼에도 당장 제가 사는 아파트 주민 단체 문자방에 이 행사에 대한 안내를 제대로 못 본 것 같습니다. 분명 주민 체육대회인데 뭔가 동네에서 들썩들썩 주민들의 참여 열기가 느껴지는 게 아니라 홍보가 잘 안되고 안 알려진 느낌입니다.

안타까운 건 그래도 이렇게라도 동네 주민들과 만나면 대화도 되고 서로 통하는 게 있는데 문제는 지역 단체 어디에라도 발을 걸치고 있지 않으면 이런 행사의 장벽이 높을뿐더러 설령 홍보가잘 됐다하더라도 참여를 부를 만큼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어디서부터 바꿔나가야 하는 것일까요?

 

에디터K

계란 흰자수도권의 한 신도시에 서식하고 있는 글로소득자’. 삶의 8, 아니 9할 이상의 시간 동안 주민자치(위원)회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가 뒤늦게 사전 의무교육 6시간수강을 득하고 추첨에 의해 주민자치위원에 위촉됐다.

 

※ 계묘년 신년호부터 연재된 새로운 고정칼럼 슬기로운 주민생활은 불과 얼마 전까지 주민자치에 대해 일도 모르던 지나가던 주민1’ 에디터K의 주민자치회 입성부터 활약(과연?)까지를 담아내는 맨바닥체험기입니다. 과연 시민K는 주민자치회 참여를 통해 슬기로운 주민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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