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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 행정과 관료 아닌 주민 스스로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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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 행정과 관료 아닌 주민 스스로 하는 것"
  • 문효근 기자
  • 승인 2023.05.03 1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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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 주민자치협의회 역량강화 워크숍에서 전상직 중앙회장 특강 열려

2일 정읍시에 위치한 태산선비 문화관에서 전주시 주민자치협의회 역량강화 워크숍이 열렸다. 전주시 주민자치위원 40여 명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의 특별강연이 펼쳐졌다.

전 회장은 '전주시 주민자치로 하여야 할 일'이라는 주제의 특강을 통해 주민자치의 기본 원리 및 가치, 주민자치 실질화를 위한 지향점, 그리고 다양한 주민자치 최신 이슈 등을 전했다. 특강 현장을 지상중계한다.

 

행안부 표준조례 개정, 졸속행정의 표본

중앙회장이 대단한 감투 같지만 사실 주민자치 제대로 하기 위해 앞장 서는 자리다. 실례로 문재인 정부의 표준조례 잘못된 점을 수 없이 지적하고 윤석열 정부 출범 전 인수위원회에 주민자치 시범실시 이대로는 안 된다. 제대로 해야한다고 지적해 국정과제에 올라갔으나 얼마전 행안부의 표준조례 개정안을 보면 주민자치위원선정을 다시 읍면동장에게 맡기는 것이 골자였다. 

이에 대한 국회 토론회에서 졸속행정이라 지적하고 전국 주민자치위원님들의 의견을 다 수렴해야 한다고 강하게 어필했다. 그래서 나온게 행안부의 권역별 설명회다. 그런데 전국을 5개 권역으로 묶어 각 1시간 짜리 설명회를 개최한다고 공문을 내렸다. 이거 요식행위다. 시도는 물론 시군구 주민자치 조직에게 전혀 전달되지 못하게끔 일정도 촉박하게 진행했다. 이 역시 강하게 어필해 전국 설명회를 다시 개회하게끔 조치했다. 

이제 여러 지역에서 표준조례 개정안 설명회게 열리면 여기 계신 위원님들도 모두 참가해 잘못된 점을 따끔하게 지적하고 제대로 된 조례 개정안이 나올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주민자치가 펼쳐질 수 있도록 하셔야 한다.

 

읍면동장-주민자치회장 모두 주민이 직선해야

단체자치에서 시도지사와 시군구장 모두 주민이 선출한다. 지방의원도 주민이 직선한다. 그런데 읍면동장은 선거하지 않는다. 주민에게 가장 가까운 공무원을 직선하지 않는 것이다.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작태다. 일제 강점기의 폐단을 공무원들이 기득권을 놓기 싫어 그대로 놔두는 것이다.

마찬가지 주민자치회라면 회장 선거도 주민이 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읍면동장과 주민자치회의 위치가 동등해 지는 것이다. 다시 말해 주민자치회장을 주민이 직선하면 읍면동장과 지방의원이 가장 곤란해지고 주민자치회를 무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 보통 주민자치 교육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는다.

 

잘 먹고 잘 놀고 잘 살되 주민이 함께 해야 주민자치

주민자치 사업을 아주 쉽게 하면 도움 없이 할 수 있고 난이도가 높으면 도움 있어야 하는데, 이 도움이 행정의 도움이라면 간섭하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 단, 읍면동-통리가 지금 공무원이 하고 있는 것보다 주민자치회가 더 주민들에게 도움 되게 하는 것이 관건이다. 

주민자치는 잘 먹고 잘 놀고 잘 사는 것이다. 그러나 혼자 하면 개인자치, 관료가 하면 관치, 시민단체가 하면 운동이다. 주민 모두 다 함께 해야 그것이 바로 진정한 주민자치다. 

역사적으로 볼 때도 주민자치는 사실 잘 노는 것에서 시작한다. 잘 놀아서 친분이 끈끈하면 마을에 득이 되는 돈 되는 사업을 할 수 있다. 결국 주민자치는 주민 간 친목이 있어야 한다. 함께 놀고 함께 즐기다 힘든 일 있을 때 같이 하는 게 주민자치다

주민자치회는 일만 하는 조직이 아니다. 어떤 때는 정치조직이고 어떤 때는 행정조직이다. 또 어떤 때는 사회조직이고 친목조직이며 과업조직이기도 하다. 과업은 주민자치회에 있어서 오분의 일 정도 비중이고 제일 중요한 것은 주민들끼리의 친목이다. 이를 안 좋게 보는 시각도 있는데 그건 아니다. 친목이 정말 중요하다. 모두 주민자치를 재미있게 하셨으면 한다.

 

우리 역사에도 주민자치 있어

우리나라 주민자치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수령이 주도하고 양반이 주도한 주민자치는 모두 실패했다. 오직 주민이 수평적으로 연대한 주민자치만 성공했다.

대한제국에서 1895년 유길준 선생이 향회조규를 만들어 소향회, 중향회, 대향회를 구성했다. 소향회는 리에 설치되어 매 호 대표가 모여 회장 선거를 하고 중향회는 면에 두어 소향회에서 회장 1명, 대의원 2명 등 3명이 모여 면회를 구성한다. 여기서도 또 다시 3명이 모여 군회인 대향회를 구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제가 다 말살해 연결고리가 끊어져 버렸다. 되레 일제의 잔재만 남아있다. 읍면동과 통리를 공무원이 관리하는 것은 흡사 일제 식민지와 같은 현실이다. 이런 내용을 역사학자도 행정학자도 잘 모른다. 주민자치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여러분들이 주민자치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 받아 제대로 된 주민자치 해주셔야 한다.

 

중간지원조직이 주민의 자치권 뺏어가

여러분 중간지원조직이라고 들어 보셨나? 주민자치를 왜곡한 시장군수구청장은 중간지원조직 설치를 주도했다. 여기서 주민은 철저히 배제되었다. 시민단체가 교육을 맡았고 정치적으로 편향적인 활동을 펼쳐왔다. 주민자치회의 운영도 주도하며 주민의 자치권을 장악해 버린 것이다.

얼마 전 폐지된 서울시 마을공동체사업 사례처럼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마을자치센터-동자치지원관으로 이어지는 중간지원조직 체계가 주민자치회를 지배하고 주민자치회의 정당한 권리를 말살시킨 것이다. 주민 동의 없이 모든 것을 민간에 위탁해 버리는 작태는 이미 실패했던 수령향약, 양반향약과 다를 게 없다.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

 

조례로 주민자치회 회칙 왜곡하는 행정권력

주민자치회는 주민들이 합의해서 구령을 만들어야 한다. 이 구령이 바로 주민자치회 회칙이다. 근데 이걸 누가 만드나? 지방의원들이 조례로 만든다. 주민자치회 회칙은 지역에 따라 내용이 달라야 하고 이를 주민이 만들어야 하는데 이게 안 되는 것이다. 지방의회에서 이 권한을 놓치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제가 계속 교육하고 어필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행안부다. 주민 없는 주민자치회로 왜곡시켜 버렸다.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 제27조 주민자치회 설치에 관해 ‘풀뿌리자치 활성화와 민주적 참여의식 고양을 위해 읍면동에 해당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구성되는 주민자치회를 둘 수 있다’는 조항을 행정안전부 주민자치회 표준조례에서는 ‘해당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구성되는’이란 문구를 삭제한 것이다. 

주민자치회에 주민이 없어진 것이다. 대신 위원으로 채워 넣었다. 주민자치회의 회칙 제정권이 박탈되었고 대신 시군구 조례에 묶여 관치화된 것이다. 회장 선출권도 박탈되고 대신 공개추첨으로 무력화시켰다. 재정권 역시 빼앗아 시군구 예산에 의지하게끔 예속화시켜 버렸다. 결국 지금의 주민자치회는 주민이 아닌 소수의 위원만으로 구성된 심각하게 기형적인 구조다.

같은 법 제29조에 의하면 주민자치위원마저도 단체정이 위촉하게 되어 있다. 주민 없는 자치회에서는 위원이 전부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만들어 놓고 주민자치해라? 말도 안 된다. 주민이 있고, 위원이 있고, 단체장이 있으면 위원은 주민자치 성패를 좌우하는 사람인데 이 위원을 행정에서 위촉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나의 마을, 나의 이웃, 나의 일로 인식하는 게 주민자치

주민자치가 잘 되려면 주민자치위원들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내 마을로, 같이 살고 있는 사람을 이웃으로, 마을 일을 나의 일로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정부가, 지자체가 이걸 가능하게 하고 있는가? 마을을 읍면동장의 것으로 여겨는 게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주민들이 내 마을, 내 이웃, 내 일로 생각하고 나서게 해야 하는데 정치인들은 이것을 매우 부담스러워할 것이다. 주민들이 뭔가 하려면 지방의원들이, 단체장이 막는 경우도 있고 시민단체가 다 채가 독식하는 경우도 있다. 순수하게 마을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자리를 다 없애버리는 것이다. 제발 마을은 건드리지 말아 달라 누누히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행정도 아니고 관료도 아니고 정치가도 아니고 시민단체도 아니고 활동가도 아닌 주민 스스로 하는 게 진정한 주민자치다.

 

주민자치의 힘, 바른 길 찾는 방법의 문제

주민자치 참 어렵다. 남이 시키는 대로 해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내가 하고 싶은 데로만 해도 안 된다. 주민들이 많아 서로 손발 맞추기도 어렵다. 특히 법으로도 정해진 것이 없으니 잘 안 되고 이 때문에 주민들도 아직은 힘들어 하는 상황이다.

또 주민자치는 상대방을 배려하면서도 영리하게 해내야 한다. 사업을 기획할 때 주민이 원하는 것을 잘 파악해야 하고 또 지역의 자원도 적절히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잘 구상하면 큰 비용 들이지 않고 지역 자원만 잘 이용해도 훌륭한 주민자치 행사를 치를 수 있다. 지역 자원을 활용하려고 한다면 얼마든 활용할 것이 많다. 주민자치의 힘이란? 결국 제대로 된 바른 길을 찾아 나서는 방법의 문제다. 많이 고민하고 노력들 해 주시라.


2시간 가까이 열강을 펼친 전상직 회장은 끝으로 "여러분들 주민자치하시면서 중앙회장이 필요하면 언제든 불러주시라. 언제든지 바로 달려가 도움 드리겠다. 오늘 강의 잘 들으셨으니 이제 현장으로 돌아가 주민자치 위해 더욱 애써주시라"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사진=이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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