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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 가능케 하는 물적 토대, 공동자원과 주민배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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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 가능케 하는 물적 토대, 공동자원과 주민배당
  • 이재섭 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학술연구교수
  • 승인 2023.05.22 1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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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자원을 활용한 주민자치와 균형발전방안

계묘년 새해를 맞이해 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와 공동으로 공동자원과 주민자치를 주제로 한 시리즈기획을 새롭게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상부상조하는 공동체의 원형과 전통이 잘 계승되어 유지, 발전되는 특별한 지역 제주그리고 공동자원과 주민자치의 이야기가 지면을 한층 풍성하게 해줄 것입니다.<편집자 주>

 

 

주민자치를 가능케 하는 물적 토대, 공동자원

주민자치는 어떻게 공동자원과 연결될 수 있을까? 그리고 마을에서 공동자원의 관리를 통한 기본소득의 실현은 가능할까?

공동자원은 주민자치를 가능케 하는 물적 토대가 될 수 있다. 제주도에서 주민자치는 읍//동 보다는 통/리 단위에서 활성화되어 있다. 특히 리 단위에서 활성화되어 있다. 그리고 주민자치가 활성화된 마을의 특성을 살펴보면 공동자원이 있었고 그 공동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공동체가 존재하였으며 그 공동체는 주민들의 자치에 의해 운영되고 유지되고 있었다. 이렇듯 공동자원은 공동체를 활성화시키는 주민자치의 토대이자 지역에서의 삶을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

최근 우리는 지역 소멸의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그렇다면 지역 소멸의 문제에 대한 해답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기대하며 기다려야 하는가?

공동자원론의 시각에서 보면 지역에서 공동체가 지속가능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물적 토대가 필요하며 마을의 공동자원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전국민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였다. 이후 선별적 지원으로 변경되었으나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재난기본소득을 실시하였다. 그리고 몇몇 마을에서는 마을 기금을 활용하여 주민들을 위한 주민배당을 실시하였다. 이와 같은 주민배당이 가능했던 이유는 마을에 공동자원이라는 물적 토대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제주도에는 이미 마을 내에서 주민배당을 실현한 사례가 있다.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마을은 비록 80세 이상의 노인으로 한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매월 5만 원의 노인배당을 실시한 바 있다. 재원은 가시리협업목장조합에서 운영하는 마을 공동목장 부지에 들어선 풍력에너지와 태양열에너지 수익에 대한 마을 배당금이다. 목장조합의 수익 중 70%는 조합에서 운영하지만 나머지 30%는 마을회에서 운영한다. 마을회에서는 그 수익금을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장학금 지원, 마을 주민들의 전기세 지원, 목욕탕과 문화 활동 지원 등 다양한 마을 복지사업 운영에 사용하고 있다. 최근 마을 공동목장의 지방세 문제로 인해 노인배당은 중단된 상태이지만 마을 단위에서도 주민배당이 가능함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시리 마을 사례는 효율적으로 공동자원을 활용하여 마을의 경관을 보전하면서도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배당을 실시하고, 다양한 복지를 가능케 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동자원과 마을 공동체의 지속가능성

그렇다면 공동자원의 수익을 반드시 배당의 형태로 사용해야 하는가? 그렇지는 않다. 우선 마을 내에서 공동체가 유지되고, 주민자치가 가능하기 위한 마을 운영 자금이 필요하고, 이때 공동자원의 수익은 주민자치를 이뤄낼 수 있도록 사용되어야 할 것이다. 제주도 마을 중에도 마을회를 운영할 예산이 없어서 몇 년간 마을회를 운영하지 못했던 마을이 있다. 이 마을은 주민들이 함께 꾸려갈 공동자원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익이 발생하지 않아 어려움에 놓였었다. 그렇다면 마을 공동자원의 수익을 주민자치의 기반으로만 사용해도 괜찮을까? 지역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마을 현장을 찾아가 인터뷰를 하다 보면 마을에서의 지속가능한 삶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내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 내 자녀들도 살 수 있을까?” 마을에서 만난 뵌 분들 중 이런 고민을 가진 분들이 많이 있었다. 자신이 태어나 자란 마을, 자신들의 일터이자 삶터인 마을, 그리고 자녀들이 성장한 마을. 하지만 자녀들이 고향 마을에서 살아가는 일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과거에는 마을 내에서 교육과 일상, 일과 삶을 통한 수익의 창출이 가능했다면 지금은 이 모든 것을 충족시킬 수 있는 마을은 찾아보기 어렵다. 더욱이 젊은 층의 경우 교육과 문화적 요소의 부재로 작은 마을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 되어버렸다. 이는 시골 마을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마을 공동체가 사라지고 있다. 공동체가 사라지는 마을에서 주민자치는 요원한 일이 된다. 이는 제주도뿐 아니라 대부분의 기초자치단체에서 경험하는 문제다.

그렇다면 공동자원을 어떻게 관리하고 운영할 때 공동체가 지속가능할 수 있으며, 주민들은 마을을 떠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을까? 근대화의 과정을 살펴보면 다양한 물질적 변화와 정책으로 인해 공동체와 공동자원의 관계는 멀어졌으며 주민들은 도시로 떠나고 마을은 공동체가 해체되는 경험을 하였다. 결국 마을 공동체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마을의 물적 토대가 필요하고, 이때 지역에 있는 공동자원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제주는 다른 지역에 비해 공동자원을 잘 유지해 왔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의 광풍 속에서 그 기능이 상실되었고 공동자원에 대한 인식도 약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다른 지역에 비해 여전히 공동자원이 많이 남아 있으며 시민들은 공동자원에 대한 경험과 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우리는 공동자원론에 입각한 논의를 통해 나와 공동체, 공동자원은 연결되어 있다는 오래된 진리와 마주할 수 있다.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우리의 선조들은 공동자원을 중심으로 삶을 영위해 왔다. 모두의 것을 공동체에게 돌리고 생활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은 공동자원을 둘러싸고 살아가는 공동체를 위한 일인 동시에 공동자원을 관리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공동자원은 단순히 마을 공동의 자산이 아니다. 이는 마을 공동체의 사람들을 엮어냈던 연결 고리였다. 다시 공동자원을 통해 끊어진 마을과 사람들을 연결할 수 있다면 지역에서의 삶도 되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공동자원을 활용한 주민배당은 마을 공동체가 공동자원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를 만들어 줄 것이며, 공동체 활성화를 통해 주민자치를 이루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기본소득 논의를 바탕으로 다양한 층위에서 기본소득이 실현될 수 있다면 지역에서의 삶은 이전과는 다른 양태를 보일 수 있다. 이때 주민자치의 토대가 되는 마을에서의 공동체 활동이 사회적 안전망의 역할까지 보장해 준다면 공동체와 공동자원의 유대는 더욱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공동자원 활용한 주민배당과 주민자치

제주의 마을에서 공동자원이 지속가능하기 위해 주민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그리고 지속가능해진 제주의 공동자원은 시민들의 삶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

공동자원이 공동자원인 이유는 어느 누구의 것이 아닌 제주에 뿌리내리고 사는 모든 사람들의 것이기 때문이며 어느 개인이나 단체가 제주의 공동자원을 생산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주의 공동자원은 지금 세대가 잘 사용하고 보존해 미래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한다. 제주도는 마을 공동목장, 바다밭, 용천수, 곶자왈, 오름, 하천, 밭담 등 상당히 다채로운 공동이용물과 공동자원이 남아있다. 그러나 여전히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 채 제주다운 모습을 잃어가고 있는 공동자원이 많이 있다.

공동자원을 활용한 주민배당의 핵심 논지는 단순한 사회적 안전망의 조성은 아니다. 지역의 공동자원 관리를 통한 공동체 활성화, 즉 마을 내 주민자치를 다시 세우는 데 있다. 주민자치의 강화를 통해 지역을 살 만한 곳으로 변화시키고 이를 통해 점차 소멸되어 가는 지역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결국 공동자원을 활용한 주민자치를 통해 균형발전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주도의 마을 공동자원을 활용한 주민자치와 주민배당의 사례는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그 형태가 무엇이든지 간에 공동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주민자치를 통해 공동자원을 지속가능하게 관리하고 운영할 수 있다면 공동체는 잃어버렸던 활기를 되찾고 끊어졌던 공동자원과의 연결 고리를 더욱 촘촘히 해 나갈 수 있다.

공동체는 공동자원과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어왔다. 마을 단위에서 주민의 권리와 의무를 자치규약에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마을 공동자원을 관리하고 운영해왔다. 그러나 유기적이었던 공동자원과 공동체의 관계가 해체되면서 많은 공동자원들은 그 가치를 상실하고 있다. 다시 마을의 공동체와 공동자원 간의 끊어졌던 관계를 복원하고 새로운 관계 모색을 준비할 때다.

이와 같은 노력을 통해 공동자원은 주민자치의 든든한 물적 토대가 될 수 있다. 주민자치가 활성화될 때 공동자원의 수익이 기반이 되어 공동체는 활성화될 수 있으며 주민배당도 가능해질 수 있다. 앞으로 통/리 단위에서 주민자치가 강화되어 마을의 공동자원도 효율적으로 관리되고, 기초자치단체나 광역자치단체와의 협치를 통한 새로운 공동자원 관리 모델을 개발하고, 공동자원 기금 조성을 통한 주민배당의 실현 등 다양한 논의의 장이 열리길 기대한다.

 

사진=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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