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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학과 주민자치교육, ‘어떻게?’에 앞서 ‘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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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학과 주민자치교육, ‘어떻게?’에 앞서 ‘왜?’를
  • 이관춘 연세대학교 객원교수
  • 승인 2023.07.24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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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춘의 마을·자치·교육

이걸요? 제가요? 왜요?

얼마 전 대학원 강의시간 토론 중에 대기업의 중견간부로 재직 중인 40대 학생으로부터 들은 신조어’ 3종 세트다. 요즘 직장에서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자)로 통칭되는 젊은 부하직원들의 특징이 ‘3라는 것이다. 그는 90년대 생 부하 직원에게 업무 지시를 하다가 이건 제 업무도 아닌 것 같은데 왜 제가 해야 하나요라고 맞받아치는 바람에 얼굴을 붉혔던 경험을 털어 놓았다. 자신이 신입이었을 때는 엄두도 못 냈던 말대꾸라며 영 못마땅하다는 눈치다. 상사로부터 업무지시를 받았을 때 군소리 없이 순응하던 기성세대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일종의 문화충격이라고 토로한다.

 

?’, 먼저 제기되어야 할 질문

인력의 핵심으로 떠오른 MZ세대의 이러한 ‘3반발은 새로운 기업문화 형성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모양이다. 일부 기업들은 새로운 사내 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3요의 의미를 젊은 세대의 특징과 연계시켜 이해하고 이에 적절히 대응하는 임원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3요의 의미는 말 그대로다. ‘이걸요?’는 지시 받은 업무의 정확한 목적과 내용을 묻는 것일 게다. 다른 많은 사람들 중에 왜 하필 제가요?’, 그리고 지시받은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이유를 묻는 왜요?’. 3종 세트는 업무 지시에 따라 의미가 다르겠지만 결국 3요를 관통하는 것은 왜 요?’란 물음이다. ‘(why)’ 내가 그 일을 해야 하는지? 그 일의 목적이 무엇인지, 목적이 납득이 돼야 업무 지시를 받아들이고 행동에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상사의 업무지시에 무조건 하는 문화에 익숙한 윗세대에게 젊은 직원들의 이 왜요?’는 참 당황스러울 것도 같다. 자신의 사회 초년생 시절과 비교해 보면 당돌하고 무례한 말대꾸로 비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찌 보면 이 왜요?’는 예나 지금이나 직장에서나 일상생활에서 묻게 되는 인간의 공통된 근원적인 물음이다. 과거 권위주의 기업문화 속에서도 상사의 부당한 지시에, 겉으로 표현하지 않았을 뿐 이 왜요를 외친 경우가 얼마나 많았을지 상상해 볼 수 있다. 단지 시대가 변해 그 근원적인 물음이 당돌하게드러난 것뿐이다.

자신에게 주어지는 업무의 목적이 무엇인지, 그 정당성 여부를 확인하려는 것은 당돌함이 아닌 당연함으로서, 가 납득이 갈 때 사람들은 행동을 할 동기를 갖게 되고, 자신의 행동에 따른 책임감도 기꺼이 떠맡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란 물음의 동기는 태어나면서부터 인간 모두에게 내재된 경향으로서 근원적인 것이다.

직장의 예를 들었지만 이 3요는 기업의 젊은 세대에게 한정된 물음만은 아니다. 사람들은 매일의 일상에서 수많은 선택과 결정을 하고 행동하는데 그 행동을 하게 만드는 것이 라는 물음에서 비롯된 동기이다. 이유와 목적이 이해될 때 사람들은 움직인다.

마찬가지로 주민자치학의 학문적 성격이 무엇이고, 주민자치교육 아니 보다 근본적으로 주민자치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물음에 납득이 갈 때 주민들은 움직이게 된다. 지역의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하는 힘, 주민자치교육에 참가하게 하며, 실질적인 주민자치를 위한 다양한 활동으로 주민들을 이끄는 힘은 바로 주민자치인가란 물음에 대한 답이 주민 각자에게 내면화될 때 솟아난다. 이 바로 심리학에서 말하는 동기이다. 20세기 들어 수많은 심리학자들이 묻고 또 물은 주제이기도 하다.

심리학적 용어인 동기(motivation)의 어원 역시 움직이게 하다란 뜻을 가진 라틴어 동사 모베레’(movere)에 있다. 동기의 개념정의는 다양하지만 어원이 의미하듯 동기는 개인의 행동에 활력(energy)과 방향(direction) 및 지속성(persistence)을 제공하는 내적 과정이라는 데는 일치한다.

심리학자인 스펜서(Spencer)는 동기를 한 개인이 어떤 행동을 유발하도록 지속적으로 생각하고 원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다시 말해 어떤 목적을 위한 개인의 욕망과 에너지가 결합된 것으로서 특정한 행위나 목표를 향한 행동을 추진하고 지향하며 선택하는 것이 바로 동기라는 것이다.

동기가 충분히 뒷받침 될 때 기업의 구성원들은 자신의 직무에 자발적으로 충실하게 되고, 일상에서의 사람들은 기꺼이 움직이고 행동하게 된다. 당연히 성취동기가 강한 직원은 업무의 효과성, 효율성이 높게 되고, 그런 구성원들의 동기가 기업이나 조직의 성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성취동기가 강한 직원들이 스스로 끊임없이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책임을 가지며, 더 잘할 수 있도록 피드백을 사용하는 기업이나 조직의 성과가 어떨지는 자명하다. 따라서 스펜서는 동기를 개인은 물론 조직의 가장 핵심적인 역량(competence)으로 규정한다.

 

내재적 동기, 주민을 움직이는 엔진

무엇이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지를 아는 것은 특히 기업을 포함한 조직경영에 있어서 중차대한 과제이다. 심리학에서도 동기 유발요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론을 제시하고 있다. 가장 공통적으로 동의하는 동기 요인이 사람의 욕구 혹은 욕망이다. 진화심리학자인 데이비드 버스(Buss)는 저서 욕망의 진화에서 무엇인가를 원하는 욕망은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엔진이라고 강조한다. 욕망은 궁극적인 창조의 힘으로서 그 욕망에 따라 우리 자신과 세상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20세기의 대표적인 심리학자 중 하나인 에이브러햄 매슬로(Maslow)욕구 5단계설을 통해 배고픔과 같은 생물학적 동기에서부터 안전 욕구, 소속과 애정에 대한 욕구, 존중과 인정의 욕구, 자아실현과 자기초월의 욕구가 동기를 유발시킨다고 말한다. 인간은 이러한 욕구(need)가 결핍될 경우 긴장상태가 초래되고 이를 해소시키려는 내적 움직임, 추동(drive)이 발생하며 추동을 감소시키기 위한 행동, 즉 동기가 유발된다.

주목해야 할 점은, 매슬로는 동기와 성격에서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평범한 욕구들의 한 가지 중요한 특성이 있음을 강조한다. 그것은 바로 그런 욕구들은 그 자체가 목적이기보다는 대부분 어떤 목적을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한 예로 돈에 대한 욕구는 새 자동차를 사기 위해서이며, 친구들이 다 갖고 있는 자동차가 없다는 이유로 열등감을 느끼기 싫어서, 자존감을 유지하고 남으로부터 인정과 사랑을 받고 싶어서 자동차를 사는 것이다. 따라서 주목할 것은 사람들의 욕구 자체보다는 내면에서 지향하는 욕구의 목표와 결과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목적 지향적인 개인의 욕구가 강력하게 분출되는 경우는 언제일까? 심리학자들은 공통적으로 동기가 내발적(intrinsic)일 때 가장 힘이 있다고 말한다. 같은 맥락에서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Pink)는 저서 드라이브진정한 동기에서 창의성이 요구되는 21세기에는 동기 3.0, 즉 내재적 동기가 필수적임을 강조하고 있다. 내재적 동기의 위력은 연세대 서은국 심리학과 교수가 소개한 다음의 사례(한국일보 2009330일자)에서도 잘 드러난다.

 

미국 남부 지방의 작은 마을에서 있었던 일이다. 마을에 새로 이사 온 유태인 상인이 시내 한 복판에 커다란 양복점을 열었다. 평소 유태인들을 좋아하지 않던 몇 명의 백인 주민들에게는 결코 반가운 소식이 아니었다. 그래서 동네 꼬마들을 선동하여 매일 이 가게 앞에 가서 돌을 던지며 유태인 물러가라!”라고 소리 지르도록 만들었다. 꼬마들의 '테러'에 몇 날을 시달린 유태인 주인은 기발한 대응책을 마련하였다.

유태인 주인은 어김없이 찾아와서 횡포를 부린 꼬마들을 모아 놓고 수고했다고 말하며 10센트 씩 아이들의 손에 쥐어주었다. 신바람이 난 아이들은 다음날 또 난동을 부렸는데 이번엔 5센트 씩 만을 받아가게 되었다. 뭔가 손해를 보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그 다음날 또 다시 가게에 찾아왔다.

하지만 이날 주인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사정이 좋지 않아 오늘부터는 1센트 씩 밖에 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자 그 중 가장 똘똘한 녀석이 우리가 고작 1센트 받기 위해 매일 여기까지 와서 목 아프게 소리를 지를 것 같아요!”라며 강하게 항의한다. 그 날 이후로 꼬마들은 유태인 상점을 더 이상 찾아오지 않았다.

 

하던 짓도 멍석을 깔아주면 안 한다는 속담처럼 아이들은 ‘10센트라는 놀이의 멍석’[보상]을 깔아주자 자기들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유태인을 놀리려는 동기가 점차 사그라진 것이다. 그때까지 아이들을 움직였던 것은 돈이란 보상[외재적 동기]이 아니라 유태인을 놀리는 행동 자체에서 얻는 즐거움과 재미, 만족[내재적 동기]이었다. 그런데 유태인 상인이 재미를 금전적 보상으로, 즉 아이들의 내재적 동기를 외재적 동기로 바꾸어놓자 아이들이 스스로유태인을 놀리려는 동기가 약화된 것이다. 오히려 놀리는 것을 귀찮은 일로 여기게 된 것이다.

이런 현상은 스키너의 보상을 통한 강화이론 같은 전통적인 동기이론을 뒤엎는 것이다. 내적 동기가 인센티브보다 강하다는 것은 굳이 심리학을 들먹이지 않아도 우리의 경험이 말해준다. 어렸을 때 공부하라는 말을 듣고 감동한 경우는 별로 없을 것이다. 우리는스스로할 때 힘이 안 들고 신바람이 난다. 이러한 인간의 공통적인 경험을 심리학적으로 확인해 주는 것이 에드워드 데시(Deci)와 리차드 라이언(Ryan)의 자기결정이론(SDT)이다.

자기결정(self-determination)이론은 우리 각자의 행동은 보상이나 강제 같은 외적 통제가 아니라 흥미와 가치 등과 같은 스스로의 내적 통제에 의해 동기가 부여되고 스스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결국 자율성이 핵심이 된다. 어떤 필요성 때문에 의지적으로 움직이는 외재적 동기도 중요하지만 더 강력한 엔진은 자율적이며 자기 결정적으로 활동에 참여하는 과정 그 자체에서 즐거움과 의미를 얻는 내재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라는 것이다.

 

주민자치의 불꽃, 의미와 연대감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우상의 황혼.12에서 내재적 동기의 중요성을 간명하게 표현한다. 삶의 이유(why)를 아는 사람은 삶의 어떤 어려움(how)도 견뎌 낼 수 있다.” 왜 살아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삶의 모든 방법인 어떻게?’를 견뎌낼 수 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실질적인 주민자치가 왜 필요한지 그 이유를 아는 사람은 주민자치를 위한 교육 학습이나 활동에 관련된 어떻게(how)’를 위한 행동에 나서게 된다. 그렇다면 주민들을 자율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그 는 무엇일까? 주민자치를 통해 얻게 될 사적인 이해관계와 같은 외재적 동기 역시 무시하지 못할 요인이다.

그러나 최근 행동경제학자인 듀크대학의 댄 애리얼리(Ariely) 교수는 저서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들(생각정거장)에서 그 답을 공개한다.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의 정체는 바로 의미연대감이다. 사람은 의미와 연대감을 느낄 수 있을 때 동기를 갖고 행동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삶을 견딜 수 없게 만드는 것은 의미와 목적의 부재. 그런데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지 못한 이유가 의미를 찾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라는 데 있다.

애리얼리 교수에 의하면, 주민들을 스스로 움직이게 만드는 힘의 정체는 주민자치의 의미, 주민 간 연대감에 있다. ‘의미는 내재적 동기를 불러일으키는 불꽃으로서 철저히 자기 결정적이다. 무엇에 의미를 부여할 것인가는 사람마다 다르다. 남들 보기에 시시해도 자기한테는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만큼 소중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주민자치의 의미를 발견하게 되면 주민은 힘들고 도전적인 활동에도 열과 성을 다해 기꺼이 나선다. “인간은 순간을 살면서도 언제나 그 순간 너머의 그 무엇을 생각한다는 철학자 네틀쉽의 말대로, 주민은 의식을 하든 안하든 단순히 목숨을 유지하거나 먹고사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는 일을 지향한다. 연대감은 자기결정이론에서 강조하는 관계성 욕구의 다른 표현이다. 자기결정이론에 의하면 연대감은 주민들의 기본심리욕구 중 하나로서 주민들은 타인과 따뜻하고 상호지지적인 관계를 맺기 원하는 유전적 욕구를 지니고 있다. 왜냐하면 연대감을 느낄 때 주민들은 개인의 성장과 행복, 안녕감을 얻기 때문이다.

주목할 점은, 애리얼리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의미와 연대감은 저절로 생기거나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찾고 만드는 교육이란 사실이다. 그렇다면 주민자치의 의미와 주민 간 연대감의 의미를 찾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바로 실질적 주민자치의 엔진이며 주민자치교육의 우선적인 과제라 할 수 있다.

주민자치의 의미, 연대감의 중요성은 철학과 심리학, 사회학, 행정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찾을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주민자치학이나 주민자치교육의 목적과 내용 및 교수법을 포함한 교육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다루어야 할 부분이 바로 의미연대감이라는 내재적 동기 유발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수자의 잘 구조화된 수업, 건설적 피드백, 적정 수준의 과제 제공 등이 필요하며 상호배려와 수용, 그리고 존중이 수반되는 수업환경 조성을 통해 학습자의 연대감 혹은 관계성 욕구의 의미와 중요성을 체감하는 교육이 당위적으로 요청된다.

정리하면, 심리학자들의 동기이론과 같은 맥락에서 교육학자들은 교육 프로그램을 수행하기 전에 먼저 제기해야 할 질문이 (Why)?’의 물음이라고 강조한다. 주민자치교육에서도 무엇을(what)’, ‘어떻게(how)’ 교육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앞서 제기되어야 할 것은 ?’ 그렇게 교육을 해야 하는가의 물음이다. 주민자치와 관련된 모든 교육적인 활동이나 이벤트에 앞서 그 활동 근저에 놓여 있는 철학과 관련된 ?’란 물음은 주민자치의 의미와 목적을 명확히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왜 주민자치인가란 물음에 대해 납득이 갈 때 비로소 주민들의 동기는 유발된다. 주민들의 동기는 행동경제학자인 애리얼리 교수가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의 정체로 제시한 그 의미연대감에서 찾아야 하며, 그에 대한 이해와 중요성을 체득할 때 주민자치학이나 실질적 주민자치를 위한 교육의 당위성은 확보될 수 있다. 그리고 주민자치에 대한 주민들의 동기화가 이뤄질 수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심리학자 데시가 강조한 대로 교수자가 학습자를 동기화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 스스로 동기화되도록 하는교수법과 교육이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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