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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주민자치‘대상’ 수상 “마을에 대한 작은 관심이 큰 선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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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주민자치‘대상’ 수상 “마을에 대한 작은 관심이 큰 선물로”
  • 김윤미 기자
  • 승인 2023.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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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터뷰] 천종수 서울 성북구 주민자치협의회장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더 이상 참신하지 않은 표현이지만 이 흔한 말이 기가 막히게 딱 들어맞는 순간이 있다. 천종수 서울 성북구 주민자치협의회장(보문동 주민자치회장)의 활약상을 보면 바로 그런 얘기가 나온다. 2023 대한민국 주민자치대상에서 마을강좌 부문 영예의 대상을 수상한 천종수 회장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아, 더 열심히 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을 저절로 들게 하는 사람이다.

이렇게 큰 상을 받을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저희 성북구에 큰 경사였지요. 영광스럽게도 저를 비롯해 총 3명이 수상을 하게 되어 담당 공무원까지 8명이 안동에 다녀왔습니다. 이후 구청과 구 협의회에서 따로 자리를 마련해 구청장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이 축하를 해주셨습니다.”

512일 안동에서 열린 대한민국 주민자치대상에서 천종수 회장은 보문여지도를 실천하는 마을해설사 양성과정’(보문동 주민자치회)으로 마을강좌 대상을 수상했다. 이 강좌의 실무를 맡아 추진한 보문동 주민자치회 교육문화분과 고애숙 위원은 읍면동 주민자치위원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헌혈의 날을 진행한 신정희 종암동 주민자치회장이 마을사업 최우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에 대해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주민자치를 통해 마을을 변화시키고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주민들이 스스로 움직이며 주민참여를 이끌어 낸 성북의 주민자치회가 전국에서도 인정받고 있다앞으로도 지속가능한 성북형 주민자치를 주민과 함께 실현해 나가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격려하기도 했다.

 

30년 넘게 거주한 동네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

주민자치대상을 수상한 마을강좌 보문여지도를 실천하는 마을해설사 양성과정의 출발은 살고 있는 마을에 대한 작은 관심과 호기심에서 시작됐다.

“32년 전에 보문동으로 이사를 왔어요. 근데 그렇게 오래 살았어도 보문동이 어떤 동네인지, 누가 살았는지 그 내력을 전혀 모르겠더라고요. 제가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라서인지 고향 마을에 대해서는 잘 알았거든요. 근데 지금은 동네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고 살고만 있으니 답답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마침 구 문화관광과에 근무하다 부임한 신임 동장과도 관심사가 잘 통했다. 동네 토박이 어르신을 찾아 대화를 나누고 여기저기 조사를 하다 보니 동네 내력이 찾아졌다.

그렇게 알게 된 동네 역사를 주민들과 공유해야겠다는 생각에 책자를 만들어 배포했어요.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서 제목을 따서 보문여지도라고 붙였지요. 보문동의 역사와 콘텐츠가 담긴 문화지도가 완성되었어요. 집집마다 한 부씩 나눠드렸습니다. 한 발 더 나아가 이걸 어른들만 볼 게 아니고 우리 아이들에게 알려주자는 취지로 어린이용 책자도 제작해 동네 초등학교에 전달했고요. 반응이 참 좋았고 보람도 컸습니다.”

여기까지도 이미 좋은 사업이었는데 아이디어는 더 나왔다. 먼저 동네 명소를 만드는 사업이 추진됐다. 3.1운동 당시 인감천(현 성북천)500여명이 모여 만세운동을 한 역사적 기록을 바탕으로 성북천 출입구에 3.1운동 벽화와 보문동 한옥 변화를 설치해 역사적 사실을 기억하고 애향심을 높이자는 취지였다. 화룡점정은 기왕에 애써서 만든 보문여지도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마을해설사 양성과정의 개설이었다.

이 과정에서는 철저한 사전조사(전문가강의)와 현장답사를 통해 보문동만의 탐방코스를 기획하여 마을자원을 새롭게 발굴했다. 이중 보문동힐링코스는 동 주민센터에서 출발해 성북천 3.1운동 벽화와 은행나무길을 따라 계절을 만끽하고 소설가 박완서 집터에 다다르는 코스다. 다음으로 역사문화탐방코스는 보문역에서 시작해 보문사길을 지나 보문사에서 문화체험을 하고 동망각에 도달하는 노선이다.

천종수 회장은 보문동은 조선시대는 말할 것도 없고 해방 후까지 모래밭이었다. 어쩌면 크게 내세울 것 없는 마을일 수도 있고, 뿌리에 대한 관심도 거의 없는 요즘 세태지만 동네 내력을 알고자했던 작은 관심이 결실로 맺어져 기쁘다. 양성과정 수료생들을 성북문화원 문화해설사과정에 연계했고 최종 이수자 중 구청 소속 문화해설사로 취업한 사례도 나와 의미가 컸다고 밝혔다.

 

주민자치위원은 완장아냐궂은일에 앞장서야

마을의 큰 어른. 물리적 나이만으로 되는 자리는 아니다. 해남 땅끝마을 출신으로 첫 사업에 실패한 후 상경, 고생 끝에 사업을 일구고 자수성가 하게 된 그는 명예구청장으로 마을 일과 주민들의 고충에 눈을 뜨게 됐다. 방위협회장을 7년 간 맡아 최장수 회장에 오르고 4년간 주민자치위원장으로도 활약했다. 동망제 제례보존위원장으로도 9년을 재직했다.

2020년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이 시작되면서 주민자치와의 인연은 다시 시작됐다. 당시 보문동에는 어수선한 일들이 많았고 주민들에 의해 그가 강력 추천되었던 것. “2년 만 하려고 했는데그의 바람과는 달리 자연스럽게 연임이 됐고 구 주민자치협의회장까지 맡게 됐다.

마을 일을 오래 하다보니까 어느새 제가 마을의 어른이 되어 있더라고요. 주민 화합이 특히 절실했는데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주민자치회를 부드럽게 이끌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협의회 회의도 매월 진행하고 있는데 20개 동 회장님들과 현안을 공유하고 고충도 서로 나누고 있습니다. 구청에 건의할 사항들도 정리하고요. 다른 구에서는 감축된 사업예산 때문에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구는 구청과 협조가 잘 되고 있습니다. 지금 각 동 주민총회가 한창인데 모든 동에 참석해 응원을 보내며 힘을 북돋아주려고 합니다.”

외모로는 도저히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천종수 회장은 팔순을 넘겼음에도 여전히 사업장에서도 또 주민자치현장에서도 활력이 넘친다. 회장 임기가 올해 말까지인만큼 유종의 미를 잘 거둬 후임자들에게 모범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엿보였다.

지난 3년 여간 적은 예산이지만 주민들의 숙원사업을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특히 보람이 있었습니다. 다만 대부분의 사업들이 예산의 문제로 작은 규모로 진행되다 보니까 주민들 눈에 잘 안 띄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아무래도 주민 숙원사업들은 큰 규모인 경우가 많은데 앞으로 이런 사업들도 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아울러 주민자치위원들이 정말 많이 애쓰시는데 일부이지만 완장만 차러 나온 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1회 마을청소를 하는데 매번 하시는 분만 하십니다. 그래서 일부러 제가 청소할 때 나오십시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궂은일에 관심을 가져주십사 하는 것이죠. 주민자치위원은 주민을 대변하는 소중한 자리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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