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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공적 지원-대안적 활용은 공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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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공적 지원-대안적 활용은 공존할 수 있을까
  • 윤여일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학술연구교수
  • 승인 2023.12.05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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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마을공동목장의 현실과 커먼즈론의 과제

마을공동목장, 제주의 커먼즈

특정지역에서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공동체는 산림, , 목초지, , , 바다 등의 자연 자원을 활용해 기본적 필요를 충족하고, 지역공동체는 이 자연자원을 지속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관리방식을 발전시켰다. 바로 커먼즈는 근대 이전부터 인민의 생계와 생존을 위해 지역공동체가 함께 활용하고 관리하던 자연자원들과 그 관리제도를 지칭하는 것이 기본적 용법이다.

제주도에서 지역공동체에 바탕을 둔 대표적인 커먼즈가 공동목장이다. 마을 공동체는 구성원에게 이익이 되도록 마을공동목장을 활용하고 이러한 활용방식이 유지되도록 구성원 간의 규약을 제정하고 명문화했다. 이 약속을 지키려는 노력이 구성원 간 신뢰를 바탕으로 한 유기적 관계망을 형성시켰기에 마을공동목장은 마을 공동체의 형성과 발전에서 자치와 사회경제적 토대를 이루었다.

제주도에서 그 유기적 관계망은 목축계로 형상화되었다. 마을 사람들은 화산회토, 해양성 기후, 잦은 기후변동 같은 환경적 조건 속에서 농업과 목축을 연계해 목축계를 조직했다. 순번을 정해 서로의 소를 함께 방목하고 돌보며 방목지를 통해 얻는 사료용 풀, 연료용 땔감을 호혜적으로 분배하는 규약도 만들었다. 이러한 목축계가 제주도 수눌음(제주도 지역의 사투리로 '품앗이'를 뜻한다-편집자주) 문화의 원형을 이룬다.

제주도 목장의 모습. 해당 칼럼의 특정내용과 관련 없음
제주도 목장의 모습. 해당 칼럼의 특정내용과 관련 없음

 

마을공동목장 해체의 이유와 추이

그러나 제주도 마을공동목장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1961지방자치에관한임시조치법제정으로 공동목장 등 마을회 소유의 공유재산이 시·군 소유로 이전되었다. 아울러 공동목장의 무상사용이 불가능해졌고 대규모 공동목장에 대한 임대능력이 부족한 마을주민들은 목장 사용에서 소외되고 임대능력이 큰 대자본가에게 목장 토지가 넘어갔다.

1988지방자치법이 전면 개정됨에 따라 지방자치에관한임시조치법이 폐지되었지만 1990년대에 더 큰 변화가 생겨났다. 제주도 중산간 초지대가 1차 산업뿐 아니라 3차 산업을 위한 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특히 1991제주도개발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제주도종합개발계획에 따라 3개 단지 20개 관광지구 계획이 수립되자 많은 마을공동목장이 대기업에게 팔려 골프장과 리조트로 바뀌었다.

제주도정은 지역특화산업으로서 관광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관광지 개발계획을 추진했는데 그 골자는 자본 축적을 위해 국외 관광객을 유치하는 골프장 개발사업 활성화였다. 이 과정에서 경관이 수려하고 초지 형성이 용이하며 토지 확보가 유리한 중산간 지대의 공동목장들이 다수 해체되었다. 그리하여 1940년대에 120곳을 상회했던 공동목장은 2020년 시점 51곳만이 남아 있다.

 

마을공동목장 보존과 활용을 위한 각급 기관의 방안들

그리하여 제주도 마을공동목장의 보존과 활용을 위해 다양한 공적 지원의 방책들이 제시되고 있다. 그 아이디어들을 담당 기관 내지 기구별로 망라하여 기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공적 매입과 목장활용 주체 육성 방안이 내포한 쟁점

그런데 위 내용을 보면 공적 지원의 방향은 초지 보호, 목축 활성화, 조합 경영지원에 그치지 않고 목장활용 주체 육성도 아우르고 있다. 여기서 커먼즈론에 입각한다면 주민 자치와 관련하여 공동체와 자연 커먼즈 소유의 관계, 그리고 커먼즈 활용을 위한 공동체의 재구성이라는 첨예한 논제가 부상한다.

첫째 공동목장 용지가 해당 지역 공동체의 소유가 아닌 경우가 있다. 2020년 시점에 제주도 내 51개 마을공동목장 중 전부 혹은 일부가 국공유지 소유인 경우는 20개 정도로 마을공동목장조합이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둘째 지역공동체가 소유한 공동목장이 방치되어 공적 매입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공동목장 활용 수익에 비해 유지비가 커서 매각을 고려하는 공동목장조합이 많다. 이 경우 공적 자금을 통해 공동목장 용지를 매입하여 관리하거나 공적 지원을 통해 새로운 공동목장 활용 주체를 육성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그런데 어느 경우든 지역 공동체가 해당 자연 커먼즈의 소유권을 확보하고 스스로 이용·관리하는 기존의 방식을 벗어나게 된다.

첫째 경우와 관련해서는 국공유지 임차료 인하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국공유지 임차료는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설정되는데 제주도는 최근 공시지가가 큰 폭으로 오르고 있어 목축 경영체의 임차료 부담이 매년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경우와 관련해서는 마을공동목장의 공적 매입을 위한 토지비축제도 활용 등의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토지비축제도 내지 토지은행은 미래의 용도를 위해 미리 저렴한 가격으로 미개발 토지를 대량 매입하여 국공유지 형태로 비축해 토지 수요의 증가에 대응하고 비축된 토지를 수요자에게 팔거나 대여하는 방식이다. 혹은 마을회 혹은 마을공동목장조합 소유이지만 방치되고 있는 공동목장 용지에 대해서는 공동체자산신탁제도의 도입을 고려할 수 있다. 이것은 부동산의 효율적 이용을 위해 소유주체와 운영주체를 분리해 공유지, 공유시설, 사유자산 등을 신탁공사에 신탁하면 신탁공사가 직접 관리·운영하거나 임대하여 수익을 창출하고 부동산 소유자에게 배분하는 방식이다.

 

커머너의 자기결정권을 지켜주는 공적 지원은 가능한가

이처럼 공동목장 보존과 활용을 위해 공적 지원이 필요해진 상황은 개릿 하딘의 가설에서도, 엘리노어 오스트롬의 전망에서도 벗어나 있다. 즉 과잉 이용이 아닌 과소 이용으로 인해 커먼즈의 해체 가능성이 높아져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개입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런데 공동목장에 대한 다양한 공적 지원방안은 공동목장의 주체와 소유, 규약과 운영에 걸쳐 기존 양상의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공적 지원을 위한 토지 소유 형태의 유연화·다변화는 공동목장 활용 주체의 유연화·다변화와 직결되며 이는 기존 커먼즈 형태로부터의 이탈을 의미한다. 토지비축제도를 통해 제주도가 보유한 국공유지를 새로운 목장운영 주체가 활용하거나 공동체자산신탁제도를 통해 기존의 공동목장을 새로운 목장 운영주체가 활용하는 경우 모두 직접적 소유에 근거한 커먼즈의 직접적 활용 형태로부터 벗어난다.

한편 기존 공동목장 용지가 해당 공동체에 의해 활용되지 않는다면 새로운 운영주체의 형성을 고려해야 한다. 초지 관리, 우마 방목, 목축문화 전승 등을 공적 지원의 목표로 삼는다면 공동목장 용지의 소유자와 사용자가 분리되어 있는 경우 소유자인 공동목장조합보다는 사용자인 목장 경영체에 대한 지원이 합리적일 수도 있다.

제주도의 공동목장은 이처럼 전통적 커먼즈 형태를 점차 벗어나 새로운 커먼즈 정치의 현장이 되어가고 있다. 공동목장 보존과 활용을 위한 공적 지원은 커머너의 자기결정권과 상충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는 제주도의 마을공동목장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쇠퇴하고 있는 커먼즈를 위한 공적 지원에서 커머너가 주도권을 갖고 공공부문은 보조 역할에 머무르는 보충성의 원칙을 어떻게 지킬 수 있는지는 향후 한국 커먼즈론에서 실질적이고도 첨예한 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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