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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지방자치와 주민자치, 그리고 제도-“자치입법권 확대, 마을자치 재도입, 주민투표법 개정은 시대적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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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지방자치와 주민자치, 그리고 제도-“자치입법권 확대, 마을자치 재도입, 주민투표법 개정은 시대적 요구”
  • 정기호 기자
  • 승인 2019.11.1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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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우 교수의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쟁점과 과제’ 중 주민자치 관련 과제 살펴보기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난 8월 27일 개최된 ‘2019년도 한국지방자치학회 하계학술대회’ 제4회의 2분과가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세션으로 열렸다. 이 세션에서 이기우 교수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쟁점과 과제’를 발표했다. 이기우 교수는 발표문에서 문재인 정부의 지방분권 추진현황에 대해 ‘기대 이하’라고 평하고 ▲지방자치법 개정의 기본방향 ▲개정안의 주요 내용과 평가 ▲개정안에 보완돼야 할 사항을 제시했다.

특히 이기우 교수는 제25조 어디에도 주민자치회의 자치권, 고유사무, 고유재원이 없다며, 이런 주민의 단체를 풀뿌리 자치라고 부르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읍·면·동 단위에서 선진국 수준의 마을자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하며 지방자치법 개정은 이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했다.

이에 기자는 이기우 교수의 발표 내용을 독자들에게 알릴 중요성이 있다고 봤다. 단지 독자에게 양해를 구할 것은, 이기우 교수가 발표한 내용 중 지면 한계상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 관련 내용은 게재하지 못했고, 주민자치 관련 내용만을 게재했음을 밝힌다. <기자 주>

문재인 정부가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약속하며 출범했을 때, 국민들은 광범위한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지방분권 추진현황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지방분권 개헌에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이 제안한 헌법 개정안도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과는 거리가 멀다. 입법권에 대한 대통령의 헌법주도 국가 발전과 주민주권의 실현을 표방했으나, 이를 구체화한 33개의 실천과제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가장 핵심적인 지방분권 과제인 자치입법권 보장이 거의 제시되지 못했고, 광역 위주의 지방분권에 치중하는 방향을 채택했다. 예컨대 광역위주의 자치경찰과 교육자치 유지 등이 이에 속한다.

이로 인해 주민 근접적인 주민의 자기결정과 자기책임성을 실현할 공간은 좁아지고, 주민은 자치의 주체라기보다 행정의 관리대상으로 취급되는 또 다른 중앙집권이 된다. 주민주권과 관련된 부분도 주민투표나 주민발안을 규정하는 주민투표법의 개정 방안은 매우미흡하며, 주민자치회에는 실질적인 자치가 보장되지 않아 읍·면 단위의 풀뿌리자치 내지 마을자치와는 거리가 멀다.

정부는 2019년 3월에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이하 ‘개정안’)을 제출했다. 정부의 지방자치법 개정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기 전에, 먼저 어떤 방향의 개정이 필요한 지에 대한 논의를 통해 개정안을 평가하고 과제를 찾는데 기준으로 삼고자 한다. 또 지방자치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항목별로 살펴보고 평가한다. 아울러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고 의미를 가지려면 반드시 보완돼야 할 몇 가지 과제를 제안하고자 한다.

■지방자치법 개정의 기본방향

지방의 자치입법권 확대
김영삼 정부 이후 개별적인 행정사무의 지방 이양은 꾸준히 진행돼 왔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가 처리하는 사무가 양적으로 부족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사무를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의 측면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은 매우 취약하다. 이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방자치가 무엇인지가 규명돼야 한다. 우리는 지방자치의 본질을 누가, 무엇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 지방자치는 누구의 자치인가를 분명히 해야 한다. 이는 지방자치의 주체에 관한 문제다. 지방자치의 주체는 주민이다. 헌법이 지방자치단체의 자치를 보장하지만,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사단으로서 주민으로 구성되는 단체다. 지방자치단체가 자치를 한다는 것은 결국 지방자치단체의 구성원인 주민의 자치다. 이 점에서 지방자치를 단체자치와 주민자치로 구분해서 설명하는 견해는 100년 전에 독일에서 주장되다가 폐기된 이론으로 시대에 맞지 않는다. 지방자치의 본질에도 부합되지 않고, 지방자치를 올바르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해만 불러일으키는 진부한 이론이다. 지방자치는 당연히 주민의 자치이다.

둘째, 지방자치가 무엇에 관한 자치인지가 문제된다. 지방자치의 대상에 관한 문제다. 이에 관해 우리는 두 가지 원칙을 헌법에서 도출할 수 있다.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지방자치단체의 사무가 된다는 점이다. 이를 가리켜 우리는 ‘전권한성의 원칙’이라고 한다. 법률에서 특별하게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을 배제하지 않는 한 지방자치단체의 사무가 된다. 다음으로 지방의 사무는 보충성의 원칙에 의해 정해진다. 모든 공공사무는 기초지방자치단체의 능력이 미치는 한 그의 사무가 된다. 광역지방자치단체는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처리할 능력이 없는 경우에만 개입해야 한다. 또 국가는 광역지방자치단체도 처리할 능력이 없는 경우에 비로소 개입할 수 있다는 원칙이다.

셋째, 지방사무를 어떻게 처리해야 자치가 되는지가 문제된다. 즉 지방사무의 처리방식에 관한 문제다. 이에 관해 우리는 헌법으로부터 자기책임성의 원칙을 도출한다. 자기책임성이란 주민과 지방자치단체가 외부간섭을 받지 않고, 자신의 위험부담 하에 자치사무를 자율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법률에 의해 자기책임성은 제한될 수 있지만, 지방의 자기책임을 제한하는 법률은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지방의 자기책임성을 제한하는 법률이 정당성을 갖지 못하는 헌법상 허용된 제한의 한계를 넘는 것으로 무효가 된다.

이런 자기책임성은 지방사무를 개별적이고 구체적으로 집행하는 것뿐만 아니라, 지방사무의 처리기준을 일반적이고 추상적으로 정하는 권한까지를 포함한다. 전자를 가리켜 ‘자치행정권’이라고 한다면 후자는 ‘자치입법권’이라고 할 수 있다. 자치입법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자치행정권은 사실상 자기책임성을 보장한다고 보기 어렵다. 왜냐하면 자치사무를 어떻게 수행할 것인지를 법령에서 일일이 정하고 있으면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에 의해서 지시된 것을 집행하는 하급기관의 역할밖에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치입법에 관한 상당한 자율성을 갖는 경우에만 주민으로 구성된 지방자치단체는 자기책임성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마을자치(풀뿌리 자치) 보장
헌법 제1조 제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해 국민주권을 보장하고 있다. 국민의 자결권을 규정한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이 직접 주권을 행사하는 것은 몇년에 한 번 시행하는 선거나 헌법 개정 등 국민투표밖에 없다. 국민의 직접적인 주권 행사는 일상적인 정치 과정이 아니라는 의미다.

즉 국민주권은 일상생활과는 거리가 먼 예외적인 것이 된다. 이는 헌법이 예정한 상시적인 국민주권과는 거리가 멀다. 상시적인 주권행사는 4년마다 선거에 의해서 선출된 지방정치인에게 맡겨져 있다. 즉 주권은 사실상 지방정치인에게 위임돼 있는 것이다. 그런데 주권의 특징은 누구에게도 양도하거나 위임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 차원에서 국민주권은 체감되기 어렵다.

현재의 시·도와 같은 광역지방자치단체뿐만 아니라, 시·군·자치구와 같은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도 국민주권은 일상적으로 체험하기 어렵다. 현재의 기초단위나 광역단위에서는 지방사무를 주민이 직접 결정하고 처리하기에는 규모가 지나치게 크기 때문이다. 이에 국민주권을 실제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직접 결정할 수 있는 보다 작은 생활 공간을 보장해야 한다. 이는 풀뿌리 자치인 마을자치의 문제다.

마을자치(풀뿌리 자치)는 정치인에 의해 매개되지 않는 주민의 직접 정치를 의미한다. 마을자치는 국민주권이 직접 실현되고 있는 자유의 공간이다. 이런 자치 공간에서 국민주권과 국민의 자유는 살아있는 현실이 된다. 이점에서 토크빌은 마을자치는 “인민주권의 원칙에서 나오는 아주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했다. 그는 마을자치가 자유에 대해서 갖는 관계를 초등학교와 학문의 관계로 비유했다. 또 미국 3대 대통령이었던 제퍼슨은 군(county)을 마을(ward)로 분할해야 한다고 하면서 마을자치를 마을공화국(ward republic)이라고 하면서 기초공화국(elementary Republic)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에는 풀뿌리 자치, 즉 마을자치가 없다. 5.16군사정변 이후 읍·면자치를 폐지했기 때문이다. 이에 국민주권을 직접 실현할 수 있는 생활 공간이 실종됐다. 시·군·구 자치, 시·도 자치는 국민주권을 직접 실현하기 위해서는 너무나도 큰 공간이다. 즉 현재의 지방자치는 또 다른 중앙집권에 불과하다. 주민이 더 이상 마을의 주인이 아니라, 행정청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소비자에 불과하다. 주권자로서의 주권의식, 공동체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책임지는 공동체 정신이 자랄 수 있는 토양을 상실해 버렸다. 국민주권이 직접 실현되는 생활 공간으로서 마을자치의 복원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됐다.

주민자결권의 보장
시·군·자치구나 시·도 단위에서 규모 때문에 불가피하게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한다고 하더라도, 주민 대표자들이 주민 의사를 대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보장되고, 일상적인 정치 과정에서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지방의회의 결정이 주민 의사로법률적으로는 의제되지만, 실제적으로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선거를 통해서 주민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지방의원에 대한 주민의 통제장치를 두고 있지만, 4년에 한 번 실시하는 것으로는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지방의원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재선이나 지위 상승이다. 지방의원 의사는 주민 의사와 일상적으로 합치되지 않는다. 이에 루소는 1762년에 영국의 대의민주주의를 비판해 “유권자는 선거일에만 자유롭다, 선거가 끝나면 다시 노예로 돌아간다”고 설파했다. 이에 적지 않은 국민들이 지방의회를 폐지하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런 대의기관에 대한 불신은 지방의회에만 한정되지 않고 국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에 한편으로는 대의기관인 지방의회의 존재가치를 인정하면서도 지방의회의 의사가 실제로 주민 의사에 일치하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즉 지방의회가 주민의 의사에 반하는 조례를 제정하거나, 기타 결정을 하는 경우에 그 결정을 폐기해 무효화시킴으로써 주민 의사에 일치하도록 하는 주민투표제도가 필요하다.

또 지방의회가 주민들의 요구를 무시해 필요한 조례안이나, 기타 필요한 안건을 결정하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에 주민들이 직접 안건을 발안해서 주민표결로 이를 결정하는 적극적인 주민발안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에서도 2004년에 주민투표법이 제정됐지만 주민투표도, 주민발안도 거의 실시되지 않고 있다. 제도설계가 잘못됐기 때문이다. 이에 주민투표, 주민발안에 대해 재설계를 해 대의제 하에서 주민주권이 실현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주민투표나 주민발안이 실질화되면, 지방의원들은 그 결정이 주민투표에 의해 폐기되지 않도록 주민 의사를 반영하려고 노력하게 되고, 또 주민발안에 의해 결정주도권을 상실되지 않도록 주민의사를 적극적으로 실현하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그만큼 주민 의사와 의회결정 사이의 불일치는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주민투표와 주민발안의 실질화는 지방의회의 신뢰를 높이는 데도 결정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본다.

■지방자치법 개정안 주요 내용과 평가
정부발의로 국회에 제출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은 전부개정안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내용이 빈곤하다. 국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다 보니 과부하에 걸려 문제 해결능력이 현저하게 약화돼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자치법의 지나친 규제로 인해 손발이 묶여 있어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국가 전체의 문제 해결능력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법상의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하고, 지방이 주도적으로 지방 문제를 해결하고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제안한 지방자치법 개정안은 이런 시대적 요구를 거의 충족하지 못하고 있어서 개정안은 큰 의미를 갖는다고 보기 어렵다.

조례청구권과 규칙 의견제출권 인정
개정안 내용 제18조와 제19조는 주민이 지방자치단체 입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규정하고 있다. 제18조는 주민의 조례(제정, 개정, 폐지)청구권(이하 ‘조례청구권’)에 대한 내용으로서 현행 지방자치법 제15조와 제15조의2에 규정된 내용 대부분 삭제하고 이를 별도의 법률로 규정하도록 변경했다. 개정안 제17조는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입법인 규칙(제정과 개정·폐지)의견 제출(이하 ‘규칙의견 제출’)을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에서 신설된 규칙의견 제출은 주민이 규칙에 관한 의견을 제출하면, 30일 이내에 의견을 제출한 주민에게 심토결과를 통보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평가 먼저 규칙에 대한 주민 의견 제출은 개정안에서 새로 규정된 내용이지만, 헌법 제26조와 이를 구체화한 청원법과 동일한 내용이어서 개정안은 큰 의미가 없다. 다만, 처리기간만 90 일에서 30일로 단축한 차이가 있을 뿐이다.
다음으로 조례청구권에 대해서는 현행의 지방자치법 제15조와 제15조의2에 상세히 규정된 것을 삭제하고, 별도의 법률로 정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발의한 법률이 ‘주민 조례발안에 관한 법률안’이다. 이 법률안에 의하면, 현행 지방자치법상의 조례 청구제도에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사항이 일부 보완됐다. 예컨대 주민조례 청구 요건을 일부 완화하고,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청구하고, 지방자치단체장이 지방의회에 부의하도록 한 것을, 주민이 직접 지방의회에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절차를 부분적으로 간소화했다. 또 청구된 조례를 1년 안에 지방의회가 의결하도록 하고, 임기만료에도 청구한 안건이 폐기되지 않도록 했다. 개정안은 이 점에서 부분적으로 긍정적인 면이 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중대한 문제점을 갖고 있다.

첫째, 여기 규정된 내용은 현행 지방자치법 제15조와 제16조를 개정하면 충분한 것을 구태여 별도의 법률로 제정하도록 함으로써, 법률의 파편화를 초래해, 법률의 체계성을 해하고, 수범자들에게 법률의 종합적인 이해와 접근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둘째, 법률안의 명칭이다. 근거법률인 개정안 제18조 제2항은 “조례의 제정·개정 또는 폐지 청구의 청구권자·청구대상·청구요건 및 절차 등에 관한 사항은 따로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안된 법률안의 명칭은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법률안’으로 돼 있어 근거규정과 그에 근거해서 제정된 법률 간의 제목이 달라서 일반인이나 실무자는 물론, 법률전문가도 양자의 관계를 파악하기 어렵다. 이 점에서 법률의 체계성과 접근성을 현저하게 훼손하고 있다.

셋째, 가장 큰 문제는 지방자치법과는 별도로 제안된 법률안의 제목을 조례발안에 관한 법률이라고 규정해 마치 주민이 조례를 발안하고, 직접 주민이 표결해, 주민이 직접 조례를 제정할 수 있는 주민발안제와 혼동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용은 주민의 지방의회에 대한 조례청구인데, 제목은 발안이라고 해서 주민발안과 혼동을 초래하고 있다. 현행 주민투표법에 의하면, 주민의 조례발안도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주민투표법에서는 사실상 주민발안을 ‘주민투표’라고 표현하고, 조례발안에 관한 법률에서는 주민발안이 아닌 것을 ‘발안’이라는 개념을 사용해서 혼란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주민발안의 내용을 왜곡시키고 있다.

이 점에서 주민조례청구권은 개정안 제18조에 구체적인 내용을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별도의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그에 따른 법률안에서 왜곡된 명칭을 사용해 법률 개념의 혼란을 초래하므로 바람직하지 않다. 규칙의견 제출에 관한 개정안 제17조는 이미 청원법에 유사한 규정이 있으므로 중복적이고 불필요한 조항이다.

2018년 7월 19일 정부서울청사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주민자치 활성화를 위한법제도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이기우 교수는 읍·면 단위에서는 주민의 자기결정과 자기책임을 바탕으로 하는 제대로 된 풀뿌리 지방자치가 도입돼야 한다고제의한 바 있다.
2018년 7월 19일 정부서울청사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주민자치 활성화를 위한 법제도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이기우 교수는 읍·면 단위에서는 주민의 자기결정과 자기책임을 바탕으로 하는 제대로 된 풀뿌리 지방자치가 도입돼야 한다고 제의한 바 있다.

주민자치회 법제화
개정안 내용 종전의 주민자치위원회를 대치하기 위해 6년간 시범실시를 해왔던 주민자치회를 법제화하기 위해 지방자치법 개정안 제25조를 신설하고 있다. 주민은 읍·면·동별로 주민자치 회를 구성해 운영할 수 있고(제1항), 주민자치회의 기능을 ① 주민의 화합 및 공동체 형성 ② 읍·면·동 행정기능 중 주민생활과 밀접한 사무에 대한 읍·면·동장과의 협의 ③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위탁하는 사무 처리 ④ 지역 발전과 주민의 복리 증진 ⑤ 그밖에 관계 법령 또는 조례·규칙으로 정하는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제2항).

주민자치회에는 조례가 정하는 바에 따라 대표자 1명을 포함한 위원을 둔다(제3항). 위원은 주민자치회 회원 중 지역 내 주민의 대표성을 고려해 주민자치회가 선정하며, 명예직으로 한다(제4항). 주민자치회 재정 확보책임과 지방자치단체의 행·재정 지원(제6항), 주민자치회의 정치 활동 금지(제5항), 주민자치회끼리 주민자치협의회 구성(제7항) 등을 규정하고, 기타 필요한 사항은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범위 안에서 주민자치회의 규약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제8항).

평가 우선 개정안의 규정 내용이 매우 모호하고 명확하지 않아 법률전문가로서도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가독성이 매우 낮은 문장이다. 개정안의 내용을 이해 가능한 언어로 바꿔본다. 가장 난해한 문장은 제1항 “주민은 ……주민자치회를 구성해 운영할 수 있다”다. 여기서 주민이 누구고, 주민자치회가 누구로 구성되는지가 문제다. 우선 앞의 주민은 전체로서 주민이라고 해석해야 문장의 해독이 가능해진다. 다음으로 주민자치회는 누구로 구성되는지가 문제된다.'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하나는 주민자치회를 주민전체의 한 기관으로서 주민의 일부로 구성되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고, 또 하나는 주민 전체를 구성원으로 하는 단체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동안 시범실시를 해온 주민자치회는 전자지만, 문맥상의 해석으로는 후자에 가깝다.

하지만 제4항과 연계해서 종합적으로 보면 해석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개정안 제4항 “위원은 주민자치회 회원 중에서 지역 내 주민의 대표성을 고려해 주민자치회가 선정하며……” 부분이다. 주민자치회 회원 중에서 위원을 선임한다면, 주민자치회는 위원으로 구성되는 것은 아니라, 주민 전체로 구성되는 단체로 봐야 한다.

이렇게 보면 개정안의 다음과 같은 요지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읍·면·동마다 주민 전체를 구성원으로 하는 주민자치회를 구성할 수 있다. 주민자치회는 주민 전체로 구성되는 단체로서, 즉 지역사단(地域社團)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제2항의 주민자치회 기능은 지역사단으로서 주민자치회 사무로 볼 수 있다. 지역사단으로서 주민자치회에는 주민자치회가 선정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회의체(이하 위원회라 함)를 구성하고, 그 위원회에는 조례가 정하는 방법에 따라 대표자 1인을 둔다고 해석할 수 있다. 지역사단으로서 주민 자치회가 작동가능하기 위해서는 주민 전체로 구성되는 기관으로서 회의체가 있어야 하지만, 개정안에서는 이에 관한 규정이 결여돼 있다.

개정안 제25조는 주민자치회가 그 위원회 위원을 선임하는 절차가 결여돼 있다. 제8항에 의해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범위 안에서 주민자치회 규약으로 정하면 되겠지만, 주민자치회 규약을 누가 어떻게 정하는지에 대한 규정이 없어 실현하기가 어렵다. 또 주민자치회 기능 중 ‘읍·면·동의 행정기능 중 주민생활과 밀접한 사무에 대해 읍·면·동장과의 협의’(제2항 제5호)하도록 하는 규정으로 미뤄보면, 시장·군수·구청장의 하급기관인 읍·면·동의 행정기능은 원칙적으로 주민자치회의 기능은 아니고,그 중에서 주민생활과 밀접한 사무에 대해서만 주민자치회의 협의기능이 수행된다는 것인데, 읍·면·동장과 주민자치회의 관계는 명확하지 않다.

더구나 제25조 어디에도 주민자치회의 자치권을 인정하고 있는 내용이 없다. 또 주민자치회 위원회가 결정한 것을 어떻게 이행하는지에 대한 언급도 전혀 없다. 따라서 주민자치회의 법적 위상이 무엇인지도 분명하지 않다. 주민자치회 기능도 궁극적으로 본다면 소속 지방자치단체인 시·군·구의 사무가 된다. 즉 주민자치회는 고유한 사무도 갖지 않는다. 고유한 사무도 없고, 고유한 재원도 없고, 자치권도 없는 주민의 단체를 풀뿌리 자치라고 부르는 것은 무리가 있다. 불명확한 부분이 너무 많아 조례와 규약으로 커버할 수 없는 부분이 적지 않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는 경우에 실현 과정에서 적지 않은 혼란이 초래될 것으로 본다. 개정안의 내용은 매우 불명확하고 내용도 부실하며, 목적과 수단 간의 관계도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에 개정안 제25조는 폐기돼야 하며, 새로운 내용으로 개정안을 제출해야 한다. 이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므로 다시 논의하기로 한다.

■개정안에 보완돼야 할 사항
앞에서 개정안을 항목별로 내용을 살펴보고 평가해 본 결과, 개정안은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 명칭과는 부합하지 않게 의미가 큰 개정 내용은 거의 없고, 내용적으로도 문제가 많다. 지방분권을 위해서 반드시 개정해야 할 사항은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고, 별로 의미가 없거나 바람직한 방향의 개혁과는 거리가 먼 내용이 적지 않다. 개정안이 시대가 요구하는 지방분권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다음 과제는 포함돼야 한다. 다음에 제시하는 과제가 지방자치법에 포함되지 않으면 개정법률안으로서 큰 의미가 없다.

마을자치 재도입
한국의 지방자치 역사에서 치명적인 실수는 ‘읍·면자치를 폐지하고 군자치로 전환’한 것에 있다. 읍·면자치를 폐지함으로써 풀뿌리 자치는 실종됐다. 주민생활이 주민의 결정에 좌우되는 자치 체험과 자치 책임을 학습하지 못하고 있다. 시·군·구자치 하에서 주민은 실명(實名)으로 구체적인 생활정치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익명과 통계숫자로 존재하고, 정치 내지 권력정치의 추상적인 객체가 돼 버린다. 주민은 거대 규모의 시·군·구 자치제 하에서 수동적이고 무책임한 관리대상으로 전락한다.

국민주권을 국가 차원이나 시·도나 시·군·자치구 단위에서 직접 실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주민들이 자신의 문제를 직접 결정하고 책임지는 국민주권의 실현은 좁은 공간인 마을 단위에서 비로소 가능하다. 누구나 다 공감하는 것처럼 군자치를 풀뿌리 자치라고 볼 수는 없다. 주민들과 거리가 너무 멀고, 생활 공동체로서 주민의 개관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마을자치의 실종은 민주주의의 위기와 때를 같이 한다. 5.16 군사정변으로 지방자치가 중단되고 잠정적으로 읍·면자치를 폐지하고 군자치를 도입한 것에서 비롯된다. 지방자치를 부활하는 과정에서 읍·면·동 마을자치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일단 지방자치를 실시하는 것이 시급해 기존의 군자치를 기초자치로 승계했다. 풀뿌리 자치 부활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자 정부는 1999년부터 주민자치센터와 주민자치위원회를 설치해 무마하려고 시도했으나 심각한 한계를 드러냈다.

이명박 정부는 2010년에 ‘지방행정 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에서 종전의 주민자치위원회를 주민자치회로 개편하도록 규정했다. 2013년부터 현재까지 시범실시를 하고 있다. 주민의 자치의식과 책임감이 크게 증대되지도 않았고, 지역 발전과 주민생활 향상에 크게 기여하지도 못하고 있다. 이점에서 지난 20년간의 주민자치위원회와 주민자치회의 실험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행정안전부는 지방자치법 개정안에 주민자치회를 포함시켜 법제화를 시도하고 있다.

개정안에서 제안된 주민자치회는 지방자치의 요소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지역사단으로서 주민이 결여돼 있고, 고유사무와 고유세원을 갖지 못해 자기결정과 자기책임성이 없어 명칭과는 달리 자치가 없다. 일부 주민의 참여 제도로서 의미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방자치로서 주민자치와는 거리가 멀다. 풀뿌리 지방자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선진국처럼 읍·면·동 단위에서 마을자치를 도입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지방자치법에 제2조에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로 읍·면·동을 추가하는 입법 조치가 필요하다. 특히 읍·면·동 마을자치의 기구로 지방의회를 반드시 둬야 하는 것은 아니며, 주민 수가 2만명 이하인 경우에 주민총회로 지방의회를 갈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민의 직접적인 자기결정을 실현하기 위해서 바람직하다.

지방자치단체장에게 권력이 집중돼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집행기관의 구성도 읍장, 면장, 동장의 독임제로 운영하는 것보다는 5~9인으로 구성되는 합의제 집행기관을 읍·면·동의 헌장으로 채택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또 읍·면·동세로 재산세를 공유세원으로 해서 읍·면·동이 일정세율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주민세를 읍·면·동의 독립세원으로 전환하는 등 풀뿌리 지방자치단체로서 읍·면·동의 재정 확보 방안을 생각해봐야 한다.

5.16에 의해서 파괴된 마을자치를 부활해서 모든 국민이 그 능력에 따라 공동체 문제의 해결에 직접 참여하기 위한 자유 공간으로서 기초공화국을 마을자치를 통해 실현해야 한다. 그것이 국가 전체의 민주주의를 공고히 하고, 국민행복을 증진시키는데 얼마나 큰 기여를 하고 있는지 실증적인 결과를 스위스나 미국, 북유럽 등에서 우리는 보고 있다. 이들 선진국에서 할 수 있다면 우리도 할 수 있다. 선진국에서 다 하고 있는 마을자치를 버리고 우리만 왜곡되고 변질된 자치 아닌 자치를 법제화해서 강행하려는 것은 우리 국민의 자치능력과 정치능력을 무시하는 오만한 발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선진국에서 보편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마을자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지방자치법 개정은 이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2018년 5월 25일 개최된 지방이양일괄법 추진 범부처회의. 이번 회의는 문재인정부의 자치분권 추진방향과 지방이양일괄법 제정의 필요성을 중앙부처와 공유해, 신속한 범부처 협업을 통해 연내에 ‘지방이양일괄법’ 제정을 위해 마련됐었다.
2018년 5월 25일 개최된 지방이양일괄법 추진 범부처회의. 이번 회의는 문재인정부의 자치분권 추진방향과 지방이양일괄법 제정의 필요성을 중앙부처와 공유해, 신속한 범부처 협업을 통해 연내에 ‘지방이양일괄법’ 제정을 위해 마련됐었다.

주민투표법의 전면개정
지방의회와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바닥이다. 국회에 대한 신뢰는 모든 공공기관 중에서 꼴찌다. 국회를 조금이라도 신뢰한다는 국민은 15%에 불과하다. 국민의 85%는 국회를 조금이라도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이 된다. 지방의회 신뢰도는 조사된 것이 없지만, 지방의회를 폐지하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국회보다 높지는 않을 것이다.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기다.지방의회나 국회가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골라서 하기 때문이다.

주민대표기관을 주민이 통제하는 장치가 주민투표제고 주민발안제다. 주민투표는 지방의회가 잘못 의결한 조례나 결정을 주민이 주민표결로 폐기시키는 제도다. 일종의 비상브레이크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주민발안은 지방의회가 주민이 요구하는 조례나 결정을 하지 않는 경우에 주민들이 직접 안건을 발안해 주민표결로 결정하는 것을 의미 한다. 주민에 의한 비상가동장치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제도를 도입한 스위스나 미국에서는 의회가 활동을 함에 있어서 주민의사가 최우선 기준이 된다. 의회의 결정이 주민투표에 의해 폐기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하고, 주민발안에 의해 의회가 주도권을 상실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주민들 의사를 의회 결정에 반영하게 된다. 이런 제도 덕분에 스위스에서는 의회에 대한 신뢰도가 66%에 이른다.

우리나라에도 주민투표법이 2004년부터 실시됐다. 지난 15년간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에서 겨우 8건 실시됐다. 그나마 주민이 지방 문제에 제기한 것은 3건에 불과하다. 어렵게 도입된 제도가 왜 이렇게 작동하지 않을까? 제도설계가 잘못됐기 때문이다. 주민투표법에는 주민투표가 없다. 주민표결을 주민투표로 오해하고 있다. 그래서 서울시 무상급식이나 경남진주의료원 폐지가 조례에 의해 결정됐지만, 조례를 폐기하는 주민투표 대신에 무상급식 실시나 단계적 실시를 제안하는 편법적 주민발안이,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요구 하는 주민발안이 주민투표의 이름으로 제기됐다.

조례에 대한 주민투표가 제기돼 반대표가 많으면 소급해 폐기되고, 주민이 원하지 않았던 결정은 없었던 것으로 돼 원상회복이 된다. 이에 대해 지방의회 결정에 대해 주민발안이 제기돼 가결되더라도 주민투표와는 달리, 지방의회의 결정은 새로운 주민 결정이 효력을 발생할 때까지 유효한 것이 되고 정당화된다. 원상회복이 되지 않는다. 주민 통제에 공백이 생기게 되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현행 주민투표법의 주민투표는 주민투표가 아니다. 주민투표의 이름으로 주민발안만을 규정하고 있다. 주민투표와 주민발안의 차이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주민투표법을 제정한 것이다. 브레이크와 엑셀레이터를 혼동한 것이다. 주민투표법을 전면적으로 개정해 이런 오류를 바로잡도록 해야 한다. 주민투표법의 근거법인 지방자치법 제14조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주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결정사항 등에 대해 주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하면서 주민투표의 대상·발의자·발의요건, 그밖에 투표절차 등에 관한 사항은 따로 법률로 정한다고 해 주민투표가 무엇인지를 규정하지 않고 있다. 지방자치법 제14조를 개정해 주민투표와 주민발안에 대한 규정을 해야 한다. 현행 지방자치법의 주민투표는 주민표결(Volksabstimmung)을 의미하고 있을 뿐이다. 주민표결의 원인에 주민투표와 주민표결로 구분해 규정하도록 지방자치법 제14조를 개정하고, 그에 맞춰 주민투표법을 주민투표와 주민발안에 관한 법률로 개칭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규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행안부의 주민투표법 개정안은 이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는 손도 되지 않고 오히려 개악시키고 있다. 특히, 주민투표 개표를 위한 최소투표율 1/3을 폐지한 대신에 가결요건으로 유권자 전체의 1/4찬성을 요구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주민투표의 경우 투표율이 1/3인 경우 투표자의 75% 이상이 찬성해야만 가결된다. 투표율이 25%가 되지 않으면 투표자 100퍼센트가 찬성해도 안건은 부결되는 결과가 된다. 주민발안의 경우는 반대 결과가 생긴다. 어느 경우에나 불합리하다. 직접민주주의의 메카인 스위스에서는 주민표결의 결정요건을 투표자의 과반수로 규정하고 있다. 표결에 참여하지 않는 소극적 주민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한 주민의 의사를 존중한 것이다. 적극적 참여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는 스위스의 입법례가 훨씬 설득력이 있다.

주민투표법은 지방세를 비롯한 공과금이나 예산, 행정기구나 공공시설 등 가장 중요한 지방 문제에 대해서는 주민투표나 주민발안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해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 주민에 의한 통제를 위해서는 이런 대상의 제한도 폐지해야 한다. 아예 주민투표법의 표제를 ‘주민발안과 주민투표에 관한 법률’로 개칭하고, 주민발안과 주민투표를 구분해 각각 규정하고 대상제한도 철폐하고, 절차요건도 간소화해야 한다. 그래야 주민투표와 주민발안이 활성화되고, 지방의회는 모든 활동에 주민의사를 의정 활동에 충실하게 반영시키려고 노력하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지방의회에 대한 신뢰도 높아질 것이다.

적극행정 문화 확산 및 정착을 위해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이 펼친 다양한 추진 노력과 성과들을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정부는 2019년 10월 10일세종청사 6동 대강당에서 관계기관 합동으로 ‘중앙·지방 적극행정 추진전략 및성과 공유대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적극행정 문화 확산 및 정착을 위해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이 펼친 다양한 추진 노력과 성과들을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정부는 2019년 10월 10일세종청사 6동 대강당에서 관계기관 합동으로 ‘중앙·지방 적극행정 추진전략 및성과 공유대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취임 100일을 맞이해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정당공천제는 실질적인 지방분권과 자치를 위해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방분권전국회의를 비롯한 시민사회와 학계에서 20여 년 전부터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 폐지를 주장해 왔다. 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도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정당공천 폐지를 공약했고, 자유한국당 박근혜 후보도 공약했던 내용이다. 그동안 시종일관 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주장해 왔던 지방분권전국회의는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주무장관으로서 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천명한 것을 높이 평가하고 환영과 지지를 보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70%정도가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동안 국회에서는 선거법을 개정하지 않고 있다. 정당공천이 지방정치를 주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지역구 국회의원을 위한 것으로 왜곡시키고 있다는 것을 전 국민은 잘 알고 있다. 정당공천에 목줄이 달린 지방정치인들은 주민에게 충성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의 공천권자인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충성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방정치는 중앙정치에 예속되고, 주민의 복리보다는 지역구 국회의원의 정치적 이익이 지방정치를 좌우해 왔다. 국회의원들도 정당공천제를 통해서 전국적인 국가 문제는 뒷전으로 하고, 지엽적인 지방 문제에 몰두함으로써 국회의 본래 기능도 충실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정당공천 제도는 지방자치를 망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앙정치도 망치고 있다. 지방정치를 살리고, 중앙정치도 살리기 위해서는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 제도는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

행안부 장관의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는 많이 늦었지만 반드시 실현돼야 할 지방분권의 핵심과제다. 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는 지금 행정안전부가 추진하는 어떤 지방분권정책보다도 중요한 지방분권 과제다.

■맺는말
문재인 정부는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핵심적인 국정과제로 내세웠다. 광범위한 국민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것은 문재인 정부가 주장했기 때문이 아니라, 시대가 지방분권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모든 일을 중앙정부가 결정하려다보니 어느 한 가지 결정도 제대로 된 것이 없게 돼 국가의 문제 해결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국민 고통이 해결되지 못하고,국민이 불행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은 물론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추진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런데 2018년 3월 이후 더 이상 이런 발언은 찾기 어렵다. 만약 이런 변화가 지방분권을 포기하거나, 지방분권에 대한 의지의 약화를 의미한다면, 문재인 정부는 시대적 요구를 외면하는 것이 된다. 시대정신을 잘못 읽고 있다는 것이 된다.

주민 권리 제한과 의무 부과 조항 개정해야
2018년 10월 30일 경주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243개 지방자치단체 하나하나의 성장판이 열려야 대한민국 전체가 성장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올해 1월 10일 기자회견에서 “지역의 성장판이 열려야 국가경제의 활력이 돌아온다”고 했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미래학자인 토플러는 지식정보 사회에서 국가가 지방을 이끌어 가던 시대는 끝났다고 했다. 대신 지방이 혁신의 실험실이 돼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주민과 지방정부가 지역 발전을 위해 무슨 일이든 결정하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헌법과 지방자치법은 지역 주민과 지방정부가 일을 할 수 없도록 지방의 손발을 묶어 놓고 있다. 지방자치법은 제22조 단서에서 “주민의 권리 제한이나 의무 부과를 위해서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방정부에게는 국가의 위탁조례만 즉, 하청조례만 허용한다는 의미다. 지방정부는 국가가 시키는 조례만 제정하고, 자발적인 조례는 금지하고 있다. 이는 결국 일을 하지 못하도록 헌법과 법률이 지방의 손발을 묶는 족쇄가 되고 있다.

지역성장판을 열어 지역을 발전시키고, 국가 발전을 위해서는 지방의 손발에 채워놓은 족쇄를 풀어서 마음껏 일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 헌법을 개정해서 지방입법권을 보장해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그 이전이라도 지방자치법이라도 개정해서 제22조 단서를 삭제하고, 주민의 권리 제한이나 의무 부과, 벌칙을 조례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조례유보).

읍·면 자치단체 재도입 및 동 자치단체 확산
마을자치도 반드시 선진국수준으로 실현돼야 한다. 변질되고 왜곡된 마을자치가 아니라, 제대로 된 풀뿌리 자치단체로서 마을자치를 보장해야 한다. 마을자치를 통해서 주민들이 지역 공동체 문제를 결정하는데 직접 참여함으로써 자치를 체험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지는 성숙한 시민으로 성숙될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풀뿌리 자치가 없는 지방자치는 기초가 허약한 건물과 같이 취약하다. 국가에서 민주주의도 풀뿌리 자치의 경험이 없으면 지켜내기 어렵다.

이 점에서 이제라도 왜곡된 ‘주민자치’ 대신에 선진국에서의 검증된 마을자치를 제대로 도입해서 발전시켜야 한다. 전통적인 읍·면 자치단체를 재도입하고, 동 자치단체로 확산해야 한다. 이런 내용이 빠진 지방자치법 개정안은 지방분권에 대한 시대적 요구를 담지 못하고 있다. 이를 전부개정안이라고 하는 것은 실질에 부합하지도 않는다. 지금이라도 여기서 검토한 개정안의 미비점을 보완해 새로 제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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