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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할 수 있는 주민자치회를 기획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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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할 수 있는 주민자치회를 기획하자"
  • 전상직 한국자치학회 회장·본지 발행인
  • 승인 2016.05.0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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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직 한국자치학회 회장·본지 발행인.
전상직 한국자치학회 회장·본지 발행인.

현재 한국에는 주민자치가 없다. 이름만 주민자치센터고, 주민자치위원회지 실제로는 모든것이 ‘관치’다. 주민자치센터도 시·군·구 장이 운영자고, 주민자치위원회는 읍·면·동장의 보조기구로서 주민들에 의한 자치는 전혀 없다는데 모두가 동의한다. 시범실시 주민자치회는 주민자치에서 아주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시범실시 주민자치회도 연구과정과 결정화과정, 그리고 시범실시과정 매 단계마다 실책을 저지르면서 주민자치센터보다 더 주민자치로부터 멀어져 버렸다.

시범실시 주민자치회는 연구단계에서 ‘한국에서의 주민자치의 성공적인 실시와 결과를 가능케 하는 기획’을 해야 했다. 그러나 연구용역을 수행한 한국지방자치학회는 행정학자들로 연구진을 구성해 연구할 때, 현재의 읍·면·동 제도를 전제로 주민자치회를 설계했다. 이는 한국지방자치학회가 범한 가장 큰 오류다. 하향명령을 수행하는 데는 읍이든, 동이든, 면이든,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주민들이 상향식으로 구성하는 주민자치회에는 읍과 면과 동은 아주 큰 차이가 있다.

그것을 놓쳐 버렸다는 것이다. 주민자치의 주체와 객체를 전도시켜 버린 것이다. 주민자치는 주민이 하는 것이지 읍·면·동민이 하는 것은 아니다. 주민자치에서 행정자치부가 자주 저지르는 오류를 연구자인 행정학자들까지도 똑같이 오류를 치명적으로 저지른 것이다.


실패한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한국지방자치학회 연구보고서는 주민들이 주민자치회를 조직해 낼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유효한 해결방안을 제안하지 못했다. 관료조직이 아닌 주민의 자치조직은 명령으로 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이 방안을 확실하게 놓쳐버린 것이다. 어쩌면 그 방안을 수립할 수 있는 능력이 한국지방자치학회에는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 더 옳을수도 있다.

한국지방자치학회의 보고서를 접수한 지방자치 발전위원회는 보고서에서 부족한 것은 많이 보완하고, 틀린 것은 많이 수정해야 했으나 그렇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지방자치발전위원회가 행정자치부에 제안한 주민자치회도 주민의 자치회가 아니라 정부의 자치회를 탈피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지방자치발전위원회도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는 주민자치회를 기획할 능력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행정자치부가 시범실시를 하면서 다시 또 참담한 실패를 했다. 먼저 시범실시를 협력형 모델 하나로 국한해 실시하여 시범이라는 말을 무색케 했으며, 다음 시범실시를 위한 표준조례는 목불인견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빈약하고, 초라하고, 이어서 주민자치회 사업을 시민운동가의 자문을 받아서 주민자치가 아닌 시민운동의 하나로 설계했다. 그래서 주민자치와는 거리가 있는 행정사무 하청기구를 만들자는 의도 조차도 성공하지 못했다.

큰 잘못은 주민자치위원회를 그대로 주민자치회로 전환한 것이다. 임무가 전혀 없었고, 사회적으로 무능해 실패한 주민자치위원회에 다시 또 실질적인 주민자치라야 하는 주민자치회를 맡긴 것이다. 더 큰 잘못은 주민자치회임에도 불구하고 위원회와 동일한 조직으로 운영한 것이다. 위원회는 심의나 자문을 하는 조직이지만, 자치회는 실무를 수행하는 조직이어서 판이하게 다르다. 그런데도 양자를 같다고 판단하는 것은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것과 같다.

또 큰 잘못은 주민자치사무를 특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국지방자치학회가 놓치고, 지방자치발전위원회도 놓치고, 행정자치부까지 놓쳐버렸다. 실컷 울다가 누구 죽었느냐고 묻듯이 주민자치를 한다고 난리를 치면서 주민자치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은 없었다. 주민자치위원이 우왕좌왕 하고, 행정자치부도 우왕좌왕했다. 함량미달의 기획이 초래한 결과였다.


모든 주민자치 당사자들이 모여 기획을 하자

한국의 주민자치가 이러하다. 행정학자들을 믿어서는 안된다. 행정은 알지만 자치를 잘 모르며, 자치를 알아도 주민은 모른다. 주민을 모르는 주민자치 기획이 어떠했는가를 이미 확인하지 않았는가. 관료들을 믿어도 안된다. 자치에 대해서도 모르고, 주민에 대해서도 모른다. 학자들의 보고서를 토대로 주민자치를 파악한다. 그러나 보고서에 나타난 것을 순발력으로 파악해 성공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할 수 있을까? 학자와 관료간의 폐쇄적인 관계에서 학자에게 의존함으로써 관료들이 빠지는 함정을 우리는 충분히 경험하지 않았는가. 주민을 믿어도 안된다. 주민은 행정도, 자치도, 주민도, 모두 모른다.

한국의 주민자치는 사면초가에 빠져있는 상태다. 학자들이 나서서 구출할 수도 없고, 관료들이 나서서 해결할 수도 없으며, 의원들이 나서서 문제를 풀어갈리 만무하다. 또 주민들이 알아서 성공적으로 주민자치를 할 수도 없다.

모든 주민자치 당사자들이 모여서 한국의 현실을 감안해 지역사회에 근거를 두고 성공할 수 있는 주민자치를 기획하는 것이 필요하다. 주민자치 기획은 각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수평적인 협업으로는 부족하고, 지역사회 전체를 바라보는 수직적인 상승이 필요하다. 말하자면, 수평적으로 모든 당사자와 모든 분야가 협력해 수직적으로 상승을 이뤄야 한다. 그런 기획을 해보자.

주민자치가 한국사회를, 한국의 경제를, 한국의 정치를, 한국의 문화를, 내실화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계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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