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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논단] 로크의 관점에서 본 주민자치제도의 형성방안 - "주민자치회 제대로 구성하려면 자연권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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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논단] 로크의 관점에서 본 주민자치제도의 형성방안 - "주민자치회 제대로 구성하려면 자연권 인정해야 한다"
  • 김찬동 충남대학교 자치행정학과 교수
  • 승인 2016.05.0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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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린생활 거버닝(governing)의 가장 본질적인 것은 주민총회
김찬동 충남대학교 자치행정학과 교수.
김찬동 충남대학교 자치행정학과 교수.

로크(1632~1704)는 근대정치사상가다. 근대는 민족국가가 등장하는 시기로 중세적 질서에서 근대적 질서로의 재편시기다. 위계적 신분제도나 종교적 세계관에서 벗어나 상업이 활성화되고, 도시가 발흥하던 시기다. 르네상스와 인문주의가 주도하면서 인간중심의 사고방식이 확산됐고, 정치공동체는 인간의 의지와 구성에 의해서 형성되는 인위적 산물이며, 정치적 권위와 주권은 탈신(脫神)화해 정치적 투쟁의 산물로 인식하게 됐다. 종교개혁에 의해 이번에는 종교를 탈정치(脫政治)화 했다. 그래서 남겨진 것은 ‘세속가치에 국한된 정치’로 남게 됐던 것이다. 그래서 국가는 공적영역을 담당하고, 시민사회가 사적영역을 담당하는 구분이 생겼다.

정치가 신(神)과 종교로부터 벗어나게 됨으로써 도구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되자, 17세기의 지적혁명과 19세기의 시민혁명과 산업혁명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근대민족국가의 형성기에 마키아벨리는 군주론(The Prince)을 통해서 불확실성을 적극적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과 역량, 신중한 판단력이 정치행위자에게 요구된다고 하면서, 정치가는 혼돈속에서 질서를 창조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실적 관점에서는 법과 군사력이 훌륭한 통치의 기도라고 하면서 대내외적인 질서와 안정이 지고의 가치라고 했다.

홉스(1588~1679)는 레바이어던(Leviathan)에서 정치질서의 과학적 탐구를 추구했다. 자연이 원자에서 시작하듯이 사회는 개인에서부터 출발한다고 했다. 그리고 자연상태의 인간은 자기보전과 행복극대화를 위한 이기적 동기로 인해 권력을 추구하게 된다는 것이다. 권력을 추구하기 위해 언어와 이성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원래 이성(logos, reason)은 절대자를 인식하는 능력이 궁극적인 목적이 아니라 욕망과 열정, 그리고 지배를 보조하는 수단적 능력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평등한 사람들이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이 일어나게 되고, 죽음의 공포와 소외, 단명에서 벗어나려는 열정에서 자연권을 포기하는 결정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권을 제3자에게 양도하게 되며, 이로 인해 비로소 질서를 유지하게 되고, 평화를 찾게 된다는 것이다. 주권자는 효율적인 통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절대군주의 형태를 취하게 된다는 것이 홉스식의 논리였다. 강력한 주권자를 창출하게 되고, 강제력을 행사하는 권력의 소재를 창출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때 개인은 정치에서 해방돼 사적관심인 경제활동과 세속적 행복을 극대화 하는데 전념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이리하여 개인은 탈정치화가 가능하게 되고, 시장(market)이나 경제활동의 비중이 높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로크의 인간관

이에 대해, 로크는 인간관에서 홉스보다 인간의 자유와 평등, 사회성을 가진 존재로서 봤다. 개인은 자연권을 갖고 있고, 이것의 핵심은 소유권이라는 것이다. 이런 생명과 재산, 자유를 보장받기 위해 정치사회를 구성하는 것이고, 신탁의 방법으로 정부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가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저항하거나 재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부를 조직할 때 권력의 자의적 사용을 막기 위해 입법권과 집행권의 분리를 주장했고, 입법부의 우위를 주장했다. 이것은 입법부가 사회구성원의 의사를 대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민사회는 정부권력에 대해 저항할 수 있고, 정부에 대한 신임을 철회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치문제는 정치권력 담당자와 시민들이 얼마나 자질이나 역량을 향상시키는 것과 관련되고, 세속가치를 추구하는 경제활동의 자유를 효율적으로 보장하는 방법의 문제라는 것이다.


로크의 인간기본권과 자기보존

로크에 대한 정치철학의 견해는 홉스와 루소의 사이에 위치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홉스와 로크, 그리고 루소는 자연상태(a state of nature)의 개념에서부터 성찰을 시작하고 있다. 로크는 교육이나 재정, 민주주의와 자유주의 등에 대한 매우 폭넓은 주제에 대해서 논하고 있기 때문에 자치학의 이론에 대한 강력한 논거를 제시해주고 있고, 자치행정학의 이론적 건국자라고 할 정도다.

로크의 논의에서 정부의 역할은 개인의 권리를 수호하는데 있다고 하면서 논리를 전개하는데, 자치의 관점에서 보면, 지역공간에서 근린생활에 필요한 공공서비스를 공급하고 관리하는 집행권한을 갖게 하기 위해 주민총회의 필요성이 있고, 주민총회에서 형성되는 근린생활정부의 역할이 있는 것이다. 자치는 바로 주민들이 참여하는 주민총회의 존재와 이로부터 권한이 위탁돼 형성되는 근린생활정부 혹은 근린생활거버넌스(또는 근린생활거버닝(neighborhood governing))의 존재가 그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로크는 자연상태의 개인들은 소유와 행복에 있어서 평등한 권리를 가진다고 한다. 개인들이 평등한 권리를 갖기 때문에 자연상태에서는 서로 원하는 것을 위한 싸움이 벌어질 수 있는 전쟁상태가 될 수 있다.

여기서 홉스는 인간이 야만적이기 때문에 가장 강력한 무력을 갖는 전제군주가 필요하다는 것인데, 로크는 인간이 책임감있고, 도덕적으로 행동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인간관을 갖고 있기에 구성원들의 행복을 실효적으로 추구할 수 있는 정부(govenment)의 형성을 설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로크는 인간이 자신의 욕망을 추구할 수 있는 기본권을 갖고 있고, 여기서 소유권이 인간의 자기보존(self-preservation)을 위한 조건이라고 한다. 정부의 역할이 필요한 것은 바로 개인의 소유권을 실효적으로 주장하고 보호하기 위해 창조됐다고 본다.

주민자치도 주민을 어떤 존재로 보는가에 따라서 좋은 근린생활자치를 할 수 있는 근린생활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가로 이어진다. 주민을 이기적이고 근린생활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역량이 없다고 한다면, 결국 근린자치공간은 만인과 만인에 의한 투쟁상태가 될 것이고, 따라서 강력한 ‘행정권력’이 근린생활 구역을 ‘독점’하게 된다

그러나 주민이 시민성을 갖고 합리적으로 근린생활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이성과 합리성을 갖고 있는 존재며, 근린생활정부의 자의적인 권력행사를 막기 위해 주민총회를 구성하고 집행위원회(운영위원회)를 견제하도록 한다고 하면, ‘자치’가 가능하게 된다.


주민자치의 필요성

여기서 근린생활자치(혹은 주민자치)가 왜 필요한가를 생각해 보자. 개인들이 일정한 지역공간에 함께 모여서 살게 되면, 근린생활에 필요한 공공서비스와 공공재가 필요하게 된다. 이것은 도로, 교통, 공원, 상하수도, 경찰, 교육, 소방, 도시계획, 청소, 보건의료, 상가 등 근린생활을 위해 필요한 공공서비스가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공급돼지도록 하기 위해 근린생활거버닝(neighborhood governing)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근린생활거비닝은 근린생활거번먼트와 근린생활거버넌스의 합성어다. 즉, 근린생활을 위한 정부영역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근린생활을 위한 시장(market)영역도 필요하고, 근린생활을 위한 사회(society)영역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영역에서는 정부관료제나 준정부기관, 혹은 공기업이 근린생활공공서비스의 생산자가 될 수 있지만, 시장영역에서도 사기업, 공기업, 사회적기업 등이 근린생활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다. 사회영역에서는 가정, 마을공동체, 사회적 협동조합, 소비자 협동조합, 비영리단체, 시민단체, 지역단체 등이 근린생활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다.


미국 뉴잉글랜드 청교도 중심의 타운미팅

로크는 정부가 규제력을 가진다고 한다. 그리고 정부가 가진 규제력을 통해 공동체의 평화가 달성될 수 있다고 한다. 개인의 자유는 정부를 통해 달성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정부가 개인의 생명, 자유, 재산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피치자의 동의에 의해 기초되는 것이고, 정부의 권력이 전제화되는것을 막기 위해 입법부와 집행부라고 하는 이권분립을 주장했다. 그중에서도 우위에 있는 권력은 입법부라고 했다. 입법부는 법을 만드는 조직이다.

바로 여기서 지방자치의 재도입을 1991년에 한국에서 추진하면서 지방의회를 먼저 구성했던 것은 바로, 지방자치의 본질적 기관은 의회(council)이기 때문이다. 의회는 대의제를 통해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제도적 장치다. 의회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투표와 선거제도가 필요하다. 의회는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를 입법하는 곳이고, 예산을 심의·의결하는 권위를 가진 곳이다. 그런 법의 제정과 집행을 위한 권력을 가진 정부를 형성했던 것이다. 주민들이 스스로 투표권행사를 통해 자신을 다스릴 수 있는 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것이 주권재민의 의미다.

한편, 근린생활구역에서는 이렇게 대의제를 통하지 않고,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주민총회다. 혹은 토크빌이 말한 타운미팅(town meeting)방식이다. 미국의 뉴잉글랜드에서 청교도들을 중심으로 주민들이 공무에 직접 참여하고, 세금결정에서도 자유로운 선거가 허용됐고, 재판에서도 배심원제가 도입될 정도로 개인의 자유를 중시했다. 코네티컷에서는 시민전체로서 선거인단을 구성할 정도로 평등이 실현되고 있었다(토크빌, 2009).

타운에서는 시민들이 행정관료를 스스로 임명하고, 공무를 스스로 보기도 하고, 세금도 스스로 부과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대한 생계보장이나 도로정비도 직접 했고, 주민들의 출생이나 결혼, 사망도 기록했다. 공안유지를 위한 관리나 도로감찰관도 임명했다. 공교육을 중시했고, 타운마다 학교를 건립했으며, 주민들에 대한 교육의무를 부과했다. 상급학교는 보다 넓은지역에 설립했다. 이들 청교도들에게는 법이 매우 엄격했다. 강간, 간통, 게으름, 음주 등은 엄하게 처벌했다. 거짓말이나 벌금도 매로 다스릴 정도였다. 이처럼 뉴잉글랜드타운에서의 법의 제정과 운영은 자치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주민총회와 아파트입대의

근린생활거버닝에서 가장 본질적인 것은 주민들이 참여하는 주민총회다. 여기서 주민들이 내야할 세금을 결정하고, 주민들의 공동체를 규율하는 정관이나 법규를 만든다. 그리고 여기서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필요하다면 사무국을 둔다. 사무국에는 유급 혹은 무급의 자원봉사자가 사무를 담당할 수 있다. 사무국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담의 사무국장(혹은 근린생활거버닝 매니저)을 두고, 운영위원회가 임명한 운영위원장의 감독을 받도록 할 수 있다. 이런 근린생활거버닝을 한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공간이 바로 아파트단지다. 여기서는 주민들이 근린생활정부를 형성하는 로크적 방법에 의해 자치가 이뤄지고 있다. 즉, 주민들이 공용공간의 관리를 위해 아파트단지의 근린생활정부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리고 아파트단지 주민들의 생활을 규율할 법이 필요했다. 바로 아파트의 정관을 만들고, 이를 집행할 근린생활정부로서의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와 아파트 관리소를 둔 것이다.

그리고 주민들이 직접 자치관리하기도 하고(이 경우는 입주자대표회의의 선거는 불필요하고, 주민총회에서 주요한 결정을 한다), 관리를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에 위탁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일정한 세대 이상의 아파트단지의 주민들은 자신의 대표를 선출해 입주자대표회의를 구성한 것이다. 즉, 대의제적 근린생활정부를 구성한 것이다. 그래서 장기수선충당금을 적립하기도 하고, 아파트관리비를 징수하기도 한다. 실질적인 주민주도형의 자치를 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는 로크식의 시민정부론의 철학이 들어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주민자치위원회나 주민자치회 시범실시의 협력형에는 근린생활정부를 주민들이 스스로 구성할 수 있는 자연권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로크의 관점에서 현재의 한국에서 주민자치가 왜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가를 보면, 근린생활정부 형성에 대한 ‘철학’의 빈곤에서 유래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주민자치를 제대로 설계하기 위해서는 로크의 정치이론을 다시 음미해보고, 근린생활공간에서 어떻게 정부(government)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기본으로 돌아가서 생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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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서울대학교. 2013. 정치학의 이해. 박영사

토크빌. (2009). 윤지근 역. 다시보는 미국의 민주주의. 신원문화사.

Thomas D. Lynch/Peter L. Cruise, 2006. Handbook of
Organization Theory and Management : The Philosophical
Approach, Second Edi.(Boca Raton, FL. CRC Press, 2006). i - xx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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