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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칼럼] 주민자치기구의 공유자산 확보와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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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칼럼] 주민자치기구의 공유자산 확보와 관리
  • 전대욱 한국지역진흥재단 마을공동체발전센터장
  • 승인 2016.04.03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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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공동체 자산과 소유권에 대한 단상 두 번째
전대욱 한국지역진흥재단 마을공동체발전센터장.
전대욱 한국지역진흥재단 마을공동체발전센터장.

지난 호에서 말했듯이 지역공동체 공유재산에 대한 인식은 일찍이 선조들의 마을자치 규약인 ‘향약(鄕約)’에서 다뤄졌으며, 최근 주목할 만한 제도적 사례는 영국의 일련의 입법화 과정에서 보이는 공유재산에 대한 인식이라고 볼 수 있다. 2004년 영국의 회사법(Company Act)에서는 ‘공동체이익회사(Community Interest Company)’라는 마을기업을 새로운 형태의 회사로 인정하면서 마을기업이 소유하는 공동재산에 대한 명확한 선을 그었다. 공동체이익회사(CICs)는 우리나라 사회적기업과 마을기업의 모델이 된 공동체기업이다.

영국은 회사법을 개정하면서 이 공동체이익회사를 일반회사와 차별화시키기 위해 ‘자산동결(asset locking)’로 불리는 특화된 조항을 삽입했다. 공동체이익회사가 소유한 자산은, 함부로 특정인에게 처분할 수 없고 회사구성원들의 총회(주주총회)를 거쳐서 공동체이익에 부합하는 경우에만 처분이 가능하도록 규정했다. 즉, 지역공동체의 총유적 성격으로서 사유화를 방지하고 공동체의 이익에 부합되도록 사용하는 재산에 기반한 회사를 공동체이익회사라고 정의한 것이다. 마을기업은 이처럼 공유자산에 기반하며, 이 공유자산은 구성원 특정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마을공동체의 편익을 위한 것임을 명시한 것이다.

이와 별도로, 영국에서는 2011년 ‘지역주권법(Localism Act)’을 제정하면서 사유 및 공공재산들을 공동체 소유의 총유재산으로 전환시킬 수 있도록 마을공동체에게 새로운 권한을 부여하는 제도가 마련됐다. 영국은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공공부문의 민영화를 가속시켰고, 공공재산의 민간매각 역시 같은 맥락에서 추진됐다. 다만, 민간소유로 전환함에 있어서 특정인의 사적재산으로 매각하는 것 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즉 지역공동체의 공동소유를 통해 공공성을 최대한 훼손시키지 않으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이런 노력들이 쌓이면서 2011년 마침내 지역공동체가 공공재산을 인수하거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조치가 시행됐다.

지역공동체 자산소유 관련 5가지 권한

지역주권법의 지역공동체 자산소유 관련 새로운 권리의 주요내용은 크게 5가지의 권한으로 제시된다. 첫 번째는 ‘(사유 혹은 공공소유의) 매각자산에 대한 지역공동체 우선입찰권(Community Right to Bid)’이다. 마을상점·펍, 커뮤니티센터, 보육시설, 공동체정원(allotment), 도서관·영화관 등 주민생활에 밀접한 자산을 매각할 때, 이를 보존할 공평한 기회를 주민들에게 부여하는 권리를 의미한다. 지자체는 공동체적 가치를 지닌 모든 자산들에 대한 목록을 작성·보관하며, 이 목록에 등재된 자산의 소유자가 이를 처분하고자 할 때 지자체에 신고하고, 지자체는 관련된 이해당사자 그룹(주민 등)에게 이를 통보한다. 이 과정에서 주민공동체가 해당 자산을 구매하고자 할 때, 지방의회의 승인을 받으면 자산의 처분을 중지시키고, 6개월간의 준비기간(펀딩 등)을 통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권리다.

두 번째는 ‘공공서비스 공급·운영에 대한 지역공동체 우선참여권(Community Right to Challenge)’이다. 이는 우리의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에서 위탁업무와 동일한 내용이므로 자세한 설명을 생략한다.

세 번째는 ‘지역공동체의 근린계획권(Neibourhood Planning)’이다. 지역에 대한 다양한 개발사업이 지역공동체에게 적합한 개발인지를 확인해줄 수 있는 장치로 기능한다. 새로운 주택·상점·사무공간 등의 신축 시 지역공동체가 그 입지의 선택과 설계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공동체가 원하는 새로운 시설물에 대한 계획을 허가해 줄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영국에서는 주민자치기구(Parish & town councils)가 지자체 등 지역계획 수립당국의 지원을 받아 근린생활권 계획수립을 추진한 후 주민투표를 통해 승인을 받게 됨으로써 효력을 지니게 된다.

네 번째는 ‘지역공동체 자산개발권(Community Right to Build)’이다. 공동체가 원하는 주택, 상점, 사업체 및 시설 등을 주민주도의 개발법인(corporate body)을 설립해 소규모 개발사업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권리다. 주민투표를 통해 50% 이상의 주민들이 찬성하는 경우, 지역계획 등에 저촉되지 않는다면 해당시설의 건립을 위해 일반적인 허가과정을 따르지 않고 자유롭게 개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다섯 번째는 ‘유휴 공공부지에 대한 지역공동체의 사용신청권(Community Right to Reclaim Land)’이다. 공공기관들이 소유한 법에서 규정된 유휴 혹은 저활용 부지들을 공동체가 활용하고자 하는 경우, 정부에 신청하고 승인을 득해 사용할 수 있게 한 권리를 의미한다.

그 외에도 많은 제도적인 실례를 들 수 있겠지만, 지역공동체 공유재산의 측면에서 상당히 혁신적이며, 동시에 고도의 자치역량을 전제로 하고 있는 제도라는 공통점은 존재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칭)공동체발전 기본법’ 등을 통해 이런 혁신적인 권한들을 부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그리고 위의 곳곳에 언급된 것처럼 이를 위해서는 자치기구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주민자치 활성화와 마을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되고 있는 가운데,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공동의 재산’이라는 테마 만큼,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를 높일 수 있는 소재를 또 들라고 하면 쉽지 않을 정도로 이는 좋은 아이템이고 기회임에 틀림없다. 주민자치(위원)회는 점차 이런 공유자산의 확보와 적절한 관리를 위한 역량확보와 준비를 다져나가는 시대적인 요구에 직면해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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