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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는 지금] '소통 마을’ 스페인 훈(Jun) 시, 직접참여민주주의의 씨앗을 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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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는 지금] '소통 마을’ 스페인 훈(Jun) 시, 직접참여민주주의의 씨앗을 뿌리다
  • 김상욱 기자
  • 승인 2016.04.13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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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시장 간 소통으로 시정을 빠르게 제대로 펼치다
훈 시의 시장은 트위터를 이용한 주민들과 ‘거의 완벽한 소통’으로 행정을 투명하게, 그리고 빠른 문제해결을 해내고 있는 호세 안토니오 로드리게즈 살라스(José Antonio Rodríguez Salas) 시장이다.
훈 시의 시장은 트위터를 이용한 주민들과 ‘거의 완벽한 소통’으로 행정을 투명하게, 그리고 빠른 문제해결을 해내고 있는 호세 안토니오 로드리게즈 살라스(José Antonio Rodríguez Salas) 시장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 아무리 좋은 생각과 사람들이 수두룩해도 주민들을 위한 실제적인 시책이나 정책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선거를 통한 지방자치 수장들은 대부분 정치인이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대통령은 정치가를 두고 ‘말의 예술가’들이라고 그럴듯하게 평가했다. 즉 “정치인들은 2분이면 다 할 수 있는 말을 2시간으로 늘려 말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이벤트성 구호나 정책만으로는 주민들과 진정한 소통을 이룰 수 없다. 정치인들의 말솜씨만 갖고는 절대로 주민들의 마음을 살 수 없다. 내 마음을 팔아야 남의 마음을 살 수 있다. 지도자가 자신을 숨기면 숨길수록 주민들의 마음도 꼭꼭 숨기 마련이다. 결과적으로 행정지도자와 주민들 사이의 간극은 더욱 벌어진다. 이런 간격을 메우기 위한 수단이 바로 소통이다.

오늘날 소통방식은 약간의 활용기술만 알면 쉽다. 이른바 소셜미디어(SNS)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이 그 대표적인 소통도구다. 비용도 많이 들지 않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특히, 복잡성을 피하고 단순 명쾌한 소통방식을 채용해 세계 유례가 없을 정도의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곳이 스페인의 훈 시(City of Jun)다. 세계 여러 언론들은 훈 시를 두고 ‘트워터 마을(Twitter Town)’이라면서 민주주의의 실험장소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좋은 결과와 함께 비판적인 시각도 함께 나열되고 있다.

훈 시(Jun 市)

스페인 국가통계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말 기준 훈 시의 인구는 3661명으로 나타나 있다. 훈 시는 스페인 안달루시아 자치지역 그라나다 지방 북쪽 중앙에 위치한 아주 작은 마을에 불과하다. 지중해성 기후를 보이는 훈 시는 자연경관, 풍부한 문화유산과 전통이 어우러져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면적이 작아 자랑할 것이 전혀 없는 것처럼 보이는 훈 시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 아니 사람이 자연경관보다 아름답다’고 표현해야 할 정도로 ‘소통의 마을’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미국의 허핑턴포스트나 영국 일간지 ‘더 가디언’ 신문도 훈 시를 다루면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소통이 잘 되는 마을, 트위터 마을, 트위터 행정’ 등의 용어를 써가며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런 소통 행정의 성공적 데뷔는 미래 지방정부의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나?”라며 그 가능성을 점치면서 큰 관심을 보여주기도 했다.

훈 시와 시장, 그리고 시민

훈 시의 시장은 트위터를 이용한 주민들과 ‘거의 완벽한 소통’으로 행정을 투명하게, 그리고 빠른 문제해결을 해내고 있는 호세 안토니오 로드리게즈 살라스(José Antonio Rodríguez Salas) 시장이다. 그는 SNS를 이용해 시정을 운영하고 있다. 소문이 나자 미국의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뎁 로이(Deb Roy)교수 연구팀이 훈 시 연구결과를 블로그에 올리면서 더욱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로드리게스 시장은 지난 2011년부터 시정에 트위터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오늘날의 소통도구를 제대로 이용할 줄도 모르는 사람들까지 트위터 소통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교육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로드리게스 시장은 마을 주민들에게 트위터 가입을 권유하고, 마을회관에서 실제로 주민들 계정을 확인하게 하면서 시청직원들이 제대로 소통을 하는지 확인하는 밑작업까지 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일례로 환경미화원인 나이 60대의 엘레나 알마그로(Elena Almagro) 할머니는 글을 읽고 쓸 줄 도 모르지만, 교육센터에서 일정 교육을 받아 지금은 트위터 만큼은 이용할 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자신이 이런 트위터를 사용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이런 트위터 활용 교육센터는 외로운 노인 줄이기 역할까지 덤으로 하고 있으며, 노인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이 할머니는 9살짜리 손자와 함께 트위터를 통해 달나라도 보았다며 자랑했다. 손자한테 배우면서 아이와 어른 사이의 작지만 큰 의미를 지닌 소통(대화)의 기회까지 마련하게 된 셈이다. 할머니는 또 손자들이 시청에 시정해달라는 일도 있다고 하면서 새로운 삶을 사는 듯한 행복을 느낀다고도 했다. 와이파이Wifi)를 설치, 인터넷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어 더욱 돈이 안 들어 좋다고도 했다.

트위터로 하는 일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일들을 시정에 반영해달라는 요구사항들이 있다. ‘가로등이 고장났다’ ‘아이가 다쳤다’ ‘어디가 아픈데 어느 의사한테 진료를 받아야 하나’ ‘놀이터의 놀이기구가 고장났다’ ‘옆집에서 하루 종일 노래 소리가 나니 그치게 해 달라’ 등 사소한 것 같지만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일들이다. 일은 물론, 보다 미래지향적인 마을만들기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아이디어의 제공 등도 있다.

예를 들어 “가로등이 고장 났다”고 트위터를 통해 신고를 하면, 잠시 뒤 시장이 신고한 주민과 전기공을 함께 태그(Tag)로 달고 ”신고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내일 @전기공(@electrician)이 고장이 난 가로등을 교체할 겁니다“고 답을 한다. 트위터에는 #JunGetMoving이라는 해시태그(hash tag)를 걸어 트위터를 통한 업무를 함께 묶어 처리를 한다. 물론, 전기공은 다음날 수리한 가로등 사진을 찍어 트위터에 올리고, 시장과 신고한 주민을 함께 태그하면 끝이다. 해시태그란, 해시(hash, # 샤프) 기호를 써서 한데로 묶어낸다(tag)는 뜻이다. 일종의 꼬리표를 다는 형식으로 같은 검색어를 치면 동일한 내용이 엮어져 나오기 때문에 쉽게 관련 정보를 많이 볼 수 있다.

트위터 마을을 잘 나타낸다.
트위터 마을을 잘 나타낸다.

트위터 소통행정의 MIT 연구결과

MIT의 뎁 로이 교수 연구팀은 훈 시의 트위터 소통행정에 대해 “한때의 이벤트성으로 벌이는 일이 아니다”고 결론지었다. 처음에는 한 정치인 시장 자신의 홍보수단으로써만 사용될 수도 있다는 관점에서 살펴봤으나, 일과성과 이벤트성이 아니라는 것을 파악하게 됐다. MIT연구팀은 트위터를 시정(市政)에 활용하며, ‘상호가시성(mutual visibility)’이 증대했다고 분석했다.

상호가시성이란, 시장은 시민들의 일을, 시민들은 시장의 업무를 서로 동시에 볼 수 있다는 뜻이다. 도대체 시장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시민들과, 시민들이 무엇을 요구하고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모르는 자지단체장 사이에는 상호가시성이 있을 수 없다. ‘먹통 또는 불통 단체장’을 막아주는 소통의 도구인 트위터가 훈 시에서는 제대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해당 자치단체가 게으름을 피운다거나 제대로 일처리를 해주지 않을 경우, 트위터를 통해 이 사실이 주민들에게 순식간에 알려지게 된다. 그러면, 표를 먹고 사는 자치단체장은 부지런하게, 그리고 제대로 일처리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또 시청직원이 바쁘다는 핑계로 일처리를 게을리할 경우, 시장은 그 직원을 해고해도 주민들은 이해하게 된다. 따라서 시장은 적정 인원을 적합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되며, 오히려 시장의 인기는 더 올라간다. 이에 수반하는 일은 역시 투명성으로 이어지게 된다. 투명한 시정은 시민들이 박수를 치게할 수 있다. 이런 상호가시성은 채찍역할을 하게 돼 시정을 ‘빠르게, 제대로’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반면에 채찍이 아니라 당근역할도 한다. 그 전기공이 예상보다도 빠르게 제대로 수리를 마치고 사진을 찍어 트위터에 올리면, 전기공의 성실한 일처리에 주민들은 박수갈채를 보낼 것이다. 주민들은 고맙다는 말과 함께 리트윗(Retwitt)함으로써 훈훈한 마을이 될 수 있다.

호세 안토니오 로드리게스 살라스 시장은 트위터로 주민들과 의견을 상호 교환하는 것이 현장을 직접 방문하거나 통화를 하는 것보다 월등히 효율적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한 반대의견도 존재하지만, 현장을 수시로 방문한 시장에게는 통하지 않는 말이다. 현장을 충분히 알고 있는 상황에서는 실시간 트워터의 위력이 발휘되기 때문이다. 이런 일처리로 훈 시에서는 경찰관 4명이 1명으로 줄어드는 효과를 봤다. 자체 치안까지도 덤으로 얻어지는 효과도 본 셈이다.

훈 시 마을의 한 건물이다.
훈 시 마을의 한 건물이다.

트위터 행정의 효과 

주민 직접참여 수단

시 정부는 의회의 회의를 인터넷으로 실시간 생방송으로 중계를 한다. 바쁜 주민들은 물리적으로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회의를 지켜볼 수 있다. 트위터를 통해 회의 내용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주민들이 개진한 의견은 인터넷화면에 질문과 의견이 나타나게 돼 있어 상호 의견교환이 가능해진다. 마치 직접참여민주주의와 크게 다르지 않은 효과를 나타낸다.

뿌리 깊게 파고들며 계획된 일상을 살다

시장은 주민 속으로, 시민은 시청 안으로. 시장은 주민들의 일상 속으로 녹아 들 수 있다. 문학행사, 병원예약, 즐기는 스포츠 경기일정 알아보기 등 사전에 시책이나 시정에 대해, 그리고 일상의 일에 상호 교류를 통한 미리 계획된 일정을 빠짐없이 소화해 낼 수 있다. 트위터는 시장의 주민을 향한 일방적 통로수단이 아니라, 시정 자체가 트워터 위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사전계획 활동이 가능해진다. 다시 말해 ‘트위터 시청(Twitter City Hall)'이 되는 셈이어서 언제 어디에서든지 시정을 파악할 수 있다. 운동경기를 관람하면서도 시정을 터치(touch)해 볼 수 있다.

분·초 단위로 쪼개진 현실을 직시하다

대체적으로 행정기관의 일처리는 늦어지기 마련이다. 상급기관에서 요청하는 업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민업무보다는 우선적으로 상급기관의 일을 처리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보니 주민을 위한, 즉 민생에는 다소 소홀해질 수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트워터를 통하면 분·초 단위까지 기록이 되고, 따라서 ‘현장 즉시성’이 확보된다. 실시간으로 주민들의 사정을 볼 수 있어 간단한 것이면 즉시 처리가 가능해진다. 주민들이 직접 방문해 시청에 마련된 일정형식의 서류를 작성, 제출, 직원들의 처리절차를 거치다보면 지연되기 마련이다. 트워터는 그런 지연을 최대한 잡아준다.

관료주의를 일소하다

로드리게스 시장은 “트위터는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 도입된 관료주의를 삭제한다”고 말할 정도다. 트위터는 빠른 질문에 빠른 답변으로 공동체 구석구석을 거의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트위터가 바로 기존의 서류를 대체하기 때문에 테이블에 앉아 찾아온 주민들을 붙잡고 눈치를 주며, 뭔가를 바라며 일처리를 차일피일 늦추는 일을 없게 해준다. 타성에 빠진 일종의 관료주의 타파에 트위터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도 트위터 행정의 강점이다. 따라서 트위터 행정은 ‘지자체의 새로운 창(a new window)'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지도자는 누구인가를 말해준다

지도자는 늘 ‘무엇을 어떻게'라는 단어를 머릿속에 담고 마치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 민주주의는 투명하고도 주민참여가 있어야 한다. 로드리게스 시장은 투명성의 상징으로 시장실 천정을 하늘이 보이는 유리천정으로 만들었다. 테이블 뒤편 벽에는 파랑새를 그려 넣어 늘 푸른 시정을 상징한다. 그는 혁신을 굳게 믿고 있으며, 모든 노력 가운데 맨 먼저 해야 할 노력이 ’혁신‘이라고 말한다.

훈 시에서 보듯, 소통은 작은 것을 크게 만든다. 따뜻한 인간적 본연의 마음씨와 상식적인 공감대형성을 위한 행보의 위대함을 볼 수 있다. 이런 인간의 얼굴, 인간의 마음, 소통하는 행보는 주변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그것이 바로 참여하는 민주주의의 씨앗을 뿌리게 한다. 그런 지도자가 슈퍼 리더가 될 수 있다. 수평적이면서도 주민을 파고들고, 신속하고도 제대로 된 일처리를 하는 시장이 곧 주민이라는 인식을 가진 단체장의 모습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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