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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는 지금] 日 민관협치, ‘참여’ 넘어 ‘참획’ 단계로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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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는 지금] 日 민관협치, ‘참여’ 넘어 ‘참획’ 단계로 진화
  • 김혜인 숭실대학교 정보사회학과 강사
  • 승인 2016.04.14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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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O지원센터는 지자체 행정조직과 시민들 간 완충지대구실

일본 자치의 역사를 살펴보면, 세계 경제적 기조에 대응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흔히 알고 있듯이 태평양 전(戰)후 재건을 위한 미군정기와 이때의 중앙집권적인 통치 프레임이 급속한 경제발전과 관련돼 있다. 또 세계 경제침체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전쟁 특수 등의 시장외적 효과로 경제규모가 지속적으로 팽창하던 1970년대 포디즘기 역시 강력한 중앙행정의 드라이브와 경제정책들이 유효했다. 일본경제의 세계경제대국으로의 비약적인 부상은 전(戰)후 일본국민의 삶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쳤지만, 한편으로 급속한 경제성장을 통한 환경오염과 공공인프라의 부족, 지역 간 격차의 심화, 도농 간의 불균형 및 전통 공동체의 붕괴 등 만만치 않은 대가를 치른 것도 사실이다.

이런 국가부문의 실패(?)를 메꾸는 것은 시민사회였다. 일본의 시민사회운동은 적극적인 정치운동보다는 부족한 부분을 자조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일본의 자치연구자 호보교수는 “일본에서는 전(戰)후 중앙정부가 잇따라 공업화와 대도시화를 주도하는 전략을 추구하면서 공해와 도시문제에 대한 대책 및 복지정책 마련에 소홀해져 시민들이 주도하는 혁신자치단체가 급증하는 계기가 됐다”며 “이들은 중앙정부의 성장 위주 정책과 달리 대기오염 방지 등 환경 규제정책과 공립보육소 건립과 같은 복지정책을 펼쳐 주민의 생명과 삶을 지키는 정책으로 성과를 올렸다”고 지적하고 있다.

인구가 도시에 집중되면서 학교와 병원 등 도시지역의 공공시설 부족사태가 발생했고, 이런 상황에서 주민들이 지자체에 필요한 시설을 지어달라고 요구한 것이 우리에게 잘 알려진 ‘마치즈쿠리’(마을만들기)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일차적으로 중앙정부에 시민사회의 요구를 전달하는 방식이 초기의 주민자치의 성격이었다.

행정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마치즈쿠리

"일본 민관협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것은 NPO다 시민들 참여 활동을 지원한다"

1970년대에는 마치즈쿠리가 본격화됐다. 가장 일반적으로 회자되는 사례는 세타가야 구다. 세타가야는 인구 86만명의 자치구로, 1970년대 구의 일방적인 목조주택 재정비사업에 주민들이 반대하면서 격렬한 갈등을 빚었다. 갈등은 몇 년 동안 지속됐고, 구는 타저책으로 주민들에게 재정비 안을 직접 짜보라고 제안했다. 직접 재정비 안을 짜는 데 한계를 느낀 주민들은 구에 전문가를 파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구는  주민과 전문가들이 함께 사업 안을 만들어오면 이를 수용하기로 약속했다. 이런 사례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면서 1980년대까지는 이처럼 주민들이 지역전문가와 함께 자치단체에 주민편익 증진을 위한 사업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주민참여 및 자치가 이뤄졌다. 이와 함께 관과 민을 이어주는 전문지원조직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런 방식으로 혁신자치단체의 정책이 중앙정부의 정책에 반영되는 등 각광을 받았지만, 산업발전정책에 대해 소홀했던 부분이 고도성장이 종식된 현 시점에서는 오히려 혁신 자치단체 쇠퇴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고도성장이 종식되고 정부의 행정예산이 감소하면서 정부지원을 적극적으로 받던 중간지원조직의 생존이 문제가 되기 시작했고, 중간지원조직과 주민의 자치로 이뤄지던 복지의 영역이 타격을 받게 된 것이다. 이런 재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치단체들은 적극적으로 기업유치에 나섰지만 크게 성과를 보지 못한 사례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일본 지방자치법의 핵심은 ‘주민의 복지 증진’에 있었지만, 고도경제성장정책에 따른 공해문제가 발생하고 주민복지는 오히려 소홀해졌다. 특히, 지자체의 기업유치과정에서 나타나는 감세정책과 선행투자에 비해 그 기업의 이익이 본사로 흘러들어 가거나 지역민의 고용창출 미흡 등 지역경제발전으로 이어지지 않는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했다. 즉, 중앙의 산업정책에 따른 의사결정이 지역사회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사례가 늘면서 지역의 이해에 부합하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축소된 중앙의 지원만큼 지방의 자율적 결정과 책임에 대한 문제제기가 시작된 것이다.

많은 지역 전문가들은 “기존 지역의 산업과 경제를 지탱하는 기업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육성하는 정책이 필요하지, 타 지역으로부터 유치하는 기업에만 의존하는 정책은 지역의 자생적 경제발전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으며 “지역의 각 주체들의 역량을 강화시키고, 지역자원과 네트워크를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하며, 중앙정부의 체계적이고 신뢰성 있는 지역발전 정책의 이행이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케가미 히로미치(68, 다마지자체문제연구소) 소장은 “일본 지방자치의 본래취지는 지역민의 의사와 책임에 입각한 ‘주민자치’와 지자체가 중앙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지방행정을 이끌어가는 ‘단체자치’에 있지만, 중앙정부에 의한 지자체의 통제는 여전히 진행중”이라면서 “일본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직접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직접청구제도, 주민감사청구, 주민투표 등을 규정하고 있으며, 이외 단체장과 지역민과의 대화, 편지·투고, 전문가협의체 구성 등 다양한 주민참여방법을 시행하고 있다”면서 주민의 의견수렴과 참여를 독려하는 제도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또 “지방행정과 주민생활에 밀접한 정보는 모든 지역민에게 공개되도록 해야 하고, 이를 알리는 방법 또한 활발히 진행해야 한다”면서도 “지역민 또한 지역의 주인의식을 높이고 학습하는 자세를 보이는 등 상호 노력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행정에 시민참여 계기가 된 재해복구

1995년 고베 대지진은 일본 지자체 민관협력에서 획기적인 계기가 됐다. 고강도 지진이라는 대참사가 발생하면서 지자체 행정이 마비됐다. 행정공백을 채운 것은 전국에서 몰려든 자원봉사자들이었다.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의 힘을 실감한 일본정부는 비영리민간단체(NPO) 지원법을 통해 NPO를 지원했다. NPO 지원법으로 상징되는 일본의 시민참여는 지자체의 재정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다마지자체문제연구소의 각 연구원은 “재정압박에 시달리던 지자체가 공공서비스 제공에 한계를 드러내면서 시민참여의 통로를 열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민관협치는 ‘참여’단계를 넘어 ‘참획’단계로 진화했다. 참획은 ‘계획 단계에서부터 참가한다’는 뜻이다. 일본 도쿄 도의 미타카 시 경우, 1999~2001년 제3차 도시계획을 짤 때 주민 370여 명이 참여했다. 도시계획입안을 위해 10개 분과에 걸쳐 500회 이상 회의가 열렸다. 도시계획에 건설업자의 입김이 작용하는 통로를 처음부터 배제한 것이다.

자발성·전문성 요구되는 중간지원조직

일본 민관협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NPO지원센터다. 시민들의 참여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일본에서는 중간지원조직이라고 부른다. NPO지원센터는 지자체 행정조직과 시민들 사이에서 완충지대 구실을 하면서 양자의 의견을 조정한다.

지역시민단체는 주민참여 확대를 포함해 시민의 자치역량 강화, 지역사회문제 발굴, 시민의 공적 책임의식 확대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정부와의 관계 속에서 민관협력을 통한 공공서비스 개선, 정부의 투명성, 민주성, 참여성 확장, 시민주도의 지역사회문제 해결, 공공성과 공익성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

일본 내각부는 중간지원조직(Intermediary)에 대해 ‘다원적 사회에 있어 공생과 협동이라는 목표를 향해 지역사회와 NPO의 변화와 요구를 파악하며, 인재·자금·정보 등의 제공자, 또한 NPO 간의 중계 또는 광의의 의미에서는 각종 서비스의 수요와 공급을 코디네이트하는 조직’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다원적 사회에서 공생과 협력을 목표로 지역사회와 NPO의 변화와 요구를 파악해 이에 필요한 자원(인재, 자금, 정보)을 제공하고, NPO 간 네트워크를 촉진하며, 가치창출(정책제언, 조사연구)을 담당하는 조직(閣府 民生活局 市民活動促進課, 中間支援組織の現 と課題にする調査報告, 2002)으로 자발성과 전문성을 요구한다.

일본의 ‘중간지원조직’은 지역 안의 다양한 단체 및 조직들이 참여하는 연결망(network)의 ‘중간’에 위치해서 여러 가지 역할을 하고 있다. 즉, 이는 일본의 중간 지원조직이 위계적으로 구조화되지 않은 연결망 속에서 협력과 교류의 형태로 움직일 것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중간지원조직의 자율성과 창의성은 정부의 지원금을 시민단체에 전달해주는 중간전달자의 역할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형태면에서 일본의 중간지원조직은 공설공영(公設公營), 공설민영(公設民營), 민설민영(民設民營)으로 분류할 수 있다. 공설공영은 행정기관의 시설로서 공무원이 직무를 수행하고 100% 세금으로 운영한다. 공설민영은 시설은 행정기관이 담당하고 위탁비나 조성비 등으로 민간단체나 NPO가 운영을 담당한다. 민설민영은 시민이 주체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활동형태를 기준으로 지역밀착형, 기능분야(전문분야) 특화형, 중간지원 조직지원형 등 3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민관협치의 마치즈쿠리는 지속성 사업

일본의 가장 대표적인 민관협치 지역개발사업은 다마(多摩)지구 개발 사업이다. 1970년대 초 다마지구 N-City에는 도시재생 전문회사인 ‘어반 르네상스(Urban Renaissance)’가 토지를 매입한 후 직접 건설한 곳도 있고, 개발업체에 되팔아 건설한 곳도 있으며, 조합에서 직접 땅을 사들여 독자적으로 지은 코퍼레이티브주택 등의 다양한 형태의 개발모델이 존재했다.

특히, 우리가 주목해야 할 코퍼레이티브주택은 주민들이 완공된 집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이곳에 집을 짓고 싶은 사람들이 그룹이나 커뮤니티, 조합 등을 만들고, 이들이 땅을 사서 공동체 구성원과 늘 함께 토의해 가면서 가장 환경친화적인 방식으로 주거단지를 만드는 모델이었다.

이 과정에서 도시재생 전문회사 또한 유기채소와 화초 등을 키울 수 있는 동네정원을 포함하는 다목적광장과 클럽하우스 등을 건설할 수 있는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기도 한다. 이들 공간은 주민들이 회비를 거둬서 직접 관리하는데, 코퍼레이티브 구성원들 간의 친목도모뿐 아니라 다양한 주민행사를 여는 공동공간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N-City의 코퍼레이티브주택은 개발과 이익의 논리에 밀려 도시의 주인이 아닌 손님으로 살아온 도시민들이 스스로 주체가 돼 내 집 만들기와 우리 마을 가꾸기를 했다는 데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모델이 됐다.

그런데 40여 년의 장구한 개발역사를 경험하면서 다마 뉴타운은 외형적인 성공과는 달리 최근 들어 커다란 딜레마에 봉착해 있다. 약 20만명이 거주하는 다마 뉴타운은 1971년 입주가 시작돼 현재 대규모 주택단지 대부분이 노후화됐고, 입주 시에 육아세대였던 주민도 고령화돼 최근 10년간 65세 이상 주민 수가 약 20배 이상 증가했다. 또 저출산으로 인해 초·중교 6개가 폐교됐고, 약 4만가구의 공공임대주택이 재건축시점에 이르는 등 도시재생의 압력을 크게 받고 있다.

또 2001년 지가가 최대로 하락한 이후에 일본의 개발정책이 외곽에서 도심으로 회귀하면서 도쿄의 핵심지구로 꼽히는 미나토 구에 위치한 롯폰기힐스와 미드타운 등의 도심개발이 완성되자 다마 뉴타운 등 도쿄의 외곽에 위치한 신도시들은 큰 어려움을 겪게 됐다. 이런 상황에 직면해 다마 뉴타운은 요즘 들어 고령화된 주민이 일할 수 있게 폐교 등의 유휴시설을 비즈니스나 창업지원 거점으로 바꾸는 등의 계획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헤이세이 21년 3월 31일에 마을만들기 교부금 사업으로 교부 결정된 도시재생 정비계획을 발표했다.

다마 시 (多摩市) 주거단지 사이의 자연녹지 지역이다.
다마 시 (多摩市) 주거단지 사이의 자연녹지 지역이다.
일본의 가장 대표적인 민관협치 지역개발사업은 다마(多摩)지구 개발 사업이다.
일본의 가장 대표적인 민관협치 지역개발사업은 다마(多摩)지구 개발 사업이다.

민관협치를 위한 권한이양과 자치조례

자치조례의 의의는 이양된 의무만큼의 권한획득, 상시적인 주민의 의견수렴, 민관의 역할을 명확히 하는 체계라는 점에 있다. 최근 일본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자치조례 제정은 시민활동의 확산, 정부와 자치체의 역할변화, 지방분권의 진전과 같은 환경적 변화와 성숙된 시민사회의 토양과 관련이 있다.

시민활동의 확산 현재 법인인증을 받은 NPO는 전국에 4만개 이상이다. 이런 자조조직들의 효과적인 지역활동을 보장하고, 이들의 의견을 정책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체계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자치조례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와 자치체의 역할변화 정부도 자치체도 주민요구 다양화와 저출산 고령화, 복지비용 증대 등으로 인해 재정상황이 어려워짐에 따라 대응력이 떨어지게 되고, 주민들의 자조역량에 기대게 됐다.

지방분권의 진전 정부의 지방분권추진계획에 의거 이와 관련된 475개의 법률을 개정하기 위해 ‘지방분권 추진을 위한 관련법률 정비 등에 관한 법률’, 이른바 ‘지방분권일괄법’이 2000년부터 시행됐다. 이 법을 통해 기관이임사무가 폐지(용어설명 참조)돼 큰 변화를 가져왔다.

권한이양과 자치조례에 따른 자치체 이점

이로 인한 자치체의 가장 큰 이점은 조례제정권의 범위가 확대됐다는 것이다. 즉, 기존에는 기관위임사무에 대해서는 조례제정이 불가능했지만, 이 법에 따라 적어도 자치사무에 관해서는 조례제정을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또 하나는 정부의 통달, 통지가 ‘기술적인 조언’이 돼 법적구속력을 갖지 않게 됐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정부의 통달이 명령·훈령이라는 성질을 갖고 있어 자치체는 이를 따라야 할 의무가 있었지만, 이 의무가 폐지됨으로써 각 자치체가 지역 특성을 고려한 독자적인 방법을 강구할 수 있게 됐다. 이와 같이 지방분권개혁을 통해 중앙정부에서 지방으로 권한과 재원이 이양됨으로 인해 기초자치체로서 ‘자기결정’ 및 ‘자기책임’에 의거한 자치체 운영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따라 주민자치 확충을 꾀하고 주민의사를 충분히 반영하기 위한 제도마련이 필요하게 됐다.

자치조례를 통해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통해 중앙정부의 입장에서는 자치구의 정책결정과 집행에 있어 자기 책임성이 강화된다는 점, 그리고 지역의 입장에서는 지역의 상황에 적합한 의제를 발굴하고 시행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즉, 자치 시스템과 지역 만들기의 기본원칙에 조례라는 형태로 법적근거를 부여함으로써 구민, 의회, 구청장 등 각각의 역할과 제도 등이 명확해진다. 또 구민·의회·구의 책무·구정운영규칙 등의 기본적 규칙을 규정해 구민, 의회 및 구의 역할을 명확히 함으로써 자치를 실현하고, 지역이 갖고 있는 개성과 자원을 활용하며, 스스로 생각하고, 책임지며, 결정할 수 있는 틀이 마련되는 것이다.

신주쿠 구 자치기본조례

"최근 일본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자치조례 제정은 성숙된 시민사회의 토양과 관련이 있다"

신주쿠 구는 2010년 10월에 신주쿠의 ‘자치기본규칙’인 신주쿠 구 자치기본조례를 제정하고 작년 4월에 시행했다. 자치기본조례는 2007년 11월부터 구민, 의회, 구의 3자가 약 4년간에 걸쳐서 검토해 온 성과다. 물론, 이전에 이미 40여 개의 자치구가 먼저 자치조례를 제정했지만, 인구가 밀집되고 상업시설이 중심이 되는 도심 신주쿠의 경우에는 거주민의식을 갖고 참여할 주체가 부족한 지역으로, 조례가 탄생하기까지 주민참여를 유도하는 과정에 많은 공이 들었다. 따라서 주민참여를 위한 다양한 방식이 모색됐다는점에서 사례로서의 가치가 있다. 주거기능이 미약하지만 신주쿠 구에 주요 사무소를 두고 있는 특정 비영리활동법인(이른바 NPO법인)은 750개를 웃돌고 있으며, 법인격을 갖고 있지 않은 활동단체는 그 몇 배에 달할 정도로 활동기반이 튼튼하다.

우선 신주쿠 자치조례는 “자치기본조례란 지역특성을 고려해 ‘신주쿠 구’라는 단위로 사물을 생각하고 결정할 때, 구민·의회·구청장(집행기관 : ‘용어설명 참조’) 등 지역 만들기와 관련된 모든 부문이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어떤 방법으로 지역 만들기를 추진해나갈 것인가에 대해 규정한 ‘자치기본규칙’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지역 만들기의 적극적인 주체로서 행정자치구의 역할에 대한 역할규정이라고 볼 수 있다.

또 한편 2009년에 누구나가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사회의 실현을 목표로 하는 ‘공공서비스기본법’이 시행됐다. 이를 통해 기본적으로 교통, 복지, 교육 등 꼭 필요한 공공서비스는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가이드가 마련됐고, 각 지자체는 지역의 실정에 맞도록 이 가이드를 반영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서 말하는 공공서비스에는 정부와 지방공공단체의 금전 및 서비스의 제공, 규제, 감독, 지원, 홍보 등 공공이익을 증대시키기 위한 다양한 사항들이 포함돼 있다.

신주쿠 구의 구민참여 방법

이렇게 자치조례의 제정과 자치의 강화는 부족한 복지를 시민이 적극적으로 보충해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전문적인 지원을 해주거나 체계적이고 상시적인 활동을 보장할 수 있는 시민사회 기반이 요구된다. 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동원이 아니라 참여가 되기 위한 의견수렴이다. 이런 중요한 의견수렴의 방법으로 신주쿠 구에서 활용되는 방법은 아래와 같다.

구민토의회 다양한 구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방법 중 하나다. 주민기본대장 등에서 무작위로 선정한 구민들을 대상으로 참가를 의뢰하고, 참가를 수락한 구민들에게 특정주제에 대해 그룹토의 등을 실시하게 함으로써 의견을 듣는 것이다. 구민토의회는 평소 구정에 참여할 기회가 적은 구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방법이다.

구민회의 공모 등을 통해 직접 회의에 출석하고, 참여구민들이 직접 회의를 운영해서 구의 중요 계획서나 조례 초안 등을 작성할 때 이용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직접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행동할 필요가 있는 시책 등을 검토할 때 실시하는 것으로 보다 많은 구민들이 참여 할 수 있다.

심의회 구의 정책을 심의하는 심의회와 위원회에 출석해 구민위원으로서 의견이나 요망사항 등을 발언하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정책 등의 수립단계에서부터 구민들의 의견을 폭넓게 반영할 수 있다.

공청회·설명회·심포지엄 공청회 등 공개의 장에서 의견을 말하거나 교환할 수 있는 방법이다. 내용에 따라서는 지역별로 개최하는 등 보다 많은 구민들이 참가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의견을 듣는 것이 요구된다.

설문조사 등 무작위로 선정된 구민들이 구가 실시하는 설문조사에 응답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구민 의식이나 실태를 폭넓게 파악할 필요가 있을 때 실시한다. 또 사업내용에 따라서는 구청직원이 직접 찾아가 의견 등을 묻는 히어링조사를 실시하는 경우도 있다.

구민참여 등에 관한 제도

퍼블릭 코멘트(의견공모제도)

구가 수립하는 중요한 계획·조례 등에 대해 의견이나 요망사항을 제출하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중요정책이 결정될 때까지 과정의 투명성도 크게 향상되며, 이에 대한 검토결과는 공개되기 때문에 구민들은 다양한 의견에 대한 구의 생각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신주쿠 구에서는 2002년 7월 1일부터 실시해왔다.

퍼블릭 코멘트 제도는 구민 생활에 널리 영향을 미치는 시책 등을 결정할 때 사전에 안을 공표하고, 구민들의 의견 등을 수렴해 이를 고려함과 동시에 수렴된 의견과 이에 대한 구의 생각을 공표하는 제도다. 구는 이 제도를 통해 행정운영에서의 공정성 확보와 투명성 향상을 꾀하여 구민참여를 보다 실질적인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또 구민들은 구정에 대해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구와 구민과의 협동을 통한 열린 구정을 실현해나가고 있다.

후레아이 토크 택배편

후레아이(교류) 토크 택배편(구 직원을 지역에 파견)은 신주쿠 구 직원이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을 활용해 생활에 도움이 되는 정보에서부터 전문적인 주제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구민에게 전하는 제도다. 구정에 관한 일반 생활에 관한 주제에서부터 전문적인 내용까지 다양한 강좌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어 PTA(학부모회), 마을회, 고령자 클럽, 지역 활동단체, 학습그룹, 학교수업 등 구민의 자치역량을 상승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자유롭게 신청할 수 있는 제도다.

시사점

민관협치의 성공모델이라고 알려져 있는 일본의 마치즈쿠리는 무수한 실패의 산물이다. 또 지역재생과 지역공동체의 적극적인 자치역량을 보장하는 수많은 중간지원조직은 단순히 관의 보조조직이 아닌 자생적인 시민조직이며, 스스로 민과 관 사이에서 균형추 역할을 하고 있다. 단순히 특정 전문영역의 전문성만을 갖고 급조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지역 내에서 꾸준한 활동을 통해 스스로의 역할을 규정하고 만들어 왔다는 데서 그 영향력이 크다. 또 이런 기반 하에 보다 많은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스스로 계획하게 함으로써 선택에 대한 책임을 부과하는 자치적 노력과 그것이 가능하게 하는 조례라는 공식체계가 의의를 가지는 것이다. 단순히 혁신을 갖춘다고 해서 실행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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