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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칼럼] 마을공동체 자산과 소유권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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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칼럼] 마을공동체 자산과 소유권에 대한 단상
  • 전대욱 한국지역진흥재단 마을공동체발전센터장
  • 승인 2016.03.0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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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회관·마을상수도 등은 사유인가 공유·합유·총유인가
전대욱 전대욱 한국지역진흥재단 마을공동체발전센터장.
전대욱 한국지역진흥재단 마을공동체발전센터장.

2016년 1월 18일자 연합뉴스에 재미있는 기사가 실렸다. 이우성 기자가 쓴 ‘양평 다문리 주민 “마을땅 돌려달라” 郡상대 소송추진’이라는 제목의 기사였는데, 내용은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다문리의 주민(1800여 가구)들이 대대로 내려온 마을재산(다문리 산32 일대 33만여㎡, 공시지가 약 150억원)이 현재 양평군청의 소유로 등기가 돼 있어서 그 소유권 등기말소를 청구하는 소송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주민들의 주장은 원래 이 땅은 마을 주민들의 ‘공유(共有)’재산으로서 일제 강점기때 조선총독부 토지조사부에 소유주가 ‘다문리’로 등기돼 있었는데, 1961년 ‘지방자치에 관한 임시조치법’이 시행돼 시·군·구가 지방자치단체가 된 이후, 모든 읍·면의 재산과 공부가 시·군·구 자치단체의 소유로 되면서 1973년 양평군청이 군 소유의 공유재산으로 등기했다는 것이다.

즉, 주민들은 ‘다문리’라는 소유주가 마을공동체이므로 이는 사적인 주민재산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며, 1973년 이를 공적인 재산으로 등기한 양평군청은 ‘다문리’라는 소유주를 행정구역으로 봤다는 차이가 있다. 정확히 이런 사유로 마을재산을 자치단체로부터 돌려달라는 소송들은 비단 다문리 외에도 많은 지역에서 1970년대 이후 간헐적으로 진행돼 왔다. 판례에 따르면, ‘OO리’라는 마을 주민들의 모임 실체가 존재했고, 이들에 의해 마을자산으로서 관리돼 왔다는 것이 입증되면 마을재산으로 인정해 주고 있다. 이 글은 소송의 결과를 예측하기 위한 것은 물론 아니므로 자세한 논의는 생략하기로 한다. 다만, 왜 이런 일이 일어났고, 이는 주민자치 활성화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논하는 것은 매우 생산적인 일이라고 볼 수 있다.

관리가 안 되는 마을재산, 분쟁·갈등 야기
사실 마을재산은 전국적으로 현재 거의 관리가 잘 되지 않고 있다. 마을회 등 마을공동체 소유의 마을재산들은 마을회의 대표자가 자주 바뀌면서 관련 증서나 대장, 임대차와 관련된 경우 계약서 등이 남아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따라서 권리관계가 명확하지 않아 현실적으로 유휴재산으로 방치되거나 갈등과 분쟁을 야기하기도 한다. 일례로 강원도의 한 마을회관은 체험마을을 조성하면서 언제 건축됐는지도 잘 모르는 낡고 빈 마을회관을 게스트하우스로 리모델링했는데, 개관을 앞두고 등기를 하려다 보니 문제가 발생해서 돈만 투자해놓고 영업을 못한 채 비어둔지 어느덧 2년을 훌쩍 넘기기도 했다. 공사가 끝나고 등기를 하려다 보니, 자치단체 소유의 땅에 건물은 마을회 소유인데, 건축물 대장도 없고 땅에 대한 임대차 계약서도 없어 등기나 인허가를 받을 수가 없는 상태였던 것이다.

사실 이 경우, 자치단체에 이 건물을 기부채납하고 무상 혹은 저렴하게 임대로 쓰는 방법이 있긴 하다. 실제로 자치단체 담당자는 이것을 제안하기도 했다는데, 문제는 주민들이 자신들의 소유라고 생각하는 건물을 왜 자치단체에 공짜로 기부해야 하는지 납득하지 못한다는 데에 있다. 요즘은 과거보다 더 재산이나 손익에 민감해서 그런지 몰라도, 주민들이 자신들의 재산을 누군가 침해한다면, 설령 그것이 같은 마을공동체 내의 이웃이라고 하더라도 과거와 다른 서슬퍼런 눈길을 보내는데, 하물며 자치단체야 오죽하랴. 사실 이 경우에는 필자가 보기에 기부채납이 오히려 더 주민들에게 득이 될 수도 있을지 모른다. 왜냐하면, 건물을 처분해서 그 이익을 주민들끼리 나눈다기 보다, 그 건물은 주민공동의 재산으로 처분할 것도 아닐 뿐더러, 주민들이 사용함으로써 가치가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을재산이란 사유재산 아닌 총유재산
우리나라 민법에서는 사적재산이되 공동으로 소유하는 형태를 세가지로 분류한다. 가장 일반적인 형태가 공유로서, 예컨대 공동명의로 땅을 사면 공유자 전원의 이름과 그 지분을 등기한다. 그 지분은 언제든 처분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왜냐하면, 다른 두 공동소유 형태에서는 처분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한편, 조합과 같이 해산하거나 탈퇴하는 경우에만 지분을 처분할 수 있는 형태의 공동소유를 ‘합유(合有)’라고 하는데, 이는 조합과 같이 공동의 사업목적을 갖고 재산을 취득한 경우로서 공동으로 사업을 할 의도가 있거나(즉, 탈퇴하지 않거나) 혹은 공동사업의 목적이 지속되는(즉, 해산하지 않는) 한 임의로 처분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총유(總有)’는 탈퇴하더라도 아예 지분을 처분할 수 없는 형태의 공동소유인데, 마을공동체의 공동소유 재산이 바로 이 총유의 형태다.

요컨대 ‘총유재산(總有財産)’이란 공동소유자들이 어떤 단체(단, 법인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 모임)를 결성해 소유자 개인이 아닌 단체가 재산을 소유하고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단체의 결성목적을 위해 재산을 소유하며, 따라서 소유자 개인에게는 이를 이용할 권리만 있을 뿐 관리나 처분의 권리가 없다. 예컨대 종교집단이나 종친회, 마을공동체의 재산이 이런 총유재산의가장 전형적인 예로, 그 재산은 그 모임의 목적에 따라 사용되는 사용가치를 중심으로 보는 것이 마땅하며, 모임을 떠나도 지분을 요구할 수 없다. 종친회가 소유한 집안의 선산을 후손이 종친회에서 탈퇴한다고 분할해서 팔아먹을 수는 없다. 전술한 마을회관의 게스트하우스로의 리모델링 사례에서도 마을이 잘 되고자 하는 목적으로 형성한 재산을 다른 마을로 이주한다고 그 지분을 달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닌가?

따라서 마을재산이란 기본적으로 주민의 사유재산이 아니라 공동체의 총유재산으로 인지해야하고, 주민들을 위해 써야한다는 생각을 주민들 간에 공유할 필요가 있다. 법인격을 갖추지 않은 주민단체로서의 마을회 등도 그 규약이나 주민 간 협약을 통해 이런 점들을 합의하고 공유할 필요가 있다. 법적으로도 이렇게 규약이나 모임을 갖는 등 실체가 존재하는 경우에만 그 총유재산의 소유권을 인정해주기 때문에, 실제 마을운영의 측면과 마을재산의 권리보호 측면에서도 이런 노력들은 중요하다. 물론, 법인격을 갖춘 마을공동체들은 재산이 주민들간의 공동소유가 아니라법인의 소유며, 정관 등에서 그 재산의 목적과 운영방안 등을 명시하게 되므로 큰 문제는 없지만, 대부분 법인이 아닌 마을공동체가 그 재산을 놓고 주민들 간에 불필요한 분쟁의 씨앗을 남겨놓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비용이 수반된 마을재산은 합유자산 성격
마을자산을 총유재산이라고 인식한다 해도, 한가지 유념해 둘 것은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합유자산의 성격을 가진 자산도 있다고 보는데, 예컨대 주민들끼리 고생해서 만든 마을상수도의 경우를 들 수 있다. 마을상수도의 사용문제를 놓고 오랫동안 살던 주민들과 마을상수도가 만들어진 후 이주해 온 주민들 간의 분쟁이 종종 발생하는데, 제3자가 보기에는 “마을로 이주하면 주민으로 받아주면서 마을상수도도 사용하게 해 줄 것이지, 상수도를 사용하려면 마을발전기금을 기탁하라는 등 뭘 치사하게 구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원래 거주자와 이주자 간 명확한 상호이해와 합의가 필요하며, 전술한 자치규약 등을 통해 명확하게 해야 할 문제다. 왜냐하면, 원거주자의 입장에서는 이런 자산들을 구축하기까지 자신들이 투입한 돈과 땀과 노력에 이주자들이 무임승차(freeriding)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원거주자들이 마을상수도를 만드는 과정에서 실제로 돈도 걷고 품앗이도 했다면, 새롭게 이주한 사람들도 어느 정도는 이를 분담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고, 반대로 이주자 입장에서는 얼마 들었으니 얼마를 내야 한다고 하는 말을 순순히 믿고 따르기란 쉽지 않다. 이 경우 마을상수도란 자산은 합유재산으로 봐야 하고, 이주자도 그 재산에 대한 권리를 행하려면(즉, 처분을 할 수는없지만 적어도 이용하기 위해서는) 정당한 대가는 치룰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원 거주자들은 들어간 돈과 노력에 대한 증빙을 투명하고 명확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고, 마을규약을 통해서 이런 노력을 분담하는 방안을 사전에 합의할 필요가 있다. 또 마을에서 떠날 때는 떠나는 사람의 지분을 새로운 이주자에게 처분하거나 혹은 권리를 포기해야 하는 원칙 등도 그 내용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그러나 다른 마을로 이주 시 지분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합유재산이라고 단정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오히려 이런 점은 마을재산이 ‘공유재’로서 주민들만을 위한 배타적인 특성을 지니기에 그렇다고 이해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마을재산은 주민들이 아닌 경우, 이용이 불가능한 배제성이 존재하므로 공유재(commons)다. 경제학에서 일반적인 재화(사유재, private goods)는 소비과정에서 타인과 경쟁을 하고(경합성), 누군가 이를 차지하면 타인이 소비를 못하게 되는(배제성) 특성이 있고, 공공재(public goods)는 소비를 위해 경쟁을 하거나(비경합성) 혹은 누가 소비했다고 타인이 소비를 배제당하지 않는다(비배제성). 이와 달리 공유재란 동시에 이용할 수 있어 경합적이지 않지만 소유자 이외의 타인들에게는 배타적이다. 이런 배타성은 그 소비를 위해 공유자 간 비용을 분담했기에 정당하며, 따라서 비용이 수반되는 마을재산에 대해서는 이런 배타성에 대한 특성도 존재한다.

국고보조금, 마을 사유재산 아닌 공적자산
어쨌든 마을공유자산은 총유재산으로써 존재하지만, 주민들의 인지도도 낮고 전국적으로 잘 관리되고 있다고 보기에는 더욱 어렵다.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이나 여타 중앙부처 지원사업을 통해 받은 국고보조금은 사실상 자치단체의 공적자산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마을의 사유재산으로 생각했던 마당에, 하물며 사적자산이면서 마을이 공유한 자산들에 대해 사람들은 얼마나 동상이몽을 꿈꿔 왔던가.

지난 연말,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신문기사 중에는 경남 사천시에서 “공동소유 부동산 일제조사”를 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사천시청은 마을 총유재산이 마을대표 등 개인명의로 관리되고 있어 사망 시 상속문제, 공유자의 담보대출로 인한 압류문제, 공유자 간 서로 짜고 몰래 판 경우 등 다양한 공동소유 재산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일제조사를 통해 행정지도와 관리(기부채납 권고 등)를 최초로 실시했다는 내용이었다.

향후 자치단체와 주민자치(위원)회는 이렇게 마을공동체 자산들을 조사하고 목록을 작성해 그 재산이 특정인의 이익을 위해 사유화되는 것을 막고, 주민들의 편익을 위해 활용될 수 있도록 관리에 노력해야 한다. 동시에 주민들에게도 적절한 교육과 역량강화 등도 필요하다. 이런 일련의 마을공동체 자산화에 대한 정책들이 요구된다. 특히, 많은 학자들이 말하는 지역공동체 활성화의 중요한 수단 중의 하나는 공동의 자산을 구축하는 것이고, 그 자산을 통해서 상호 자치하고 신뢰를 구축해나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또 시대적으로도 고성장 패러다임이 종료되고 지역의 인구감소가 가속화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폐교 등 유휴 공공재산에 대한 지역공동체 활용을 정책적으로 확대시키고 있다. 고령화·인구감소·저성장이라는 시대적인 흐름 속에 지역공동체 활성화와 마을자산의 구축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영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2011년 ‘지역주권법(Localism Act)’제정을 통해 마을공동체에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사유·공공재산들을 총유재산화시킬 수 있도록 새로운 권한들을 부여한 바 있다. 주민들에게 의미를 지니는 사유·공공재산들이 처분될 때 ▲마을공동체에게 우선입찰의 기회를 부여(Community Right to Bid)한다든가 ▲자치단체 공공서비스의 공급·운영에 대해 주민자치기구나 마을공동체 등이 요청시 위탁하도록 하는 권한(Community Right to Challenge) ▲유휴 공공부지에 대한 마을공동체의 사용신청권(Community Rightto Reclaim Land) 등이 그것이다.
향후 우리나라에서도 ‘(가칭)공동체발전 기본법’의 제정을 통해 이런 지역공동체의 소유권과 자산화에 대해서 논의될 것이라 기대하며, 필자는 주민자치회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칼럼을 통해 논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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