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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는 지금] 호주 시드니 뉴캐슬 - "유령도시 같은 도심에 활력을 불어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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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는 지금] 호주 시드니 뉴캐슬 - "유령도시 같은 도심에 활력을 불어넣다"
  • 김상욱 객원기자
  • 승인 2016.05.24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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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폐해진 도심재생프로젝트 '리뉴 뉴캐슬(Renew Newcastle)'
사람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형성 형’ 프로젝트로 유명
호주 시드니 뉴캐슬(Newcastle)이라는 지역은 산업구조의 변화로 황폐해진 도심이 발생했다. 이 황폐해진 도심재생프로젝트가 생겨났는데, 그것이 바로 ‘리뉴 뉴캐슬(Renew Newcastle)’이다.

인구가 많은 대도시나 적은 소도시, 혹은 시골의 작은 마을이든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다. 사람 없는 마을과 도시는 없다. 그러나 흔히 사람보다는 행정기관의 정책입안자들은 법대로, 혹은 법을 확대 해석하며 자신의 권력을 이용한 일방적 정책 수행을 할 때, 해당지역 주민들은 육체적 인간은 있으나 정신적 인간취급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언제나 그렇듯 사람 중심의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성공가능성이 높아진다. 사람을 배제하고 아무리 많은 비용을 투입한 일도 성공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텅 빈 공간을 사람들이 활발하게 드나드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일들이 세계 곳곳에 널려있다.

호주 시드니 뉴캐슬(Newcastle)이라는 지역은 산업구조의 변화로 황폐해진 도심이 발생했다. 이 황폐해진 도심재생프로젝트가 생겨났는데, 그것이 바로 ‘리뉴 뉴캐슬(Renew Newcastle)’이다. 사람을 중심으로한 ‘공동체 형성형’ 프로젝트로 유명하다. 도심 재생형 프로젝트를 할 경우 후진성을 면치 못한 곳에서는 행정기관의 일방적, 획일적 프로젝트가 추진되기 일쑤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활발하게 평화롭게 살기를 원한다면, 그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나 마찬가지다.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배제한채 일을 추진한다면 역시 사상누각(砂上樓閣)에 지나지 않다. 과거의 하향식(Top-down)방식은 이제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됐다. 주민들의 지식, 정보가 부족한 시절에는 이런방식이 통했고, 어떤면에서는 효율적이기도 했다. 그러나 실시간으로 전 세계가 소통할 수 있는 도구들, 즉 쇼설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이 등장하면서 행정기관, 언론기관 사람들 보다 더 많은 정보와 지식이 있는 주민들이 실시간으로 의견을 주고받는 시대가 됐다. 이런 시대에서는 상대방존중이라는 측 면은 물론, 상대방의 지식이나 정보의 공유를 위해서라도 상향식(Bottom-Up)방식을 채택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가 됐다. ‘시키면 된다’는 방식에서 ‘함께하자’는 방식으로 전환돼야 한다.

같은 행정기관 내에서도 부서간 이기주의(부서간 장벽)이 있어왔다. 이런 장벽이 있는 한 ‘되는 일이 없을 정도’로 비효율적 조직이 된다. 칸막이 없는 실시간 쌍방소통방식의 조직으로 전환되지 않은 조직문화로는 상향식 의사소통은 멀기만 하다.


공업도시 뉴캐슬

호주의 뉴캐슬은 작은 도시가 아니다. 호주의 뉴사우스웨일즈(New SouthWales) 주 일대의 공업 중심지다. 동쪽 해안에 위치한 뉴캐슬은 시티에서 기차로 2시간 30분 정도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은 1801년에 도시로 형성되기 시작했고, 1971년에 한 탈옥수가 우연히 이 부근에서 석탄을 발견한 것이 계기가 돼 석탄 수출항이 됐으며, 1951년에는 제철소까지 들어서는 등 철강업도 발달된 곳으로 변모했다.

뉴캐슬이라는 이름은 영국 잉글랜드 북동부 공업지역의 중심도시인 ‘뉴캐슬’에서 그대로 따온 것으로, 이곳 지명들은 영국 뉴캐슬 지역의 지명과 거의 비슷한 것이 특징이며, 미국 펜실베니아주 서부에도 뉴캐슬이 있는데 시멘트, 금속 등 공업도시다. 호주, 영국, 미국의 뉴캐슬 모두가 공업도시라는 공통점이 있다.

인구 약 30만명에 이르는 도시로 지난 1989년 12월 28일 진도 5.6의 지진이 발생, 13명의 주민이 사망하고 수많은 건물들이 부서졌다. 이 지진은 서양인들이 호주에 정착한 이후 최초의 지진이다.


산업화도시의 황폐화

실시간 소통기구, 사물인터넷, 인공지능(AI) 등의 등장과 함께 기존의 전통적 산업방식이 쇠퇴하면서 뉴캐슬지역도 침제에 접어들게 돼 도심 공동화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많은 사람들과 산업들이 외곽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대형쇼핑몰 등이 외곽에 들어서면서 도심부는 텅 비게 됐다. 밖은 화려한데 중심부는 마치 유령도시나 마찬가지로 변했다.

문제가 있는 곳에 언제나 해법도 있는 법. 공동화에 따른 도심부 건물들의 공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건물주들이 수리를 하지 않고 있었다. 그 원인이 궁금한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그곳이 고향이면서도 멜버른(Melbourne)에 살고 있던 막스 웨스베리라는 사람이었다. 원인을 추적해보니 건물주들이 입주자를 구하기 위해 건물을 수리하지 않고 있었다. 알고 보니 수리비용이 임대비용보다 더 비싸 그냥 텅 빈 채로 내버려뒀던 것.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한 웨스베리는 아이디어를 찾기 시작했고, 마침내 건물주에게 권한을 이양 받아 보수를 진행하고, 세입자가 오기 전에 임시로 예술가들이나 디자이너들이 이 공간을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이것이 바로 리뉴 뉴캐슬의 시초다.

이 사람은 우선 소규모 창업자들을 겨냥했다. 소자본으로도 건물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그러자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활기가 불어넣어졌다. 일단,이 재생사업 초기 예술가와 창업자에게는 작업공간에 생기게 되고, 건물주에게는 임대수익을 올리면서 건물가치도 올라가는 이중 혜택을 보고, 도시에는 일자리와 활력이 생겨나게 됐다. 한사람의 아이디어가 소규모 공동체로부터 시작해 이제는 국가사회 규모의 공동체사회로 변신을 거듭하게 됐다.


발전적 리뉴 뉴캐슬프로젝트

리뉴 뉴캐슬은 ‘대담한 아이디어, 보다 나은 삶’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나온 호주의 사회혁신센터(TACSI=The Australian Center for Social Innovation)의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다. 여기서 대담한 아이디어란 ‘새롭고 용기가 필요한 아이디어’라는 의미로 더 나은 삶으로 발전시켜나가자는 뜻이다. 이런 슬로건을 바탕으로 비어 있는 공간 살려내기 프로젝트로 발전되면서 앞에서 언급했듯이 리뉴 뉴캐슬이 ‘리뉴 오스레일리아(Renew Australia)’로 발전되면서 호주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리뉴 뉴캐슬 팜플릿.
리뉴 뉴캐슬 팜플릿.

리뉴 뉴캐슬은 어떻게 성공했을까

막스 웨스베리라의 아이디어에서부터 시작은 됐지만 한 개인의 사업이 아니었다. 관련 행정기관과의 유기적인 아이디어의 교환, 기관의 지원과 협조 등이 어울려지면서 중앙정부가 벤치마킹을 할 정도로 대 성공을 거두게 된 이유가 분명하다.

"문제는 사람" 공동화된 도심에서 빠져 나간 것도, 다시 찾아온 것도 역시 사람이다. 살 수 없는 환경은 사람을 내쫓게 되고, 살 수 있는 환경은 사람을 불러들인다. 살수도 있고,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사람이다. 이곳 정부부처나 해당 행정기관의 담당자들 모두 공무원 신분이긴 하지만 배경은 기업가, 예술가, 건축가 등 다른 분야의 전문성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단순히 행정업무만을 하는 공무원이 아니라 각 분야의 전문성을 지녔다는 것이다. 한국도 기술전문직을 선발하기는 하지만 실질적인 프로젝트 실시는 기술직보다는 행정직 공무원들이 지시하고 관리감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설령 공무원조직 구성이 한국식이라고 해도, 기관 내 각 부서 사이의 칸막이를 걷어내 협업을 하게 되면 무리 없이 목적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칸막이 행정은 주민과의 소통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일의 진척 또한 더디게 한다. 또 부서 간의 갈등으로 이어져 일이 매끄럽지 못한 상태로 이끌려간다. 자유로운 의사소통과 자유로운 부서 간의 이동방식을 통해 융합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조직문화가 우선이며, 이런 조직문화의 근간은 ‘사람이 우선’이라는 인식에서부터 출발한다.

특히, 공공분야인 행정조직과 사회적기업 중간지원 조직 등에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공무원, 전문 위탁위원, 자문위원, 자원봉사로 ‘다층적 인적구성’을 통해 주민과 언제 어디서나 소통이 가능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시공간의 중요성" 시간에 쫓겨 마감일을 지기키 위해 대충대충 일하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일처리 방식은 나중에 시간, 돈, 인력 등이 더 들어갈 수 있다. 양보다는 질,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를 중시하는 인식이 필요하다. 혁신적인 인식은 파괴적 창조정신으로부터 나온다. 획일적 사고를 접어두고, 전혀 당치도 않을 것 같은 생각까지도 해보는 것으로 부터 출발한다.

좀 거칠고 달성가능하지 않을 것 같은 전혀 새로운 생각도 다듬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로 발전하면서 혁신적인 성과를 일궈낼 수 있다. 이러기 위해서는 사람중심의 사고에서 출발해 협력의 공간, 시간적 여유(공간)를 마련하고, 이런 시간과 공간의 중요성을 철저히 인식하고 일에 임해야 한다. 여기에서 혁신적 서비스가 나오게 된다. 서비스는 ‘주민들을 섬긴다’ ‘주민에게 대접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미리 일의 사회적 영향평가" 어떤 일을 집행하기 전에 이 일이 주민들에게,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를 사전에 검토, 분석, 평가해봐야 한다. 또 이 영향력이 강조돼야 한다. 리뉴 뉴캐슬프로젝트의 경우, 호주 내 6개 지역에서 같은 운동을 시작했고, 나중에 호주 전역에 사회적기업인 리뉴 오스트레일리아까지 설립되게 되는 등 사회적 성격과 영향력을 미리 생각해둬야 보편성을 지니게 된다.

보편성이 결여된 프로젝트도 일정 정도의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역적, 인적 제한을 두는 프로젝트는 그 규모에서나 다양성 등에서 그 성과가 크지 않다. 보편성을 지닐 때 수많은 사람들의 참여가 가능해진다. 주민참여 없는 일은 제한적 성과밖에 얻을 수 없다. 또 확장성에도 보편성이 필요하다. 한 곳에서만 유일하게 작동되는 것은 그곳만의 산물이기 때문에 다른 곳에까지 이어질 수 없는 단점이 있다.

"중간지원조직의 필요성" 행정기관 우두머리의 지시에 따른 중간단계의 공무원만으로는 주민들 삶의 현장을 제대로 잇기가 쉽지 않다. 뉴캐슬뿐만 아니라 같은 프로젝트의 전국화 과정에서 성공을 담보해내기 위해서는 중간지원조직의 활동이 절실함을 인식하게 됐다. 중간지원조직이 사회적기업이든 태스크포스든 이들을 적극 활용했다. 행정기관이 주인이면서도 고객이거나 지원자가 돼 민간재단이나 투자자를 통해 혼합재구성을 하는 등 민관융합기구로서의 활동을 적극 권장했고, 또 그렇게 했다. 이렇게 구성된 혼합기구에는 반드시 독립성을 부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기관이 주인행세만 해서는 큰 성과를 얻을 수 없다는 교훈이 리뉴 뉴캐슬 프로젝트가 보여주고 있다. ‘뉴캐슬 나우(Newcastle Now)’등과 같은 파트너들이 중간지원조직으로 일하고 있다.

작은 창업자 공방.
작은 창업자 공방.

"공동작업 과정의 중요성" 문제를 혼자 해결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양화시대에는 그 문제도 복잡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함께 생각하고, 함께 디자인하기(Co-thinking&Design)와 같은 공동작업이 필요하다. 특히, 공동작업과정에서 다른 생각을 정리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공유인식이 나타나면서 ‘신뢰’까지 쌓이게 된다. 이 수준이 되면 안 될 일이 별로 없다. 난관극복도 보다 쉽게 할 수 있게 된다. ‘과정의 중요성’이 여기에서 더욱 강조된다. 뉴캐슬에서는 ‘수혜자로서의 주민’들을 정책과 서비스개발 과정에 함께 끌어들임으로써 실질적으로 필요한 서비스와 정책을 만들어냈다.

"행정기관은 많은 질문을 해야 한다" 행정기관이 개념 하나만 설정하고 지시만 해서는 되는 일이 없다. 스스로 많은 질문을 할 줄 알아야 한다. 많은 질문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의견과 아이디어, 현장의 문제점들을 미리 파악해야 가능해진다. ‘질문은 곧 고민’이라 할 수 있다. 고민은 생각의 깊이를 더해가면 갈수록 해결의 길을 찾아준다. 비공식적인 주민들의 아이디어들을 발굴해 공식적인 질문으로 만들어내면서 그 질문의 해답을 찾아가면 공식적인 기관의 일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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