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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칼럼] 주민자치의 길, 민주시민교육에서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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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칼럼] 주민자치의 길, 민주시민교육에서 찾자
  • 김은경 인천남구평생학습관장
  • 승인 2016.02.04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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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인천남구평생학습관장.
김은경 인천남구평생학습관장.

학교와 마을이 함께 만드는 마을교육공동체

최근 지방정부에서 ‘교육혁신’ 혹은 ‘혁신교육’이라는 정책으로 시·군·구와 교육청이 공동으로 교육거버넌스를 구축해 교육공동체를 조성하고, 공교육혁신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우선, 학교 안에서는 시험 상황에 빠진 학교 교육에서 아이들의 재능과 소질에 관심을 두고 체험하는 학습을 되살린다는 취지다. 이는 교육과정을 정상화하고 교사와 학생의 교육적 관계를 형성하는 구조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다.

학교 밖에서는 학교와 지역사회 간의 관계성에 주목하며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마을과 주민이 함께 아이들을 키워가는 마을교육공동체, 즉 ‘온마을교육’을 지향하고 있다. 이는 모든 교육을 학교에게 맡겼던 것이 오래되지 않은 근대적인 형태인데, 그 짧은 시간에 인재양성이라는 교육목표에 아이들의 배움이 피폐해졌기에 다시 가족과 마을이 함께 아이를 키우던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이 교육혁신의 핵심인 듯하다.

교육혁신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교육이 운영되고 있고, 그 결과 작은 변화들이 나타나고있다. 특히 마을교육공동체의 경우, 마을이 학교인 마을학교가 운영되고, 학교와 마을의 축제가 하나가 되기도 하면서 학교와 마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이 또한 의미 있는 변화다. 하지만, 좀더 래디컬(radical)하게 생각해보면, 마을교육은 아이들의 시민적 덕성인 실천능력을 키워주는 것에 있어야 한다고 본다. 마을이 함께 아이들을 키워가는 본래적 이유는 아이들을 마을의 ‘좋은’ 구성원으로 만들어가는데 있기 때문이다.

좋은시민이 주민자치의 관건

그 지역 주민들이 지역문제를 결정하고 책임지는 것이 주민자치의 내용라면, 그 주체인 주민은 스스로 참여해 결정하고 책임지는 시민이어야 한다. 즉, ‘좋은’시민이 주민자치의 관건이다. 주민자치를 위해 지방정부를 비롯해 관련 기관과 학회 등에서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런 학습으로 단기간 좋은시민이 만들어지진 않는다(특히, 주민자치회를 구성하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다면, 더욱더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주민자치는 요원한 일인가. 그 답은 학령기의 민주시민교육에서 찾을 수 있을 듯하다. 민주주의가 지속해서 실행되기 위해서 민주주의와 그 가치들을 학습시키고 반복적으로 실천하도록 습성(하비투스)화 하는 것, 그것이 민주시민교육이다. 민주시민교육은 자치교육인 것이다. 따라서 참여민주주의, 풀뿌리 민주주의인 주민자치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민주시민교육이고, 이는 되도록 어렸을 때부터 지속적인 교육과정을 통해 체화돼야한다.

이점에서 독일의 정치교육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치교육 과정에서 전후 나치의 전체주의에 대한 역사적 비판의식을 고취하고, 시민들의 비판력 및 판단력을 제고하며, 이를 토대로 시민들의 정치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특히, 학교 교육에서는 시민교육의 기본원리로써 주입식 교육을 금지하고, 정치적·학문적 논쟁을 지속하며, 정치 관심사의 관철과 해결능력을 배양하고 있다. 학교 교육 이외에도 취학전 교육, 학교외 청소년 교육을 통해 판단과 분석, 그리고 행위를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있다.

영국의 경우도 학교 교육과정에서 다양한 쟁점을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서 책임감 있는 시민을 양성하고, 자신의 삶에 영향을 주는 정치제도 및 법체계, 경제제도 등에 대한 지식을 습득해 적극적으로 실천하게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시민교육에서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학교와 지역 등 공동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시민으로서의 책임감과 비판적 인지기능을 갖도록하는 것이다. 학교교육(중등과정)의 필수교과목으로 선정해 시민교육을 통해서 학생들이 학교 밖 공동체에 참여할 기회를 갖고있다.

아이들의 자치교육도 비중있게 진행돼야

시민적 덕성(virtue)은 ‘시민적 성숙성’, ‘시민적 행위능력’, ‘시민적 판단력’ 그리고 ‘시민적 연구력’을 실천하는 능력이다. 우선, 스스로 자신을 다스릴 수 있는 자치능력(시민적 성숙성)이 필요하다. 이를 전제로 자신의 주관적 의견을 만들고, 상대를 설득하고 협상하여 합의점을 찾아가는 민주주의 과정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시민적 행위능력).

실질적인 주민자치를 위해서는 시민적 판단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지역문제에 대해 사실적 관점과 가치개입적 관점으로 동시에 분석하고 판단하는 것이 주민자치의 현장에서는 결정적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스스로 지역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하며, 학습을 지속적으로 체계화하는 연구능력 또한 민주시민 교육을 통해 갖춰야 할 시민적 덕성이다.

서울시가 전국 지방정부 최초로 시민을 대상으로 한 민주시민 교육을 운영하기 위해 ‘민주시민 교육조례’를 공포했다.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와 정치제도의 이해, 정치참여, 시민의 권리와 의무, 참여와 책임, 의사소통, 합리적 의사결정, 갈등 조정, 문제해결 등 역량과 자질 함양에 관한 교육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이를 시작으로 많은 지방정부가 민주시민교육을 체계화하고, 나아가 국가차원에서도 민주주의 교육을 추진해야한다.

또 이 민주시민교육은 학령기, 혹은 취학 전부터 이뤄져야 한다. 민주주의의 가치를 터득하며, 공공선과 공동체에 대한 인식을 심는 것은 지속적인 교육과정에서 가능한 것이다. 주민자치를 이끌어갈 미래의 주인인 아이들의 자치교육인 민주시민교육도 비중 있게 진행돼야 한다. 아이들의 자치교육이야말로 진정한 주민자치를 실현하는 길이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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