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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_한국형 주민자치회에 요구되는 권한과 역할] "지역공동체 지원할 수 있는 권한부여 급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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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_한국형 주민자치회에 요구되는 권한과 역할] "지역공동체 지원할 수 있는 권한부여 급선무"
  • 남재걸 단국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 승인 2016.01.1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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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공동체조직 네트워크 허브로서의 주민자치회 구축 방안
주민자치회는 생활자치 발전을 위한 지렛대 역할 해야
남재걸 단국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남재걸 단국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현실의 주민자치에 던지는 몇가지 의문

돌이켜보면, 우리는 지방자치가 부활되고 20년간 중앙과 지방간 제도적인 분권에 집중해왔다.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지방분권촉진위원회, 그리고 지방자치발전위원회와 같은 이름을 가진 대통령 직속의 위원회들이 생기고 사라지고를 반복하고 있는 것은 분권 아젠다의 파워를 느끼게 한다. 그러나 참여를 바탕으로 한 진정한 풀뿌리민주주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분권은 중앙집권의 폐해를 그대로 지방에 가져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결국, 지방분권을 촉진하기 위한 호소력 있는 주장은 지방에서의 실질적인 주민참여가 이뤄지는 것이다. 이런 주민참여의 실질화는 무엇보다 ‘참여의 생활화’가 실현되는 ‘생활자치’가 이뤄져야 한다. 한단계 더 나은 분권을 위해서는, 한단계 더 나은 참여가 실현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일상생활과 근접한 자치는 기존의 기초지방자치단체인 시·군 및 자치구의 하위단위에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최근 지역공동체 논의가 활발하다.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들이 다양한 이름으로 생겨나고 있다. 이런 공동체들의 활동 그 자체가 생활자치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런데 행정자치부에서는 읍·면·동 단위에서의 주민자치 활성화를 위해 주민자치회를 시범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전국에 확대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지역공동체들과 주민자치회와의 차별성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그리고 주민자치 또는 생활자치라는 측면에서 이들간 역할의 정립은 어떻게 되는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주민자치회와 지역공동체와의 차이점

주민자치회는 기존의 주민자치위원회를 대체하는 것으로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에 규정된 읍·면·동 단위의 주민자치 조직이다. 반면에 지역공동체는 일정한 지역에서의 주민모임이다. 따라서 넓은 의미의 지역공동체는 주민자치회를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담론수준에서 또는 현실에서 다뤄지는 지역공동체의 의미는 주로 읍·면·동의 하위단위를 경계로 이뤄지는 공동체를 말한다. 이렇게 주민자치회를 읍·면·동 단위의 주민자치조직으로, 지역공동체를 읍·면·동의 하위단위 수준에서 이뤄지는 주민간 모임으로 정의하면 이들의 차별성을 좀 더 명확히 구분할 수 있을것이다.

주민자치회와 지역공동체의 두 번째 차별성은 그 추구하는 목적에서 찾을 수 있다. 개별지역 공동체들은 그들이 추구하는 별도의 목적을 가진다. 예를 들면, 농림수산식품부의 마을만들기, 행정자치부의 지역공동체 활성화, 문화체육관광부의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 보건복지부의 주거복지공동체사업, 고용노동부의 사회적 기업지원사업 등은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진다. 반면에 주민자치회는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 제27조에 규정돼 있듯이 ‘풀뿌리자치의 활성화와 민주적 참여의식 고양’이라는 목적을 가진다.

세번째 차별성은 그 기대역할에서 찾을 수 있다. 지역공동체는 구성원들이 원하는 비전을 달성하고, 정관이나 회칙에 따른 목적에 따른 기대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주민자치회는 읍·면·동 단위에서의 주민화합 및 발전에 관한 사항, 지방자치단체가 위임 또는 위탁하는 사무의 처리에 관한 사항, 그밖에 관계법령, 조례 또는 규칙으로 위임 또는 위탁한 사항에 대한 일을 맡는 명확한 역할이 주어져 있다.

네 번째는 그 구성에서의 차별성이다. 지역공동체는 주민 간 자율적으로 구성할 수 있지만, 주민자치회는 특별법 제29조에서 그 구성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주민자치회와 지역공동체와의 공통점

그러나 주민자치회와 지역공동체는 공통점도 존재한다. 첫째, 주민자치회와 지역공동체는 모두 기초자치단체 하위수준에서의 실질적인 주민자치인 생활자치를 이끌고 있는 주체들이라는 것이다. 지역공동체들은 자신들의 목적수행을 위해 두사람 이상이 모였지만, 이런모임은 결국 ‘자치’와 별도로 해석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둘째는 주민자치회와 지역공동체 모두는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만드는 사회적기제라는 것이다. 최근 경쟁사회에서 소외돼가는 인간의 정서적 회복을 강조하며, 공감과 연대라는 용어가 중요시되고 있다. 공감과 연대는 둘 이상의 사람이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또 이런 더불어사는 삶은 국가가 책임지는 복지라는 무거운 짐을 함께 나눠 가질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셋째는 모두 일정한 지역을 단위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민자치회는 읍·면·동이라는 단위를 기초로 하며, 지역공동체는 구체적인 범위가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일정한 경계를 단위로 하는 지역을 기초로 형성된다.

넷째는 이 두 가지 모두 구성원의 행복을 최종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민자치회의 종국적인 목적은 관내 주민들의 행복이며, 지역공동체 역시 소속 공동체구성원의 행복이 최종목적이다.

결국, 주민자치회와 지역공동체는 별도의 조직이지만 상호협력하면서 나아가야할 생활자치의 주체들이다. 이들 주체들의 활동성의 정도가 향후 지역사회에서 주민자치 수준을 결정할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주민자치회와 지역공동체간 역할의 조정문제 또한 중요한 문제다.


주민자치회와 지역공동체간 관계 설정

앞에서 보았듯이 주민자치회와 지역공동체 간에는 구체적인 차별성 뿐 아니라 공통성도 가진다. 따라서 이들을 지역생활 자치의 주역으로 역량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의 활동이 향후 읍·면·동 단위 수준에서의 주민자치의 핵심이 될 수 있을 것이 때문이다.

주민자치회와 지역공동체 간의 관계설정에서 가장 우선 고려돼야 할 요소는 영역의 범위와 주체들의 수다. 즉, 주민자치회는 읍·면·동 단위 전체를 하나의 영역으로 한개가 형성된다. 그러나 지역공동체는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읍·면·동 하위단위를 영역으로 하며, 다수의 공동체가 형성될 수 있다. 따라서 읍·면·동을 단위로 하는 주민자치회와 그 하부단위에 존재하는 지역공동체간의 역할의 배분을 합리적으로 설정해 자치의 역량을 결집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이런 관계설정의 핵심은 주민자치회를 지역공동체 네트워크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각 지역마다 주민들로 구성된 각종 동호회(생활체육 및 문화관련 등) 및 아파트 운영위원회 등 자생적으로 조직된 공동체들이 있다. 이런 자생조직들의 자치활동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지원할 수 있는 주민자치회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생조직은 오래전 부터 지역에서 운영돼오던 단체일 수도, 새롭게 구성된 단체일 수도 있다. 지금까지는 시·군·구 단위에서 공동체나 각종 단체의 지역본부를 두고, 이를 중심으로 네트워크가 이뤄지고 예산 등 각종지원이 이뤄졌다. 그러나 이제는 이들 자생단체들이 읍·면·동을 단위로 하는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읍·면·동 수준의 일상적 생활자치에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원해야 한다. 최근 각종 공동체 지원이나 마을만들기 등은 이런 자생단체를 통한 주민자치라는 측면에서도 크게 반길만한 일이다.


주민자치회는 어떻게 지역공동체 네트워크의 허브가 될 수 있는가?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주민자치회가 지역 공동체 네트워크의 허브 역할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보자.

시범실시 중인 주민자치회는 사실상의 법적 권한이 없다. 따라서 현재의 주민자치위원회와 별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다. 필자는 주민자치회에 지역공동체를 지원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주장해왔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주민자치회에 ‘지역공동체 지원’ ‘지역의 각종 공동체에 대한 보조금 지급·관리’라는 명확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공동체 지원업무는 읍·면·동 단위에 존재하는 다양한 지역 사회단체, 관변단체, 자생단체들에 대한 각종 보조금지원 업무를 주로 하며, 이들과 네트워크를 통해 읍·면·동 단위의 자생적인 공동체를 형성하게 된다.

이런 업무를 읍·면·동사무소에서 분리해 주민자치회가 수행해야 한다. 이를 통해 주민자치회는 실질적인 지역공동체 네트워크의 허브(hub)역할을 수행 할 수 있으며,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자치회를 통해 지역공동체의 자생적 발전을 간접적으로 지원하게 된다.

여기서 주민자치회에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이나 중앙정부의 보조금으로 이뤄진 자금을 관리·배분할 권한을 부여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중앙정부의 보조금은 대부분 그 액수가 결정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의 일부 지방보조금에 대한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조례로 어느정도의 자율성을 주민자치회에 부여하면 될 것이다. 예컨대 시·군·구 단위의 단체는 자치단체에서 결정하되, 읍·면·동 단위의 단체에 대해서는 일정액수의 범위내에서의 보조금 배분에 대해 주민자치회에 그 권한을 부여하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

일본의 사례를 보면, 시·군 단위에 정내회총연합회가 존재한다. 총연합회는 시·군으로부터 보조금을 받는다. 이 보조금을 총연합회가 주축이 돼서 각정내회에 배분하는 작업을 한다. 개별 정내회의 행사 규모나 필요에 따라 배분하는 것이다. 이런 보조금의 배분권한을 통해 지역 내 정내회 간 연결망 형성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다음으로 주민자치회가 지역공동체조직의 네트워크 허브로서 작용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읍·면·동 기능의 전환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현재의 읍·면·동 기능에서 공동체 지원업무를 분리하는 것은 어렵거나, 하더라도 큰 효과를 보기 어려울 수 있다. 그 이유는 주민자치회의 역할이 현재의 일반행정의 틀속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읍·면·동의 기능은 1998년의 큰 변화와 2006년의 약간의 변화에 의해 이뤄진 것이다. 그런데 시대환경의 변화는 다시 읍·면·동 기능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제는 복지, 고용, 안전, 공동체 지원기능이 중심이 되도록 바꿔야 한다. 이렇게 바뀐 읍·면·동에서 공동체 지원업무를 주민자치회에 이관하는 것이다.

그런데 복지와 안전은 지역공동체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진다. 따라서 기능이 바뀐 읍·면·동사무소에서 공동체업무는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것이다.

그런데 지역공동체에 대한 지원은 읍·면·동사무소에서 직접 수행하는 것보다는 주민자치조직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되면, 공동체에 대한 네트워크 허브로서의 주민자치회의 역할 또한 중요하게 부각될 것이다. 또 공동체와 주민자치회의 상호의존적인 성장은 생활자치의 선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다.


주민자치회는 계륵이 아닌 지렛대가 돼야

지금은 주민자치회 제도설정의 주요한 시기라고 본다. 왜냐하면, 그동안 유명무실하다고 할 수 있는 주민자치위원회를 보다 실질적인 주민자치의 주체로 변화시키기 위한 제도적인 움직임이 있는 시기며, 다른 한편으로는 읍·면·동의 하위단위에서 지역공동체들이 활발히 생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위로부터의 제도적 변화의 소용돌이와 아래로부터의 자생적 생활자치의 성숙은 새로운 제도적인 완충지대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주민자치회의 역할이다.

돌이켜 보면, 그동안 주민자치위원회는 주민자치의 장식품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읍·면·동 단위에서도 주민의 자치기구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장식품이었으며, 명목상 자치의 상징이었다. 그렇다고 없앨수도 없는 ‘자치의 계륵’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생활자치라는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으며, 지역공동체라는 새로운 자치의 주체가 등장하고 있다. 이들을 아우르고 도와주며,
새로운 자치의 틀을 만들어갈 주체가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생활자치의 발전을 위한 지렛대 역할을 해야 하는 주민자치회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주민자치회의 성공가능성은 지역공동체들의 네트워크 허브가 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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