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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칼럼] "마을기업 통한 지역순환경제 활성화는 주민자치 강화 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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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칼럼] "마을기업 통한 지역순환경제 활성화는 주민자치 강화 토대"
  • 최인수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자치행정연구실수석연구원
  • 승인 2016.01.12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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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수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자치행정연구실수석연구원.
최인수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자치행정연구실수석연구원.

지역에서 경제적 활로를 찾는 마을기업들이 함께 모여, 고민을 나누는 ‘2015 대한민국 마을기업 박람회’가 지난해 9월 강원도 춘천시 춘천역 앞 옛 캠프페이지 부지에서 개최됐다.

전국 200여개 마을기업과 단체들이 참여한 가운데 마을기업 제품 전시·판매, 시·도별 마을기업의 날 행사, 우수마을기업 경진대회 등이 열렸다. 2014년 말 기준으로 전국 17개 시·도에 1249개 마을기업이 운영되고 있으며, 1만여 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총 매출액 1000억원을 달성했다고 한다. 마을기업은 마을 주민이 주도해 유·무형의 인적·물적 지역 자원을 활용한 수익사업을 통해 지역문제를 해결하고, 소득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마을단위의 사업체로 정의되고 있다.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 변화

국내에서 마을기업정책은 인기가 좋다. 그 이름 자체가 조직의 성격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마을기업이라는 용어는 사실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이 있었던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파생된 여파가 한국의 경제에도 영향을 미쳤다. 경제위기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곳은 기업들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 경제위기의 영향을 받아 가장 큰 어려움에 봉착하는 사람들은 사회에서 경제적 능력이 떨어지는 사회적 취약계층의 사람들이다.

당시 행정안전부(현 행정자치부)는 이런 어려움에 처한 취약계층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하는 재정사업을 2009년도에 진행하는데, 그 명칭이 ‘희망근로’사업이다. 희망근로사업으로 취약계층을 고용하고, 공공근로의 성격을 빌어, 도로청소도 하고, 꽃도 심어 꽃길을 가꾸는 일을 하고, 약간의 임금을 지급하는 사업이었다. 그러나 이런 경제위기의 여파는 서서히 잦아들었지만, 1년 만에 끝나지는 않았으며, 그 다음해에도 행정안전부는 희망근로사업을 진행해야 했다.

그런데 취약계층들에게 당장의 일자리를 제공하며 사업을 진행한 것은 좋았는데, 1년이 지난 다음에 무엇이 달라졌는가 보니, 다시금 도로를 청소하고, 꽃을 심고, 꽃길을 가꿔야하는 일에 나서야만 했다. 이렇게 일이 진행된다면, 그 다음년도에도 도로를 청소하고, 겨울을 거치면서 시들어버린 꽃을 다시 심는일에 재정사업 예산을 계속 투입하는 일이 계속돼야만하게 생겼다. 정부의 예산을 지원해도 다음해에 다시 지원하고, 또 지원해야만 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일자리사업의 한계에 이르렀다.


자립형 지역공동체 사업의 태동

이런 상황에서 당시 행정안전부의 지역발전국에서는 삼성경제연구소(Seri)에서 발간된 보고서를 통해 일본의 ‘커뮤니티 비즈니스(Commnunity Business)’라는 사업을 접하게 되고, 정부가 보조사업 등을 통해 예산을 지원하는 동안 지역공동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가는 사업으로서 희망근로사업 내용이 전환돼야 함을 느끼게 됐다. 이렇게 돼 나온 것이 ‘자립형 지역공동체사업’이다. 지역공동체 스스로 자립의 기반을 마련한다는 취지로서의 공동체 사업이다.

그러나 자립형 지역공동체사업에서 중요한 키워드는 자립과 공동체다. 자립은 기업과 같은 이익창출을 통해 스스로 지속성을 갖는 것이고, 공동체는 지역으로의 마을단위 조직을 의미했다. 이런 의미를 담아서 만들어진 용어가 바로 ‘마을기업’이다. 2011년의 일이다. 농림수산식품부에서는 마을기업과 같은 의미로 ‘농어촌 공동체 회사’라는 사업을 진행한다. 농어촌공동체회사와 마을기업의 2개의 용어 중 무엇이 더 간단하면서도 의미를 정확히 내포하고 있는가. 마을기업이다.

한국은 고도의 경제성장기를 거쳐 왔다. 한국전쟁 이후 폐허가 된 그곳에서 미국의 한 장군이 ‘100년 후에도 이 나라는 다시 일어나지 못할 것이다’라며 저주에 가까운 말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의 국민들은 그 폐허위에서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세계경제 10위권에 들어가는 번듯한 나라를 단 30~40년 만에 이뤘다. 그러나 그 경제성장의 과실을 늘 따먹는 지역과 계층은 정해져 있고, 과실을 따먹지 못하는 지역과 계층은 늘 소외됐다. 자체적으로 무엇을 해 보려고 해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지역순환경제와 지역기반기업의 중요성

정치영역에서는 행정부로서의 중앙정부와 광역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가 있고, 입법부의 형태로 국회와 지방의회가 존재한다. 한편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지역정치의 영역이 주민자치와 공동체의 생활자치로 확장되고 있다. 그리고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기본법 제정이 가시화 되고 있다. 제정책 속에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노력들이 계속되고 있다.

지역순환경제의 강화를 위한 마을기업 육성정책이 그런 노력의 하나다. 돈은 돌고 돌아서 돈이라고 하고, 왜 지역순환경제를 강화하는데 돈이 도는 것이 중요한지에 대한 에피소드 같은 이야기가 있다. 어느 시골 마을을 여행하던 여행객의 이야기다(전대욱).

"한 여행자가 황폐해진 시골마을을 지나고 있었다. 경기침체로 마을의 상황은 무척 안좋았다. 마을사람 대부분이 빚더미 위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여행자는 하룻밤 묵을 호텔을 찾아 들어갔다. 그리고 호텔주인에게 100달러를 주면서 묵을만한 방이 있는지 살펴보고 싶다고 말했다. 호텔주인은 한번 둘러보라고 하며 여행자를 2층으로 안내했다. 여행자가 호텔 복도를 지나며 방들을 살펴보는 동안, 호텔 주인은 부리나케 계단을 내려가 호텔을 나가더니 이웃의 정육점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여행자가 준 100달러로 정육점 주인에게 밀린 외상값을 갚았다. 그러자 정육점 주인 역시 100달러를 들고 부리나케 뛰어나가 이웃의 돼지농가로 가더니 밀린 외상값을 갚았다. 돼지농가의 농부 역시 100달러를 들고 부리나케 뛰어나가…. 이런 식의 뜀박질이 몇 번 계속되고 나서 결국, 또 다른 마을사람이 100달러를 들고 호텔직원에게 찾아와 그에게 밀린 외상값을 갚았다. 마침 그때 호텔 2층에서 방을 둘러보던 여행자가 1층으로 내려와서는, 마음에 드는 방이 없다면서 자신이 냈던 100달러를 돌려달라고 했다. 호텔직원은 마을을 한 바퀴 돌고 온 100달러를 여행자에게 돌려줬다. 여행자는 떠났고, 마을사람들은 서로의 빚을 청산했다."

미친 듯이 지역을 돌고 도는 돈이 가지는 지역경제에서의 의미를 잘 보여주는 이야기다. 소규모 지역경제 단위에서 왜 마을기업과 같은 지역기반기업이 중요한가를 보여준다.


지역순환경제활성화는 주민자치 토대

국회에서 ‘마을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새누리당 서청원 국회의원에 의해 발의됐다. 마을기업 법안은 마을기업을 육성해 일자리 및 소득을 창출함으로써 주민의 삶의질을 향상시키고, 지역공동체의 회복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또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마을기업육성을 위한 시책추진에 있어 지역사회의 과제나 주민들의 요구를 바탕으로 마을 주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주체가 되며, 사업수익을 마을 발전을 위해 재투자 하도록 유도한다. 행정자치부장관,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은 5년마다 마을기업육성에 관한 종합계획 수립하고, 그에 따른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 시행해야 한다고 법안은 명시하고 있다.

최근 사회적경제기본법이 여·야 합의로 지난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기로 합의됐다가 보류됐다. 지역공동체기본법 제정이 준비 중이다. 마을기업 법안은 이미 발의됐으며, 지역경제영역에서 마을기업이 더 많은 역할을 하고, 지역자원을 활용한 지역순환경제 강화를 위해 움직일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주민스스로 지역의 일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실질적 자치를 위한 주민자치회와 마찬가지로 지역경제영역에서 마을기업을 통한 지역순환경제의 활성화는 주민자치를 강화하는 토대가 될 것이다. 이제 3달후면 19대 국회의 뒤를 이을 20대 국회를 위한 국회의원 총선거가 치러지고, 새롭게 국회가 개원할 것이다. 지역순환경제를 위해 중요한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는 마을기업과 관련된 법안이 좀 더 다듬어지고, 준비돼 제정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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