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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는 지금] 덴마크 - "없었던 것을 꿈꾸어 이뤄낸 작은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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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는 지금] 덴마크 - "없었던 것을 꿈꾸어 이뤄낸 작은 혁명"
  • 김상욱 객원기자
  • 승인 2016.01.26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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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덴마크 ‘예딩 낙농협동조합’ - 참여와 공동체정신의 중요성
‘함께 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정신으로 돌파구를 찾다
예딩 낙동협동조합은 덴마크에서 최초로 1882년에 낙농제품 생산을 시작했다. 이곳에서 크림분리기와 버터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덴마크 서부에 위치한 서부 유틀란트(West Jutland)에 있으며, 협동조합의 효시이자 이 운동의 발상지로 협동조합의 구성, 조직, 운용 등의 모범적 사례를 보여준 덴마크의 대표적인 조합이다.

‘사람 셋만 모이면 협동조합을 만든다’는 농담이 있다. 이는 덴마크 사람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혼자해서 좋은 일도 있지만, 공동체사회는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것에서 부터 출발한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그 유명한 말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커뮤니티(공동체)는 여럿이 함께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을 말한다.

‘협동조합’도 마찬가지다. 협동(協同)이라는 말 자체가 영어의 ‘커뮤니티’라는 말과 통한다. 공동체를 형성하려면 무엇보다도 ▶모이고 ▶대화하고 ▶논리적으로 설득하고 ▶서로 공감하고 ▶이것이 제대로 안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하나의 목적과 목표를 향하고 ▶실천해 목표를 이루려는 노력과 이에 필요한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바로 커뮤니티 형성의 기본적인 과정이다.

한 가지 실험 이야기가 있다. 어느 시골 마을에 5가구가 살고 있다. 5가구 모두가 합심해서 각 가구마다 소 한 마리씩을 놓아먹일 수 있는 목초지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그런대로 약속이 잘 이뤄졌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욕심이 발동했다. 한 가구가 ‘괜찮겠지’하면서 소 한 마리를 더 목초지에 넣어 먹게 했다. 그러자 다른 가구도 질세라 소 한 마리씩을 더 목초지에 내놓았다. 그러자 모든 가정이 경쟁대열에 뛰어들었다. 5마리용 목초지에 이미 10마리 이상의 소가 풀을 뜯다보니 한 해가 못가서 목초지는 황폐한 땅으로 변했다. 모두가 소를 키우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모두 실패자가 된 것이다. 이것이 협동과 공동체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한 예다.

이런 우를 범하지 않고 모두가 성공한 사례가 세상 곳곳에 있다. 모범적인 예가 133년 전에 만들어진 덴마크의 ‘예딩 낙농협동조합(Hjedding Cooperative Dairy)’이다. 이 조합이 성공하는데에는 밑바닥에 ‘참여정신’과 ‘협동정신’이 깔려있었다. 혼자가 아니라 우리 모두다. 문제는 사람이 만들고, 만들어진 문제는 사람이 풀 수 밖에 없다는 상식적인 인식에서 출발한다. 언젠가 가톨릭계에서 ‘네 탓이 아니라 내 탓이요’라는 캠페인을 벌인 적이 있다. ‘네’가 아니라 ‘내’가 중요하며, 문제는 남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있다’는 것이 예딩사람들의 기본 인식이다.

개인→ 가정→ 마을→ 지역사회→ 국가사회로 이어지는 가운데, 소 집단이든 대규모 집단이든 ‘자발적 참여와 협력(협동)’을 통한 발전이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매김 돼 왔다. 한국의 ‘새마을운동’ 또한 덴마크 농업정책과 이런 협동조합이 큰 도움을 줬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예딩 낙동협동조합의 생성과정

예딩 낙동협동조합은 덴마크에서 최초로 1882년에 낙농제품 생산을 시작했다. 이곳에서 크림분리기와 버터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덴마크 서부에 위치한 서부 유틀란트(West Jutland)에 있으며, 협동조합의 효시이자 이 운동의 발상지로 협동조합의 구성, 조직, 운용 등의 모범적 사례를 보여준 덴마크의 대표적인 조합이다. 덴마크 사람들은 이 예딩 조합을 작은 혁명(A minor revolution)이라 부른다. 소량생산으로 큰 결과를 낸 곳이 바로 예딩조합이다.

1870년대 곡물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고, 농민들은 궁지에 몰리게 됐다. 그들은 돌파구를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되자 육류, 우유, 버터 등을 생산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졌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절박감이 맴돌았다. 그래서 협동조합을 생각해 냈다. 최초로 만들어낸 것이 크림분리기와 관련된 장비들이었다. 그리고 생산과 판매 활동에서 얻어진 이익에 대해서는 참여자 모두 공평하게 나누게 했다. 당시만 해도 생각하기 어려운 시스템을 생각해 낸 것이다. 아직도 처음 시작할 때에 세워진 아주 작은 건물이 보존되고 있다. 협동조합 산실의 역사적 증명을 하고 있다.

예딩 낙농협동조합은 처음에는 5명으로 시작했다가 후에 1400가구의 아주 영세한 축산농가들로 이뤄졌다. 이전까지만 해도 각자의 농장에서 개별적으로 우유를 가공하던 농부들이 자신들의 권익보호와 이익을 창출해내기 위해서 공동작업을 하면서 커뮤니티조합으로 형성됐다. 아이디어를 내서 기계를 만들기도 하고, 개인이 구입하기 힘든 고가의 장비는 공동구매하고, 낙농전문인력과 협력을 통해 조합원들의 품질향상, 제품가격 통제하기 등 규모의 경제를 이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런 역사를 써나갈 수 있었던 것은 근본적으로 덴마크의 그 유명한 ‘달가스’라는 사람이 있었다. ‘밖에서 잃어버린 것을 안에서 찾자’는 국민적 슬로건으로 ‘무기로 잃어버린 것을 괭이로 얻어내자’는 국민운동 또한 예딩협동조합 태동의 근본적 인식의 바탕이 됐음은 물론이다.


참여민주주의의 꽃 예딩조합 변신

2차세계대전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각 국이 소비수준 향상을 가져오면서 낙농제품의 수요가 크게 증가함으로써 예딩조합도 급성장의 기회를 맞이했다. 품질향상은 물론, 유통효율의 극대화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조합에도 변화의 물결이 들이닥쳤다. 따라서 1400여 영세가구로 형성된 조합을 100가구 단위로 14개의 ‘작은회사’로 쪼갰다. 요샛말로 회사를 업무별로 분사(分社)한 셈이다.

현대적 기업들이 전문화가 필요한 소단위 전문기업을 육성하고 있듯이 이미 예딩 조합은 그러한 시도를 한 것이다. 앞서가는 아이디어가 발휘된 사례들 가운데 하나다. 그러다가 1970년대 들어 엠디푸드(MD Food)라는 단일회사로 다시 통합하는 과정을 거쳐 세계적인 낙농제품 생산기업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몇몇 사람이 뭉쳐 시작해 다소 규모가 커지자 다시 소규모로 쪼개고, 시장 상황에 따라 다시 통합하는 과정을 거치면서도 변치 않은 원칙은 바로 ‘초심을 유지하자’였다. 앞서 언급한 5가구 농가의 소키우기의 예에서 보듯이 ‘탐욕’을 배제하자는 것이었다. 욕심이 자라나면 원래의 목적과 목표를 달성하기는 커녕 아예 ‘무(無)’로 변해버리는 현실적인 사례들을 볼 수 있다. 현재 엠디푸드의 소유주는 1만명에 이르는 농부들이다.

엠디푸드는 덴마크 안에서 6개 지역사업부로 나뉘어 있으며, 각 지역은 다시 구역으로 세분화돼 있다. 주민현장에 밀착형 판매망을 구축한 것이다. 최고 경영권은 일선구역에서 선출한 임원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가 행사하며, 운영위원회의 위원은 모두 288명 이다. 중요한 것은 이 가운데 15명은 평사원 가운데서 선출된다는 것이다. 밑바닥 의견을 수렴한다는 원칙이 적용된 것이다.

대규모기업(조합)의 주인이자 일개 농부인 이들은 초심의 원칙, 즉 ‘참여민주주의의 원칙’은 불변의 법칙이 되고 있다. 참여민주주의 원칙이 예딩을 보다 단단하게, 보다 발전적 미래지향적으로 만들어온 필수적 요소다. 모든 의사결정과정에서 조합원들이 낱낱이 직접 관여하되 철저하게 민주적 절차와 근거에 따라 일이 행해지고 있다.

개인 한 명 한 명을 존중하듯이 이 조합기업은 각 농가 하나 하나를 존중하는 협동정신의 기업문화가 뿌리를 박고 있다. 이런 정신이 장인정신으로 이어지고, 이 장인정신이 품질향상과 품질유지를 하게 하는 중요한 요체다.


예딩의 민주주의, 평등의 기본정신 올포원

‘존F.케네디’ 전 미국대통령은 취임연설에서 “국가가 당신에게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묻지 말고, 당신이 국가에게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물으십시오(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라고 했다. 참여와 협동을 강조하는 말이다. 예딩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그러나 케네디 전 대통령의 말과는 정반대의 개념 또한 케네디의 말과 통한다.

예딩의 기본정신은 ‘올 포 원(All for one)’이다. 한 개인, 한 가구를 위해 ‘우리 모두가(함께 힘을)’라는 뜻을 갖고 있다. 또 ‘모두가 동등하다’라는 뜻도 지닌다. 조합원 개개인이 동등하다. 그래서 투표권도 각각 1표다. 이익도 손실도 모두가 동등하게 나눈다. 개인이 공동체를 위해 자발적 참여를 하듯이 참여에 의한 공동체 또한 참여자 각 개인을 위한 공동체(조직)여야 한다는 뜻으로 케네디의 연설과 통한다.

케네디는 또 “우리는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꿈꿀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말도 했다. 새로운 도전적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딩 조합은 처음부터 곡물가격 하락에 따른 생존이 절실한 상황에서 세계 최초의 협동조합이라는 아이디어를 내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사례다. 과거에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꿈꿔 협동조합을 만들어 냈다. 상상해보면, 케네디 전 대통령이 예딩의 협동조합정신을 보고 그렇게 말했는지도 모르겠다.


예딩에서 찾아낼 포인트

"참여 없는 공동체는 없다" 너무나 상식적인 말이다. 그러나 참여에도 두 가지가 있다. 강압적 참여와 자발적 참여다. 공동체든 협동조합이든 강압적 참여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따라서 성공적이지 못하다, 민주적 자발적 참여만이 성공을 담보할 수 있는 기본적 요소다. 앞서 말한 케네디 전 대통령의 취임연설 중 ‘당신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물으십시오’에도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국가가 국민 개개인에게 강요를 하는 ‘파시스트’적인 면이다. 이는 독재자의 강요다. 그러나 반대로 자발적으로 유도하면 민주적 참여에 의한 자율적 참여민주주의가 된다.

"신뢰 없는 공동체는 존재하지 못 한다" ‘신뢰’는 곧 ‘믿음’이다. 믿음에는 3가지 요소가 존재한다. 투명성, 좋은 정보, 영향력이다. 믿을 수 있는 가장 첫 번째 요소가 바로 ‘투명성’이다. 투명성과 대조적인 말이 ‘거짓, 숨김, 올바르지 못함’이다. 모든 일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그 공개된 것을 통해 서로 믿음이 싹트게 된다. 거짓말을 하거나, 자꾸 뭔가를 숨기는 개인이나 조직은 혼탁하고 치열한 싸움만 존재하는 ‘불신의 시장’이 되고 만다. 불신의 시장에서는 되는 일이 없다. 둘째는 ‘좋은 정보’다. 공동체 안에서 불필요하거나 하찮은 정보를 제공할 경우 구성원들이 믿지 않는다. 또 그 정보는 일이 발생할 때마다 제때에 제공되는 정보여야 한다. 시간이 지난 정보는 의미가 없다. 셋째 영향력이다. 협동조합의 기본은 1인 1투표권이며, 이익도 손실도 동등한 분배가 된다. 따라서 각 개인에게 조직에 대한 영향력이 골고루 동등하게 나눠져 있다. 이런 영향력이 없으면 의견일치를 볼 수 없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영향력은 일방적, 독재적, 파행적 행태만을 낳는다.

"창의적 도전정신이 큰 결과를 낳는다" 예딩 조합이 이를 증명한다. 궁즉통(窮則通)이 창조적 정신을 낳게 한다. 매우 궁한처지에 이르면 오히려 펴나갈 방법이 생긴다는 뜻이다. 덴마크는 전쟁중에 많은 것을 잃었다. 앞길이 막막한 현실에서 ‘달가스’의 말처럼 “밖에서 잃어버린 것을 안에서 찾자”가 창조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나 혼자 세상을 바꾸거나 창조할 수 없으니 ‘나를 바꾸자’다. 나와 우리를 바꾸면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는 것이 바로 창조적 마음이다. 작은 혁명이 일어나는 것이다. 작은 것이 결코 작은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결과는 큰 것을 유도해낸다. 사소한 일에 집착하지 않고 공동체조직원 개개인의 작은 아이디어들을 모으면 모을수록 큰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는 이치다. 기존의 고집, 아집, 강압 등을 과감하게 파괴하거나 버릴 때 창조적이 된다.

"평등이 참여민주주의, 자치의 기본요소다" 불평등은 불만을 낳고, 불만은 다툼, 궁극적으로 파멸을 낳는다. 공동체 안의 조직구성원끼리, 공동체와 해당 행정기관 사이에 평등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참여민주주의, 주민자치는 구현될 수 없다. 개개인 사이의 평등 또는 동등, 커뮤니티와 행정기관 사이에는 평등이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행정기관의 일방적 행보, 공동체가 구성원을 획일적으로 밀어붙이는 방법은 참여민주주의와 자치적, 자율적 참여와 행동을 이끌어낼 수 없다. 불평등하기 때문이다. 조직구성논리에서 반드시 동등, 평등은 필수요소다. 그래야 목표한 대로 조직과 공동체가 움직일 수 있다. 공평한 조직이 평등을 담보할 수 있고, 행정기관도 주민들을 공평하고도 평등하게 대해야 한다. 파시스트적 행태, 즉 일방적, 획일적, 강압적 밀어붙이기식 행정은 파괴적 공동체만을 양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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