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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재호 한국행정연구원 부원장 “대의제 훼손 우려보다 대의제 완성 고민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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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재호 한국행정연구원 부원장 “대의제 훼손 우려보다 대의제 완성 고민할 때”
  • 박 철 기자
  • 승인 2020.01.08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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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❺ 한국의 민주주의 미래 제시
은재호 한국행정연구원 부원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 / 사진=박 철 기자
은재호 한국행정연구원 부원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 / 사진=박 철 기자

2019년 12월 3일 열린 국제심포지엄 ‘전체세션’에서 은재호 부원장은 ‘민주주의와 공론장, 그리고 숙의’ 발제에서 미래의 민주주의와 한국 민주주의 미래에 대해 디지크러시(Digicracy)를 통한 참여 확대와 숙의(Deliberation)를 통한 합의 형성으로 정치의 책무성 강화, 사회적 대화와 협치의 제도화, 직접민주주의 확대·심화와 숙의 제도화를 제안했다. 그리고 은 부원장은 직접민주주의 도입에 대해 대의제의 훼손에 대한 우려보다는 대의제의 완성을 고민해야 할 때임을 강조했다. 이에 기자는 한국의 민주주의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오늘날, 은재호 부원장이 제시한 ‘한국의 민주주의 미래’와 그 해법과 대안이 시민사회 현장은 물론 정부와 입법부에서 숙의되길 기대해 본다.   <편집자 주>

본 연구의 시작은 ‘표(2017 민주주의 지수)’에서부터 시작했다. 이것은 이코노미스트에서 작성한 민주주의 혁명지수다. 이 표에서 한국은 발전적 민주주의 형태를 보이고 있는데, 현재 21위다. 일본과 미국보다도 앞서 발전된 민주주의 현황을 보여주지만, 시민들의 정치참여도는 가장 낮은 점수를 보이고 있다. 이 말은 곧 결함이 있는 민주주의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21위임에도 ‘결함이 있는 민주주의’로 보여 지고 있다. 한국 민주주의 결함과 대안은 무엇인가?

[도표] 제도적 행위자에 대한 신뢰도 변화 추이(1996 & 2007).
[도표] 제도적 행위자에 대한 신뢰도 변화 추이(1996 & 2007).

한국 민주주의 환경과 새로운 도전

한국의 민주주의가 처한 환경은 한마디로 신뢰 결핍의 악순환이다. 즉 ▶공식적 정치 참여 감소 ▶그 원인으로 하위정치 영역의 급속한 확대 ▶참여 폭발 ▶사회갈등 급속 확장의 악순환이다. 총선투표율(1대95.5%. 5대 84.3%, 10대 77..1%, 15대 63.9%, 20대 58%)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도 공식적인 의사결정 과정에 국민들의 참여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첫째, ‘도표’에서 보듯이 제도적 행위자에 대한 신뢰도의 변화는 그다지 아름답지 않다. 대의민주주의 행위자라고 할 수 있는 정당, 정부,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가 다른 어떤 매개 집단들보다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치후원금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데, 2012년에 제도 개선으로 인해 조금 상승했다. 그러나 정치후원금이 국민들의 신뢰도와 지지도 지표로 봤을 때, 정치후원금의 지속적인 하락은 국민들의 직접적인 의사결정 참여에 대한 무관심의 증가라고 볼 수 있다.

둘째, 하위정치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만 그런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선진국이 하위 영역에서 급속적인 확대를 보이고 있다. ‘하위정치 영역’이란 의회, 정당, 정부 등의 공식적 의사결정체계 외부에서 성명서-시위-보이코트 등을 통해 이익을 대표하는 비공식적 정치 활동 공간이다(Beck, 1992 : Giddens, 2001).

셋째, 참여의 폭발이다. 처음에는 방관자, 구경꾼으로 있던 국민들이 냉소적인 관찰자가 되고, 그 이후에는 공식적 침입자로 된다는 것이다. 촛불과 같은 시민행동주의가 거리로 나오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것이 극적으로 확인되는 데이터다. 한국은 시민단체, 시위, 행정소송, 민원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도 시간이 갈수록 극적으로 늘고 있다.

넷째, 그 결과 세계에서 관리갈등지수는 한국이 27위, 사회갈등 요인지수가 4위, 사회갈등지수가 5위다. 이 모든 문제의 핵심에는 ‘민주성결핍’이 있다. 대의제의 의사결정 과정을 정리한 Process map(Fung,2004)을 보면, 한국은 시민, 정치, 정부 모든 민주성 결핍이 보여 지는 것으로 진단되고 있다.

[표] 2017 민주주의 지수.
[표] 2017 민주주의 지수.

민주성 결핍과 해법

미래의 민주주의는 한국의 미래 민주주의를 더 위태롭게 할 것이다. AI나 블록체인과 디지크러시(Digicracy·digital+democracy)와 같은 것들이 구현된다면, 시민발의와 소원 등 직접민주주의 기제를 전자투표 형식으로 더 이롭게는 하겠으나, 그 이면에는 공론장을 왜곡할 수도 있기 때문에 디지털 직접민주주의와 디지털 포퓰리즘 간의 담론적 갈등 구조는 더 심해질 수 있다. 디지털정치 불평등이 심해지면서 디지털 시민성이 빈곤하게 된다면, 거의 재앙적 수준의 민주주의다. 따라서 민주주의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는 불가피하다.

현재까지 민주주의를 고객 지향민주주의, 시장민주주의로 규정한다면 앞으로 주민투표, 주민발안, 주민소환 등 직접민주주의 3종 세트와 주민감사제와 소송제, 그리고 주민참여예산 제도와 같이 다양한 형태의 직접민주주의 검토는 불가피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직접민주주의는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 참여가 저절로 혁명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숙의민주제와 함께 발전시켜야 한다. 숙의민주주의가 제도화와 결합할 때, 비로소 결사체민주주의로 발전해 나갈 수 있고, 주민 자율정부 구성과 자치분권화가 현실화 될 수 있다.

[그림] 포용적 민주주의.
[그림] 포용적 민주주의.

직접민주주의 도입 조건

한국 민주주의는 디지크러시를 통한 참여 확대를 통해 시민정치가 확대되고, 숙의를 통한 정당정치를 지원하게 될 때 포용적 민주주의가 형성될 수 있다. 이런 낙관적인 견해는 신고리 원전에서 다양한 숙의 프로그램과 절차를 볼 수 있었다. 이는 3가지 효과가 있었다.

첫째, 촛불혁명으로 드러난 국민의 직접 참여 욕구를 혁명적으로 제도화했다. 길거리에 있지 않고 공식적인 의사결정 과정으로 유입됨으로써 민주주의 안정화를 달성하는 성과를 보였다. 둘째, 참여와 숙의를 결합시켜 합의 형성을 유도하는 숙의민주주의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셋째, 공론화의 공정성과 수용성에 대한 인식이 흥미롭다. ‘공론화가 공정하게 진행됐다’는 긍정응답이 90.4%, ‘내 의견과 다른 의견이 채택되더라도 수용할 의견이 있다’는 긍정응답이 93.3%를 기록했다. 이것은 곧 우리 사회의 숙의와 직접민주주의가 결합됐을 때, 안정적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국 민주주의를 위해 직접민주주의를 도입할 경우 대의민주주의와 충돌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굉장히 많지만, 그것은 기우다. 근대민주주의부터 의회와 공론장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양 축이었다. 선거구 확정, 선거 제도와 권력구조 개편 등 정치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혀 의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의제, 예를 들어서 패스트트랙에 올라가 있는 것들 같은 경우에는 시민의 직접 참여를 통해 대의민주주의 공백을 채우는 게 중요하다.

게다가 AI나 블록체인과 합쳐질 경우에는 직접민주주의에 훨씬 더 우호적인 환경이 된다. 2019년은 1987년 9차 개헌이 이뤄진지 만 32년이 되고, 촛불 시민혁명은 세 돌을 맞이하는 해다. 지금은 대의제의 훼손을 우려할 때가 아니라, 대의제의 완성을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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