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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만나면 편하고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동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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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만나면 편하고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동네로”
  • 김윤미 기자
  • 승인 2021.09.24 1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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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터뷰] 대전광역시 유성구 주민자치협의회 허광윤 사무국장(원신흥동 주민자치회장)

잘 되는 곳은 다 이유가 있다! 대덕연구단지와 충남대학교, 카이스트, 한밭대학교를 품고 있는 ‘교육1번지’ 유성구는 ‘신도시’‘젊은 도시’의 이미지가 강하다. 특히 대전에서 주민자치가 활성화 되어 있는 지역으로도 알려져 있다. 마침 구 주민자치협의회 회장단이 바뀌어 새 얼굴들을 만나기 위해 대전을 찾았다. 신임 여성용 협의회장과 허광윤 정책위원장 겸 사무국장을 포부를 들어봤다.

온천1동 주민자치회를 나와 서둘러 원신흥동으로 향했다. 유성구 중에서도 신도시분위기가 물씬 나는 곳, 2층 주민자치회 사무실로 올라갔다. 급히 연락을 했음에도, 심지어 곧 회의를 앞두고 있음에도 허광윤 주민자치회장은 일행을 환하게 맞았다.

허광윤 회장은 유성구 주민자치협의회에서 정책위원장 겸 사무국장으로 중책을 2개나 맡고 있다. “회장님, 위원장님들 중에 제가 제일 나이가 어려서... 맡으라 하시니 맡아야죠(웃음)”라고 겸연쩍게 말했지만 몇 마디 대화에 왜 허 회장이 정책위원장을 맡았는지 바로 수긍이 됐다.

앞서 온천1동에서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1기 때의 고충을 들었기에 자연스럽게 회장 취임 100일의 소회를 물었다.

위원회 시절엔 위원 위촉을 동장이 해서 위원들이 알음알음 인맥을 통해 들어와 의견 달라도 잘 표현을 안했어요. 주민자치회는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추첨에 의해 뽑은 주민대표기구예요. 민주주의 선출 방식인 추첨제를 도입해 50명을 뽑아 위원을 구성했죠. 의견이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고 서로 간 친밀도도 다 다를 수밖에 없죠. 그렇게 뽑힌 상태에서 마을의제의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하는데 이게 다 예산과 결부되어 있고, 우선순위 또한 각자 달라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친밀도에서 오는 갈등이 있겠고요. 근데 이 정도는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봅니다. 국민의 최고 대표기구 국회에서도 우선순위 가지고 다투는데 당연하죠. 민주주의는 다른 의결을 조율해가는 과정이고, 처음 시작하는 주민자치회가 그 과정을 겪는 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다른 의견 가진 사람들 모인 주민자치회 갈등 당연...민주주의 과정

 

허광윤 회장과 주민자치와의 인연은 길지 않지만 예사롭지 않다. 그가 처음 주민자치와 연결된 건 위원회 시절 경험을 토대로 마을축제운영위원장을 맡으면서부터다. 위원은 아니었지만 오랫동안 마을 활동행사 경험이 있어서 마을축제를 운영하게 된 것이다. 그때 주민자치위원회에 참여하면서 주민자치회로의 전환에 대해서도 지켜볼 수 있게 되었고 이후 시범사업이 시작되면서 주민자치지원관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그리고 2년 후인 지금은 주민자치회장에 오르게 된 것이다.

참고로 유성구는 시범사업 12년간 동 주민자치지원관 제도를 운영했다가 2기 때는 폐지했다. 대신 담당 공무원(주무관)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 희망하는 동에 한해 3개 동에 1명 씩 주민자치 코디네이터도 파견하고 있다.

지원관과 회장은 역할에서 오는 차이가 가장 크죠. 지원관은 민주적 의사결정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촉진을 하지만 결정권은 없죠. 주민자치회로 전환되면서 형식은 있어도 여전히 두세 사람이 결정하는 사례가 많았죠. 회로 전환했다고 갑자기 달라지진 않거든요. 회의문화, 설득이라는 것도 지식으로만 되는 건 아니고 경험이 있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지원관이 필요했다는 생각입니다. 사무국 인력에 대한 역량 강화도 필요했고요. 공무원들도 마찬가지죠. 주민자치회를 해본 적이 없어 이전 위원회를 대하듯이 회를 대할 가능성이 높아 이들을 대상으로도 문화를 만들어가야 했습니다. 지원관은 드러나지 않게 일을 하는 참모 실무조직이었고요. 회장은 대표이자 업무총괄이죠.” 소위 중간지원조직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허광윤 회장은 스스로의 경험을 이렇게 얘기했다.

 

주민들의 다양한 욕구 해결-효율성을 따져도 주민자치 할 수밖에 없는 시대

 

주민자치와의 인연은 길지 않아도 허 회장은 이미 10년 전부터 소위 마을 일에 깊숙이 관여를 해왔다. 원신흥동에 거주한 지 10, 처음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아이들 교육이었다. 학교 운영위원장을 시작으로 마을학교, 경험학습프로그램, 마을 학생기자단 운영 등을 이웃들과 함께 해왔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행복하게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그리고 이 동네에서 오래 살 거니까 이웃을 만나면 안 불편했으면 좋겠고 편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요. 그 생각으로 자리를 바꿔가면서 여러 일들을 해나갔던 것 같아요. 얼마 전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생자치 교육을 했는데, 학생들이 민주주의를 책으로 배워 직접 경험해보지 못했잖아요? 의견이 다른 것도, 그걸 조정하는 것도 경험하면서 커야 하는데.. 책으로 배웠다고 해서 민주주의를 하는 게 아니니까요. 아이들의 지적인 역량은 우리나라가 정말 훌륭하고, 해방 이후 100년도 안 되는 시간에 산업화, 민주화를 겪고 경제적으로 3만 불 시대가 됐잖아요. 아시아에서 이 정도 민주주의 하는 나라가 없죠. 교육에 투자를 해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교육, 마을, 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가 또 주민자치와 연결이 됐다.

지금까지 세대는 누가 깃발을 들면 따라 가서 결집했지만 지금은 각자 생각이 다 다르고 자기중심성이 생겨서 의사가 다양하고 욕구도 다양해졌어요. 행정기관이 정리하기 쉽지 않죠. 하나로 획일화 되지 않죠. 사회구조가 해결하는 것, 스스로 모여서 협의하게 하는 것, 인정 안할 수 없게 된 거죠. 그걸 안 따를 수 없게 됐어요. 예전엔 행정기관이 갑시다 하면 따랐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죠. 시대적으로 주민들의 다양한 욕구를 해결하지 못하면 그들이 다 민원인이 되죠. 효율성을 따져도 주민자치를 할 수밖에 없는 시대예요.”

협의회로 주제를 돌렸다. 허광윤 회장은 초기 정보를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 작년까지 해보니 동별로 다르게 진행되기도 하지만, 주민자치회를 안하고 있는 위원회 동들이 작은 소문을 부풀려 오해를 갖고 있는 경우도 꽤 있더라. 사람이나 단체나 종합적으로 판단이 잘 안 되는 경우가 있다. 협의회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고 정보가 공개되는 것, 그래서 참여하는 사람들이 정확히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무엇보다 함께 하면서 상향평준화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운데가 허광윤 회장, 왼쪽이 이은선 원신흥동 주민자치회 간사, 오른쪽이 윤희숙 주민자치코디네이터
가운데가 허광윤 회장, 왼쪽이 이은선 원신흥동 주민자치회 간사, 오른쪽이 윤희숙 주민자치코디네이터

비상근인데 상근처럼...시간 많이 쓰이지만 성취감 있다

취임 100일만큼 아직 많은 사업을 하지 못했다. 발대식과 스마일만남-맛남 그리고 주민총회, 이렇게 3가지 행사를 했다. 그는 자체 진행 행사였음에도 행사 수준이 괜찮고 잘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전보다 참여도 늘었다. 온라인총회를 선거운동 하듯이 사거리에서 피켓을 들고 홍보해 밴드에 올렸는데 이걸 보고 나도 저기 같이 나가고 싶었다, 그래서 나왔다고 하는 분이 있어서 뿌듯했다. 주민자치는 자발성에 기초해야 하기 때문에 보람이 있었다. , 회장은 비상근인데 거의 상근처럼 일한다. 시간이 많이 들지만 결과가 괜찮기에 성취감이 있다고 밝혔다.

끝으로 허 회장은 정부수립 100, 지방자치 30, 주민자치는 얼마나 걸릴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자문자답, 그의 답변은 100년 걸릴 것 같다였다. 그는 주민자치는 주민들이 정치적 의사 표현하고 결정하는 것인데 이게 원활히 돌아가려면 경험이 축적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제 막 2년 했다. 2년 임기 안에 한 일들이 표시도 안날 가능성이 많다. 소박한 바람이라면 위원들이 일하는데 즐거웠으면 좋겠다. 의견 달라서 토론 하더라도 서로 인정할 수 있으면 괜찮고, 토론하는 문화가 됐으면 좋겠다. 위원들이 오고 싶은 주민자치회를 만들고 싶다고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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